내게 좀처럼 얼굴을 비추지않던 한빈이가 꿈에 나타났다. 좋았다. 그의 얼굴을 생생하게 볼 수 있으니까. 그런데 왜 그의 표정은 좋지 않아보였을까. 한빈이는 나를 만날때 마다 항상 웃곤 했다. 그 전에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속상한 일이 있어도 내 앞에서는 항상 방긋 웃는 아이였다. 한빈이가 사고를 당한 후에 꾼 꿈에서 조차도 통곡을 하며 울던 나에게 울지말라며 방긋 웃어 나를 달래주었었는데, 익숙하지 않은 한빈이의 모습에 적응이 되지않아 그에게 눈을 맞추어 얼굴을 찬찬히 살피는데 왜 울기 직전의 모습인지… 한번도 이런 모습을 보여준적이 없던 한빈이라서 잠에서 깨고 나서도 한참동안 그의 얼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7.균열> 나에게 소리지르고 애원하던 준회는 어디갔는 지, 마트에서 혼자 장본 짐을 들고 나를 집 안까지 바래다주었다. 혼자 있으면 끼니를 거를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지, 준회는 볶음밥까지 친히 다 만들어주고 나서야 떠났다. 아무 말이 없었지만. 물론, 종일 패닉상태였기 때문에 먹지 못하고 버려야 했다. 마지막까지 너는 정말 나를 위했다. 그 후로 준회는 더 이상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더 이상 집에 찾아와 아침 밥을 해주지 않았으며, 더 이상 내게 문자를 보내지도 않았다. 문자를 보내도 답장은 없었고, 전화기 너머로는 항상 부재중이라는 소리만 들렸다. 언제나 내가 전화를 걸면 신호음이 세번도 울리기 전에 받았던 준회기에 나는 이런 상황에 익숙치 않았다. 그래서 나는 준회네 집에 찾아가 보기로 했다. 한빈이의 일이 생긴 후 횡단보도 앞에만 서면 사시나무 떨던 나를 잡아주던 준회는 이제 없었다. 내 힘으로 견뎌내야 한다. 신호등이 몇번이나 바뀌었을까 차마 세지도 못할 만큼의 시간이 지나갔으나 한 발자국도 때지 못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통화를 하며 내쪽으로 걸어오는 준회가 보였다. 차마 나를 발견하지는 못했는지, 급한 발걸음으로 향하는 준회였기에 아는 채도 하지 못하고 그의 뒤를 따랐다.
-네.. 오늘 드리면 돼는거죠? 예. 지금 가지러 가고 있어요. 네. 조금 있다가 뵈요. 준회가 통화를 하고 있어서 말을 걸지 못하고 그를 쭉 따라왔다, 여기는… 우리집 차고로 가는 길인데.. 대체 준회는 여기에 왜 온걸까? 날 만나러 온건가? -준!.... 회야... 차고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트럭에 나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트럭을 한번 보고, 떨리는 눈을 올려 준회를 바라보았다. -......이..이게 왜... 준회는 굉장히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00아.. 그게 아니라…! 이…이거 친구 차야! 나 잠깐 빌려줬는데 알다시피 우리집엔 주차장이 없잖아...? 그래서 잠깐 여기에 둔건데 놀랐지. 어후, 뒤에 있었으면 얘기하지 그랬어… -…… -왜… 아무말도 안해… 내가 요즘에 전화도 안받고 답장도 없고 너 만나러 오지도 않아서 삐졌구나...? -…….
-00아… 진작에 준회의 말이 거짓말이라는것을 알았다. 준회는 거짓말을 할 때,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지 못하니까. 그의 시선은 엄마를 잃은 아이처럼 곧 눈물이라도 쏟아낼듯 불안정하게 떨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준회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증거는 트럭에 묻은 한빈이의 핏자국이었다. -000… 좋아해… 밤 늦은 시각에 그녀의 방에서 자고있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온전히 깨어있을 때 내 마음을 전해주고 싶다…
-너무… 너무 많이 좋아해. 어떻게 하고 싶은데 이게… 내 마음대로 안돼네. 하하… 쓴 웃음이 나왔다. 그녀를 좋아한지 어언 5년, 중학교 때부터 봐왔으니 참 오래도 좋아 했지 싶었다. 게다가 자신과 죽마고우인 한빈의 여자친구라니. 몹쓸짓이라고 생각하고, 이거는 해서는 안될 짓이라고 마음을 아무리 다잡아봤자 그녀에게 마음이 기우는 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잘자라는 인사와 함께 짧은 입맞춤을 하고 방문을 닫으니
-지금 너 뭐한거야…? 그 앞에는 김한빈이 서있었다. -그게…
-지금 뭐한거냐고 물었어. 너 혹시 00이 좋아해? 아니지…? -…… -왜 대답못해. 아니잖아, 아니라고 하면되잖아! -좋아해… -뭐…? -000 좋아한다고. 나의 마지막말을 이후로 할말을 잃어버린 김한빈의 표정을 보며 고개를 떨궜다.
-근데… 나 마음 접을거야. 그러니까 걱정 안..
-좋았냐? 000 옆에 있는 나 보고는 무슨 생각을 했어? 뭐 대리만족이라도 했냐? 아님 우리가 헤어지기라도 하길 바라고 있었어?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그런거 아닌거 너도 잘 알잖아. 나 못믿겠냐? -아니, 난 잘 모르겠다. 나한테까지 숨기는게 있는데 너를 어떻게 믿어... 어느샌가 모르게 나로 인해 우리들의 사이가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겨울에 벽돌 틈으로 찬 바람이 느껴져 버리게 끔 작게 만들어져버린 금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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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챠누가 사진에 없다... 촤누야 미아내...★ 누나가 애정한다! 우리 준회 너무 큰 일을 벌였구나.... 이거는....ㅎ 내가 쓰고도 어쩔수가 엄셩...햫 굉장히 급전개라는 이야기를 하실수도 있을 것 같지만, 이미 제 머리 속에 있었던 각본인지라... 설렘을 기대하셨던 독자분들께는 굉장히 죄송스러운 부분입니다ㅠㅠ 스토리가 마음에 안드신다면.. 드릴 말씀이 없네여ㅎ.... 죄송합니다! 아! 그리고 저번편에는 깜빡하고 써드리지 못했는데 저번편 놀이공원 과거회상 부분은 독방의 어느 독자분께서 생각해주신 아이디어였습니다! 정말정말 감사드립니다~! 암호닉 신청 해주신 분들! 신알신 해주시는 분들! 정성스레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모두 모두 감사드립니다. 암호닉은 항상 받고, 비회원들도 받고 있습니다! 암호닉은 가장 최신글에 신청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나 어디든 달아주셔도 귀신같이 찾아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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