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틀요괴 03
아침에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보니 동동은 없었다.
책상 위 보틀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아마, 보틀 안으로 들어가면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나 보다.
책상 앞에서 허리를 굽히고 한참을 바라봤다.
기미가 전혀 없다. 마치 그냥 평범한 보틀처럼.
잠을 자고 있는 걸까?
"...자니?"
조심스레 그렇게 물어봤다.
다른 사람이 보면 미친년 취급할 듯....
보틀에게 안부를 묻다니.
나는 씻고 학교 갈 채비를 했다.
방에서 교복으로 갈아입으려는데,
벗을 수가 없다.
나는 보틀을 바라봤다.
은근히 신경쓰인단 말야.
저런거에 신경쓰는 내가 갑자기 바보같긴 한데.
나는 얇은 보자기를 꺼내와 보틀 위에 덮었다.
그리하고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거실에서 아침밥을 먹고
씨리얼 조각 하나를 쥐고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반가웠다. 동동이 깨어있었다.
동동은 나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 집주인!"
집주인....그래 맞지 집주인....
나는 동동에게 씨리얼 조각을 건네었다.
동동은 두 손으로 씨리얼을 받아들고 환하게 웃었다.
"와아! 이렇게 큰 과자가 있다니! 너 정말 인심 좋구나!"
손톱만한 씨리얼 한 조각이 인심으로 탈바꿈했다.
나는 뭔가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돼지 저금통에 돈 넣는 기분이랄까.
"근데, 동동, 너 지금 뭐하고 있는거야?"
"응! 칼을 닦고 있어! 왜?"
"바늘을.. 아니, 칼을 어따가 쓰게."
"당연히 인간의 영혼을 가져가는 데 써야지!"
"너 그거 살인이라니까? 살인이 뭔지 몰라?"
"그치만 난 임무를 받았는데...."
동동은 바늘을.. 아니 칼을 닦는 손이 점점 느려졌다.
슬금슬금 내 눈치를 보면서 천천히 바늘을.. 아니 칼을 닦았다.
더군다나 저딴 걸로 어떻게 사람을 죽인다는 건지.
"나 없는 사이에 허튼 짓 하면 죽어."
"...그..그럼 나도 소원 안 들어준다!"
"그래? 그럼 지금 당장 죽어볼래?"
밖에서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벌써 나갈 시간이다. 나는 가방을 들고 방을 나서며 말했다.
물론 아랫층 거실까진 안 들릴 정도로 속삭이듯이.
"나 학교 다녀올 테니까 말썽부리지 말고 얌전히 있어."
내 말을 제대로 듣기는 했냐?
동동은 마냥 해맑은 얼굴로 일어서서 나를 향해 팔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