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도경수 시점 주의
*독백 주의
봄이 왔다.
유난히도 시렸던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왔다.
거리로 나가보았다.
수 많은 연인들과 친구들, 함께 웃는 사람들
작년의 봄, 우리는 이 곳에 있었다
지금의 봄, 나는 이 곳에 있다
네가 즐겨찾던 구석진 모퉁이에 있던 작은 카페로 갔다
니가 즐겨 마시던 음료를 시키고는 니가 좋아하던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잡았다
그 때의 우리의 자리는 지금은 비어있다
저 자리에 누군가와 앉을 수 있을까
아니, 이 근처에 너 아닌 다른 사람과 올 수 있을까
*
"헤어지자"
너는 낙엽이 차가운 바람과 함께 구르던 때 이별을 고했고, 나는 떨어지던 낙엽이 없어질 때 즈음 우리의 이별을 인식했다
이제는 완연한 봄이다
니가 이별을 고한지도 7개월 째다
7이 니가 좋아하던 숫자라 또 피식 웃음이 난다
너에 대해 잊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
몇 일 전이 너의 생일이었던 것 까지
아무것도 나는 잊은게 없고 변한게 없다
나와 함께였던 너도 변한 것은 없다
단지 우리가 함께가 아니라는 것 만이 그 때와는 다르고
너의 생일에 너의 눈을 바라 보지 않았다는 것만이 그 때와 다르다
주문했던 음료가 나왔고 음료를 가지고 자리로 돌아왔을 때 너를 닮은 뒷모습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봤던 너의 모습보다 조금 더 짧아진, 그리고 조금 더 진해진 머리칼이 보였다
그 사람의 손에는 우리가 꼈던 반지와 비슷한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너일리는 없다
너는 내가 보는 앞에서 그 반지를 던져버렸고, 그대로 미련없이 뒤돌아섰다
음료가 식어가고 있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인지하고 음료를 홀짝이다 다시 고개를 들었다
내 근처로 한 남자가 다가왔다
시선이 후드의 주머니 부분부터 찬찬히 타고 올라간다
아까 너와 비슷하다고 말한 그 남자인 것 같다
내 시선은 그 남자의 목에서 멈추었고, 나는 그 자리를 박차고 뒤돌아 나왔다
내가 어떻게 잊겠니
니 목에 있던 작은 점과 니 손에 있던 상처마저도 기억하는 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