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연애 중
주말에 둘 다 약속이 없는 탓에 거실에서 같이 영화를 보고 있었다. 영화 중간에 내 어깨에 자신의 고개를 기대길래, 자연스럽게 김재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영화가 끝나자 김재환은 고개를 들어 내 볼에 쪽, 하고 뽀뽀를 한 뒤 내게 얘기한다. 나 다음 주에 축가 불러.
"축가 알바?"
"따지고 보면 알바는 아니야. 친한 형이 부탁하신 거라서. 시간 되면 같이 가자."
"나도 같이?"
"응. 형이 너도 올 수 있으면 오면 좋겠다고 하셨어."
"나 아셔? 어떻게?"
김재환은 웃으며 장난스럽게 얘기한다. 내가 형 귀가 닳도록 자랑을 해서. 내가 헛웃음을 짓자 김재환은 내 손을 잡으며 손장난을 친다.
"아무튼. 다음 주에 약속 있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너무 부담 가지지는 마. 가자고 강요하는 거 아니고, 네 의견이 우선이니까."
내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김재환은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더니 묻는다. 배 안 고파?
"조금. 뭐 먹을래?"
"오늘 밥 당번 나지. 뭐 먹고 싶어?"
"볶음밥 먹자. 밥 먹고 싶어."
"그래, 볶음밥 먹자."
옆에 있던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는데 옆에서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니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김재환이다.
쟤가 왜 이렇게 쳐다보는 거지. 뭐라도 묻었나 싶어 내 손으로 볼 주위를 더듬거리는데, 김재환은 그런 내 손을 잡고 제 얼굴에 가까이했다.
얼굴이 다가오자 자연스럽게 눈을 감았는데, 내 눈가 근처에서 작은 손길이 느껴졌다. 어리둥절한 채로 눈을 뜨자, 김재환은 아까 그 거리에서 태연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속눈썹 붙어 있길래."
"...아."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냥 떼어주려고 얼굴을 가까이한 건데, 나는 거기다 대고...
김재환은 갑자기 얼굴이 빨개진 나를 쳐다보다 뒤늦게 눈치를 챘는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눈 왜 감았어, 너."
"... 나 배고파."
"말 돌리지 말고, 자기야."
"뭐가. 나 물 마실 거야."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걸어가는데,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손부채질도 통하지 않는다. 쪽팔림과 창피함이 동시에 몰려왔다.
물을 마시고 애꿎은 물컵만 만지작대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니 김재환은 아까 자세 그대로 소파에 앉아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뭐.
괜히 틱틱댔더니, 김재환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다가온다.
"부끄러워?"
"뭐가."
"얼굴 빨간데."
"더워서 그런 거야."
"나 봐봐."
김재환은 내가 고개를 돌리자, 내 어깨를 감싸 안더니 그대로 내게 입을 맞췄다. 어정쩡하게 있던 손을 뻗어 김재환의 목을 감싸 안았더니, 김재환은 자연스럽게 한 손으로 내 볼을 감싸 더 깊게 입을 맞춰왔다.
입술이 떨어진 건 한참 후였다. 김재환을 쳐다보자, 웃으며 내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떨어진다.
"재환아."
"응?"
"미안한데... 나 진짜 배고파."
이게 말 돌리는 게 아니라, 내 말이 이어지기도 전에 김재환은 웃음이 터져 한참 동안 웃었다.
5년째 연애 중
머리카락을 잘랐다.
사실 친구를 따라서 간 거였는데, 친구가 자르는 것을 보고 나도 충동적으로 잘랐다.
전보다 많이 짧아진 길이가 어색해 괜히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너 자른 게 더 낫다."
"... 그래?"
친구의 말을 듣고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이럴 때 보면 참 단순한 것 같다, 나도.
카페에 들어와서 각자 음료를 시킨 뒤 수다를 떨다가, 자신의 애인에게 머리를 보여줄 거라며 사진을 찍고 있는 친구를 구경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 김재환한테 말도 안 했는데. 핸드폰으로 내 모습을 이리저리 보다가 그냥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어차피 이따 볼 건데, 뭐.
"야, 이거 봐. 인생 샷 나왔어."
"응?"
친구의 핸드폰을 보니, 내 모습이 찍혀있다. 아까 핸드폰으로 내 모습을 볼 때 찍었나 보다.
자연스럽게 잘 나온 사진에 기분이 좋았다. 친구는 내게 바로 사진을 보내주었고, 나는 그 사진을 저장했다.
"남자친구한테 보내 봐."
"어차피 이따 볼 건데, 뭐."
"너 부끄러워서 그러지."
"..."
귀여워, 그냥 보내봐. 엄청 좋아할 거 같은데. 나는 됐다며 고개를 저었다. 아닌 거 같아, 좀.
친구와 헤어지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집?
아니>
아직 밖이야>
밥은 먹었어?>
<아니
<저녁 먹고 와?
금방 가>
같이 먹자 저녁>
김재환에게 알았다며 답장을 하고 듣고 있던 노래를 바꿨다. 그와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어?"
김재환이다. 카페 창가에 앉아 노트에 무언가 끄적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집중하고 있어서 그런 건지, 아직 밖에 있는 나를 못 본듯하다.
매일 가지고 다니던 노트 같은데, 작사 노트인가. 밖에 있을 때 가끔씩 저렇게 노트에 가사를 끄적이던 김재환의 모습이 떠올랐다.
몰래 앞에 앉아볼까. 웃음을 띠며 안으로 들어가려다, 아까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그냥 보내봐. 엄청 좋아할 거 같은데.
...보내볼까. 사실 반응이 궁금하기도 했다. 어차피 나만 김재환이 보이는 상황인데.
침을 꿀꺽 삼키고 김재환에게 카톡을 했다. 재환아.
김재환은 노트를 끄적이다 자신의 핸드폰이 진동하는 것을 보고는 쓰던 펜을 내려두고 바로 내게 답장을 한다.
내 답장을 기다리고 있는 듯 핸드폰을 쳐다보는 김재환을 보며, 한참을 망설이다 눈을 딱 감고 사진을 보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긴장이 되는 건지.
반응이 궁금해 김재환을 흘긋 쳐다보았을 때, 나도 모르게 굳어버렸다.
저렇게 웃는 거, 처음 보는데.
ㅋㅋㅋㅋ>
머리 잘랐네>
예뻐 잘 어울린다>
답을 보내고도 김재환은 계속 내 사진을 바라보는 듯, 핸드폰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나는 처음 보는 김재환의 모습에 기분이 이상해 한참 동안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 지금 기분이 딱 그러했다. 심장이 저 바닥까지 떨어지는 기분.
5년째 연애 중
김재환을 따라서 결혼식장에 도착했다. 몇 층이래? 5층. 김재환과 나는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사람이 꽤 많은 탓에 최대한 빈 공간이 없도록 뒤로 물러섰더니, 김재환의 등에 거의 밀착하듯 가까이 서게 되었다. 손을 뻗어 김재환의 손을 잡았더니, 김재환은 내 손인 것을 확인하고는 그대로 깍지를 꼈다.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 타면 자연스럽게 숫자 층을 보게 되듯, 나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그쪽으로 갔다. 그러다 김재환의 뒷모습도 보게 되었는데.
"..."
새삼 등이 이렇게 넓었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릴 땐 나와 키도 비슷했는데, 지금은 내가 고개를 올려다 보는 정도고.
잡고 있는 손에도 시선이 갔다. 그냥 손이 예쁘다고 생각만 들었지, 손 크기에 대해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꽤 차이가 나는 것을 보고 괜히 웃음이 나왔다.
요즘 들어 괜히 이렇게 김재환을 관찰하게 된다.
"내리자."
"응."
기분이 이상했다, 연애 초반에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평소에 노래를 잘하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보니 또 감회가 새로웠다. 목소리도 목소리지만, 분위기가 너무 예뻤다. 노래를 부르면서 행복해하는 모습도.
기념 촬영까지 다 끝난 뒤에 김재환은 웃으며 내게 다가와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엄청 떨렸어."
"완전 잘 부르던데. 멋있더라."
"진짜?"
고개를 끄덕이자 김재환은 웃으며 내게 고개를 기댄다. 아, 너무 긴장해서 몸 풀려.
강아지 같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다 김재환의 볼에 짧게 입을 맞추고는 장난스럽게 볼을 쓰다듬었다.
집에 가기 전 편의점에 들러 캔맥주와 과자 몇 개를 산 뒤 집에 도착했다. 샤워를 끝낸 뒤 거실로 가니, 김재환은 과자를 세팅하고 있었다.
나는 냉장고에서 아까 산 캔맥주 두 개를 집어 소파에 앉았다. 영화 채널을 하나 틀어놓고 김재환과 나란히 소파에 앉아 영화를 보며 맥주를 마셨다.
"재환아."
"응."
"나 결혼식장에서 엘리베이터 탔을 때 기분 엄청 이상했다."
"왜?"
"그냥. 너 언제 이렇게 컸나 싶어서."
내 말에 김재환은 옅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방금 되게 우리 부모님 같았던 거 알지.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알아. 무슨 뜻인지."
"아무튼 그래서 요즘 자꾸 너 보게 돼."
"보면 어떤데?"
"음... 그냥 좋아."
처음 연애할 때 기분 들어. 떨리고.
"너 엄청 좋아하나 봐, 내가."
"..."
"볼수록 더 좋아져."
술이 좀 들어갔다고 생각했던 걸 필터링 없이 내뱉게 된다. 진실 게임하는 것도 아니고, 괜히 웃음이 나온다.
어느새 다 비운 맥주캔을 테이블에 내려두고는 한 잔 더 마실까 고민을 하던 차에, 아까부터 말이 없는 김재환을 바라보았다.
"..."
"..."
언제부터 나를 보고 있던 건지, 내가 고개를 돌리자마자 동시에 눈이 마주쳤다.
긴 정적이 이어졌다. 왜 아무 말을 안 하지. 괜히 민망해진 상황에 웃어 보였더니, 김재환은 그대로 내 허리를 감싸 안고 입을 맞춰온다.
평소보다 꽤 긴 입맞춤이었다. 입술이 떨어지면,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다시 입맞춤을 이어갔다.
한참 뒤에 입술이 떨어졌다. 코가 맞닿은 거리에서 눈이 마주치고도 서로 눈을 피하지 않았다. 김재환은 제 입술에 쪽, 하고 입을 맞춘 뒤 나를 품에 안았다.
서로 말이 없어 조용한 분위기 탓인지,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가 꽤 선명하게 들렸다. 누구의 소리인 지도 모를 만큼.
"재환아."
"응."
"나 봐봐."
김재환은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고개를 푹 숙여 내 어깨에 자신의 고개를 기댄다.
"너 귀 터질 거 같아, 재환아."
"..."
민망한 건지 말없이 나를 더 꼭 끌어안는 손길에, 한참 동안 웃었던 것 같다.
기분 좋은 심장소리는 계속 울렸다.
오랜만이죠 여러분...!!!!! ㅜVㅜ!!!!
잘 지내셨나요!! 저는 이제야 여유가 생겨서 이렇게 글 업로드를 합니다 ^vT....
올리고 싶은 거 너무 많은데!!!!!!!!! 흑흑.... 보고 싶었어요......
사진 보내고 난 뒤에 굳은 이유는!!!! 낯간지러워서 사진 같은 거 잘 안 보내는데 한 번 보내봤더니 반응이 설레서?! ㅋㅋㅋㅋ
보내준 사진 계속 보면서 예쁘게 웃는 환이 보고 반하고 설레는ㅋㅋㅋ 암튼 그런 거랍니다 그냥 한마디로 설레서!!!!!!
그리고 새삼 얘가 이렇게 컸나...? 싶어서 혼자 설레는 모습 같은 것도 써보고 싶었는데 오늘 쓰게 됐네요
글에 그런 느낌이 잘 전해졌나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그 설레는 감정 가지고 취중고백(??)도 해보고 뭐 그런 내용입니당!!
환이도 고백 아닌 고백 듣고 설레서 바로 표현하는 ㅎ___ㅎ
암튼 둘은 꽁냥꽁냥 잘 사귀고 있답니다!!! ㅋㅋㅋㅋㅋ
텀은 들쑥날쑥하지만 완결까지 쭉쭉 달려보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길 바랄게욧!!!! >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