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 30번,"
지지직거리는 불편한 기계 잡음과 함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성숙기 진입 완료."
고작 중학생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앳된 소년은 무표정으로 아무 것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 목소리와 자신은 전혀 관계 없는 사이라며 감정 없는 저를 합리화했다.
여덟살이었다, 그가 이 곳에 처음 발을 디딘 것은.
물론 자의로 오게 된 곳은 절대 아니었다.
갓 초등학교 1학년이 되어 입학식을 마치고 부모님과 자주 가던 음식점으로 가는 도중, 자신의 부모 앞에서 납치를 당한 것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A1 30번, 들리나?"
"...들립니다."
그 외에는 기억이 없다.
많은 시간을 무의식 속에서 보내다 가끔 깨어났었는데, 그 시간 동안 내가 무엇을 했는지는 도통 모르겠다.
"오늘부터 인젝트 과정에 들어갈거다."
"예.."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나?"
안 궁금해 씨발놈아, 라고 말하려다가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이 흰 방에는 보이지 않는 최첨단의 CCTV가 설치되어 있다고 어렴풋이 누군가가 말해줬던 기억이 든다.
아무래도 그 인간이 깔끔하게 기억을 삭제시키진 못했나보다.
"궁금하다고 해라, 30번."
"궁금.. 합니다."
"너에게 삼 일 동안 기억을 주입할거야."
"..에?"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난 소년은 머쓱한 표정으로 슬그머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런 그를 보았는지, 어디선가 푸스스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30번, 너는 여기서의 기억이 거의 없을 것이다. 맞나?"
"아.. 네."
"너에게, 평범하게 지내온 사람의 기억과, 배경과, 감정을 준다는 거야."
"..?"
"역시 궁금해 하잖아. 아깐 왜 아니라고 한거지?"
크큭대고 소리내어 웃는 소리가 선명하게 잘 들렸다.
소년은 죽기 전에 한 번 쯤은 꼭저 씹새끼의 면상을 재미나게 때려 줄 것이라 다짐했다.
"어쨌든, 너에게 삶을 선택할 수 있게 해줄거다. 삼지선다형인데 골라보겠나?"
"..네."
"1번. 이재혁,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좋은 교우관계를 유지했.."
"다음."
"2번. 김성규, 지극히 평범하나 다소.."
"그걸로 할게요."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이름 자체가 예뻤고, 부를 때의 어감이 부드러우면서도 까끌까끌했다.
굳이 정의해보자면 깨끗하고 새하얀 모래알들을 차가운 바닷물에 퐁당 담군 듯한 느낌?
이 생각을 하는 동시에 소년의 오장육부는 으아아시공간이오그라들고있어! 라는 소리 없는 고함을 내지르며 아련하게 오므려졌다.
마치 오므라이스처럼.
"..그래, 30.. 아니, 김성규."
나에게 주어진 한정된 기억에선 처음 듣는 이름이지만 어색하지는 않았다.
그냥, '그 인간'이 제시한 2번 설명 중 뒤에 올 말들에 대해 생각했다.
무슨 말일까 시발새끼. 그냥 말해주지..
과거의 자신에 대해 신나는 후회가 밀려들어왔다.
마치 밀물처럼.
...죄송합니다 내 어릴 적 꿈은 비유킹이었어.!!
-
"우리 성열이 왜 불렀쪄요♡"
"오 썅 역겨워!"
"아잉뿌잉 왜그래요 성열이 쟈긔?"
"시발놈아 인소보냐?"
"맘으루 우는... 내가.. 좋ㄷr..☆"
"닥칠래 뒤질래?"
미안 닥칠게.
우현은 금새 주눅이 들어 성열에게 자신을 왜 불렀는지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학으로 1년을 복학한데다가 공부를 못해 재수까지 하게 되어 아직은 고쓰리인 우현이였기 때문에, 바쁜 것을 알면서도 성열의 부름에 부리나케 달려갔기 때문이다.
21살에 남자로서는 딱히 끌리지 않는 진로상담사라는 직업을 가진 성열은 신기하게도 1년 사이에 정확히 100%의 확률로 아이들의 가능성을 알아봐주고 몇 달만에 협의된 진로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어서,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영국 등등에서도 신문이나 TV에 소개된적이 있었다.
얼굴도 왠만한 남자 아이돌은 손담비 누님에 빙의해 업신여기며 뺨을 내려칠 수 있을 정도로 잘생겨서 길을 걷다가도 알아보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남우현 너 이 새끼 판타지 소설 자주 본댔지?"
"이응 이응! 내 장래희망은 해리포터가 되는 거야. 익스펙토 페트로눔!"
"넌 아가리만 닫으면 정말 훈훈할텐데..."
"난 이미 훈남이란다, 껄껄껄."
성열은 우현을 살짝 째려보다가 만난지 처음으로 욕설 또는 비방용 단어가 섞이지 않은 말을 건넸다.
"거리에서 말하기에는 좀.. 그런 내용이라 그런데, 내가 공짜로 뭐라도 줄테니까 에코 가자."
"드디어 우리 열이가 2차 성징을 시작했나보구나. 성상담이니? 발육 상태가 어때? 아유 부끄.."
"이 새끼야?"
Echo.
한국어로 메아리, 아니면 울림.
성열이 진로 상담사 외에 하고 있는 부업은 카페 주인이었다.
스타벅X, 엔제리너X, 카페X네 같은 곳에 비하면 약간 작았지만 그래서 그런지 아늑하고 평화로워 단골 손님이 많았다.
물론, 훈남 주인을 보러오는 여자 손님들도 많았다.
성열은 우현을 데리고 2층의 테라스로 올라갔다.
가게 문을 열지 않는 월요일이라 사람들의 눈치 볼 일은 없어 다행이었다.
"뭐 먹을래 고딩? 너는 학생이니까 핫초코나 먹을래? 아이스 초코? 우쭈쭞쭈"
"아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나 나 나 그거, 그 카라멜 마또아끼! 마또아끼가 아니라 타코야끼?"
"마끼야또... 병신아. 좀만 기다려."
5분 정도가 지난 후 성열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 두 잔을 깔끔하게 내왔다.
"여튼, 왜 부른건데?"
"나 초능력 있어."
"어머머머 언니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우현의 비명 덕분에 성열의 손에 들린 컵에서 아메리카노 몇방울이 5부 바지를 입고 있던 그의 무릎에 곱게 안착했다.
"아 씨발 뜨거워!"
"미안염!!"
우현은 이미지와는 다르게 동심이 살아있는 - 아직도 인어공주와 백설공주는 실존인물이라 생각한다 - 어찌보면 유치한 인물이었다.
그래므로 성열의 말을 전혀 의심해보지도 않고 굽신거리며 티슈로 그의 무릎을 닦아주었다.
"아 뜨거라.. 근데 너라면 믿어줄 거 같아서 불렀어."
"내 꿈이 이루어지는 영광스런 순간이야! 헤르미온느 누나!!"
우현은 너무 영광스러워서 영광굴비를 먹고싶어!
라고 되도 않는 개드립을 치려다가 성열에게 싸대기를 맞을까봐 말을 아꼈다.
"남우현씨 궁금하면 닥치세요."
"네! 알았어요 열느님 말씀하세요. 오오 열멘!"
"어.. 말하자면 좀 긴데,"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 능력을 한 가지씩 가지고 태어나.
가끔가다 두 세 개까지 지닌 사람도 있는데, 참고로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많은 능력을 가졌던 사람은 여섯 개였어.
어차피 보통의 경우 능력의 가치는 개수에 반비례 하기 때문에 개수는 그렇게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능력은 엄청 사소한 것부터 초능력이라고 불리우는 특별하거나 희귀한 능력까지 다양해.
얼굴이나 몸매가 정말 잘났거나 성격이 특출나게 착하던가. 태도가 눈에 띄게 성실하던가 또는 공부를 안해도 전교 1등 할 정도로 머리가 좋던가.
"우왕. 나도 있겠네?"
영능력, 염동력, 관찰력, 추리력처럼 력 자로 끝나는 것도 다 능력이야.
우리가 흔히 다재다능하다고 부르는 사람은 여러가지 능력을 가진데다가 그 능력 별 가치를 열심히 키운 사람들이지.
참고로 내가 연예인도 아닌데 이렇게 유명할 수 있을 정도로 성공한 건, 내 능력이 다른 사람의 적성, 특성, 능력을 한 번에 꿰뚫어 볼 수 있기 때문이지.
아까 말했 듯이 대부분의 사람은 능력을 한 가지씩 가지고 있어서 그 가치를 증폭시키기는 매우 쉬워.
"그래서 내 능력은 뭔데?"
"잘 쳐먹고 잘 싸는 능력."
"이런 시발!"
"지랄이고, 너 이 새끼 운 좋다?"
"왜. 뭐."
"초능력 걸림. 축하여!"
"어이쿠 황송해라! 엠마 왓슨 누나!!"
성열은 너무 기뻐서 영국으로 가 왓슨 누나를 찾아 헤멜 기세인 우현을 한심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넌, 상대방의 생각에 50% 정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그럼 다른 말로 막 정신 조종 이런 거?"
"엄청 거창한 건 아닌데, 잠시만 기다려 봐."
성열은 작게 마련된 서재를 뒤적이다 얼핏 보기에도 매우 두꺼운 책을 꺼냈다.
"그게 뭐야."
"있어. 기다려봐."
성열은 옆에서 무어라 계속 종알거리는 우현을 무시하고 책을 뒤졌다.
한참을 살피다, 성열은 살짝 당황한 기색으로 우현에게 말했다.
"우현아."
"왠일이래, 니가 내 이름에 성을 안 붙히고."
"니네 부모님 중에 뭐 약간 이상하신 분 있어?"
"엄마는 모르겠고... 아빠는 나 어렸을 때 집 나갔어."
"아... 미안."
잠시 동안의 정적을 깨고 성열은 커피잔을 놔두러 간다며 자리를 비웠다.
그 때를 틈타 우현은 펼쳐진 책을 보았다.
[혼매력 - 상대의 정신을 어떠한 방향, 물체로 집중시키거나 생각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한다. 마족들이 제 1세계에 내려왔을 때 유효한 능력이며 혼혈 마족인 경우 30%~50% 정도밖에 유효하지 않다.]
"...뭐야."
"뭐긴 뭐야 니 출생의 비밀이지."
"헝..."
"놀랬냐?"
"엉..."
어느샌가 다시 자리에 앉은 성열은 어디 같이 좀 가자며 우현의 손을 잡아 끌었다.
"성열 자기 벌써 모텔가는거야? 어우 박력"
"이 새끼는 1분도 진지하지를 못해요."
"아 그럼 어디가."
"아는 형 보러."
누구냐며 묻는 우현에게 성열은 닥치고 따라오라며 차로 향했다.
"남우현아, 이 차 이름 있다?"
"왜 뭔데? 엠마 누나라도 되냐?"
"시엘 아스트랄로 준디꿍디 수아뢰르."
"..."
"줄여서 시아준수."
"..."
"간지 쩔지?"
우현은 잠시동안 자신의 앞에 있는 멀대놈이 자신보다 더한 4차원이라고 생각했다.
"뭐해 병신아, 빨리 타."
...니가 더 병신.
| 롤롤ㄹ롤 |
셤기간인데 무ㅝ하고잇죠 ㅋㅋㅋㅋㅋ 인기없을거같당 항상 그래와찌만...☆ 셤끗나고 포풍연재 뿡ㅃ무ㅃㅇ뿡 |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