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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마크/제노] 덫 H | 인스티즈

Mark Lee / Jeno




H

찰나의 혼돈은 영겁의 혼란을 야기한다





 아닌데, 나 너 좋아하는데? 그 한 마디가 뭐가 그리 어렵다고 뜸을 들인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 흔한 로맨스 드라마 보면 설렘을 가득 안은 표정으로 잘만 얘기하던데 왜 내 입은 좀처럼 떨어지지도 않는 건지, 얼굴에 작은 미소 하나 띄우기도 벅찼다. 수십명은 될 학생들이 도서관 속에 있는데 꼭 그 순간만큼은 이민형과 나, 딱 둘만 남겨진 듯한 느낌이었다. 이민형의 눈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잔물결 하나 일지도 않고 고요하기만 했다. 까맣고 고요한 것들은 왜인지 모르게 시선을, 생각을 끌어당긴다. 꼭 블랙홀 같다고 문득 생각했다. 그러다 정작 꺼내야 할 말은 입 밖으로 내놓지도 못하고 우물쭈물대기만 하는거다.



“…Sweetie.”



 말을 해야하는데. 그 양피지에 채워진 그 서툰 글씨체의 질문에 답을 꺼내주어야 하는데. 바로 앞에 꽂혀있는 수십, 수백개의 책을 펴서 답을 찾아내야 할 문제도 아닌데 왜 이렇게 입술이 떨어지지 않는 건지 모를 일이었다. 좀처럼 답을 주지 못하는 나에게 이민형의 부름이 날아왔다. 그의 뒤로 시선을 던졌다가, 부산스레 깃펜을 움직이는 다른 학생들을 한 번 쳐다보았다가, 그저 둘 곳이 없어 빈 허공에다 시선을 내려놓을 뿐이었다. 그 시선의 무게는 꽤나 무거웠다. 이리저리 그의 눈을 피해 옮겨다니느라 시선의 몸피가 조금 더 불어난게 분명했다. 입술이 바짝 말라오는 느낌에 혀를 내어 입술을 가볍게 쓸었다. 그의 시선이 축축해진 입술 위로 달라붙었다. 이제는 답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따라주지 않는 건 방금 물기를 머금은 입술이었다.



“It wasn't that hard.”



 어렵지 않은 질문이라는 말에 저 멀리 두었던 시선을 가지고 그에게로 되돌아왔다. 이민형의 눈빛은 한층 더 가라앉아있었다. 새삼 그의 첫인상이 떠올라 몸이 화득 굳어졌다. 그의 눈빛이 내포한 감정들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실망, 책망, 질책, 서운함…. 온통 검은 심연을 닮은 감정들이라 손만 꼼지락대었다. 우물쭈물하는 입술이 원망스러워 지는 순간이었다. 꺼내면 어렵지 않을 말이 뭐라고 이렇게 뜸을 들이며 어물대는지. 갑작스럽게 치고 들어온 질문 탓이라며 변명을 하기엔 이 순간 다음에 이어질 장면을 예상도 예측도 상상도 할 수 없어서, 그만 입술이 딱 다물렸다.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건데도, 그래… 결국 그 말을 입 안으로 숨겨버렸다.



“……잘 모르겠어.”

“…What?”



 나 진짜 왜그랬냐…. 이어지는 장면은 되새기기도 싫었다. 앞뒤 안가리고 나간 말에 당황한 건 나였고, 실망한건 내 앞에 있던 이민형이었다. 대답이나 다름없는 내 말에 이민형은 눈썹 한 쪽을 치켜올렸다. 올라갔던 눈썹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내려왔고, 대신… 입꼬리 한 쪽이 설핏 올라갔다. 그러다 또다시 그의 입술은 일직선을 그었다. 다른 학생들의 깃펜 소리가 정신 사납게 귓가를 치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민형은 잔뜩 굳어진 얼굴로 안경을 벗더니 미간 사이를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스치는 손길에 까만 머리카락이 이따끔씩 흔들렸다. “….” 그러다 다시 눈이 마주쳤다. 아까보다 더 까맣고, 깊고, 어두운 그 두 눈은 이제는 읽어낼 수 없는 감정을 가득 품고서 나를 담아내고 있었다.

 말문이 막혔다. 되도 않는 -잘 모르겠어- 와 같은 뚱딴지 없는 소리를 늘어놓을 땐 언제고 말문이 콱 막힌거다. 깃펜 하나가 이리저리 잉크를 튀긴 것처럼 지저분하고 어수선한 머릿속을 닮아서 꺼내지 못한 말들로 가득한 마음속도 어지러웠다. 그 다음에 꺼내놓아야 할 어떤 말도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이민형의 눈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민형이 대뜸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늘어놓았던 책이며 깃펜을 하나 둘씩 가방 안으로 집어넣는 것이다. 나가려는 의도가 다분한 행동에 나는 말리지도, 다른 말을 하지도 않았다. 그저 관망하고 방관할 뿐이었다. 



“김여주.”

“….”

“Just say yes, or no. 그 한 마디가, 그렇게 어려워?”



 한 박자 쉬면서도 말을 끝낸 이민형은 묵직한 질문을 남겨놓고서 자리를 떴다. 빠르게도 도서관을 나섰다. 초록색 망토 자락이 눈 앞에서 지워졌다. 뒤에 남겨진 건 멍청하게 앉아 이민형이 앉아있던 자리를 보고 있는 나였다. 골이 울려왔다. 쥐고 있던 깃펜을 신경질적으로 놓으며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그래, 맞아 아니야 그 한 마디만 했어도 됐을텐데. 거창한 말 같은건 생각도 하지 말걸.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옛말이 근거가 없는 소리는 아닌 모양이었다. 찰나의 망설임이 초래한 엄청난 결과였다. 이해도, 예측도 할 수 없었던 그 행동들의 이유를 이제서야 알게 되었는데 그와 나의 거리는 몇 뼘은 더 멀어지고야 말았다. 이민형이라고 정답게 부를 수 있는 거리가 아닌, 마크 리라고 불러야 그가 돌아볼 만한 거리로. 그것도 나로 인해서 말이다. 왜, 멀어지다 못해 말도 섞지 못할 거리로 뒷걸음질까지 치지 왜.

 이민형과 나의 사이는 공들여 쌓은 모래성 같다고 하기엔 조금 괴리감이 있을지 몰라도 난 아니었다. 서툴게 쌓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갈 수록 견고해졌고, 또한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것도 내 발로 무너트린 꼴이었다.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애꿎은 입술만 잘근잘근 물어뜯었다. 이제는 기억 저편으로 멀어져가는 그와의 첫만남을, 첫대화를 끄집어 재생시키며 그가 미처 챙길 생각을 하지 못한 양피지 위에다 꺼내주지 못한 대답을 끄적였다. 별로냐는 물음 아래에 온갖 부정의 대답을 하나부터 열까지 써내려갔다. 아니, 그럴리가 어쩌고 저쩌고…. 그럼 뭐해, 이미 가고 없는데.



“이번엔 스위티라고도 안 불렀네….”



 갈수록 태산이다. 엉망이 된 것이 분명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꼬박꼬박 스위티라고 불러주던 음성이 대뜸 이름을 부르니 그 기분은 다른 어떤 기분보다도 좋지 않은 기분이었다. 글자가 어지럽게 뒤엉킨 양피지 조각을 내려다보았다. 그 양피지를 차마 구길 수도, 버릴 수도 없어 그 위에다 손바닥을 얹고 기어코 엎드리고야 말았다. 해야 할 숙제가 아직 산더미같이 남아있는데도, 손 하나 까딱할 생각을 않고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그러면서 동전 뒤집듯 바껴버린 마음을 원망했다. 덫에서 빠져나오고 싶어했던 건 언제고 더 깊은 곳으로 발을 들여놓고 있는지, 왜 느슨해진 덫에 숨통이 트여도 달아날 생각은 하지도 않고 있는지. 미쳤냐며 나 자신을 욕하면서도 결국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한숨을 몇분이나 쉬었을까. 혼란스러운 머릿속으로 종소리가 비집고 들어왔다.



“왜 따로 와?”

“둘이 같이 도서관 간거 아니었어?”



 연금술을 들으러 간 교실에서부터 심기를 건드리는 말 몇마디가 들렸다. 그래 딱 두마디로 불편한 심기가 더 불편해졌다. 호기심 가득한 이동혁의 목소리가 먼저 나를 반기면, 나긋한 나재민의 목소리가 그 뒤를 따랐다. 아 몰라 몰라. 교탁 바로 앞에 앉아있는 이민형의 뒷통수를 한번 훑고선 속이 쓰려오는 느낌에 손을 홱홱 내저으며 빈 책상에 책과 깃펜, 잉크병을 늘어놓았다. “너 또 무슨 일 났지.” 이제는 의문형도 아니었다. 단정짓는 이동혁의 말은 가볍게 귓등으로 흘리며 못다한 과제를 해치울 때였다.



“여기 앉아도 돼?”

“아….”



 말을 잃은 것은 비단 나 뿐만이 아니었다. 내 건너편에 나란히 앉아있던 이동혁과 나재민도 말을 잃었다. 아무래도 둘의 말을 잃게하는 사람들의 리스트에 앞으로는 이제노도 추가해야 할 듯 싶었다. 그렇게 우리 셋의 말을 잃게 한 이제노는 더이상 묻지 않고 내 옆자리를 차지했다. 이제노가 내 옆에 있으면 치를 떨던 이민형이 생각나 문득 시선을 그에게로 던지면, 그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무던한 얼굴로, 내 시선을 받을 뿐이었다. 속이 울렁거렸다. 차라리 어떤 감정이라도 담았으면 좋으련만, 담담한 그 눈빛은 무어라 읽을 수도 없었다. 어떻게든 시선을 이으려 안간힘을 쓰는 나와는 달리 먼 거리에서 섞는 시선도 그로써는 견딜 수 없는 건지 이민형, 아니 마크 리, 그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와는 달리, 멀어진 그와 나 사이의 거리를 견딜 수 없는 나는 그저 불편한 속이 지끈거렸다.

 찰나에 부서진 모래성을 가장 많이 그리워하는 사람은… 어쩌면 그 모래성을 무너뜨린 사람 장본인일지도 모른다.




*




 온 신경이 맨 앞에 앉아있는 이민형에게로 곤두서 있는데 옆에 앉은 이제노 또한 만만치 않게 신경을 건드렸다. 덤스트랭에서는 불가리아어로만 수업을 진행했을 것이고, 11살부터 몇년을 그 곳에서 지낸 이제노는 당연한 말이겠지만 불가리아어가 더 익숙할 것이 분명했다. 또한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 호그와트에 보다 더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들어왔고 그들의 고유 언어를 사용했다 한들 수업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언어는 영국식 영어였다. 미국식 영어나 영국식 영어나, 다 같은 영어라고 해도 악센트나 억양이 차이나는 만큼 이제노는 알아듣기 힘들다는 표정을 하고선 교수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구리 말고, 납. 다시 적어.”



 시선이 정신없이 분산되었다. 일부는 이민형에게로, 일부는 내 필기로, 또 일부는 옆에 앉은 이제노의 필기로. 처음 틀린 것을 가르쳐주자 움찔하던 이제노는 이제는 얼추 적응이 되었단 표정으로 바삐 필기를 수정하고 있었다. 어릴 때 주고 받았던 편지에서나 보았던 글씨체가 여전히 그 손 끝에서 적혀지는 것을 보며 복잡한 마음을 겨우겨우 가다듬었다. “글씨체 여전하네.” 무어라 말을 하지 않으면 또다시 그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될 까봐 던진 한 마디였다. 또다시 이민형에게로 흘러가려는 시선을 붙잡는 용도로 꺼낸 말이기도 했고. 내 말에 이제노는 멀뚱히 제 손 끝을 내려다보았다. 작고 단조로운 음성이 뒤를 이었다.



“나 여기 와서 영어 처음 적은 건데.”

“한글이나 영어나 똑같이 못적어서.”



 재회 이후에 이루어졌던 일련의 대화는 저 멀리 묵혀놓은 채 이제노와 말을 받고 던졌다. 처음에는 이민형을 회피하려는 목적이 강했는데 뒤로 갈수록 그동안 쌓아두었던 궁금증을 해소하는 목적으로 말을 계속해서 건네었다. 교수님의 강의 도중에 목소리가 튈까봐 작은 쪽지로. 어머니는 어떻게 지내셔? 덤스트랭 분위기는 어때? 여기보다 덜 추워? 쉴 틈도 없이, 계속해서. 잠깐 대화가 끊어질 때면 밀려드는 어색함을 참을 수 없던 탓이기도 했다. 끊임없이 제게로 내밀어지는 양피지에 이제노는 슬쩍 슬쩍 웃음을 띄우기 시작했다. 



“숨 넘어가겠다. 하나씩 물어봐.”



 교수님의 시선이 향하지 않은 틈을 타 이제노의 손이 내 머리를 꾹 눌렀다. 이내 나직한 녀석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깃펜을 움직이는 속도를 늦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계속해서 차오르는 궁금증에 겨우겨우 늦춰놓았던 속도가 다시 빨라지기 시작했다. 녀석의 깃펜 또한 바쁘게 움직였다. 한 시도 쉬지않고, 내가 건네는 양피지 조각 위에서. ‘여기 온 이유는 뭐야?’ 필기한 부분을 설명하고 계시는 교수님의 눈치를 보다 마지막으로 내민 양피지는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뭘 적느라 저렇게 바쁘게 손을 움직여. 턱을 괴고 그 양상을 지켜볼 때였다.



‘첫번째 이유는 여기로 전학 온 이유는 덤스트랭이 생각보다 재미없어서. 두번째 이유는….’



 꽤나 길게 늘어진 문장이 이어지는 양피지가 되돌아왔다. 책 아래에 그것을 두고 한 줄씩 읽어 내려가는 나를 이제노는 웃음기를 머금고 쳐다보았다.



‘너 보려고.’



 헐. 입을 떡 벌리며 이제노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어깨를 으쓱이며 어물댄다. 사실이야. 그 몸짓을 가뿐히 무시하며 다음 문장을 읽어내려갔다.



‘저번에 했던 말들은 미안. 우리 다시 만났을 때 걔가 방해한 것 같아서 말이 곱게 안나가더라. 이름은 기숙사 돌아다니다가 우연찮게 본거야. 오해하지마.’



 그래, 이래야 내가 알던 이제노지. 어색함도, 불편함도, 찝찝함도 모두 휘발되었다. 깔끔하게 이유를 짚어 사과를 하는 것이 몇 년전과 다를 것이 없었다. 밉지 않게 눈을 흘기자 슬며시 눈을 휘어보이는 저 얼굴도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그 날이 떠올라 깃펜을 만지작 거렸다. 이제노가 사라지기 전, 그 날. 답지 않게 성질을 내고, 짜증을 내고, 울던 나를 달래주지도 않은 날. 사라졌다고 믿었던 의문이 몸집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 날은 유독 왜 그랬던 걸까? ‘그럼 그 날은….’ 새로운 양피지 조각 위에 글자를 써내려가는 것을 힐긋 본 이제노가 고개를 살랑살랑 저었다. 그건 나중에. 이제노의 입이 벙긋거렸다. 아, 엉. 읽기 쉬운 입모양에 잠자코 깃펜을 내려놓았다.



‘지금은 미안했다는 말 밖에 못해줘.’



 빠르게 휘갈긴 것이 역력한 쪽지가 마지막이었다. 그 군더더기 없는 사과에 별다른 토도 달지 않은 채 나는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사정이 있겠지, 라고 어렴풋이 넘겨짚으면서. 늘 그랬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아까도 말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어릴때도 이제노와의 싸움은 오래가는 법이 없었다. 녀석은 이유를 조곤조곤 말해주고 내 화를 풀어주었다. 설명이 더 필요하다 싶으면 나중에 몰아서 특정 행동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재회 이후에 쌓였던 의문도 어느정도 풀렸고, 잔재했던 분노도 다 사그라들었다. 그저, 이제는 그의 등장이 반가울 뿐이었다. 그래,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되찾은 느낌. 꼭 그런 느낌이었다.

 근심 하나 덜었다 싶었는데 다른 걱정거리가 무겁게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제노와의 쪽지가 멎자마자 시선은 득달같이 그 걱정거리의 주인공인 이민형을 향했다. 한 번 시선이라도 주면 어디가 덧나나…. 마음과는 달리 이민형은 앞만 쳐다보며 수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내가 자초한 일이면서 왜 아쉬워하는지. 머리를 쓸어넘기며 답답한 마음을 한숨으로나마 풀어냈다. 자꾸만 앞으로 달려나가는 시선을 창 밖으로 그어냈다. 애매모호한 날씨였다. 흐리지도, 맑지도 않은 어중간한 그런 날씨.




*




  민형은 마음 상태만큼이나 흐트러진 자신의 필기를 내려다보았다. 적어 내려간 내용은 하나의 오류도 범하질 않았다. 그러나 그 완벽한 내용을 담은 글씨체는 엉망이었다. It's all your fault, Sweetie. 이게 다 네 잘못이야. 좀처럼 집중도 하질 못하고 시선은 황망히 교실 앞 구석을 영위했다. 저를 울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여주의 얼굴을 어떻게든 피하려 한 행동이었다. 그 작은 행동이라도 하지 않으면 그녀의 얼굴을 눈에 담으려 수백번 고개를 돌릴 것 같았다. 한 순간 대답을 듣지 못했다는 이유로 물러서기엔 이미 너무 가까이 다가갔기에 발을 돌릴 수도 없었다. 그저 그 자리에 멈춰서서 그녀를 기다릴 뿐이었다. 저로썬.

 …그러니까 전학생이 거슬린다는 것이다. 민형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슬쩍 뒤를 돌아봤건만 기분은 일퍼센트도 나아지지 않았다. 여주와 눈을 마주쳤더라면 단숨에 나아지고도 남았을 기분인데 정답게 쪽지를 주고받는 모습이란…. 민형은 되는 대로 눈새를 좁혔다. 깃펜의 촉에서 배어나온 잉크가 양피지를 까맣게 물들이고 있었다. 작고 까맣던, 한낱 점에 지나지 않던 것은 큰 원이 되어가고 있었다. 마음 속에 찍어두었던 작은 감정 하나와 더불어.



“Shit.”



 기어코 민형의 욕설이 벌어진 입술 사이에서 뭉개지고 버무려졌다. 자신의 강의에 심취해 학생이 욕설을 읊던 말던 신경도 쓰지 않던 교수는 종소리가 학교를 울리기 30초 전에 수업을 끝맺었다. 지난번에 내주었던 과제를 제출한 뒤에 교실을 나가라는 말에 민형은 피로가 겹겹이 짓눌려진 눈가를 한 손으로 쓸며 몸을 일으켰다. 한참 전에 한 과제를 두어장의 종이가 올려진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민형은 여주와 달갑지 않은 '전학생' 제노가 앉아 있는 자리를 보았다. 아…진짜. 아직 배우지 못한 한국말이 천지 빛깔인데 욕부터 먼저 배우게 생겼다. 이 곳의 언어가 익숙치 않은 '전학생'을 도와주기라도 하는지 정답게 붙어앉아 있는 모습에 민형의 눈살이 또 찌푸려졌다. “…Fuck.”

 욕을 하면서도. 그러면서도 서툰 한국말을 빌미로 다시 말을 걸어볼까, 하는 미련투성이의 생각도 민형은, 했다.






/

음 풀어야 할 얘기가 많아요 여주 시점이니 나오는 대로 믿는건 죠큼 위험할수도...?

호그와트 단편 하나 더 낼까 생각중이에여 여러분은 어때용

아 동혁이 글도 하나 쓸것... 요건 무조건 쓸거

댓글은 늘 힘이 됩니당 댓글 반응 보고 글 쓰는게 태반이라서용 ㅎㅎ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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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희희제이에용! 저는 항상 마크 리의 스위티를 기다리며...딮 작가님의 덫을 기다립니당.. ❣
4년 전
독자2
나중에ㅜ또 다시 정주행 할꼬예요..너무 재밌었어..💚 재밌게 읽고갑니다~~
4년 전
독자3
작가님 ㅜㅜ 엄청 기다렸어요,, 미녕 너무 설레는 것,,, 동혁이 글도 기대가 되네요🐰🍓
4년 전
독자4
애오옹이에요! 여주 왜그랬어ㅠㅠㅠㅠㅠㅠㅠ그와중에 민형 시점 너무너무 설레요ㅠㅠ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4년 전
독자5
너를위해입니다ㅠㅠㅠㅠㅠ 꺄악 미녕이ㅠㅠㅠㅠㅠ 스위티가 다시 될 날을 기다리며...♥️♥️
4년 전
독자6
작가님 진짜 너무..너무 좋아요 아침부터 설레고 갑니다 매번 좋은 글 감사해요 항상 잘 읽고 있어요!! 더운데 더위 조심 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매번 감사합니다💖
4년 전
독자7
작가님 너무 잘읽었어요💚 아침부터 덫이라니ㅠㅠㅠㅠ 가슴 설레고 갑니당! 좋은글 너무 감사합니당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4년 전
독자8
여주 증말 답답이... 왜 젛아한단 말을못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침부터 설레고 갑니다💚
4년 전
독자9
꺄아아앙ㅠㅠㅜㅠㅠㅡ너무 설레요 흑흑 마크리ㅠㅠㅠㅠㅜ자까님 언제든 오세요 사댱합니다💚💚💚
4년 전
독자10
허엉 왜 말을 못하니... ㅇ ㅙ 말을 못해....ㅠㅠ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11
작가님! 그제 올라온 글을 이제야 읽네요ㅠㅠ
잘 읽었습니당😭👍 언제든 기다리고 이쒀요ㅠㅠ

4년 전
비회원59.94
귤이에요!! 직가님 글은 제 삶의 낙입니다ㅜㅜㅜㅜ
4년 전
독자12
교토맨입..니다...ㅠㅡㅜㅠㅠㅜㅜ흐어어 삽질하는 둘이 너무 슬픈데 좋고 그러네요... 사실 제노도 포기할 수 없어요 난 영원히 삼각을 파야하는 운명... 흑흑 왜 왜 민형이도 여주도 모두가... 바보야... 왜 말을 모대...
4년 전
독자13
흑 데요요입니다 현생에 치여 그동안 못들어오다가 덫 보니까 살맛나네요ㅠㅠㅠㅠ 마크리입니다 이건 마크리 주식사요 제노야 미안하다 난 스위티다
4년 전
독자14
작가님 글은 언제나 좋아요 ㅜㅜ 잘읽고갑니다
4년 전
독자15
하 전개를 위해서 잠시의 고구마도 참아보겠습니다 여주야 마끄리는 그렇게 멀리가지 않았오 츄라이 츄라이...
4년 전
비회원155.43
머리땅땅이에요 아니.. 여주는 바보야 왜 고걸 망설이구 있어 ㅠㅠㅠㅠ 복장터지고 속상해 죽는 줄 알았네요
4년 전
독자16
쩗쭓쫣) 민형이가 화나는 게 당연하지요 분명 얘도 마음이 있다 생각해서 말을 했는데 잘 모르겠다고 하면 나를 가지고 노는 건가? 싶기도 할거고 여주가 백번이고 천번이고 잘못한거네요 근데 울 민형이는 여주를 너무 좋아해서 저러고 있네요ㅠㅠㅠ
4년 전
독자17
여주 바보야 ㅠㅠㅠㅠ 좋다고 말해야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18
에구 어떻게 해.. 울 와기... ㅠㅠ..... 얼른 받아주렴 여주야 ㅜㅠ... 흐린 눈으로 봐도 너네 쌍방이다.. ㅠㅠ 에구.. 이러면서도 제노를 모른 척 할 수가 없 ㅠ 어 ㅠ 요 ㅠ 그럼 우리 제노는 어떻게 하는데... !!!!!!! ㅠㅠ 그러니까 옆에 찰싹 달라붙어있어야쥐 제노야.. 앗 그리고 저 오웅스윝희예요!!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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