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떴다! 조용히 해!
시장 바닥 마냥 시끌했던 연습실 내부가 단숨에 조용해졌다. 끼익, 삐잉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연습생들은 흡사 지옥문 열리는 소리같다며 잠시 소근거렸다. 삐잉은 정숙함 속에서도 티끌만한 소근거림을 잡아 눈초리를 세웠다. 연습생들은 정숙에서, 이제는 침묵으로 가라 앉았다.
-연습실에서 즐겁게 연습하는 거, 좋죠.
-...
-그런데, 여기 데뷔하려고 모인 사람들 아니예요? 나같음 남들 떠들 때 더 독하게 연습해서 치고 올라갈텐데.
-..
-한가하시나봐요, 모두?
삐잉의 독설에 연습실의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삐잉은 쓰고 있던 비니를 벗었다가, 머리를 정리하고 다시 썼다. 그리고 분위기보다 더 싸늘한 눈빛을 하고 모두를 훑었다. 연습생들은 오금이 저려오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우리, 잘 좀 해보자구요. 잘 좀.
그 말을 끝으로 삐잉은 특유의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연습실을 떠났다. 연습생들에게 깊은 잔상을 남기고, 그렇게 유유히 떠나갔다. 이어진 정적 속에서 누군가가 볼멘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어린 나이에 성공하면 뭐해, 성격이 저 지랄인데.
누군가 맞장구를 쳤다.
-맞아. 존나 얼음 프로듀서.
엘사보다 더 차갑다는 전설의 얼음 프로듀서 삐잉이 모든 연습생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인 것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이야기이다.
사실은 여린 YG 레전드 얼음 프로듀서가 아이콘 맡는 썰
-어, 삐잉아. 왔니?
-네, 사장님. 안녕하셨어요?
양사장님이 삐잉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삐잉은 그런 모습을 보며 동료 작곡가들이 그를 무서워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삐잉은 양사장님이 자신에게만 유독 친절한 것은 전혀 눈치를 못채고 있지만. 삐잉은 양사장님이 권유하는대로 그의 맞은편 쇼파에 앉았다.
-삐잉아, 내가 너 엄청 아끼는 거 알지?
-네, 당연하죠.
-내가 너 처음에 유투브에 자작곡 영상 뜬 거 보자마자 너한테 연락 넣고 미친 듯이 따라 다녀서 그렇게 너 잡았잖아.
-ㅎㅎ.. 그때는 학생 때라 진로를 갑자기 정하게 돼서 혼란이 와서 그랬죠..ㅎㅎㅎㅎㅎ
-그래, 그 후로 기대만큼 잘해주고 있고. 다른 경력 많고 나이 많은 프로듀서들이나 연습생들한테 무시 안 당하려고 네 그 순한 성격도 없애가며 살아남아준 것도 정말 고맙다.
-오늘 무슨 날인가, 사장님 왜 이러세요..ㅋㅋㅋ
-처음 봤을 때 네가 눈에 선하다. 너 진짜 잘 웃고, 활발하고, 표정도 많던 그런 애였는데.. 벌써 4년이 지났네.. 내가 많이 미안하다.
삐잉은 양사장님의 말에 울컥하고 눈물이 날 뻔했다. 맞다, 삐잉은 5년 전만 해도 그저 음악 좀 잘하고, 남 얘기 잘 들어주고, 잘 웃고, 친절한, 그런 아이였다. 그런 열일곱 소녀가 막상 음악계에 발을 들였을 때, 사람들의 텃세와 무시, 비웃음이 쏟아졌었다. 삐잉은 충격을 받았고, 상처를 받았지만, 기묘한 승부욕이 들어 그곳에서 이겨내고야 말겠다고 생각했다. 만만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표정도 없애고, 다정함과 부드러움이 묻어있던 말투도 딱딱하게 고쳤다. 성격도 싸늘하고, 까칠하게, 남들이 차갑게 볼 정도로 바꿔내고, 그저 싸가지 없는 프로듀서로만 남지 않게 새벽같이 작업하고, 또 배우고. 한 삼년 간은 4시간 이상 자 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걸 양사장님이 알고 있었다니. 삐잉은 뭔가 보상받은 듯한 기분을 느끼며 고개를 떨궜다.
-그래서 말이야, 이번에 새로 데뷔하는 애들 알지. IKON.
-네.
-걔들, 네가 한 번 프로듀싱 해볼래?
-...네?
*
-야. 들었냐.
비아이와 수근거리던 진환이 총대를 멘 듯 입을 열었다. 제법 근엄하게, 야. 들었냐. 하고. 그 말에 저들끼리 놀고 있던 아이콘 멤버들이 진환에게 집중했다. 시끌벅적하게 뭐요, 뭐요?하는 모습이 영락 없는 비글같았다.
-우리 프로듀싱하시게 될 분 있잖아.
-누구신데요?
-그.. 이삐잉이라고.. 알지?
-...
-그분...이셔...
-설마.. 레전드 얼음 프로듀서 이삐잉..?
-그..그래도 그 분 실력 하나는 정말 좋으시잖아!
진환이 분위기를 띄우려 한 말에도 멤버들의 반응은 거무죽죽했다. 마치 앞으로의 고난과 역경을 모두 예상하고 있는 사람들처럼.
첫글이네용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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