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가 스트레스 받으면 위염이니 두통이니 과호흡이니 잘 오는 사람인뎈ㅋㅋㅋㅋㅋㅋㅋ
친구들이 너 전생에 개복치 아니었냐고 하는 말에 영감을 얻어 쓰게 되는 개복치 수인 썰
![[iKON/구준회] 개복치 수인 여주X속 터져 죽을 것 같은 재규어 수인 구주네 0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20713/c18674947a65170148620e5b6853c99f.gif)
여주는 이리 보나, 저리 보나, 딱히 아프게 보이는 인상은 아니었다. 좀 창백한 얼굴이 그럴싸해보일 때도 있지만, 아무튼 외관 상 작지 않은 키와, 시원 시원한 이목구비나, 쭉쭉 뻗은 다리같은 부분 때문인지 자주 무쇠체력, 운동신경만렙 등으로 오해 받곤했다. 실제로 운동신경과 힘 하나는 죽여주지만.
아무튼 그녀에게 특이한 점이라면 -개복치 수인이라는 것이다. 수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그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들이 이제는 거의 없는 시대이다. 오히려 몇몇 수인등은 그들 특유의 특별한 능력을 인정 받아 사회적으로 더 잘 되는 케이스도 많다. 하고자 하는 말은, 수인도 일반인이나 다름 없다는 말이다. 다만, 좀 특별한 사람으로 취급받을 뿐이지.
여주는 개복치 수인이라는 것을 꽤 좋게 생각하지는 못했다. 개복치를 닮은 시원 시원하면서도 귀엽고 앙증맞은 외모는 마음에 들었지만, 걸핏하면 스트레스로 복통 두통 과호흡증상, 심하면 기절까지 하는 자신이 싫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예민했던 자신은 - 꽤나 스트레스를 잘 받는다는 점도 싫었다. 횡단보도에서 초록불이 7초 남았을 때, 건널까 말까 고민하는 걸로 스트레스를 받아 과호흡 증상이 일어나 가방에서 급히 호흡기를 꺼낸 정도라면, 말 다했겠지.
그런 그녀에게 연애란, 상상하지도 못할 미지의 세계같은 것이었다. 평소 성격이 쾌활하고 붙임성이 좋은데다, 제법 터프한 면도 있는 그녀는 나름 인기가 많았다. 고백이나 대쉬도 여러번 받았지만, 연애할 때 받을 스트레스를 미리 예상한 것 만으로도 기절한 그녀에게 연애는 공포의 대상같은 존재였다. 나도 연애란 걸 해보고 싶긴 한데.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어쩐지 배가 살짝 아릿해 오는 느낌을 받아서였다. 안돼, 스트레스 노노노. 여주는 고개를 저었다.
연애하여라, 개복치!
"한빈아, 나 사랑에 빠진 거 같아."
어느 날 여주가 한빈에게 말을 걸어왔다. 한빈은 소름 끼치는 표정으로 ...니가? 라고 말했고, 그 대가로 뒷통수를 세게 후려 맞았다.
"그 사람만 보면, 마악 심장이 뛰고, 그런 거 있잖아. 기절해버릴 것 같은 느낌."
"그런 느낌은, 음... 너만 알 걸."
여주의 사나운 눈초리가 한빈을 마구 때려댔다. 하지만 한빈은 아랑곳 않고 제 할말을 다 했다. 끝낸 후 뿌듯한 표정을 짓는 것도 잊지 않고. 한빈은 놀리긴 했지만 여주가 불쌍하기도 했다. 연애하는 걸 겁내하다니. 이럴 때 보면 개복치는 개복친가. 저번주에는 '살아남아라 개복치' 게임이 출시 된 거 알고 빡쳐서 구급차 실려갔다던데. 씨발!!! 이 회사 내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할거야!!!! 고레고레 소리지르던 여주와 소녀같은 느낌으로 볼을 감싸는 여주가 겹쳐보이며 소름이 끼쳤다. 저거 저거, 겉보기는 아주 호랑이야, 호랑이.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니까.
"뭘 꼬라."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싱겁기는."
...저게 무슨 개복치냐고요.
*
단정하게 잘린 머리, 넓은 어께를 따라 보기 좋은 선으로 내려오는 등과, 탄탄한 다리, 허벅지! 허벅...! 숨이 막혀오는 걸 느끼며 여주는 호흡기를 챙겨오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주변에 보이는 검은 비닐봉지를 입에 가져다 댔다. 후욱- 후욱-. 주네 선배는 저한테 너무 위험한 존재에여.. 여주는 벽 뒤에서 검은 비닐봉지를 입에 대고 준회를 훔쳐보고 있는 자신이 얼마나 변태같은지 아직 인지하지 못한 모양이다. (방금 전 과호흡증상으로 인해)살짝 풀린 눈과, 부풀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는 검은 비닐봉지, 그리고 비닐봉지가 움직이며 나는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오해할 소지가 차암... 다분했다.
홱, 준회는 어디선가 느껴지는 시선에 뒤를 돌아 보았다. 재규어의 감이라 해야되나. 예상 적중으로 벽 뒤에 자신을 쳐다보는 귀염상의 큼직한 이목구비를 가진 여자애가 보인다. 몇주 전부터 저러던데 ...해파리같이 부풀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는 검은 비닐봉지로 코,입을 막은채로. 여자애는 꽤나 놀란 듯이 눈이 댕그래졌다. 준회가 귀엽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여자애는..._ 넘어갔다. 뒤로. 짝남 앞에서 기절 축하해요, 개복치!
*
씨이발, 개복치 씨이발... 여주는 딱 죽고 싶었다. 미친, 나는 왜 개복치로 태어나서, 엉엉. 배가 살살 아파온다, 시발... 여주는 준회 앞에서 기절을 하고 준회가 직접! 부른 119에 실려 병원에 왔다. 응급실 씨이발.. 욕 좀, 제발... 옆에서 진환이 뭐라 하던 여주는 무릎에 고개를 쳐박고 아픈 배를 쥐었다. 난 뒤져야 돼, 진짜. 엉엉엉. 쪽팔림을 직접 겪고 난 다음에야 여주는 알게 되었다. 어떤 형태로든, 이 짝사랑을 끝내야 자신이 좀 살 것 같다고.
"..너 이번 달만 몇 번이냐. 여덟 번? 돈도 많다, 임마. 너 요새 왜 이래?"
"쌤, 저도 오고 싶어서 오는 게 아니거든요."
"그럼 왜."
"쌤, 제가요.. 어떤 남자를 좋아하는데 그 남자가 너무 치명적이..! 윽 숨차. 아무튼 너무 치명적이라구요... 어쩔 수 없어요..."
진환은 혀를 찼다. 돌고래 수인인 진환은 머리가 굉장히 좋아 고작 대한민국의 대학병원 교수로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워낙에 욕심 없고 속 시끄러운 거 싫어하는 사람이라 남아있달까. 사실은 몇년 전 전담 환자가 된 개복치녀가 재밌어서 못 떠나고 있는게 제일 크지만. 고작 스물 일곱에 너무 쉽게 높은 위치에 가서 그런지, 여전히 속은 철이 덜 든 진환이었다.
"내가 최근에 들은 얘기 중에 제일 흥미로운데.. 아니, 내가 좋달 때는 싫다며."
"네, 쌤은 시러영."
"하... 그래, 내가 널 데리고 뭐하겠냐."
푸헹, 하고 웃는 여주의 머리를 대충 헤집은 진환이 호흡기 잘 챙겨다니고, 라는 말과 함께 퇴원시켜주었다. 여주는 입을 삐쭉 내밀고 네에, 네에-하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씨이발 개복치 인생 존나 구려... 갑자기 다시 생각난 자신의 흑역사에 이내 다시 침대에 머리를 박았지만.
*
-좀 괜찮아졌어? 15:38
*
15:45 네ㅜㅜ 감사합니당
*
15시 45분, 구준회의 기습공격에 이여주 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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