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비덕후 나 X 나 덕후 준회 |
오늘도 여전히 엎드려있던 준회가 옆의 인기척에 슬쩍 고개를 든다. 왠일인지, 저를 부르지도 않고 시무룩하게 자리에 앉는 @@의 모습에 준회는 고개를 갸웃했다. " 야, 너 뭔 일 있냐? " " 아니 … " " 그럼 뭔데 이건. " 누가봐도 무슨 일 있는 몰골인데, 뭘 숨기려는건지 아니라고 대답하는 모습에 괘씸해져 손가락으로 @@의 눈밑을 훑는 준회다. 아무리 봐도 애가 이상하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준회는 다리를 달달 떨었다. " 어디 아프냐? " " … " " 야 진짜 왜그래? " " 아씨이… 말 못해. " " 뭐? " " 아아, 물어보지마. " " 허 참. 아프냐고 물어본건데도? " " 그런거 아니라고오… " 책상위에 두 팔을 가지런히 겹쳐 엎드리는 @@의 모습에 준회는 속이 답답해 터질 지경이였다. " 와아- 진짜 미치겠네. 아픈 것 같은데 그걸 말해야, " 헐. 설마. … 그렇구나. 여자들의 그, 한 달마다… 매직…한다던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준회는 의자를 덜커덩거리며 일어나 뒷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소란스러운 소리에 엎드렸던 몸을 일으킨 @@가 미처 잡기도 전에 시야에서 사라진 준회다. 헐. 쟤 또 나한테 화난거 아니야? - 그 거리 얼마나 된다고 벗겨지려는 슬리퍼를 이겨내면서까지 달렸다. " 쌤!!!!!! " 문을 쾅 열고 큰 소리를 낸 탓에, 보건실의 몇몇 아이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큼큼, 헛기침을 하곤 선생님께 최대한 가까이 다가갔다. " 쌤. 그거… ㅇ,여자들 생ㄹ…ㅌ,통… 약. " " 뭐? 크게 얘기해. " " 아씨, 생리통약이요! " 아 썅, 겨우 분산됬던 시선들이 나에게로 향했다. 아 진짜 부끄럽다. 귀까지 뜨겁다. 아, 나 그래도 시크한 구준회인데. 여자애들이 쳐다보면서 수근거리는게 보인다. 네, 저 짝녀 생리통약 받으러왔습니다 하하. " 준회 매너 짱이구나? 여자친구 생리통약도 챙기고. " " 아 쌤 진짜. …안녕히계세요. " 그래도 허리까지 숙이며 인사를 하는 준회다. 손에 자그마한 약을 쥐곤 문을 열자마자 다시 슬리퍼를 끌며 교실로 뛰었다. 신발 밑창이 덜거덕거리는데, 아랑곳하지않고 뛴다. 준회는. - 쿵- 큰 소리를 내며 열리는 뒷문에 잘근잘근 손톱을 씹고있던 @@이 고개를 휙 돌려 문쪽을 바라봤다. " 구준회! " 딱히 화나보이는 것 같진 않은 모습에 안도하길 잠깐, 준회가 오자마자 무엇인가를 들이민다. " 자. " 이게 뭐지. 손바닥에 자리한 자그마한 것을 몇 초간 유심히 바라보았을까. …생리통약 아니야 이거? " 으하하하! " 통쾌하게 웃어버리는 @@의 모습에 준회가 오히려 당황했다. 뭐지? 이거 아닌가? " 야, 이거 아니냐? 그럴리가 없는데? 보건쌤이 이거 주셨는데? " " 으하하하- 어떡해 구준회 진짜 웃겨. " " …? " " 아, 나 안아프다고 했잖아 바보야! " 실실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고 말을 이어가는데 앞에서 벙찐 준회의 표정이 웃기다. 눈만 꿈뻑꿈뻑. 아, 구준회 귀여운 면도 있구나. " …아픈거 아니라고? " " 응. 진짜 아닌데. " " 그럼 아침에 왜 그랬냐? " 헙. 이젠 반대로 @@의 말문이 턱 막혔다. 이걸 말해, 말아…? " 너 화낼까봐 말 못하겠어. " " 뭐래, 얘기 안할래? " 짐짓 무서운 표정을 지어오는 준회에 침을 한 번 삼켰다. 에라이, " 아 사실, 어제 아…이콘… 쇼케이스 티켓팅이였는데 실패하고 거의 잠 못잤어… " 예상치 못한 전개에 준회가 다시 멍해졌다. @@는 아무래도 전의 일 때문에 신경쓰이는지 계속 눈치만 본다. 저보다 한참 큰 준회를 눈짓으로만 올려다봤다가, 다시 멀리봤다가. + 아픈게 아니고, 아이콘인가 뭐시긴가 티켓팅 실패… 그렇구나. 다시 사고회로가 정리된 준회가 멍한 눈에서 벗어났다. " 아픈거 아니면 됐다. " 아, 정말로 진짜로. 진짜 아픈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기분좋은 웃음을 띄고 @@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헝크러뜨렸다. 쪼오금 괘씸한데, 미안해서 눈치보는게 또 귀엽기도 하고. 괜히 나 생각해주는 것 같아서 기대도 좀 걸어보고. 와, 구준회 완전 뻑이 갔다 갔어. + 평소와 같은 행동인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었다. 종이 친다며 자리에 책을 꺼내라고 눈짓하는 준회에 어어…그래… 바보같이 대답했다. 뭐지… 준회가 쓸고간 머리카락쪽이 화끈거리는 것 같다. 멍하게 계속 준회쪽을 바라보고있자, 왜 그러냐는 듯 고개를 돌려 나를 보는 준회에 후다닥 정면으로 시선을 틀었다. 준회 모르게 깊게 심호흡도 한 번 하고. 왼쪽 심장께가 근질근질. 괜히 책상에 쓰인 '바비' 글씨를 톡톡 두들겼다. 머릿 속에 바비오빠의 얼굴이 떠오르긴 커녕, 바로 옆에 앉은 애의 얼굴이 몽글몽글 떠오른다. |
| 바비덕후 나 X 나 덕후 준회 (준회는 지금요…) |
" 으흐아 - " 크게 기지개를 켰다. 온 몸이 뻐근하다. 의자에 앉아있는게 이렇게 힘들다니. 거기다 컴퓨터화면만 계속 보고 있으려니 더더욱. 게임한다고 밤 새본 적도 없는데, 현재 시각은 … 새벽 3시 15분. 시계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와 진짜 잠온다. 눈을 치켜뜨며 잠을 이겨내려고 노력했다. 아직 멀었어. 아직. 딸깍,딸깍 똑같은 버튼만 눌러대는 것도 지겨워 죽겠다. 마우스를 잡은 손이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새로고침… 클릭… 새로고침… 클릭… 눈이 또 다시 뻐근해지는 느낌에 느으아아- 이상한 소리를 내며 손바닥을 비비곤 열을 내어 눈에 가져다 댔다. 눈을 눌렀던 압력에 흐릿해진 시야를 고쳐 잡고 컴퓨터 화면을 보는데, " 어? " [ 스탠딩 D구역 61 62 ] " 뭐야 이거. " 꿈이야? 나 그냥 막 눌렀는데? 허겁지겁 책상 위의 볼펜을 집어들고 허벅지를 마구 찔렀다. 아! 와씨 너무 세게 찔렀어. 아 피나는 것같아. 쓰읍- … 헐? 꿈 아니네? " 우, 우와아아아아 !!! " 침대로 몸을 날려 그 긴다리로 침대를 팡팡 내려치며 새우같이 펄떡펄떡 뛰는 준회다. 잡았어! 내가 잡았다고! " @@야! 바비!!! 바비 !!! 보러가자 !!!! " " 아 구준회 미친새끼야 입닥쳐 !! " 헙. 맞다 지금 새벽이지. 누나의 예상치못한 호통에 준회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흐흐, 흐흐흐. 손 틈새로 웃음이 새어나온다. 어깨까지 흔들어가며 즐거움을 만끽하는 준회다. 이 사실을 알고 기분좋아 할 @@를 상상하니까 입꼬리가 아주 귀에 걸린다. 대자로 누워 허공에대고 큭큭. 계속해서 웃음이 새어나오는 준회다. 그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거 해주면 나도 좋고. 통장이 반토막 나는데도 그저 행복하다 준회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결제를 끝마친다. 자려고 누워도 잠도 안온다. 머릿 속에 계속 웃는 @@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내가 이 정도로 너를 좋아한다. 언젠가 내 마음을 알아줄 그 날만 보고 난 이렇게 달릴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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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입냄새 나는 여직원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