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아... 미쳐버리겠네.”
서류들 속에 파묻혀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하던 사내는 책상시계를 보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벌써 6시 퇴근시간을 훌쩍 넘긴 8시 반.
하지만 사무실은 여전히 시끄럽다.
여기저기서 팀장님을 불러대며 사내를 찾았고, 사내는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며 하는 수 없이 다시 부하직원이 가져온 서류를 받아 빠르게 검토했다.
“그러니까 여기 견적을 뽑고나선 리스트가 쭉 나와야한다고 했잖아.”
“아! 죄송합니다.. 다시 해오겠습니다!”
“하...”
몇번을 설명해도 2% 부족한 서류를 가져오는 신입 탓에 부서사람들은 하나같이 사내처럼 한숨을 쉬었다.
‘오늘도 일찍 들어가긴 글렀구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신입을 바라보며 사내는 괜히 쓸데없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모토를 주장한거 아닌가 싶었다.
신입이 들어온 요 한달간 사내는 아홉시 이전에 퇴근해본 적이 없었다.
“자자, 얼른 마무리하고 가자고! 수연씨, 옆에서 재범씨 좀 도와줘요.”
“네, 팀장님!”
부하직원들을 격려한 사내는 다시 책상시계와 그 옆에 놓인 아들 사진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3
“쏜쌩님!!! 안뇽 내일 봐요오~~”
“그래, 레이야. 조심히 가고 내일 보자~”
휴... 이젠 한명 남은건가?
눈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대는 레이에게 웃으며 똑같이 손을 흔들어주고서 짧은 한숨을 내쉬며 돌아섰다
6시도 안됐는데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겨울이 다가오면 이게 안좋다니까
눈 깜빡하면 어두워지니까 말이야
“으.. 역시 저녁엔 쌀쌀하네”
밖에서 묻어온 한기에 부르르 떨며 들어오니
조용히 한쪽에서 장난감을 쌓아올리며 노는 아이의 뒷모습에 옅은 미소를 그리며 다가갔다
아이의 머리에 손을 올려 살살 쓰다듬어주자 아이가 뒤돌아 나를 보며 헤헤 웃는다
“우리 민석이가 오늘도 선생님이랑 제일 오래 보네?”
“헤헤. 선생님!! 이거 민석이가 다 쌓은거예요!!”
주저앉아 민석이와 시선을 맞추고 크게 놀라며 대답했다
“우와~ 엄청 높게 쌓았잖아! 어떻게 이렇게 안쓰러뜨리고 높게 쌓았는지 선생님한테 알려줄래?”
“네!!”
내 반응에 민석이는 코끝을 비비며 에헴, 어깨를 들썩이더니 크게 대답하고는 작은 입술을 열심히 움직인다
작은 입술로 또래들보다 훨씬 또박또박 말하는 모습이 대견해 웃으며 민석이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었다
설명을 다끝낸 민석이가 눈을 빛내며 나를 바라보기에 나는 다시 민석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참 잘했어요~” 하고 칭찬을 해주었다
김민석. 내가 맡고 있는 비글반 아이들 중 한명이다
총 세반에 각각 10명정도 다니는 작은 유치원이지만 그렇기에 각각의 아이들에게 쏟는 애정이 남다르다
부모들도 그런 점이 더 좋다며 많이 문의전화를 해오는 것 같지만 정원이 빠지지 않는 한 원장선생님은 더 이상의 원생은 받지 않았다
10시부터 12시까지 2시간의 짧은 교육을 마치고 나면 점심을 먹고 들은 한두시간 낮잠을 자고난 후 다양한 놀이활동을 한다
틀에 박힌 교육보다 놀이에서 배우는 효과가 더 크다고 생각하는 원장선생님의 방침이었다
덕분에 나도 아이들과 놀며 재밌게 일하고 있고 ㅎㅎ
보통 4시께 아이들이 한두명씩 집으로 돌아가고 저녁 6시가 되면 모든 아이들이 퇴근한 엄마의 손을 잡고 귀가하지만
요새들어 민석이는 저녁 9시가 다되어서 또는 그 시간도 넘어 집에 돌아가는 날이 많다
민석이를 데리러 오는 아버님이 많이 바쁜 모양이다
흥, 그래도 그렇지. 아이를 이렇게 기다리게 하는게 어딨냐?
준수한 얼굴에 항상 헐레벌떡 뛰어오는 민석의 아버님을 떠올리며 콧방귀를 뀌었다
매번 아빠가 데리러오는 것을 보면 이혼가정이나 엄마를 일찍 여읜 것 중 하나일텐데
딱히 자세하게 알아보지는 않았다
알아봤자 내가 민석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고작 지금과 같이 함께 아빠를 기다려주는 정도지..
민석이는 항상 늦게까지 아빠를 기다리면서도 투정 한번 부리지 않았다
혼자서도 조용히 차분하게 아빠를 기다린다
가장 개구져보이는 탱글탱글한 볼을 가지고서 말이다
“선생님! 오늘도 책 읽어주세요!”
“그래, 오늘은 무슨 책을 읽어줄까요~?”
“이거요!”
책꽂이에서 동화책 한 권을 꺼내온 민석에게서 책을 받아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서 읏차, 하고 민석을 들어올려 무릎에 앉혔다
품에 폭 안긴 민석의 머리를 쓰다듬자 민석이 꺄르르 웃는다
윽... 이게 바로 살인미소인가...
몸을 부르르 떨다가 민석이를 꼭 안은 채 몸을 흔들었다
미운 5살이라고 불리는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민석이는 항상 의젓했다
끄응.. 민석이 같은 자식이라면 몇명이고 낳고 싶어져
보통 장난감에 환장하는 아이들과 달리 민석이는 책을 엄청 좋아한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면 민석은 항상 뒤로 물러나있다가도
책을 마주하면 180도 바뀐다
천연덕스러운 고집쟁이로 말이다
특히 누군가 책을 읽어주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그렇다고 아무때나 책을 읽어달라 조르는 것도 아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아이들이 다 돌아가고 아빠를 기다리던 민석이는
나와 둘이 남게 됐을 때 머뭇머뭇하다가 고사리같은 손으로 책을 꼭 쥔 채 수줍게 나에게 들고왔다
처음 그런 민석이가 너무도 이뻐서 볼에 뽀뽀를 해가며 읽어주었더니 그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계속 들고와 책을 가져와 읽어달라 했고
덕분에 아빠를 기다리는 것을 슬퍼하지 않는 것 같아 나도 즐겁게 책을 읽어주곤 했다
오늘 민석이가 들고 온 책은 해님달님
오늘만 아니라 민석이는 종종 이 책을 골라 가져왔다
오늘까지 벌써 5번째다
“민석이는 이 책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엄마가 처음 읽어준 책이에요! ”
“아, 그렇구나.. 자, 그럼... 오늘도 해가 밝았습니다~
오누이가 눈을 비비고 일어나자 오누이의 어머니는 오누이에게 집을 잘 지키고 있으라고 당부한 뒤 집을 나섰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엄마 얘기를 꺼내는 민석이 때문에 오히려 내가 더 당황한 것 같다
황급히 책을 넘겨 내용을 읽어주자 민석이는 책을 빤히 바라보며 집중했다
어흥어흥~ 떡 하나 주면 안잡아먹지!
과장되게 연기를 하면서 책을 보고있는 민석이의 어깨를 덥썩 잡았다
민석이 어깨가 움찔하더니
곧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돌린 채 나를 바라본다
“푸흡, 선생님. 뭐에요, 그게!”
“어라? 민석이 안 놀랐어요?”
“당연하죠! 난 남자니까!”
크흡, 이번엔 내가 웃음이 터질 뻔 했다
안되지, 안되지. 순수한 아이의 동심을 깨버리면 절대 안되지
눈을 반짝이며 남자는 강해야한다고 아빠가 그랬어요! 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는 민석이를 보며
알지도 못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계속해서 동화책을 읽어주는데
호랑이가 떡을 다 먹고 난 뒤 오누이의 어머니까지 잡아먹는 내용이 나오자
갑자기 민석이는 발끈했다
갑자기 민석이는 발끈했다
5번을 읽는 동안 한결같이 같은 내용에서 발끈하는 것이다
“이 나쁜 호랑이!”
“민석아?”
“선생님! 제가 크면 나중에 꼭 호랑이같은 사람 꼭 혼내줄 거예요!!!”
“정말? 그럼 우리 민석이는 크면 멋진 경찰이 되겠네?”
“경찰이요?”
왜긴, 잘생긴 경찰 좀 만들어보려고... ㅎㅎ
왜 하필 경찰이냐고 묻는 민석이를 바라보며 실없는 생각을 한 나는 키득키득 웃으며
실제론 제대로 대답을 해주었다
“멋진 경찰이 나쁜 악당들을 다 잡아주니까 그렇지~”
“헤에... 그럼 저 경찰 할래요!”
“그래그래, 꼭 멋진 경찰 되서 선생님도 지켜줘야한다?”
“네! 선생님 내가 꼭 지켜줄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귀엽다니까, 정말
우렁차게 대답하는 민석이를 보며 흐뭇하게 웃어주고는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저기...”
“아!”
“아빠!!!”
책을 다시 읽으려는데 문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와 민석이는 책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익숙한 목소리에 민석이는 용수철처럼 내 무릎에서 튕겨져 나와 제 아빠에게 뛰어안겼다
단숨에 민석이를 안아 한쪽 판에 얹힌 민석의 아버님은 내 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많이 바쁘신 모양인데”
“아, 네.. 요새 좀..”
“다행이죠? 민석이가 울지않고 의젓하게 잘 기다려줘서”
“아...”
얼굴 가득 미안함을 담고 사과를 하는 아버님에게 고개를 저으며 민석이를 칭찬하니
아버님은 민석이를 바라보다 민석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빠 품에 안겨 헤헤, 행복한 웃음을 짓는 민석이를 보니 나에게도 옅은 웃음이 흘러나온다
“오늘도 저때문에 퇴근이 늦어지신 건가요..?”
“네. 그런 셈이네요.”
내 별명이 예전부터 단호박이었거든
조심스럽게 묻는 아버님에게 역시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니
크게 당황한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웃음을 터뜨리며 농담이라고 넘기긴 했지만
유치원을 떠나는 뒷모습의 어깨가 축 늘어진 것을 보아 내 말에 꽤나 신경이 쓰이나보다
마지막으로 민석이까지 집으로 돌려보낸 나는 몸을 쭉 늘이며 기지개를 켰다
내내 찌뿌둥했던 몸이 두두득 소리와 함께 뼈가 맞춰지며 개운하다
시계를 보니 9시 반.
퇴근시간은 훨씬 전에 지나 이미 밖은 껌껌했다
오늘은 유난히 늦은 것 같다
아까 진짜 한마디 할껄 그랬나봐
이보다 더 어두워지긴 할까 싶었지만
그래도 빨리 집에 가서 쉬는게 좋을 것 같아 부랴부랴 짐을 챙겼다
아까까지 매고 있던 노란 앞치마를 고이 접어 옷장에 넣어두고 두툼한 야상점퍼를 둘러입었다
운동화를 꾸겨신으며 나와 문정리를 꼼꼼하게 마친 나는 정문에서 걸음을 멈추어야했다
“선생님!”
“어라? 민석이?”
“헤헤. 내가 선생님 데려다줄게요!”
헤어진지 꽤 됐음에도 유치원 앞에서 나를 향해 뛰어오는 민석이를 보고 의아했다
슬며시 벽에서 튀어나오는 민석의 아버님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어두워서 혹시라도 위험할까봐요.”
“네?”
“저희가 데려다드릴게요.”
아.. 난데없는 제안에 눈만 꿈뻑꿈뻑
어느새 내 손을 꼭 잡고 끌어당기는 민석이를 보며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민석이를 가운데 두고 걷던 중 민석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오늘 배운 따끈따끈한 신곡이였다
나는 미소를 머금은 채 민석이를 따라 노래를 불러줬고
아버님은 그런 우리 둘에 당황했는지 멀뚱히 바라보다가 이내 웃으며 노래에 맞춰 박수를 쳐준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자 아버님은 민석이 머리에 큰 손을 올려 쓰다듬으며 칭찬을 해주었다
그러다가 나를 힐끔 바라보길래 왜요? 하고 쳐다보았더니
자신의 손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엄지를 척 치켜들고선
“선생님도 잘 부르셨어요”
하는 한마디에 멍때리다가 풉, 웃음을 터뜨렸다
“민석이 아버님, 생각보다 센스가...”
하긴, 모른 척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해도
그것 나름대로 난감했겠지?
내가 어떻게 반응해주겠어 그런 상황에서 ㅋㅋㅋ
“김준면입니다.”
“네?”
“제 이름말이에요. 자꾸 아버님이라고 부르니까 괜히 저만 늙어보여서요.”
“아... 올해 몇세신데요?”
“33살입니다.”
“... 많네요, 뭐”
다짜고짜 이름을 말하는 아버님때문에 적잖이 놀랐다
그것도 진지한 표정으로 이유를 대며 말하니까 괜히 내가 다 민망해졌어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나이까지 물어봤는데
많네 뭐....
나보다 5살이나 많잖아
.......
그래.. 사실 이 나이에 5살정도는 큰 차이는 아니지만!!!
그래서 뭐, 뭐 지금 나더러 이름으로 불러달라는 건가?!
내 대답이 충격이었는지 민석이 아버님, 그러니까 김준면은 발끈하며 나에게도 똑같이 물었다
볼을 긁적이면서 조금 작은 목소리로 대답을 했고,
웬일인지 김준면은 놀란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불길한데..
“조금 충격이네요. 나랑 한두살 차이 날 줄 알았는데”
“네에?! 잠깐만요. 제가 그렇게 노안인가요?!”
불길한 마음은 왜 항상 맞아떨어지는 건지
김준면의 말에 나도모르게 발끈해 큰소리를 내버렸다
그런 내 반응에 김준면은 멍하니 나를 바라보다가 푸흡, 웃으면서
“장난입니다, 장난.”
빠직.
이 양반이 지금 나랑 장난하나..
“김준면씨, 되게 재미없거든요?”
“어? 지금 이름으로 불러준 거 맞죠?”
“왜요? 불러달라면서요.”
“이렇게 금방 불러줄 것 같진 않았는데. 한결 마음이 편해졌네요”
이상한 사람이야, 진짜
이름 한번 불러줬다고 이렇게나 이쁘게 웃는 사람은 또 처음봤다
난 또 왜 그 웃음에 괜히 들어줬나? 하고 심술 맞은 생각을 하는건지
괜히 입술을 삐쭉이며 고개를 돌렸다
내내 가만히 있던 민석이 하품을 쩍 하며 아빠를 보챘다
와, 민석이가 보채는 것도 처음보네
오늘따라 신기한 광경을 많이 보는 것 같아 민석이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니
민석이를 업어준 김준면은 피식 웃으며 나에게 설명을 해준다
“민석이가 잠에는 약해서요. 졸릴 때만 이렇게 칭얼거리니 그것도 좀 걱정이에요”
“아아...”
그러고보니 유치원에서는 잠을 자는 시간이 항상 정해져있어서 그런지
졸려하는 민석이를 보는 것도 처음인 것 같다
아빠 등 뒤에 업히자마자 새근새근 자는 민석이를 바라보며 역시 애는 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저렇게 아빠 품이 가장 편안할 때가 있었는데...
민석이를 너무 열심히 봤나?
민석이가 사라진 거리만큼 김준면과 가까워져버려 어떻게 할까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신경쓰지않기로 했다
그래봤자 선생님과 학부모인 사이일 뿐이다
너무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
“민석이가 항상 의젓해보이려고 하는 것 같아서 오히려 안쓰러울 때가 있어요”
“아... 저도 알 것 같아요.”
조심스럽게 아들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는 김준면에
나도 유치원에서의 민석이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찍 엄마랑 떨어져 살아서 그런가봐요.”
“네...”
가정사까지?
이런걸 잠자코 듣고 있어도 되나 싶었지만 힐끔 바라본 김준면의 표정이 너무도 진지해서 그의 말을 끊어낼 수가 없었다
다행히 김준면도 자세한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요새 집에 와서 유치원 얘기하다가 정말 아이같은 표정을 보여서 깜짝 놀랐어요”
“?”
“선생님 얘기를 할 때요. 우리 애가 선생님 얘길 할때면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빛나더라고요. 진짜 5살 애기처럼”
민석이 진짜 5살 맞아요, 민석이 아버님...
그만큼 민석이가 어른스럽게 행동해왔다는 뜻이겠지
“선생님과 이런 얘기를 했고, 이런 놀이를 했고, 말할 때면 나도 만들어내지 못한 민석이의 얼굴을 만들어준 선생님이 참 궁금했어요.”
“...”
“그리고 정말 감사합니다.”
“...”
“사실 이 말이 하고 싶어서 기다린 거예요. 순수한 우리 아들은 선생님 지켜주자는 제 핑계를 철썩같이 믿고 있지만...”
일하다가 느끼는 보람이라면 바로 이런걸까?
진심을 다해 아이를 대하고 그로 인해 부모님에게 진심이 담긴 인사를 받는다
괜히 찡한 가슴이 쿵쿵 뛴다
아마 내 볼도 약간 불그스름해졌겠지
고개를 돌려 코끝을 비비며 훌쩍거렸다
어느새 집 근처에 도착해 우뚝 멈춰섰다
내가 멈춰서자 김준면도 따라 멈춰선다
이제 거의 다왔다며 돌려보내려고 했는데 한사코 집앞까지 가자고 하는 김준면이 왜이렇게 답답할까
끝내 옥신각신에서 승리를 거두고 김준면을 먼저 돌려보냈다
멀어지는 김준면을 바라보며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겼다
아 맞다
“김준면씨!”
“?”
“ㅇㅇㅇ에요”
“네?”
“전 아직 안알려줬잖아요. 제 이름이요. ㅇㅇㅇ라구요.”
“아... 네..”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모처럼 웃으며 하는 자기소개에 김준면도 곧 따라 웃었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꾸벅 인사를 하면서
“조심히 들어가요. ㅇㅇㅇ씨.”
라는 말과 동시에 다시 뒤돌아 걷는 김준면이다
그리고...
“어머?”
언제 일어났는지 뒤로 고개를 돌린 채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보이는 민석이 때문에 잠시 제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
“아빠!”
흠칫.
뒤에서 활기차게 들려오는 민석의 목소리에 준면은 흠칫 놀랐다.
언제 깼건지, 깨어난 애가 맞는건지 너무나도 목소리가 활기차서 의아하지만 준면은 미소를 지으며 내려달라는 민석이를 사뿐히 땅에 내려주었다.
헤헤, 웃던 민석은 준면의 손을 꼭 잡은 채 물었다.
“아빠, 우리 선생님 정말 이쁘지?”
“응? 아... 응. 이쁘더라...”
준면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니지, 얼떨결은 아닌가? 방금까지 함께있던 민석의 선생님을 떠올리며 준면은 옅은 미소를 띄었다.
ㅇㅇㅇ.
이름도 꽤 이쁘고...
사실 자기의 이름도 알려줄 지는 준면도 몰랐다.
꽤 이쁘게 웃으며 이름을 말해주던 ㅇㅇ를 떠올리며 준면은 피식 웃는다.
아! 순간 준면은 자신의 생각에 놀라 고개를 휙휙 저었다.
민석은 늦은 시간의 아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쌩쌩하게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우리 선생님이 너무 좋아!”
“아빠보다?”
“응!!!”
선생님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민석이가 귀여워 던진 질문에 준면은 생각지도 못한 충격을 받았다.
고민도 하지않고 아빠가 아닌 선생님을 선택한 민석이었다.
준면이 망연자실하여 민석이를 내려다보자 그 시선을 눈치챈 민석은 헤헤, 웃으면서도 대답을 바꾸지 않았다.
이런 점은 뚝심있는 아빠를 빼다닮았으니까.
선생님은 책도 잘 읽어주고 내 얘기도 잘 들어주고, 또 아빠보다 그림도 훨~씬 잘 그리는걸!
한껏 선생님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던 민석은 입가에 검지를 갖다댄 채 시무룩하게 중얼거렸다.
“선생님이 우리 엄마면 좋을텐데...”
“뭐?”
“아빠! 우리 엄마가 선생님이 됐으면 좋겠다!”
아빠를 놀리려는건지 빽 소리를 지르며 웃던 민석이는 집 앞에서 후다닥 뛰어 집 안으로 쏙 들어갔다.
혼자 집 앞에 남겨진 준면은 그런 민석의 말에 넋이 나갔다.
워낙 선생님을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민석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줄이야...
새삼 다시 ㅇㅇ의 얼굴을 떠올린 준면은 낯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며 고개를 열심히 저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그리고 동시에 떠올렸다. 이 세상에 말도 안되는 일은 자주 일어난다는 것도.
세번째 味 [짠맛] 짭조름한 김준면
*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세번째 맛 준면이까지 왔네여
이번에는 댓글이 달려서 깜짝 놀랐어요!!!
사실.. 또 없을 줄 알아거든요... ㅠㅠ 감덩
덕분에 재밌게 뒷편 쓰고 있습니다!!
댓글써준 독자들 사랑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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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