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준회랑 사고침 01 우리는 과에서 꽤 유명한 CC였다. 얼마전까지는 정말 동화처럼 신입생환영회날부터 누가먼저랄것도 없이 서로 첫눈에반해서 나름 만족스러운 연애도했다. 비록 둘다 자존심만 더럽게 세서, 먼저 고백하지도못하고 주위에서 서로 눈치만보다가 다섯달이나 보냈지만 나쁘지않았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말하는 꿈같은연애가 자기야 사랑해~하는 연애였다면, 우리의 연애는 야, 웃기지마 하는 연애였지만 구준회와 나에게는 이게 꿈같은연애였고 달콤한연애였고, 행복한연애였다. 우린 붙어다니는 시간만큼이나 싸우는시간도 많았고, 하루에 한번이라도 싸우지않은날엔 뭐가 그렇게 불만이었는지 한번도 싸우지않았다는이유로 싸운적도있을 정도였지만, 사소하지못한일로 크게싸웠을 경우가 아니라면, 한두시간정도지나면 미안하단말없이도 줄곧 다시 잘 지내곤했다. 그래서 더 친해지기도했다. 1학년으로 같은 때에 입학했지만, 준회는 군입대로인해 아직도 2학년 복학생이고 나는 3학년이 되었다. 준회가 재대했던날. 그러니까 2주전 "민간인된거 축하해!" "무슨 축하까지" 나의 장난섞인 축하에 준회는 왠지 쑥쓰러운 기색을보이며 웃었다. 준회가 입대하기전에도, 잠시휴가를 나왔을때도 단둘이서하는 술자리는 꽤 자주있었다. 그래서 둘다 술에 쎈편은아니라는걸 알았고 한명이 마시면 한명은 두세잔정도로 끝내곤했다. 처음으로 단둘이서 술을 마셨던 날 꽤나 고생했기때문이다. 그날은 그 고생도잊어버릴만큼 준회도 나도 기분이 좋았던 모양이다. 준회는 자기만 믿으라며, 이제 술같은거 몇병마셔도 지지않는다며 내 잔을 쉴새없이채웠고, 그게 술에취해 헛소리하는거라는걸 알았는지몰랐는지 나도 잔을 비워내기에 바빴다. 술집에서 "군생활하느라 수고했어", "기다려줘서 고마워. 이제싸우지말자" 그러고 둘이 부둥켜안고 주사부리며 울었던 기억이 얼핏난다. 그다음부턴 준회도 나도 기억해낼래야 할수없을만큼 마셨던거같다. 또렷히 기억나는건 그 다음날 아침 눈을 뜨고 주위를 살폈을때 우리집이아닌 준회의 자취방이었다는것과 침대밑에 옷가지들이 널부러져 있었다는것. 하나 더하자면 준회도 나도 꽤나 놀랐다는것. 서로를 사랑하지않고, 믿지못해서가아니라 아직 어른이될 준비가 안됬다는 이유로 우리가 결혼을하고 신혼여행을 가기전까지 계획에없었던 진도였다. 말하자면 혼전순결? 이런 말도 나눴던 우리였으니까 장난스럽지만 꽤 진지하게 만나기도했었다. 뭐 어쨌던.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다, 시간을 되돌릴수도없었기 때문에 준회도 나도 그냥 크나큰해프닝으로 여겼고 서로의 잘못이라 누구한명을 탓할생각도없이 그냥 앞으로 조심하자는 말과 끝내버리고 부모님께도 친구집에서 과제를 마무리하다 잠들었다고 대충 둘러댔다. 그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아무일없듯이 준회를 만났다. 조금 달라진게 있다면 준회는 군대도 다녀왔겠다 좀 어른스러워졌다는점? 그래도 싸우지 않을수는 없었나보다. 결국 재대한지 얼마 되지도않아 또 싸워버렸고, 한두시간이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는게 더더욱 문제였다. 서로가 서로를 오해해서 생긴일이었다. 준회는 어디선가 자신이 군대에있을때 내가 다른남자와 썸 비스무리한것을 탔다는 소리를 듣고왔고, 그로인해 예민해진 준회의 태도에 나는 준회가 군대에 다녀와서 여자친구가 식상해진 흔한 남자로 변해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말이 진짜냐고 아니냐고" "그게 진짜겠냐고 아니겠냐고, 나 못믿어? 너 왜그래? 무슨 헤어지고싶어서 뭔가 꼬투리 하나라도 잡아내겠다는 소리로들린다." "니가 가만히있었으면 그런소문이 왜 도는건데?" "그걸 내가 어떻게알아. 어디서 무슨얘길들은건데? 내가 못마땅해? 이제 질린거지? 다른남자들처럼 똑같이. 그래서 헤어지려고 이래? 이유없이차버리면 나쁜놈되니까 그건싫어서?" "무슨 말같지않은소리야 진짜" 정말 심각하게 싸운채로 집에 들어왔고, 싸우더라도 최소 저녁때까지는 같이시간을 보내던 우리였지만 그날은 강의가 끝나자마자 그냥 각자 집으로와버렸다. 말그대로 펑펑울었다. 준회가 변해버렸다고생각하니 기다린시간도 시간이지만, 기다린다고 혼자서 마음고생했던게 억울해서 그랬던것같다. 울다가 울다가, 문득 달력을 살폈다. 준회와 보낸, 그리고 보낼 기념일이 빼곡했다. 그러다가 알게됬다. 생리가 늦어지고있었다는걸 원래대로라면 5일전에 했어야했는데, 날짜를 훌쩍넘겼다 원래 불규칙한편이라 며칠정도 늦어지곤하는 편인데 그래봐야 이틀이었지 이렇게까지 늦어진적은 없었고, 대수롭지않게 넘기기에는 얼마전 준회와의 일도있어서 심장을 애써 쓸어내리며 약국으로 향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전날사준 테스트기를 꺼내들었고, 애석하게도 빨간 두줄이 내눈에 또렷히 들어왔다. ㅇㅇ대학교 실용음악과 11학번 구준회. 타고난 음색도있고, 교수님들사이에서 거물이라며 칭찬과 감탄이 오가던 내남자친구였다. 다시말하면 앞길이 창창한 내 남자친구였다. 그래서 헤어지길 택했다. 뱃속의 아이? 중요했다. 하지만 준회보다는 아니었기때문에. 사랑하기때문에 헤어진다는말을 죽어도 이해못하던 나였지만, 그말이 무슨의미인지 뼈저리고 절실하게 느꼈던 순간이었다. "여보세요?" 연결음이 두번울리기도 전에 준회는 기다렸다는듯 전화를 받았다. 그러고는 믿어주지못해 미안하다며 어색한 사과를 했다. 온몸이 떨렸다. 손도, 입술도, 동공도. 아무말도 못하고 떨고만있는내가 준회눈에 보이기라도 한건지 준회는 대뜸 나에게 만나자고해왔다. 그제서야 나는 정신을 차렸다. "구준회" 뭔가 알아차리기라도 한듯 준회는 아무말도없었다. "우리 이제 그만만나자" "어?" "그냥 못하겠어. 하기싫어" "뭐가? 뭐가 왜싫은데" "너랑 싸우고 울고하는거 다 싫어. 감정낭비하는것같아" 맘에도없는 말을뱉으며 나는 10분동안의 통화로 준회의 마음에 상처를 몇개나줬을까. 내가 지금 길을 터주고있다는걸 넌 알리가 없겠지. 이게 내가 생각하는 나의 최선이라고말하면 넌 그게 무슨최선이냐고 하겠지만 적어도 내생각은말야, 이 아이를 지우고, 너랑 인연을끊고, 없었던일로만들어버리며 동시에 죄책감에 살아가게되더라도, 너를 속도위반으로 여자친구임신시킨 놈만들어서 네 앞길을 막는건 아닌거같아. 눈 꼭감고 나는 이 아이의 엄마로 넌 이 아이의 아빠로 살아간다면, 그럴수있다면 정말 행복하겠지만 가수가되어서 성공하면 나를 찾아와 꼭 품절시켜 버리겠다던 너를 생각하면 내가 떠나주는게, 차라리 너에게 상처가 되는게 맞는걸거라고 믿어 가수가되겠다며 노래하던 너만큼 멋있는사람을본적이 없어서 그러니 부디 원망말고 절망말고 내가 터주는 길따라서 꼭 성공해주길바라 _반응보고 연재할건데, 왠지 이글의 앞길이 막막하네요 :( 그래도 댓글과 응원 부탁드려요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iKON/구준회] 구준회랑 사고침 01 39
11년 전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