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사는 도부자
04
혼자 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시작
어젯밤에 실컷 먹고 자고 일어났더니 월요일이다.
월요일 개객끼야!!!!!!!!!!!!!!!!!!!!!!!!!!!!!!!!!!
고등학생 때만 해도 대학생 때에는 학교 늦게 가도 된다는 게 개꿀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 늦게 가면 늦게 가는 대로 고달프다.
오늘 전공 진짜 듣기 싫다 핵노잼 또 학식이 맛있는 것도 아니야, 대체 우리 학교가 잘난 점이 뭐가 있을까?
그러면서 나는 히터유니버시티가 등짝에 크게 찍혀 있는 돕바의 지퍼를 목까지 올렸다. 그래도 인서울에 사람들이 이름 정도는 들어본 대학이니까 뭐...
너무 가기가 싫어서 가방만 매고 내 방 침대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엄마가 청소기를 돌린다며 빨리 학교나 가란다.
하... 내가 이런 대접을 받다니 며칠 전까지만 해도 벤츠를 탔는ㄷ. 맞아 , 가서 박찬열 개때려야지 진짜, 그놈 시키만 생각하면 내가 아주 그냥 혈압이 올라요.
걔가 샌드위치를 버렸다고만 안했드믄..... 잘 해결 된 일지만 아직도 박찬열이 쓸 때 없이 입방정 떤 것만 생각하면 울분이 치밀어 오른다.
" 학교 안 가?? "
" 아 갈 거야, 왜 이리 딸 못 쫓아내서 안달이야 "
" 비싼 등록금까지 냈는데 빨리 가 "
" 알았어 알았어! "
월요일 아침부터 진한 화장은 아닌 것 같아 대충 눈썹하고 입술만 발라 사람 흉내만 낸 얼굴을 거울로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누가 나한테 대놓고 얼굴로 태클 걸겠어. 태클 걸면 숨통을 끊어야지
" 헐 야 ○○○ 얼굴 봐, 대박이네, 우리 학교 크리스마스 이벤트 몹인줄 "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같은 강의를 듣는 전봇대 브라더스를 마주쳤다.
하, 그래 너가 있었지 박찬열, 그래 너야, 너, 너가 바로, 날로 갈수록 내 수명을 갉아먹는
" 암덩어리 새끼야!!!!!!!!!!!!!!!!!!!!!!!!!!!!!!!!!!!!!!!!!!!!!!!!!!!!!! "
비교적 일찍 시작하는 강의라 사람 없는 강의실에서 돌고래 소리를 질렀다. 초음파 음역대까지 갈 수 있을 거 같은데. 박찬열은 사람 목에서 이런 소리가 나온다는 게 놀라운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나도 놀랐어, 네놈만 보면 이런 소리가 아주 잘 나오더라고
" 니가 맨날 얼굴로 놀리니까 ○○○ 빡쳤네, 작작 놀리라니까 "
그러면서 실실 쪼개는 오세훈, 너도 똑같아, 하지만 그때 입방정 떤 건 박찬열이었으니까 일단 박찬열부터 처단한다.
손에 부들부들 떨릴 때까지 힘을 주고는 박찬열의 팔뚝을 세게 때렸다. 나는 토르다
" 아!!!!!! 존나 아파! "
" 아프라고 때렸다, 아프라고 그럼 간지럽냐? 간지럽냐고!!!! 이 괘씸한 놈아 너는 괘씸죄로 징역살이할 놈이야!!!!!! "
" 야 오세훈 얘 좀 말려봐, 뭔 미친, 여자애가, 그냥 냅두면 나 오늘 초상 치를 듯 "
오냐 내가 상을 주마 초상을 주지!!!!!!!!!!!!!
분이 안 풀려 한 번 더 때리려고 팔을 번쩍 드는데 오세훈이 가볍게 내 목에 헤드락을 걸었다.
" 학교 와서 이게 무슨 행패야, ○○○학생 "
" 놔 봐 오세훈 "
" 흥 훈이 안 놓을 건데 "
미친놈.... 나는 오세훈이 자기를 훈이라고 칭할 때마다 온몸의 힘이 땅 속 깊이 흡수되는 느낌이 든다. 그니까, 힘 빠진다고
" 알았어, 박찬열 안 때릴게, 또 지 친구라고 감싸는 거 봐 "
" 나는 너가 박찬열 죽이고 감옥 갈까 봐 이러는 거야, 훈이는 생각이 깊어서 둘 다 생각해주는 거라고 "
아 네 존나 알겠으니까 이것 좀 놓으라고
씩씩거리던 숨결이 조금 차분해지자 그제야 오세훈이 내 목에 걸었던 팔을 풀어주었다.
손으로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저 강의실 맨 끝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박찬열에게 오라는 손짓을 했다.
" 열이 또 때릴 거야? "
친구는 닮는다고 박찬열이 자신을 열이라고 칭했다. 힘이 빠지기는커녕 속에서 열불이 터진다. 후... 참자
" 알았어, 이리 와봐, 강의 시작하기 전에 너네들한테 뭐 하나 이야기해줄게 있어서 그래 "
내가 먼저 자리 하나를 골라 앉으니 슬금슬금 내 눈치를 보며 내 주변에 앉는 전봇대 브라더스
" 왜, 혹시 샌드위치? "
오세훈이 조심스럽게 먼저 입을 열었다.
" 어 "
너네가 나한테 관심 없다고 샌드위치 버린 거라고 했던 그 도경수 씨
" 와 그 샌드위치 때문에 날 그렇게 때린 거? 뭐 그 남자가 너한테 관심 있대? "
가소롭지도 않다는 미소를 짓는 박찬열, 쟤는 태생적으로 처맞을 짓만 골라서 하는 부분이 타고났나 보네 진짜, 주먹이 징징 운다.
" ... 모르겠어 "
내 대답에 둘은 잔뜩 끌어당긴 의자 등받이에 기대 힘을 쭉 뺀다.
" 아 뭐야, 뭘 모르겠어 야, 뭘 믿고 날 그렇게 때렸냐, 다시 봐서 샌드위치가 너한테 관심 없으면 죽빵 백만대 "
" 지랄하지 말고 이거나 봐 "
나는 나를 무시하는 녀석들에게 어제 한 톡의 내용을 보여줬다. 도경수 씨의 첫 말을 읽던 오세훈은 어, 하며 핸드폰을 뺏어갔다.
한참 핸드폰을 보던 전봇대 브라더스는 이젠 등을 돌려 둘이서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 뭐야? 샌드위치 이름이 도경수? 프사보니까 나는 괜찮은 거 같은데, 찬열아 넌 "
" 이 정도면 잘생겼는데, 저번에 보니까 키는 좀 작아도, 시각 쪽에 문제가 있나..."
" 아니면 ○○○가 돈이 많아 보이나, 아닌데, 알바하는거 뻔히 알면서, "
"... 혹시 고ㅈ "
다 들리거든 이 새키들아
" 내놔 이 도움도 안 되는 것들아 "
둘의 미운 뒤통수를 한 대씩 때려주고 핸드폰을 빼앗았다. 박찬열은 뒤통수를 문지르며 미간을 찌푸렸다.
" 샌드위치가 너한테 관심있는거 맞네, 내일 지구 종말이 오려나 "
" ... "
눈을 부릅떠보였다.
" ... 야 근데 대체 배 아픈 건 어때요 가 뭐고 아프면 연락해요, 수요일까지 기다릴게요. 다 무슨 말이야? 혹시 데이트? "
아... 이것까지 이야기해주면 너무 도경수 씨가 나한테 관심 있어 한다고 티 내는 거 같긴 한데...
" 엊그저께 밤에 치킨을 먹다가 체한 상태로 어제 알바를 갔단 말이야, "
내가 입을 여니 전봇대 브라더스는 예상외의 집중력을 자랑했다.
" 하다 하다가 점심시간 때 되니까 안되겠어서 이모가 집에 가라고 하셨거든, 근데 그때 도경수 씨가 어디 아프냐고 자꾸 졸졸 따라오는 거야 "
쿵, 앞문이 열리고 교수님이 들어오셨다.
둘은 허망한 눈빛으로 교수님을 바라보았고 교수님은 빨리 자리에 앉으세요. 여기 고등학교 아닙니다.를 시전하셨다.
" 야, 너 여기까지 말한 거면 이번 강의 끝나고 우리랑 점심 먹어야 되는 거 알지, 점심 먹을 때 말해 "
오세훈이 자리에 앉으며 작게 속삭였다.
당연하지, 월요일에는 안나 오후부터 와서 같이 먹을 사람 없단 말이야
2시간 동안 나는 대체 무슨 강의를 들은 것인가, 내 전공을 들은 건 맞을까? 전공인데... 내 전공인데....!! 크흡
멘붕상태로 대강 책을 가방에 쑤셔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뒤에서 누가 내 가방을 당긴다.
" 뭐야 "
" 훈이랑 밥 먹으러 가기로 했잖아 "
,,,어 알겠어
오세훈은 내 가방끈을 놓지 않았다. 그냥 강의에 혼을 빼앗겨서 잠시 정신이 없던 것뿐인데 내가 어제 있었던 일을 말하기 싫어하는 줄 아나보다.
" 뭐 먹을래 학식? "
학식 싫어어ㅓ어어ㅓ어!!!!!!!!!!!!!!!!!!!!!!!! 박찬열 너나 먹어!!!!!!!!!
나는 얼굴에 쓸 수 있는 근육은 다 써서 온갖 인상을 썼다.
" 미친... 그럼 뭐 먹어 "
" 크림스ㅍ "
" 크림 파스타 말하면 학교 앞에 무덤 세워드림 "
" 왕돈까스 "
남자 새끼들이라서 그런가 더럽게 느끼한 거 싫어하네, 돈까스는 안 느끼한가? 또 왕돈까스는 콜을 외친다. 콜콜
그럼 갈 땐 가더라도
" 오세훈 가방끈 좀 놔줘 "
" ㄴㄴ "
" 안 도망가 "
" ㄴㄴ "
놔달라구웃....!!
하지만 오세훈은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쳐들어서 그대로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왕돈까스집까지 갔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곧바로 사람들의 눈에 최대한 안 띄고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는 구석자리로 직행했다.
" 이모, 왕돈까스 세 개요 "
박찬열은 혹시 이야기를 하다가 주문받으러 온 아주머니 때문에 이야기의 흥이 깨버릴까 주도면밀하게 착석하자마자 주문을 했다. 나는 치즈돈까스 먹으려고 했는데...
오세훈은 각자의 컵에 물을 꼴꼴꼴 쏟아부으며 말을 한다.
" 자 아까 뒷이야기 시작해 "
이게 뭐라고, 내가 범죄자도 아니고.. 심문 받는 것처럼 해야 하나, 어이가 없어 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 내가 아까 어디까지 말했지 "
" 그 샌드위치가 너 카페에서 나가려고 할 때 졸졸 따라왔던 거 "
오세훈 얘가 이렇게 머리가 좋은 애가 아닌데..;; 아무튼 이야기를 다시 이어나갔다.
" 아 맞아, 도경수 씨가 날 막 졸졸 따라오는 거야. 나는 그냥 지하철역으로 가려고 했다.
근데 갑자기 나하고 나란히 걷더니 병원 가야 되는 거 아니냐고, 그러는 거야, 나는 화장실에서 한바탕하고 나서라 그냥 집에 가서 쉬면 되는데
뭐 병원 가야 되면 자기가 데려다 줄 거야 뭐야, 그래서 내가 힘들면 태워다 줄 거냐고 차는 있냐고 싸가지없게 말했거든 "
" 헐 ○○○ 개건방져 "
" 조용히 해 찬열아 "
나까지 멋쩍어질 정도로 오세훈이 진지해졌다.
" 나는 그래서 도경수 씨가 나한테 실망해서 떨어질 줄 알았어, 그런데 웃으면서 차 있다고 태워다 준다는 거야
원래 안 타려고 했는데 자꾸 따라오면서 태워다 주게 해달라고 그래서 알았다고 태워다 주게 해주겠다고 했더니 가지고 온 차가 뭔지 알아? "
" 티코? "
" 찬열아, "
"알았어 오세훈 존나 예민 "
나는 아직도 어제 그 차의 승차감을 잊을 수가 없다.
" 벤츠야 "
벤 . 츠
딱 그 한 단어에 전봇대 브라더스의 눈이 빠져나올 듯 커졌다. 박찬열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고 오세훈은 정신이 혼미해진 듯하다.
내가 벤츠 탄 게 그렇게 놀라울 일인가, 마침 아주머니께서 들고 오신 왕돈까스를 받아들어 애들 자리에 놓아주었다.
" 벤츠라고? 벤츠남??? "
" 야 무슨 벤츠만 탄다고 벤츠남이야, 성격도 좋아야지 벤츠남이지, "
"미쳤냐 톡 보니까 성격 존나 미카엘이던데 "
박찬열 말 들어보니까 그러네 그럼 도경수 씨 벤츠남인가
" 그래서 벤츠를 타고 집까지 갔다고? "
" 어, 타고 가면서 서로 직장이나 대학도 물어보고 너네 이야기도 했다ㅋㅋㅋㅋ "
" 직장은 어디 다니는데,"
" 그그그그... 어... 뭐냐... 아! 리터소프트 "
나는 혼자 돈까스를 썰면서 우적우적 씹어먹는데 이 녀석들은 도대체가 먹을 생각을 안 한다. 배도 안고픈가봐 그러니까 이쑤시개 소리를 듣지 ㅉㅉ
나처럼 잘 먹어야! 응? 어? 잘 먹어야! ... ( 또륵 )
" 와 미친 진짜 쩐다. 야 ○○○, "
밥 안먹고 뭐하고 있나 했더니 오세훈이 인터넷으로 리터소프트를 검색하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좋은 곳인가
" ? "
" 샌드위치랑 결혼해라 "
지금까지 진지하게 잘 있다가 갑자기 결혼하라니 무슨 개소리인가 싶어 미간만 좁혀 보였다.
" 맞아, 샌드위치랑 결혼해라, 아니 경수형이랑 결혼해라, 너가 안 하면 내가 결혼한다 "
원래부터 또라이란건 알고 있었지만 박찬열 진짜 가지가지 한다. 도경수 씨를 언제 알았다고 경수형이래
" 뭐라는 거야, 난 그래서 고민이라고 "
포크로 썰어 놓은 돈까스 중 가장 큰 조각을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찍어 보였다.
" 그런 잘난 사람이 내가 뭐가 좋다고 따라다니냐고, 나도 처음에는 내가 도끼병인 줄 알았어, "
" 야 뭐가 좋기는 뭐가 좋ㄷ "
" 근데 나한테 관심 가져주는 거 알면서 이 관심은 대체 무슨 관심일까 생각도 들고, 그냥 겨울이라 외로워서 나한테 찝쩍거리는 거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들고 "
한심하다는 억양으로 말을 내뱉는 오세훈의 말을 날카롭게 끊었다.
" 사람 간 보는 거 나쁘다는 거 아는데, 그래도 한 번, 불안해서 한 번쯤, 괜찮을까? "
돈까스를 썰기 시작한 애들은 물음에 동작을 멈췄다.
" 그래서 넌 경수형한테 관심 있고? "
또 경수형이래 박찬열 ㅡㅡ
" 모르겠어, 음 정확히 말하면 완벽히 관심이 생기기 바로 전? "
" 그러니까 너가 갖기에는 아직이고 남 주기에는 아깝다고? 그럼 너는 말이야 "
"..."
" 존나 나쁜년이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군대에 갔다 오니까 ○○○가 이런 고민도 하고 나쁜 여자라는 소리도 들어보고 "
웃어?
으아아아아악!!!!!!!!! 기다렸다가 남자친구 있는 안나한테 상담을 해야 하는 거였어 ,정색을 빨고 위협적으로 포크를 들었다.
" 아 쏘리,ㅋㅋㅋㅋㅋㅋ 그냥 신기해서 어떻게 대학교 오면 다 남친 생긴다던데 너는 안 생겨서 신기했지, 근데 이렇게 생기네, 찬열아 우리도 희망이 있는 거 같아 "
" 암, 그럼 우린 아직 때가 아닐 뿐이야 "
왜 1학년 때 같은 조에 오세훈이랑 박찬열이 있었을까. 그때로 시간을 돌려 교수님의 랜덤뽑기 기계를 조작하고 싶다.
" 야, 아직 남친 아니거든? "
누가 남친이래 아직 엄연히 솔로의 몸인데
" 아직? 아직 남친이 아니라고? "
미친 박찬열 어떻게 말이 그렇게 넘어가게 되는 거지 내가 원하던 건 이게 아닌ㄷ
" 그럼 미래의 남친?ㅋㅋㅋㅋㅋㅋㅋ "
슈발...
" 말하는 거보니까 너도 관심이 없지는 않은 거 같은데, 같이 차 타더니 차 안에서 사랑이 싹피나, 세훈아 우리 차 살래? "
" 콜, 돈 모아서 같이 사자, 좀 잘 빠진 거, 여친 생기면 번갈아가면서 타기 "
끼니도 때우기 힘든 것들이 차는 무슨
" 닥치고 돈까스나 쳐먹어 "
*
경수는 아직도 어제 손을 잡았던 걸 잊지 못 했다. 덕분에 꿈에 그녀가 나왔을 정도로
경수는 일이 손에 잡히지가 않았다.
이번 년도에 사장 아들이라는 하이패스권을 사용해 입사했지만 일은 아래서부터 차근차근 배우는 거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아직 사원직인 경수의 책상에는 서류가 탑처럼 쌓여있다. 업무 면에서는 사장님 아들이라고 봐주고 그런 거 없는 리터소프트, 친히 사장님이 팀실까지 행차하셔서 우리 아들 때리지만 않으면 마음껏 부려먹고 혼내도 된다고 했으니까 팀원들은 회사에서 받은 모든 걸 경수에게 풀었다.
입사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만 해도 한창 의욕이 넘쳐서 버틸만했지만 아무리 인내심이 깊은 경수라도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힘들기 마련이었다.
그 와중에 나타난 게 바로 카페의 그녀, 지금 전봇대 브라더스와 왕돈까스를 먹고 있는 카페 노예, 아니 ○○○ 씨다.
하지만 오늘은 월요일 카페에는 이모님만 계신다.
" 하... "
○○씨는 보고 싶고 일은 안 풀리고,
할 일 없이 볼펜만 똑딱거리는데 바로 옆자리에 있는 자칭 사장님 아들 입사 동기가 파티션 옆으로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 도경수 씨, 요즘 일도 못하고 저번에 과장님한테 완전 깨지고, 무슨 일 있어? "
내가 회사 내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인물 2위 김종인 씨, 1위는 고객지원부서에 있는 이름 모를 어떤 여자 사원, 나를 꾀어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이미 나는 임자가 있는 몸이라...
아무튼 은근슬쩍 저렇게 말을 놓는 김종인 씨가 왜 피하고 싶은 인물 순위권에 드냐면
" 민경 씨는 오늘도 이쁘네요! 옷이 사람빨을 받네"
" 민 대리님! 대리님 머리 바꿨어요? 머리가 찰랑거리는 게, 여신인 줄 "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여자 사원이라는 사원한테 죄다 찝쩍거리는 김종인 씨를 보고 대체 저런 양아치가 우리 회사에 들어올 수 있을까 했는데 예상외로 같은 SKY 라인 대학을 나오고 어학연수에다 각종 프로그래밍 자격증까지 완벽하게 딴 동갑내기 괴물이었다.
당연히 여자 사원들은 설탕 발린 말과 그의 눈 웃음에 헬렐레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고 같이 입사했지만 나는'도경수 씨'라고 불리는 반면 그는 '종인 씨~'라고 불리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물론 지금 나한테 여자는 딱 한 명인데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 그냥 일이 안 풀려서 그렇습니다 "
볼펜을 신경질적으로 놓고는 키보드를 소리 나게 두드렸다. 신경 좀 끄라고
" 겨울이라 외로워서 그래? "
...
" 제가 김종인 씨입니까? "
대체 이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의 정도는 어디까지일까, 다른 사원들은 업무로는 많이까지만 사적인 이야기로 내게 말을 거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골 때리는 사람이다.
" 아, 아니면 아닌 거지, 왜 화를 내고 그래, 요 "
김종인 씨는 내 말이 움찔하더니 투덜거리며 제자리로 간다. 내 주변엔 하나같이..
" 도경수 씨, 입사 한 지 반 년이 넘었어, 근데 이런 기본적인 걸 틀려? 요즘 왜 그래? "
" 죄송합니다 "
부글부글, 속이 끓는다. 이럴 때면 차라리 사장님 파워를 쓰고 싶어질 정도다.
" 종인 씨는 자기 업무 거의 완벽히 다 끝내놓고도 일을 알아서 더 찾아서 한다고, 도경수씨도 그럴 때 됐잖아. 더군다나, . 아니다., 자리로 가봐 "
오늘도 민대리에게 까였다.
종인씨, 종인씨, 종인씨!!!!!!!!!!!!!!!!!!!! 그 놈의 종인씨,
경수는 지금까지 생겨본 적도 없는 권력욕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친듯이 일해서 김종인 씨 아니 김종인을 짓눌러버리자.
경수는 분함을 참지 못한 채 , 자리에서 파일을 뒤적거리다가 옆에 김종인이 숨 쉬고 있다는 게 느껴진 나머지 같은 공기를 공유하기가 싫어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이런 기분일 때 인스턴트커피는 좀 아니고, 경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한참 동전을 짤랑이다가 사이다 하나를 뽑았다.
복도 의자에 앉아 사이다를 한 모금 넘기니 찬 기운이 속을 뚫어줘 좀 살 것 같다.
하 진짜 사무실 들어가기도 싫다.
이럴 땐 ○○씨와 나눈 톡을 보며 위로ㄹ,
" 도경수 씨 "
?
복도 모서리에서 얼굴을 드러낸 사람은, 김종인 씨다.
" 미안해, 요 "
미안하고 뭐고 왜 나왔어요.
아무 말없이 노려보고 있으니 김종인 씨는 내 손에 있는 사이다를 뺏어 꿀꺽꿀꺽 들이킨다. 자기가 좀 뽑아마시지.. 황당하다
" 회사 사람들이 날 더 좋아해서 내가 미안해요 "
...
허, 헛웃음이 나온다. 웬만하면 비속어를 쓰지 말자고 어렸을 때부터 교육받아왔지만 김종인 씨한테는 이 단어가 꼭 필요했다. 미친놈
" 저는 이만 들어가 봐야겠네요 "
" 잠깐만요 도경수 씨! "
여자한테 찝쩍거리는 것도 부족해서 남자한테까지 이러나?
" 진짜 잠깐, 할 말이 있어서 그래요! "
" 진짜 잠깐입니다 "
김종인 씨는 가까이 다가와 내 손을 악수하듯 잡았다. 설마 진짜 게이?
" 우리 좀 친해지자구요. 다른 부서 신입들은 같이 밥도 먹고 그러는데 우리만 이래요, 아무리 경쟁 사회라지만 회사 동기가 이러는 건 너무 섭섭하잖아요 "
" 친해지자고요? "
호소하듯 온갖 울상을 지으며 말을 한다. 내 말에 그는 얼굴에 잔뜩 화색을 띄고는 잡은 손을 흔들어댔다.
" 네! 제가 도경수 씨한테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 톡 보니까 연애전선에 문제 있던 것 같은데 "
" 언제...!! "
" 아, 어떻게 좀 봤어요 "
방금 전 잠깐 그녀와의 톡을 보며 스스로 위로를 하려고 할 때 화면을 뒤에서 본 모양이다. 눈에 망원경을 달았나
왜 마음대로 남의 톡을 마음대로 훔쳐보고 그러는 거야, 급 기분이 나빠져 김종인 씨에게서 억지로 손을 비틀어 빼냈다.
" 됐습니다. 제 연애는 제가 합니다. "
" 그렇게 가다가 연애는 무슨.. 나중에 여자 결혼식 하객으로나 가겠구먼.. "
사무실로 들어가려 하는데 뒤에서 중얼거리는 김종인 씨의 말이 내 발목을 잡았다.
....
내가 그녀의 결혼식 하객으로... 결혼식 하객으로... 하객으로만...
" 안돼!!!!!!!!!!!!!!! "
" 아 깜짝이야, 아니 사람이 말실수할 수도 있는 거지 왜 또 화를 내고 그래요 "
" 뭐가 문제입니까?
너무 흥분한 나머지 성큼성큼 김종인 씨한테 다가가 그의 양 팔을 세게 움켜쥐었다.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프지도 않은지 씨익 웃고는 제대로 손을 밀어 악수를 청했다.
" 그럼 친하게 지내요 우리 "
김종인이 갑, 도경수가 을이 되는 순간이었다.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면 안 될 것 같아 잠깐 사무실에 들어간 그들은 정확히 1시간 후, 휴게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1시간 후, 종인은 경수를 툭 건들더니 눈치를 보다가 허리를 숙이고는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경수는 일하다가 농땡이를 치러 간다는 생각에 가슴을 졸였다.
사실 휴게실에서 놀고먹어도 정해진 일만 다 끝내면 되지만 천하의 사장 아들이 놀고먹는다.라는 소문이 회사 내로 퍼지게 되면 경수의 아빠도 경수도 매우 곤란해지기 때문에 이런 조그마한 것도 조심스러운 경수였다.
종인이 나간 지 3분 뒤, 경수는 겨우 사무실을 빠져나가 재빠르게 휴게실로 뛰어갔다.
" 도경수 씨! "
먼저 휴게실에서 여유롭게 앉아있던 종인이 헐레벌떡 달려오는 경수를 맞았다.
" ... 도와주시는 겁니다.. "
경수는 차는 숨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 당연하지, 누구 부탁인데, "
선수 김종인의 연애 컨설팅이 막을 올렸다.
그동안 그녀와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말하는 경수의 목소리를 배경 삼아 톡을 보던 종인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 무슨 문제 있어요...? "
" 이거 봐, 이래가지고는 진짜 ○○씨 결혼식 하객 신세라니까요? 완전 그냥 대학교 선배 수준 아니야 "
경수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그녀는 분명 자신에게 단골이라고 허니브레드도 주고 날 위로해주고 토닥거려주고 내 차에도 같이 타고 그랬는데... 그렇게 미래를 계획했는데...
" 어떡하죠... "
" 사장님 아드님께서 이렇게 찌질이인 줄은 몰랐네, 좀 더 제대로 들이대요, 번호, 학교, 집 주소 안 거 가지고 뭘 한다고, 찾아갈 거예요? "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다. 그거 안다고 뭣한다고.. 경수는 자신이 나름 상남자답게 잘 물어봤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게 아니라고 하니 허망했다.
" 그럼 지금 ○○씨 하면 딱 떠오르는 생각, "
음..
" ...보고 싶다... 수요일까지 언제 기다리지? "
허공을 보며 중얼중얼 거리는 경수의 말을 듣자마자 종인은 톡에 무언가 쓰기 시작했다.
*
징징윙윙, 식곤증으로 교수님의 자장가를 들으며 스르르 잠에 빠져들려는데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옆에 앉은 오세훈이 일어나라며 턱을 괴고 있는 팔을 쳐서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어떤 놈이 매너 없게 수업시간에 카톡질
...
...???????????????
도경수 씨가 약을 했나?????????
내가 갑자기 왜 보고 싶어, 완전 관심 쩌는데, 어제 차 태워주더니 막 들이대네
일단 답장을 보내주고 옆에서 가만히 앉아 수업은 듣지만 한 귀로 흘리는 오세훈의 팔뚝을 미친듯이 찰싹찰싹 때렸다.
" 아 왜, 샌드위치가 너보고 사귀자고 하냐 "
" 몰라, 이거 봐 봐 "
호들갑을 떨며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자 옆옆에 앉은 박찬열도 고개를 들이민다.
" 헐, 샌드위치 존나 상남자다. 이런 말을 이렇게 갑자기 하는 남자 처음 봐 "
" 야 근데 왜요? 가뭐냐 왜 요가 어떻게 보고 싶다고 하는 경수형한테 왜요라고 보내냐, 너무해 "
" 그냥 빨리 답장하려고 하다 보니까, "
징징, 또 폰이 울린다.
그냥 보고 싶어요.
그 말을 한참 쳐다보던 우리 셋은 또다시 온 톡에 집중했다.
마지막으로 학생인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까지... 존나 젠틀해..!!
" 존나 ○○○ 대박사건, 그냥 보고 싶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얼레리꼴레리! 벤츠남 경수형이랑 썸 탄데요!! "
" 미친놈들아 내놔! "
또 핸드폰을 가져가버린 녀석들 때문에 살짝 큰소리를 내게 되자 주위에 있던 학우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쏠렸다. 나는 조그맣게 죄송합니다..라고 하고는 나를 등지고 앉은 오세훈의 등을 손톱으로 찔렀다.
" 내놓으르그... "
" 아 기다려봐, 우리가 남자라서 잘 알아, 경수형이 받고 싶은 답장은 우리가 잘 써줄게, 너가 쓰면 망해"
" 맞아, 너 사람 함부로 간보면 안돼, 사람 한 번 만날거면 제대로 지인하게 만나야지 "
내가 뭘 믿고 너네들한테 맡기니 이 놈새키들야.. 걍 내놔...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둘이 이마를 맞대고 키득거린다. 진짜 죽여버려....
*
...?
" 이게 뭡니까? "
종인이 보낸 톡을 보던 경수는 어리둥절해했다. 갑자기 ○○씨 하면 바로 생각 나는 걸 말해보라고 하지 않나, 그걸 그대로 톡으로 보내질 않나.
" 도경수 씨 여친 만들어주는데요 "
새침하게 대답하는 종인, 경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녀는 톡 확인이 항상 늦는다. 아마 답장이 오려면 퇴근할 때쯤 올 것이다.
" 됐습니다. 영 아닌 거 같네요. "
경수가 의자에서 일어나려 하자 종인이 다급히 경수를 붙잡았다.
" 아 잠깐 잠깐, 답장은 보고 가야지 "
" 아닙니ㄷ "
부웅부웅- 톡이 왔다. 그녀에게서
종인은 답장을 보고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뻔했다. 보통 이렇게 보내면 여자들은 저도 보고싶네요~ 이렇게 보내던데, 왜요? 라니 도경수 씨는 꼭 자기 같은 여자만 만나네
그리고 직감했다. 이 여자도 분명,
연애고자다.
" 거봐요. 답장 왔죠. 그럼 여기에 또 답장을 해야죠, 왜 보고 싶은 거예요? "
종인의 자신만만한 웃음에 경수는 다시 자리에 착석하는 수밖에 없었다.
" ... 보고 싶은데 이유가 필요하나요, "
오호, 그렇게 안 봤는데 도경수 씨 로맨티스트네, 종인은 흥미롭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답장을 써보냈다.
자, 그럼 연애고자인 도경수 씨의 여자는 어떤 답장을 보낼까 하는데 경수가 화들짝 놀라며 종인의 손에 있던 핸드폰을 빼앗았다.
" 지금 ○○씨 학생인데 수업에 방해되면 어쩌려구요 "
아이고 이 답답한 사람아, 종인은 경수가 답장을 보내는 대로 폰을 달라며 윗부분을 잡고 경수는 안된다며 아랫부분을 잡고 한참을 다투었다.
결과는 경수 승,
" 부잣집 도련님이라서 그런가 고집이 세네, 도경수 씨 "
" 불안해서 안되겠어요 "
" 그렇게 소심하게 나오면 되던 것도 안된다니까? 나처럼, 확! 밀고 나가야지 "
그런 종인의 말에도 경수는 핸드폰을 품에 안고는 도리질을 했다. 기껏 도와준다니까..!! 자존심이 상한 종인이 휴게실을 나가려고 하자
" 어 "
경수가 작게 탄성을 외쳤다.
뒤들 돌아보니 경수의 얼굴은 이미 폭발 직전, 귀가 빨갛다 못해 타버리려고 한다.
" 왜 그래, 도경수 씨 "
핸드폰을 든 채로 굳어있는 경수의 손에서 가볍게 핸드폰을 낚아챈 종인은 시공간이 오그라드는 톡을 볼 수 있었다.
....갑자기 이모티콘에 물결에 기다려달라니, 딱 봐도 이 여자도 나같은 누군가가 있나 보네, 말투 확 바뀌는 거 봐
하지만 그런 톡도 좋다고 잔뜩 부끄러워하는 경수에게 별다른 말을 할 수가 없어 종인은 잘해보라고 하며 휴게실을 빠져나왔다.
지금 경수는 설렘사 할 것만 같았다.
선수 김종인 vs 연애고자 전봇대 브라더스
카페노예가 좋아죽을 것 같은 도경수 X 슬슬 도경수에게 눈길이 가는 카페 노예
*
사담
하이 여러분 리히터예요!
몇가지 이야기 해드릴 것이 있는데요. 첫번째로 여러분도 보시면서 어, 하셨을테지만 구독료가 3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내려갔다는건데요.
사실 구독료부분에 대해서 많이 고민을 했었어요. 여러 작가님들의 구독료도 참고하고 가장 적절한 포인트가 몇일까 생각해서 30포인트로 설정했던건데 다시 살펴보니까
제 소설에 비해서 구독료가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 것 같더라구요. 이런 허졉한 소설에 30포인트라니.. 제가 양심이 없었네요. 일단 지금까지 연재한 것에 대해서는 이미 30포인트를 주시고 읽으신 분들도 있으니 30포인트로 유지하고 이 편 포함해서 앞으로 연재 할 편에 대해서는 20포인트로 설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구독료에 혼란을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한가지는 그동안 제가 자유연재로 주 당 몇 편을 올릴지 몰랐는데 한 주 연재해보고나니 감이 잡히더라구요. 날짜는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주 당 한 2편정도 올릴 듯합니다! 만약 그 주에 스케쥴이 널널하다면 최대 3편까지 가능하구요.
오늘은 제가 스크롤을 몇번 왔다갔다하니까 분량이 적은 것 같네요. 여러분들이 분량 칭찬해주셔서 분량하나에는 자신있었는ㄷ.....흙
원래 이번 편에서는 경수와 여주가 직접적으로 만나는 부분이 없고 카카오톡 샷이 많아서 03.5편으로 연재하려고했는데 그러면 그 부분에 대해서 또 혼란이 올 것 같아서 4편으로 했구요.
드디어 전봇대 브라더스에 이어서 경수 회사 동기인 종인이가 나왔습니다!!!!!!!!!!!! 나머지 엑소 멤버들도 차차 카메오식으로 등장 할 예정이니 우리 강남 사는 도부자 계속 사랑해주세요!!!!!!!!!살람합니다 독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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