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사는 도부자
03
내게 너무 관심이 많은 도경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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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진짜 연락했네, 나는 그저 그냥 골려주려고 번호 따간 줄 알았는데.
톡이 온 시간을 보니 거의 한 시간 전이다. 틈틈이 톡 확인할걸, 또 화난 거 아니야? 하... 어떻게 사람 마음을 이렇게 무시할 수가 있죠. 이러면서
어쩌지,
겨울밤, 집 앞 가로등 밑에서 졸지에 손이 시린 줄도 모르고 휴대폰만 붙잡고 있게 됐다.
한참 답장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던 끝에 사람은 진실 된 게 최고라는 결론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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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자마자 바로 증발해버리는 1,소오름
정말 내가 연락 안 받으면 카페에 안 올 거라고 작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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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한 거 맞는 듯..ㅎ
내일 카페에서 보자니, 카페에는 가겠지만 답장 늦은 1초당 쳐맞을 준비나 하라는 뜻일까...?
그래도 나를 희생하면서까지 우리 카페의 단골은 잡았다. 우리 이모가 이걸 알아줘야 할 텐데, 고급인력을 써먹으면서 부매니저라는 직책까지 줬으면서 돈은 최저임금에 가깝다니, 너무해
오늘도 집에 들어가면 엄마한테 징징거려야겠다. 엄마 동생은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성 조카가 미운가 봐 그렇게 한참 투덜거리고 치킨 시켜 먹고 푹 자야지!!!!!!!!!!!!!
눈누난나.
눈누난나는 개뿔... 밤에 먹는 치킨이 속에 얹혀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아 치느님이 이렇게 내 뒤통수에 침을 뱉을 줄이야.
웬만하면 아침에 밥을 든든히 먹고 나가는 편인데 오늘은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서 소화제 하나만 드링킹하고 지하철에 올랐다.
아 이런 염병 속도 안 좋은데 대체 어떤 꼴초가 담배를 한 갑씩 흡입하고 지하철을 탄 거야, 어디선가 풍겨오는 담배 냄새에 인상이 써지는 것은 물론 속이 메쓱거린다.
평소대로라면 이어폰에 흘러나오는 노래에 몸을 아무도 모르게 움칫움칫 흔들어대며 갔을 테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다.
그냥 알바도 쉴까 했지만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교통비가 아까워서라도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죽더라도 악덕업주 이모 앞에서 죽는다!
그렇게 다짐하며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카페 문을 열었다.
" ○○왔, ... 너 오늘 파운데이션 발랐니? "
정신없어서 파운데이션 바르기는 무슨 오늘 선크림만 발랐거든요, 갑자기 웬 파운데이션 타령..
" 왜 그렇게 얼굴이 하얘, 잘 좀 펴 바르지 "
창백해진 건데... 조카 아픈 것도 못 알아보고.. 이모는 바보야!!!!!!!!!!!!!!!
서러워진 마음에 패딩을 벗고 코만 훌쩍이며 묵묵히 앞치마를 둘렀다.
" 왜 그래 ○○야 "
대답이 없던 내가 걱정되었는지 이모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얼굴을 살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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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 치킨은 내가 먹었지만 존나 서러워진다.
" 체해서 그래요,"
"체했어? 약은 먹고 왔어? 아픈데 카페엔 왜 왔어 "
돈벌려구여
이모는 꾹 입만 닫고 대걸레를 드는 내 손을 붙잡았다.
" 많이 아프면 집에 가 "
(절레절레)
" 그럼 일하다가 못 참겠으면 꼭 집에 가 "
아까 이모의 파운데이션 발언은 정말 별로였지만 이렇게 걱정해주시니 잠깐 미웠던 마음도 사르르 녹아서 증발해버린다. 흑 아직 세상은 살만해
걱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작게 입꼬리를 올려 보여주고는 대걸레를 빨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몸은 안 좋지만 내 학원 등록비를 위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카페는 회사가 주변에 위치하고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손님들이 찾았다.
창업은 이모가 했지만 내가 카페를 키운 느낌..^^!!
점심이 다 되어가는 시간, 아까까지만 해도 배가 더부룩했다면 지금은 배가 자꾸 꾸루룩거린달까나, 그게, 음, 좋지 않은 느낌..?
그래도 아직까지 신호가 오지 않아 그냥 카운터를 지키고 서있는데 멍하니 허공에 정신 팔려있는 사이 마치 어제 초당 때린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온 듯한 도경수 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 어서 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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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
도경수 씨는 오늘 기분이 좋은 듯 보였다. 잘하면 초당이 아닌 분당으로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안녕하세요~ "
원래 이렇게 웃음이 헤픈 여자는 아니에요.
자연스럽게 아메리카노를 주문 목록에 추가하고 카드만을 기다리는데 웬일인지 메뉴판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
오늘은 아메리카노 말고 다른 걸 먹으려나. 멀뚱멀뚱 쳐다보자 그는 결심한 듯 카드를 꺼내며 입을 연다.
" 오늘은 아메리카노에 허니브레드 주세요 "
" 웬일이세요? 맨날 아메리카노만 드시더니 "
내 말에 도경수 씨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슬며시 미소 지으며
" 저번에 주신 허니브레드가 자꾸 생각나서 "
란다.
내가 저번에 아무 생각 없이 한 허니브레드 영업이 성공했나 보다. 사실 그때 내가 먹을 거라 꿀도 생크림도 더 많이 넣어서 맛있는 건 당연했었다. 원래 판매하는 건 그만큼 꿀하고 생크림 안 넣는데... 단골이니까 뭐 서비스 차원에서 조금 더 넣어준다고 카페가 순식간에 폭삭 망하지는 않겠지
" 입맛에 맞아서 다행이네요. 계산하시고 자리에 앉아계시면 제가 가져다 드릴게요 "
왜냐하면 카페 열고 일주일도 안돼서였나. 어떤 여자 손님이 와플 들고 가다가 넘어져서 접시를 다 깨부셔 먹은 적이 있었지, 접시는 물어주셨다만 바닥을 이 모양으로 공사하면 어떡하냐고 뵹진같은 컴플레인이 걸려서...
...ㅎ물론 바닥엔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 그 이후로는 편안한 운동화를 장착한 내가 디저트류는 직접 자리까지 배달 서비스를 해주기 시작했다.
" 오늘은 여기 앉을 거예요 "
아, 네 그러세요
오늘 그는 나름대로 새로운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허니브레드를 더 먹는다든지, 구석자리가 아닌 카운터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는다든지,
허니브레드 가져다줄 때 편하겠고만
저번처럼 식빵 꺼낼 때 큰소리를 내게 될까 조심조심 꺼내 빵을 손질했다. 손질이라고 해봤자 빵에 칼집 내고 꿀 넣는 게 다지만
막 빵을 구우려 하는데 갑자기 꾸룩, 배가 울렸다.
아, 왜 하필, 지금,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지금은 안된다며 장을 달랬지만 장은 내 말에 콧방귀도 안 뀌며 독립한 생물체마냥 이리저리 날뛰었다.
도저히 안되겠다. 나는 화장실로 향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미 구워지기 시작한 빵은...?
...
꾸룩
더 이상 내게 빵 따위 아웃 오브 안중
미친 듯이 화장실로 뛰어갔다.
한바탕 전쟁을 치른 후 손을 씻고 거울에 비친 나를 보니 초췌한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불쌍하게 생겼지...
태어날 때부터였나...
휴지 몇 장을 대충 뽑아 손을 닦고 화장실에서 나오니 똥 먹은 표정으로 허니브레드를 씹고 있는 도경수 씨가 보인다.
아마 내가 화장실 간 사이 이모가 나와 대신해주셨나 보다. 저 허니브레드에는 저번처럼 꿀하고 생크림이 많이 없어서 그런가 도경수 씨 그렇게 안 봤는데 단거 좋아하는 사람이었네
어느새 바쁘게 커피를 내리고 있는 이모 곁으로 다가가니 여전히 바쁜 손은 움직이며 말을 하신다.
" ○○야, 괜찮아? 아니 잠깐 가게 좀 볼까 해서 나왔더니 너는 없지 손님은 왔지 빵은 또 구워지고 있지 깜짝 놀랐잖아, "
" 갑자기 배가 아파서 "
" 아프면 집에 들어가야지, 너 이런 꼴 보면 너네 엄마 나 사지 절단 내려고 할 걸 "
" 진짜 괜찮은데 "
" 들어가, 돈은 오늘 시간 다 채웠다고 쳐서 넣어줄 테니까 "
솔깃
" ...그럼 들어갈게요 "
바로 대답한 게 속 보였는지 깔깔 웃으며 내 등을 떠미는 이모
실없이 웃으며 앞치마 매듭을 풀고 외투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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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아파요? "
쪼로록 커피를 마시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기는 나를 향해 묻는 도경수 씨
" 아, 배가 좀 아파서 ... "
" 배가 왜요?? "
어젯밤에 치킨 먹다 체했습니다!!!!!!!!!!!!!!
" 그냥.. 밥 급하게 먹다가 얹혔나 봐요 "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대답하곤 카페 밖을 나가려 마지막으로 이모한테 인사를 하는데 도경수 씨가 급하게 아직 허니브레드가 남아있는 접시를 반납한 후 커피를 들고 나에게 쪼르르 걸어왔다. 이모가 만든 허니브레드가 버려졌다.
" 괜찮아요? 병원 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
" 집에서 쉬면 괜찮을 거 같아요. "
카페 문을 나서서 지하철역으로 향하는데 그가 내 발에 맞춰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 집 멀어요? 버스나 지하철 타고 가면 안 힘들겠어요? "
힘들고 자시고 지금 도경수 씨가 옆에 있어서 방구 못 뀌는 게 더 힘드네요. 금방이라도 노랗게 떠 버릴 것 같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 힘들면 태워다 주시게요? 차는 있어요? "
올ㅋ 이번 말은 내가 들어도 건방지기 짝이 없었다. 방구를 뀌지 못해 나도 모르게 화가 난 걸까.. 내가 아마 도경수 씨라면 건방지다고 너는 차있냐며 노발대발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남자는 하핫,하고 해맑게 웃더니
" 네 있어요, 태워다 줄까요? "
란다.
대체 뭘까? 아직 젊어 보이는데 차가 있다니 이게 바로 강남에 직장을 둔 자의 머니파워일까. 큽.. 부럽다.
하지만 나는 모르는 사람의 차는 타지 않는다. 아니 타고 싶지 않다.
" 됐어요 "
대답을 하고 다시 내 갈 길을 가기 시작하는데 포기를 모르는 도경수 씨는 태워다 주게 해주세요 라면서 나를 따라왔다.
아 존나 방구뀌고싶은데 어떻게 때어내야 할까.
" 아! 그럼! "
걸음을 멈추고 소릴 쳤더니 깜짝 놀란 도경수 씨가 흠칫하며 같이 걸음을 멈추었다.
" 여기 주변에 차 주차돼있는 거 맞죠? 그럼 차 끌고 오세요. 얻어타줄라니까 "
그래 그냥 교통비 아끼는 셈 치고 차를 타자, 그리고 도경수 씨가 주차돼있는 차를 끌고 오려고 이 주변을 떠나면 그때 가스를 살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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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요? 그럼 잠깐만 기다려요 금방 올게요!!! "
그는 내 말에 정말 기쁜 듯이 웃으며 자신의 차가 주차되어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그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어느 정도 멀어졌을 때, 그리고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이 없을 때, 이 때다 싶어 무사히 가스를 살포했다.
다행이야... 정말루..여자로서의 이미지는 지킬 수 있어서...☆
도로 쪽이라 그런가 찬바람이 쑹쑹 불어온다. 마치 실연당한 여자처럼 머리카락을 펄럭이며 눈을 게슴츠레 뜨고 도경수 씨의 차가 오기만을 기다리는데 도경수 씨는 무슨 개미 콧구멍도 안 보인다.
혹시 내가 너무 건방져서 나 버리고 지 혼자 가버린 건 아닐까?
그런 거면 정말 개객ㄲ,
" ○○씨!"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삐그덕삐그덕 고개만 돌려 도경수 씨를 쳐다보는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세차를 열심히 했는지 미친 듯이 광이 나는 세단
그리고 앞에 달려있는 여자들이 줄을 서고 남자들이 못 타서 환장한다던 외제차 마크
그래,
벤츠다
?
" 안 타요?? 빨리 타요. 많이 추운데. 히터 빵빵하게 틀어놨어요 "
아니 나는 모닝이나 스파크같이 뽈뽈 거리면서 돌아다닐 거 같은 그니까 도경수 씨랑 똑같이 생긴 차 타고 다닐 줄 알았지
타라는 차는 안 타고 멀뚱히 서있으니 다시 한번 더 묻는 그
" 왜요? 차가 마음에 안 들어요? "
아뇨 너무 그 반대네요.
내가 언제 이런 고급진 차에 몸뚱이나 올려볼 수는 있을까 했는데 예상외의 상황에서 타보네 하하
끽해봐야 27,28이나 됐을까, 군대 갔다 오고 대학교 나와서 바로 취업한 것 같은 이 남자가 어떻게 이런 외제차를 몰고 다닐 수 있을까,
렌터카가 아닐까? 하며 슬금 눈을 굴려 번호판을 봐도 '허' 로 시작하는 번호판이 아니다.
그럼 아버님 건가,
물어보기도 뭐 해서 막 타려고 하는데 도경수 씨가 아~ 하며 차에서 나와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 타세요 "
졸지에 캐비싼 여자가 되었다.
문까지 열어주는데 안 탈 수는 없어 큼큼, 헛기침을 하며 보조석에 올라타니 그는 다시 쪼르르 운전석으로 달려와 앉아 안전벨트를 했다.
나도 안전벨트를 하며 유심히 내부를 둘러보는데 비싸 보이는 차라 그런가 내부 디자인까지 하나같이 비싸 보인다.
" 집이 어디예요? "
그의 물음에 이 차가 달리면 다른 차들과 다르게 어떤 느낌이 날까 궁금해진 나머지 친절하게 네비게이션에 직접 우리 집 주소를 찍어주었다.
도경수 씨는 아~ 하더니 곧 천천히 핸들을 움직였다.
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리는거 완전 부드러웤ㅋㅋㅋㅋ개쩐닼ㅋㅋㅋㅋㅋ
내일 학교가면 오세훈이랑 박찬ㅇ 아니 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댘ㅋㅋㅋㅋㅋ브라더스한테 자랑해야지
니네 몸값에 비교도 안되는 비싼 차 타봤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놈들은 지들이 벤츠,페라리 어쩌고 하는데 운전면허도 겨우 딴 놈들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일 나를 부러워할 놈들의 얼굴을 생각하니 행복하다.
" 배가 좀 괜찮아졌나 봐요. 웃네 "
나도 모르게 내가 웃었나 보다. 그는 내 미소를 따라지으며 말했다.
사실 배는 아까 방귀를 뀌고 나니 괜찮아졌다. 다만 웃은 건 전봇대 브라더스에게 엿 먹일 생각을 하니 기뻐서 그런 것뿐
" 네, 지금은 좀 괜찮네요. 굳이 차 얻어 타지 않았어도 됐나 봐요 "
맞다. 이건 사실 빈 말이다.
개좋아. 맨날 얻어 타고 싶다.
하지만 난 그만큼 염치없는 년은 아니니 그냥 입다물고 창밖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 알바를 좀 멀리서 다니네요. 바로 근처에서 알바하는 줄 알았는데, "
울컥
제가 강남에 살면 돈으로 코를 풀겠습니다!
라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자격지심에 화내는 것 같아 말을 돌렸다.
" 조금 덥네요. 히터 꺼도 될 거 같은데 "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는 시늉을 보여주자 도경수 씨는 원래 그렇게 깜짝깜짝 잘 놀라는 성격인지 아, 하며 재빨리 히터를 끈다.
꺼진 히터, 오가지 않는 대화, 겁나 조용한 차, 이 세 가지 조화는 굉장한 어색함과 정적을 만들어냈다.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아서 다시 추워지는 것 같다.
한참 머리를 굴려 최대한의 질문을 생각했다.
" 카페에 자주 오시는 것 같던데, 무슨 일하세요? "
내가 생각해도 나란 년의 머리는 잘 굴러가지 않는 거 같다.
" 리터소프트 다녀요 아직 사원이에요 "
도경수 씨는 테헤란로 주변 회사에 다니는 사람답게 IT기업 종사자였다. 근데 리터소프트면 나름 큰 회사 아닌가. 대학 좋은데 나왔나 보네
그런데 중요한 건 내가 그다음에 할 말을 생각해놓지 않았다는 거다. 다시 대화의 기운이 사라져 갈 때 쯤 그가 입을 열었다.
" 어제 전봇대브라더ㅅ, 아니 그 사람들 말하는 거 들어보니까 ○○씨는 히터대 다닌다고 ... "
또 나왔다 전봇대브라더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놈 시키들한테 너무 귀여운 별명인 거 같아
" 네, 히터대 다녀요. 연말이긴 하지만 아직 3학년이라서 학원비 벌려고 카페 다니는 거예요 "
" 알바치고는 멀리 다니는 것 같ㅇ "
"이모 카페에요 "
그의 입을 막듯이 잽싸게 대답하니 '아.. 그 아줌마가 ...' 하며 중얼거린다.
그 아줌마라니.. 비록 노처녀이긴 하지만 우리 이모가 들으면 펄쩍펄쩍 날 뛸 말이다.
나는 센스 있는 여자니까 조용히 있어야지
![[EXO/경수] 강남 사는 도부자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20521/2e0075696f92f15315872bd04de39ce5.gif)
" 거의 다 온 거 같네요. 여기 맞아요? "
" 네 저희 동네 맞아요. 덕분에 진짜 빨리 왔네요 "
좋은 차라서 그런가 아니면 오면서 전봇대브라더스라든가 카페 같은 이야기를 많이 나눠서 그런가 빨리 도착한 것 같다.
멋들어지게 집 앞 골목길에 차를 세운 도경수 씨는 안전벨트를 풀고 운전석에서 내렸다. 나도 같이 내리려고 조수석 문을 잡으니 " 어어어 아니에요 아니에요 " 하며 손사래를 친다.
뭐가 아닌 건지, 싶어 앞 유리로 그가 총총 걸어가는 모습에 따라 눈을 옮겼다.
" 자, 이제 내려도 돼요 "
이게 나이 슴셋먹고 무슨 공주님 대접, 도경수 씨는 친절하게도 조수석 문을 열어주며 나를 밖으로 이끌었다.
벤츠에 태워준 것만 해도 내가 그를 업고 다녀야 할 판인데 이런 공주님 대접이라니, 하하 웬지 기분이 좋으면서도 부끄럽고만
" 고마워요. 제가 뭐라고 차까지 태워다 주시고,"
인도에 서서 처음 차 탈 때보다 많이 유해지고 친밀해진 분위기로 그와 마주 섰다.
" 아니에요. 오늘 아프다면서요. 집에 들어가서 쉬고 내일 봐요. "
어... 도경수 씨는 아직 모르나
" 저 내일 학교 가는 날이라 못 보는데... "
그 말에 그의 입에 이쁘게 떠오른 미소가 똑 하고 떨어져버렸다.
" 내일이 무슨 요일이지, 아 월요일, "
"..."
" 월요일.. 그래 월요일이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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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 씨는 순식간에 시무룩해졌다.
죠..죠큼 카와잇한거 같기두 하굿..!!
" 그래도 수요일은 퇴근하실 때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때 서비스 완전 많이 드릴게요! "
" 수요일.. "
분위기 전환용으로 크게 하하하며 웃었지만 그는 여전히 시무룩해있다.
내가 여기서 무슨 드립을 치든지 그의 기분은 더 지옥의 구렁텅이로 빠질 것이다. 그럼 나는 20000 작별 인사를 하기로 했다.
" ...아!... ㅂ...ㅂ..배가... "
" 배가 다시 아파요??? 병원 갈까요? 빨리 차에 타요. 아프면 병원 가야죠 "
내 호구 같은 발연기에도 놀람 전문인 그는 호들갑을 떨며 눈을 동그랗게 떠 보였다.
" ㅈ..집에서 쉬면 괜찮을 거 같아요.. 이..이만 가볼게요!! "
나는 아프지도 않는 배를 부여잡고 그에게 작게 목례를 했다. 배가 아프기는 무슨, 빨리 집에 들어가서 밥 먹어야지 배고파
차 키를 빼드는 그의 손을 저지했다.
" 정말 쉬면 괜찮아요? "
" 네에 괜찮아요!!! 안녕히 가세요!! "
그렇게 후다닥 집으로 향하는데 저 멀리서부터 도경수 씨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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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든 아프면 연락해요!!!! 병원에 데려다 줄게요!!!! "
아프면 왜 자기한테 연락을 하라는 건지, 119를 불러야지
*
![[EXO/경수] 강남 사는 도부자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060/3aa480c7c652090ef919d361011c59e2.jpg)
토요일, 카페에서 집으로 돌아온 경수는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드러누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IT계열에 종사하지만 핸드폰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던 경수에게는 크나큰 발전이었다.
그녀의 연락처를 얻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 연락처를 얻었고 마지막으로 나올 때 연락할 거라고 신신당부하면서까지 나왔다.
지난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보니 경수는 얼굴이 터질 것만 같았다.
대체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건지
경수는 그녀의 연락처를 보고 아까 저장한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치고는 너무 밋밋하다고 생각해 수정 버튼을 눌렀다. 그러다 뭐라고 저장할까 한참 생각하다가 한자 한자 꾹꾹 터치하기 시작했다.
[ ○○씨^^ ]
경수는 만족스러웠다.
경수는 저녁때가 되어도 아직 생각해내지 못했다. 뭐라고 연락할지,
그녀에게 연락을 받으면 계속 카페를 갈 거라고 했다.
만약 그녀가 연락을 안 받으면? 그럼 카페를 가지 말아야 할까? 안돼 그건 안된다. 그녀가 연락을 받든 안 받든 결과는 하나였다.
이렇게 된 이상 상남자처럼 연락처를 얻을 때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한 번 지르고 봐야 한다. 그래 상남자 도경수, 할 수 있다!
![[EXO/경수] 강남 사는 도부자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0523/56191dece762aadfe6cd83cb911952cf.jpg)
보냈다!!!!!!!!!!!!!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고 손이 떨릴 것만 같았다.
과연 그녀가 연락을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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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이 지나도 답장이 없다. 바쁜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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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시 30분이 넘었다. 그녀의 답장은 오지 않는다.
아마 오늘 밤은 못 잘 것 같다.
오늘 밤은 눈물로 지새우겠지
아마 내가 너무 톡을 구리게 보낸 모양이다. 그러니까 그녀가 톡을 거들떠보지도 않지...
흑..
핸드폰을 들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으려고 하는데 핸드폰이 작게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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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그녀가 답장을 했다.
내 톡에..
내 톡에 답장을 해줬다!!!!!!!!!!!!!!!!!!!!!!
그럼 그렇지 ○○씨는 내 톡에 답장을 안 할 만큼 나쁜 사람이 아니다.
경수는 고개를 퍼뜩 들어 핸드폰을 거의 코에 박을 듯 가까이했다.
그녀의 톡에 베실베실 웃음이 새어 나온다.
" 아... 어떡하지 "
사실 톡만 보냈지 정말 톡이 오면 뭐라고 해야 할지 생각도 안 했다. 하지만 좋다. 답장이 오다니
두 손으로 핸드폰을 꼬옥 붙잡고 뭐라고 답장을 해야 할까 눈을 굴리다가 톡톡 말을 쓰기 시작했다.
![[EXO/경수] 강남 사는 도부자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0523/6daffcbb28ecc02479c613654458e10e.jpg)
ㅎㅎ..
답을 했지만 그녀는 많이 피곤했는지 답이 없다. 답장이 없어도 좋다. 왜냐하면 그녀가 톡을 봤으니까.
경수의 심장은 도곤도곤 뛰기 시작했다. 답장이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오면 오는 대로 잠에 못 드는 밤이 될 것 같다.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 경수, 도경수! 일어나! "
ㅇ..ㅇ..?
귀를 찌르는 엄마의 목소리와 격하게 흔드는 손길이 느껴져 경수는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느낀 건
춥다...
" 대체 어제 몇 시에 잤길래 아직까지 못 일어나고 침대에 누워있어!! 네가 애야? "
" ㅁ..몇ㅅ..ㅣ.. "
경수는 아직 덜 깬 잠에 비몽사몽 머리만 일으켜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 아휴 이거 봐라, 잠도 못 깨 가지고, 11시야 11시! 아침도 거르고 이제 더 있으면 점심 먹어야 할 판인데 몇 시? "
...
....
............
" 11시???? "
경수는 눈을 번쩍 뜨고는 튕겨 나오듯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로 달려갔다.
미쳤다 도경수, 오늘은 진짜 카페에 하루 종일 있으면서 그녀의 곁에 꽅 붙어있겠다고 결심했는데....
아 차가워! 너무 급한 나머지 화장실에 슬리퍼도 안 끌고 맨발로 들어오니 생얼음 바닥을 걷는 것 같다. 벗뜨 그녀를 향한 내 마음은 생얼음 바닥도 막을 순 없지
좋아 10분 컷, 10분이면 그녀에게 갈 준비를 완료한다. 도경수!
하지만 따땃한 물에 몸을 맡긴 경수는 10분 컷은 무슨, 빠르게 씻는다고 씻는 게 15분 컷이 되어버렸다.
화장실에서 나와 시계를 본 경수는 다시 한 번 더 자신을 책망했다.
멍청한 도경수.. 너는 그녀를 보러 갈 자격이 없어...
경수는 시무룩하게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사랑에 빠지고 나서 미모가 강화되는 것일까, 오늘 상태도 나름 최상급이다.
덕분에 경수는 거울을 보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거실로 나가니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는 엄마가 있다.
" 경수, 점심 뭐 먹을ㄹ "
" 약속 있는데... "
그녀한테 오늘 보자고 약속했단 말이야
" ..대ㅊ, 아니다. 약속 있으면 갔다 와야지, 잘 갔다 와, "
" 응, "
경수의 엄마는 할 말이 있었지만 잔뜩 흥겨운 발걸음으로 현관을 향하는 경수에게 차마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자기가 만나고 싶다는데,
평소에 출근하거나 약속 있을 때아니면 잘 보지도 않던 거울을 근래 들어 자주 보고 옷도 심각한 표정으로 고르는가 하면 직접 옷을 사기 시작한 모습을 보니 대체 어떤 아가씨일까도 궁금하다. 우리 아들이 좋아할 정도면 뭐, 엄마도 좋지
경수의 엄마는 현관 전신 거울을 보며 연신 옷을 털어내거나 머리를 만지는 둥 한껏 자신을 치장하는 경수를 불렀다.
" 아들! "
" 어? "
" 오늘도 멋져! "
항상 엄마가 하는 말이었지만 오늘따라 왜 이렇게 낯 간지러 운지, 쑥스러움에 아무 말 못하던 경수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 갔다 올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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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
조금 늦게 왔지만 오늘 보자는 약속은 지켰어요
웃으며 내 인사를 받아주는 그녀가 오늘따라 더 하얗다. 조금 수척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가
여느 때와 같이 아메리카노만 시키려다 아직 점심도 안 먹어 작게 꼬르륵거리는 배가 신경 쓰인다. 빈속에 커피 마시면 속 쓰리려나
샌드위치 같은 걸 먹고 싶지만 그렇다고 카페를 뜰 수도 없는 노릇,
그래, 그때 ○○씨가 준 허니브레드, 허니브레드가 떠올랐다.
" 오늘은 아메리카노에 허니브레드 주세요 "
" 웬일이세요? 맨날 아메리카노만 드시더니 "
" 저번에 주신 허니브레드가 자꾸 생각나서 "
단 걸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내 입이 자꾸만 그 허니브레드를 찾았지, 아마 그녀가 뭔가를 탔음에 분명해, 나를 향한 사랑이라던가...
올라간 광대가 헬륨을 불어넣은 것 마냥 내려오지 않는다.
" 입맛에 맞아서 다행이네요. 계산하시고 자리에 앉아계시면 제가 가져다 드릴게요 "
안 그래도 되는데 가져다준다니..!! 내가 뭐라고 그녀가 직접 걸어오게 만들지, 안되겠어 저 구석에 있으면 더 많이 걸어와야 하니까 힘들어할 거야, 그리고 저번처럼 그 전봇대 브라더스같은 놈들이 카운터 가까이 앉아 ○○씨를 쳐다보는 건 용서할 수가 없지, 그럼 이렇게 된 이상 앞으로 내 고정석은 카운터 바로 앞자리다!
" 오늘은 여기 앉을 거예요 "
경수는 튼튼한 그녀의 다리를 걱정했다.
![[EXO/경수] 강남 사는 도부자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20522/a6cb3495712442c7a435e280a28d0887.jpg)
카페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 경수는 얼핏 보면 굉장한 얼리어답터 같았다.
물론 막상 보고 있는 화면은 어젯밤 그녀와 한 톡이지만.
또 그녀가 보낸 톡이라고 해봤자 [ 헉 죄송해요!! 이제 알바끝나서 집에 가는 길에 확인했네요ㅠㅠ ] 지만 경수는 23자라도 좋았다.
경수는 23자가 이렇게 귀여운 여자는 처음이었다. 심지어 뒤에 붙은 ㅠㅠ도 너무 귀여워 보였다.
조금만 정신줄을 놓으면 금방이라도 흐흐하며 웃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이건 스크린샷을 찍어서 컴퓨터로 옮겨둬야 해,
경수는 화면 스크린샷을 찍고 싶었지만 찍는 방법을 몰라서 인터넷에 들어가 한참 핸드폰 스크린샷 찍는 법을 찾은 뒤에야 겨우 톡 내용을 찍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핸드폰과 씨름을 하던 경수가 고개를 들었을 때 카페 주방에 있어야 할 그녀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그녀가 없을 때마다 나타나던 그 아줌마가 있을 뿐
저 아줌마가 그릇에 옮겨 담는 빵이 내 허니브레드일까,
빙고,
아니야 이건.... 이건 내가 원하던 허니브레드가 아니야!!!!
나는 그녀가 만들어준 허니브레드가 먹고 싶었을 뿐 이런 평범한 허니브레드 따위..!!
경수는 이미 아줌마가 갖다 준 허니브레드를 엎고 싶었지만 돈을 버는 게 얼마나 힘들지 알기 때문에 조용히 포크를 들었다.
○○씨는 어딜 간 걸까, 보고 싶다.
고달픈 표정으로 허니브레드를 씹다가 화장실에서 나오는 ○○씨를 볼 수 있었다.
아까보다 더 하얘지고 수척해져있다. 혹시 화장실이 헌혈의 집인가, 왜 저렇게 하얘졌지
그녀가 힘없이 비틀비틀 주방에 있는 아줌마한테 걸어갔다. 진짜 아픈가...
" ○○야, 괜찮아? 아니 잠깐 가게 좀 볼까 해서 나왔더니 너는 없지 손님은 왔지 빵은 또 구워지고 있지 깜짝 놀랐잖아, "
" 갑자기 배가 아파서 "
.... 아프다고?
그녀가 아프다. 머릿속에는 비상벨이 울렸다. 그녀가 아프다. ○○씨가 아프다!!!!!!!!!!!!!!!!!!!!!!!!!!!!!!!!!!!!! 배가 아프단다!!!!!!!!!!!!!!!!!!!!!!!!!!!!
어떡하지 내가 여기서 뭘 하면 좋을까. 업고 병원으로 달릴까? 아니면 의사를 불러야 하나? 119를 부를까? 아니면 차를 가지고 와서 빨리 병원으로 갈까? 맹장이 터진 건가? 그럼 수술을 해야 하지 않을까? 맹장이 이미 터진 거면 무척 위험할 텐데, 그럼 빨리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 ...그럼 들어갈게요 "
일단 침착하게.. 릴렉스... 그녀가 아프다고 하면 나는 빨리 그녀를 업고 차로 달려서 병원에 데려가자
![[EXO/경수] 강남 사는 도부자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0523/eafba03fd501fd610d11664cf4b933fc.gif)
" 어디 아파요? "
그녀는 핏기 없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쩌지 너무 걱정돼서 눈물 나올 거 같아.
" 아, 배가 좀 아파서 ... "
" 배가 왜요?? "
배를 쓸며 힘없이 말하는 그녀가 너무 걱정돼서 눈물 나올 거 같다...흑...
" 그냥.. 밥 급하게 먹다가 얹혔나 봐요 "
얹히다니... 밥이 잘못했네, 밥이 얹혀서 배가 얼마나 아플까. 그럼 나는 이러고 커피만 빨고 있을 시간이 없다.
아직 다 먹지도 않은 허니브레드지만 그녀가 만들어 준 것도 아니니까 쿨하게 접시를 반납하고 카페를 나가는 그녀의 뒤를 다급히 쫓아갔다.
" 괜찮아요? 병원 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
" 집에서 쉬면 괜찮을 거 같아요. "
막 쓰러질 거 같은데 집까지는 어떻게 가려고요. 그녀의 팔을 잡아주고 싶지만 함부로 잡으면 기분 나빠할 것 같아 그저 발을 맞춰 걸어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내가 남자친구였다면,
" 집 멀어요? 버스나 지하철 타고 가면 안 힘들겠어요? "
어렸을 때 몇 번 타봤는데 좀 많이 힘들던데... 그녀가 그 사이에 서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프다.
그러니까 태워줄게요,라고 말하려고 하는 순간, 그녀가 걸음을 멈추고 매섭게 날 바라보았다.
" 힘들면 태워다 주시게요? 차는 있어요? "
...ㅎ... 어떻게 ○○씨는 내 마음을 이렇게 잘 알까? 우리가 좋은 인연이 될 수 있다는 내 예상은 적중한 것 같다.
" 네 있어요, 태워다 줄까요? "
주머니에 있는 차 키를 빼서 주차장으로 달려가려고 준비하는데 그녀는 됐어요.라며 역 쪽으로 걸어간다.
태워다 달랬으면서...
" 태워다 주게 해주세요 "
네? 제발요
정말 차를 안 타겠다고 하면 지하철이라도 같이 타야지 하며 졸졸 따라가다가 다시 우뚝 걸음을 멈추는 그녀에 내 걸음도 멈칫
" 아! 그럼! "
" ... "
" 여기 주변에 차 주차돼있는 거 맞죠? 그럼 차 끌고 오세요. 얻어타줄라니까 "
새침하게 말하는 그녀가 너무 귀엽다. 내 차에 타준다고 한다. 야호!!! 신 난다!!!
![[EXO/경수] 강남 사는 도부자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20522/5b28697c08a42341e5ea810e35dcec16.gif)
" 정말요? 그럼 잠깐만 기다려요 금방 올게요!!! "
정말 금방 올게요!! 정말!!!
고등학교 육상 시간에도 이 정도로 뛰어본 적이 없을 만큼 경수는 미친듯이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아프고 지금 날씨는 춥다. 그녀를 기다리게 해선 안돼.라는 기사도 정신이 강했기 때문이다.
단숨에 차 키를 꽂고 시동을 걸어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빨리 ○○씨를 태우고 싶다, 그러면 차 안에서는 꽃향기가 나려나
나름 빨리 간다고 빨리 갔는데 ○○씨가 찬바람에 떨고 있다. 배도 아픈데 감기까지 걸리면 어떡하지 그럼 난 정말 죽을지도 몰라
" ○○씨!"
창문을 열고 황급히 그녀를 불렀다. 감기 걸리면 안되니까 빨리 타요!!!!
하지만 그녀는 멀뚱멀뚱 내 차만 보고 있다.
" 안 타요?? 빨리 타요. 많이 추운데. 히터 빵빵하게 틀어놨어요 "
그래도 멀뚱멀뚱 서 있는 그녀,내 차가 너무 구려서 못 타고 있는 건가, 내 안목이 그렇게 싸구려였나
" 왜요? 차가 마음에 안 들어요? "
그럼 차를 바꾸겠습니다. 기다려주세요!
하지만 차가 구린게 이유는 아닌지 그녀가 시선을 돌려버렸다.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씨의 눈치를 보다가 처음 차를 살 때 아빠한테 배웠던 것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사랑하는 여자한테 절대 자기 손으로 차 문을 열게 하면 안 된다 경수야 '
아빠...! 그런 거였구나, 역시 ○○씨는...ㅎ
" 타세요 "
얼른 차에서 내린 뒤 조수석 쪽으로 뛰어가 문을 열어주니 그제야 차에 올라타는 그녀다.
곧 내 차에는 꽃향기가 날 것이다.
내심 웃으며 안전벨트를 매는데 생각해보니 태워다 주려면 ○○씨의 집을 알아야 한다. 나는 노린 적이 없다. 집이 어디냐고 대놓고 물어보면 그녀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병원으로 가야 하나? 아니면 우리지.. ㅂ.. 아니다. 차라리 변태 취급을 받더라도 물어보는 편이 나을 듯싶다.
" 집이 어디예요? "
차 안을 요리조리 살펴보던 그녀에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예상외로 그녀는 몸이 따뜻해져 기분이 좋은 모양인지 직접 네비게이션이 주소 하나를 찍기 시작했다. 그녀의 집 주소를 알았다.
이제 내가 ○○씨에 대해 아는 것은 이름이 ○○○라는 것과 히터대에 다닌 다는 것, 그리고 집 주소.... 진도가 너무 빠른 듯...
싫다는 건 아니고.
그녀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간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 이렇게 알아가면 언젠가는 그녀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힐끔 쳐다본 그녀의 입가에는 이쁘게 호선이 그려져 있었다. 하마터면 넋을 놓을 뻔했다.
" 배가 좀 괜찮아졌나 봐요. 웃네 "
" 네, 지금은 좀 괜찮네요. 굳이 차 얻어 타지 않았어도 됐나 봐요 "
그런 섭섭한 소리를... 마음 같아선 매일매일 태우고 다니고 싶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한적하게 달리는 도로, 조용한 차 안, 다른 사람 같았으면 어색했겠지만 지금 내 심장은 너무 빨리 뛰어서 그녀도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다.
아 좀 위험한데,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 카페에 자주 오시는 것 같던데, 무슨 일하세요? "
콜록,
아까 히터를 꺼달라는 대화 이후 처음 나누는 대화다.
혹시, 드디어, 그녀가 나에 대해서 알아가고 싶은 걸까? 그렇다면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줘야지
" 리터소프트 다녀요 아직 사원이에요 "
그리고 미래의 리터소프트 대표지만 아직은 사원밖에 안돼서.. 괜히 나중에 경영권 물려받는다고 하면 헛바람 넣는 것도 같고
할 말은 많지만 해서 좋은 반응을 얻기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에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나도 모르게 내가 멍청한 말을 할 수 있으니 그전에 내가 먼저 질문을 하자
" 어제 전봇대브라더ㅅ, 아니 그 사람들 말하는 거 들어보니까 ○○씨는 히터대 다닌다고 ... "
아씨, 그 놈의 전봇대브라더스!!!!!!!! 사실 어제 전봇대 브라더스를 보고 나서 그놈들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 공격적인 키!
그녀는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꺄르르 웃으며 대답을 했다.
" 네, 히터대 다녀요. 연말이긴 하지만 아직 3학년이라서 학원비 벌려고 카페 다니는 거예요 "
이럴 수가, 하나 더 알아냈다. 히터대 3학년!!
" 알바치고는 멀리 다니는 것 같ㅇ "
"이모 카페에요 "
이모 카페? 혹시 그럼 그 아줌마가..오늘 허니브레드 만들어 준 그 아줌마가
'아.. 그 아줌마가 ...'
○○씨 이모님인 줄 알았으면 잘 보일걸, 앞으로 좀 잘해야겠다.
![[EXO/경수] 강남 사는 도부자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060/69f0e87c90f58aa0e1c41a8e3e50063b.gif)
카페에서도 나누지 않았던 여러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네비게이션은 목적지를 보여주고 있다.
너무 빨리 왔나 보다. 속도 좀 줄여서 달릴 걸
아쉬운 마음을 지울 시간도 없이 목적지에 도착했고 그녀가 문을 열지 못해 곤란해할까 다시 차에서 내려 조수석으로 가려고 하는데 그녀의 손이 문 손잡이를 잡고 있다.
" 어어어 아니에요 아니에요 "
아까 ○○씨의 행동이 지난 아빠의 말을 일깨웠으니 앞으로 잘 실천해야지
" 자, 이제 내려도 돼요 "
조수 석문을 열어주자 수줍게 웃으며 내리는 그녀, 너무 이쁘다.
" 고마워요. 제가 뭐라고 차까지 태워다 주시고,"
마주 선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웃었다. 앞으로 평생 태워다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 아니에요. 오늘 아프다면서요. 집에 들어가서 쉬고 내일 봐요. "
아프면 내가 더 아파
내일 건강하고 밝은 얼굴로 봐요.
내 말에 밝게 웃으며 인사를 해줄 줄 알았는데 ○○씨는 아, 하며 손만 꼼지락거린다. 귀여워
" 저 내일 학교 가는 날이라 못 보는데... "
...
![[EXO/경수] 강남 사는 도부자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20522/a04dc715c3f312aa14588adb5019db5c.jpg)
학교...?
" 내일이 무슨 요일이지, 아 월요일, "
"..."
" 월요일.. 그래 월요일이구나... "
잠시 망각했다. 그녀가 대학교 3학년이란 사실을,
![[EXO/경수] 강남 사는 도부자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060/cd1798dace6a8dd522164844d0092a58.png)
표정을 숨기는 데에 재주가 없는 내가 굳어가는 걸 느낀 ○○씨는 일부러 손짓 발짓하며 말을 했다. 귀엽지만...
" 그래도 수요일은 퇴근하실 때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때 서비스 완전 많이 드릴게요! "
" 수요일.. "
수요일이라니...
왜 잊고 있었을까, 매일 카페에 찾아가 시간표까지 만들던 내가
현기증이 날 거 같다. 내일, 모레 어떻게 버텨야 할까, 회사에 가고 싶지 않다.
회사 가봤자... 카페 가면 아줌ㅁ, 아니 이모님만 계시고... ○○씨도 없는데... 수능 다시 쳐서 히터대에 들어갈까..? 그럼 캠퍼스 커ㅍ
" ...아!... ㅂ...ㅂ..배가... "
" 배가 다시 아파요??? 병원 갈까요? 빨리 차에 타요. 아프면 병원 가야죠 "
그녀가 배를 부여잡았다. 머리 속에 비상벨이 또 울렸다.
그냥 거기서 병원을 갔어야 했어... 다 내 잘못이야!!!!!!!
조수석 문을 열러가려 차 키를 빼드는데 ○○씨가 내 오른손을 붙잡았다.
" ㅈ.. 집에서 쉬면 괜찮을 거 같아요.. 이.. 이만 가볼게요!! "
내 오른손을 붙잡았다.
내 오른손을
손을
붙잡았다.
아니 이게아니라
" 정말 쉬면 괜찮아요? "
" 네에 괜찮아요!!! 안녕히 가세요!! "
목례를 하고는 빠르게 집으로 달려들어가는 그녀
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
이런 생각하는게 내가 봐도 좀 변태같은데, 아직 그 감촉이 남아있는 것 같다.
앞으로 오른손을 씻지말까, 어떡하지
5초간 가만히 서서 오른손만 내려다보다가 배를 부여잡으며 아파하던 그녀가 생각난다.
오늘 손까지 잡았으니까 월요일,화요일 못봐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 꼭 건강한 모습으로 보기 만약 아프면
![[EXO/경수] 강남 사는 도부자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20522/3bbd3d9155183a1a6e1c1fd15ad1fee3.gif)
" 언제든 아프면 연락해요!!!! 병원에 데려다 줄게요!!!! "
이 도경수, 준비되어있습니다.
*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나 또한 인간이니 어쩔 수 없나보다 하하
엄마가 저녁으로 부대찌개를 하는 바람에 빈 속을 잔뜩 채워넣었더니 기름진 배가 완성되었다.
기분이 좋아져 부른 배를 통통 두드리며 침대에 누워 폰을 들었다.
항상 그렇듯이 또라이조 톡은 넘겨주고 광고부터 차근차근 읽어없애나가는데 금방 톡 하나가 도착했다.
![[EXO/경수] 강남 사는 도부자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20522/30de417e86f1381ec3d2b572df2b036b.jpg)
너무 괜찮은데, 직접 보기 전까지는 얼마나 괜찮을지 모르실 듯
![[EXO/경수] 강남 사는 도부자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20522/cbb934a1f7938aa0b5256bd5f12ee77c.jpg)
이게 얼마만에 남자한테 받아보는 걱정이야, 흑 도경수 씨한테 좀 감동했다.
![[EXO/경수] 강남 사는 도부자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20522/e5908127ba654cb9c31889e4d10d3f97.jpg)
수요일날 서비스 많이 드릴게요 도경수 씨!!!
카페 노예와 손을 잡아 기분이 하늘을 뚫은 도경수 X 내일 학교가서 전봇대 브라더스 놀려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은 카페노예
*
사담
하이 여러분 리히터예요! 흑 화요일날 오고 오늘 금요일밖에 안됐는데 왜 이리도 오랜만에 오는 것 같죠 ㅠㅠ
평일 연재는 세이브해둔 게 있으면 무난하게 올라올거같은데 연말이라 그런지 시간이 많이 나질 않네요.. 그 부분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ㅠㅠㅠㅠ
무튼 지금까지 한편 한편 연재 할 수록 강남 사는 도부자 찾아봐 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진짜 대박 저 댓글 완전 감동했어요 여러부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무슨 댓글이 편지급이야ㅠㅠㅠㅠㅠ 완전 흑 이 맛에 소설 씁니다!!!!!!!!!!!!!!!!!!!!!살람해여!!!!!!!!!!!!!!!!!!!!!!!!!!!!!!!!!!!!!
무튼 저는 30포인트씩이나 주고 보시는 독자님분들께 재미지고 설레고 혜자분량을 드리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으니 강남 사는 도부자 꾸준히 사랑해주세요!!!!!!!!!!!!!!!!!!!!!!!!!알럽알럽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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