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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환, 한상혁 편







퍽퍽-


묵직한 구타 소리가 담을 넘어 퍼졌다.

하지만 무서운 구타 소리에도 어느 누구의 신음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한상혁 네 놈이 고고하게 턱을 치켜들고 다니는것이 아직도 생각나 울화통이 터진다."


바닥에 쓰러진 누군가를 구타하던 청년이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놈이 내 밑에서 빌빌대는 꼴이 아주 참 우습구나!"


"..."


치욕스러운 말을 들으며 일방적인 구타를 당하는 남자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입을 꾸욱 다물고 가만히 발길질을 참아낼뿐.






"기침하셨사옵니까."


밤에 또 무슨일이 있었던건지 상혁의 얼굴엔 멍과 생채기가 가득했다.


"...그래."


방문을 나서던 재환이 흠칫 놀라며 대답했다.



상혁은 그 인사를 뒤로 다시 바닥을 빗자루로 쓸기 시작했고

재환은 어학당을 가려 서둘러 문밖을 나섰고 그 순간 자신의 형님의 욕과 함께 둔탁한 소리를 들었다.





자신이 나갔다 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상혁의 얼굴은 더욱 엉망이 되어있었다.

심지어 다리 한쪽마저 절뚝거리며 걷고있었다.





상혁도 한때는 재환과 같은 신분이었다.


상혁은 항상 자신감이 넘쳤고 쉽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당찬 아이였다.

하지만 그런 상혁은 남의 생각을 존중하며 무조건 자신의 뜻만 옳다 하지 않았기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런 상혁은 많은 양반집 자식들의 비교대상이었고 재환의 형 재후도 마찬가지였다.


재후는 배움이 늦었고 어린 상혁은 배움이 빨랐다.

재환은 그저 평범한 양반집 자식들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물흐르듯 한문을 배웠지만

재후는 배우려 노력을 해도 머리가 따라주질 않는 사람이었다.


그 이유로 재후는 머리좋고 자신감 넘치는 상혁을 매우 싫어했다.




어느날 상혁의 아버지는 느닷없이 임금을 욕되게 하는 글을 써내어 사형당했고

그때문에 상혁의 가문은 몰락하고 말았다.

상혁은 그렇게 인자하고 지식이 많은 아버지가 갑자기 그랬다는것이 믿겨지지 않았고

더더욱 자신을 미워하는 재후의 밑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뒤로 재후는 상혁을 엄청나게 부려먹고

자신의 벗들을 데려와 상혁에게 모욕감을 주었다.




"한상혁 네 이놈! 신이 더럽지 않느냐!"




하지만 재후의 괴롭힘은 점점 심해져 상혁에게 손을 대기 시작하였다.




재후는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상혁의 어깨를 발로 찼다.

상혁은 뒤로 고꾸라 졌지만 묵묵히 다시 일어나 앉았다.


"송구하옵니다."


"다시 닦거라."



재후는 다리를 꼬꼬 고고하게 앉아 상혁이 자신의 신을 닦는것을 묵묵히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내 발에 입을 맞추거라."


"예?"


당황한 상혁이 처음으로 자신의 심정을 표정으로 드러내었다.



"입을 맞추라 하지 않느냐? 나는 너에게 하늘과 같은 존재이다. 어서 시키는 대로 하지 못하겠느냐?"



상혁의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했고 상혁은 아무말 없이 재후의 발등에 입을 맞추었다.




때마침 재환이 모퉁이를 돌며 그 장면을 목격했고 재후는 자신의 밑에서 자신에게 복종하는 상혁을 보고 쾌감에 몸을 떨었다.



"가보거라."


재후는 만족한듯 일어서 대문을 열고 나갔고

상혁은 그자리에 가만히 앉아 멍하니 바닥을 쳐다보다 천천히 일어나 창고로 향하였다.







"상혁아."


나물을 씻고 있던 상혁은 자신의 이름이 들리자 뒤를 돌아보았다.

재환이었다.


상혁은 어서 일어나 재환에게 허리를 굽혔다.



"아니, 인사는 됐다."


재환이 상혁을 위해 싱긋 웃어주었다.


"오늘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느냐?"


"굴비와 된장국, 그리고 호박전, 호박 나물무침이옵니다."



상혁은 재환이 신기했다.

같이 학문을 깨우칠때 말 한마디 나누지 않은 사이었고

자신이 이렇게 되자 몰래 자신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자, 옆으로 비키거라. 도와주겠다."


재환이 소매를 걷고 나서자 상혁은 당황했다.


"아, 아닙니다! 이러지 마십시오! 혼자 할수 있사옵니다!"


"아니다, 오늘은 여자들도 하나 없이 네가 다 차려야 하지 않느냐. 도와주겠다."



재환이 소매를 걷고 막무가내로 호박을 썰기 시작했고 상혁은 그런 재환을 보며 살풋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둘은 정적속에서 열심히 상을 준비했고 재환이 상혁에게 된장을 달라고 말하자 마자 재후가 지나쳐갔다.



"아니, 재환이 너 거기서 무얼 하는거냐?"


"형님!"


재환과 상혁은 둘다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재후를 쳐다보았고

재후는 그 상황이 웃긴지 껄껄 웃기 시작했다.


"허허, 한상혁 네가 제정신이 아니로구나.

어떻게 하늘과도 같은 자에게 그런 허드렛일을 시키다니."


재후는 웃음을 멈추고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내 아버님꼐 이 일을 잘 말해보도록 하마."


"형님! 상혁이의 탓이 아ㄴ..."


"입 닥치거라. 끼어들지 말고 넌 어서 방으로 들어가거라."



재후는 다시 혼자 웃으며 발길을 돌렸다.



"상혁아, 이건..."


재환은 미안해 어쩔줄 몰라했다.


"괜찮사옵니다. 제가 말렸어야 했는데.."


상혁이 웃어주며 상을 차리겠다며 재환에게 나가라고 떠밀었다.







"콜록콜록-"


그날밤 상혁은 자신의 얼굴위로 퍼 부어지는 물에 정신을 차릴틈이 없었다.



"네놈이 어디서 감히 나의 아들과 동급이라고 생각을 하는것이냐!"


수염을 길게 기른 남자가 소리를 질렀고 그 소리에 남자의 노비들이 손발이 묶여있는 상혁에게 다시 물을 부었다.


"네깟놈이 감히..! 저놈을 죽지 않을만큼만 고문하거라!"


남자의 말에 노비들이 예- 하고 대답하고 불쌍한 상혁에게 매질을 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매질과 물고문은 상혁의 입에서 살려달란 소리가 나오게 하길 충분했다.

재후가 가하는 매질은 간지럼 정도밖에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어흑... 잘못... 잘못했...."


상혁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며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노비들도 착한 상혁의 심성을 알기에 눈을 꼬옥 감고 고문을 가했고

결국 매가 부러지자 상혁이 정신을 놓았다.







재환이 해가 뜨고 방에서 나오자 노비들은 재환을 힐끔거리며 눈을 피했다.

재환은 무슨일인지 몰라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유모!"


때마침 자신이 어렸을때부터 돌봐준 작고 나이가 든 여자가 총총총 재환의 곁으로 뛰어왔고

여자는 아이고 아이고 라며 재환에게 원망 어린 눈빛을 보내왔다.


"어찌 그러셨습니까! 도련님 심성이 고와 도와줬다는것은 알지만

어찌 그리 자신 생각만 하십니까!"


"무슨 소리야, 유모?"


"아이고 아이고, 상혁이가 죽어가요 죽어가."


"뭐?"


"도련님께 실망 했습니다. 어떻게 그 아이를 그렇게 만들수가 있습니까?

그 아이를 도운것은 그저 도련님이 그아이와 가문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니까 그 감정을 떨쳐내기 위해 도와줬겠지요!

하이고 그 아이를 생각 했었다면 도와주지 말았어야죠!"


여자가 옷고름으로 눈물을 훔쳤다.


"뭐하고 계십니까? 어서 상혁이를 찾아가 보시지요!"






마굿간 바닥에 누워있는 상혁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온몸은 핏자국과 멍자국으로 가득했으며 그 사이 감기라도 걸린것인지

입술이 새파랗게 변해 식은땀까지 흘리며 덜덜 떨고있었다.


"상혁아..."


재환은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떴다.


정신도 못차리는 상혁을 보며 도포라도 벗어 덮어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또 상혁이 다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재환은 그저 옆에서 물수건으로 상혁의 상처를 닦아주고 땀을 식혀주는일밖에 하지 못했다.



"도..ㄹ..."


그때 상혁의 눈이 파르르 떨렸고 재환은 그래말해보거라- 라며 다급하게 일어났다.


상혁은 힘이 든지 말을 이어나가지 않았고 그저 힘겹게 웃어주었다.


재환은 그의 웃음을 보며 심장이 쿵 가라앉음과 동시에 세차게 뛰는것을 느꼈다.







상혁이 다시 일어나 일을 하기 시작하자 재후의 괴롭힘은 더욱 심해져갔다.


상혁이 눈앞에 보일때마다 괴롭힐 건덕지를 건지지 못해 안달이었고

시도때도 없이 벗을 데려와 같이 수치스러운 말을 해대었다.


재환은 원체 조용한 성격이기도 했고

자신보다 나이많은 형님인지라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상혁을 안타깝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혹여나 눈이라도 마주치면 상혁은 재환에게 싱긋 웃어주었다.





"어이구, 오늘도 한상혁이 열심히 일하는구나?"


재후와 그의 벗들이 대문을 들어서며 크게 떠들었다.


"어서 와 내 아랫돌이도 한번 깨끗하게 입으로 한번 세탁해주지 않겠느냐?"


한 남자의 말에 모두들 배꼽을 잡고 넘어갔다.


"더럽게 사내에게 무슨 소리냐? 껄껄!"


"그러니까 하는말 아니냐! 한상혁 이놈은 이미 몇번 해보지 않았겠느냐?"


수치스러운 말에 상혁이 움찔 몸을 떨었다.


"왜 그러냐? 너도 사내라 이것이냐?"



무엇이 그리 재미난지 동네가 떠나가라 웃어대었다.

상혁은 다른 수모는 참아도 이런 농은 차마 참을수가 없었다.

기방으로 팔려간 자신의 여동생이 생각나 치가 떨렸다.


"그만하시지요."


처음으로 상혁이 입을 열자 모두 놀라운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한상혁이 말도 하네?"


"감히 반항을 해?"



누군가 상혁의 머리채를 휘어잡았고 상혁은 악- 하고 소리 지른뒤 그들에게 질질 끌려갔다.


"놓으십시오! 놓... 놔!"




그들은 속닥거리며 웃으며 상혁을 돼지 우리로 끌고갔다.


"이 더러운 년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들은 상혁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고

상혁은 몸부림을 치며 반항했지만 혼자서는 무리였다.


"이야 여기 발정난 돼지 새끼 하나가 있는데 어때 상혁아?"


눈이 찢어진 사내가 상혁의 머리칼을 놓지 않고 말했다.


"돼지 데려오게!"




상혁은 치욕스러워 죽고싶었다.

평생 이렇게 살게 뻔했다.

평생...


상혁은 덜덜 떨리는 입을 열고 혀를 깨물 준비를 하였다.




"무얼 하는 것들이냐!"


때 마침 문이 열리고 재후와 재환의 아버지를 뵈러 오신 서당 스승이 엄청난 소란에 문을 열고 들어오셨고

상황은 그렇게 허무하게 종료되었다.





그들의 스승님은 자신의 제자들이 저런짓을 했다는것도 매우 화가 났지만

한때 자신의 제자였던 상혁이 저런꼴로 지낸다는게 무척 화가 나 있었다.


재후의 아버지도 그런 자식이 부끄러웠던지 상혁을 재환의 노비로 주었고

한동안 재후를 밖에 내보내지도 않았다.



상혁에겐 그게 너무나도 허무했다.

자신은 죽도록 괴로웠는데 신분이 낮다는 이유로 별 다른 행동없이 잠잠해졌다.









"상혁아."


"예, 도련님."


"나와 함께 산책하지 않겠느냐?"



시간이 흘러 봄이 지나가고 있었다.

상혁과 재환은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그저 양반과 노비 사이로 지내왔지만

그것은 재환이 너무 소심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재환은 항상 생각했다.

자신이 숫기가 없지 않았으면 미안하다 사과할수 있었을까?


사모한다, 얘기할수 있었을까?




재환과 상혁은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돌다리를 거닐었다.

꽃이 서서히 지기 시작하며 많은 꽃잎들이 날렸다.


그때 분홍빛을 띈 예쁜 꽃잎이 살랑살랑 날아와 상혁의 콧등에 안착했고

상혁이 손을 올리기도 전에 재환이 먼저 꽃잎을 손으로 떼어내었다.


"예쁘구나."


"예, 그러하옵니다."


"네가 말이다."


상혁은 얼어 붙은듯 아무말도 하지 못하였고

재환은 안쓰러운듯 상혁의 눈가에 난 상처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상혁아. 내 너를 사모하는것 같구나."
















....

뭐야 (짜증)

겁나 허무하네


하... 다시 말씀드리지만 사극은 처음이라 틀린게 있어도 조용히 넘어가주세요... (소금)


사극이 너무 어려워 쉽게 쓰다보니 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뭔가 찝찝 ㅠㅠㅠㅠ

뭔가 부족해요 ㅠㅠㅠㅠㅠㅠㅠ


택엔이들 얘기를 너무 길게 쓰고나니 귀찮아졌나봐요 (초심을잃음)

는 거짓말이고 켄혁이들 설정을 어떻게 풀어나갈까 고민을 너무 오래해서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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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내 너를 사모하는것 같구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끙끙 너무 좋은걸요ㅠㅠㅠㅠㅠㅠ딱 이 문장보자말자 뭔가 기분이 묘하면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헹
9년 전
독자2
으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번에 택엔에 이어서 완전 취향저격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잘보고 갑니다!!
9년 전
독자3
코스모스에요! 정주행으로ㅋㅋㅋㅋ작가님의 쪽지함을 흔들어(?) 놓고 있네요...사모하는거야....사모.....끄흡ㅠㅠㅠㅠㅠㅠㅠ
뭔가 끝인듯 아닌듯 애매하게 끝내는거............제가 엄청 좋아하는거 어떻게 아시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상한 취향)
다음편 또 기다리고 있을게요! 작가님...사...아니 좋아해요 헷

9년 전
독자4
헐..사모한다니....좋다ㅠㅠㅠㅠㅠ둘이 행쇼햇으면 좋겟네요ㅎㅎㅎㅎㅎ
9년 전
독자5
헐ㅠㅠㅠ분위기ㅠㅠㅠㅠㅠㅠㅠ흐엉 뒷이야기더 궁금하네여ㅠㅠㅠㅠㅠ이제부디 둘이 행복하게!!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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