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뭐. 결국, 그게 끝이네.
얼마나 정신적으로 피폐해졌으면 내가 그런 꿈을 꿨나 싶기도 하더라.
다시 그 후 이야기부터 다시 얘기해 볼까 하는데.
그렇게 병원에서 온종일 울다가, 집으로 다시 돌아온 날부터 쭉.
방으로 들어서서 혼자일 때마다 왈칵 눈물이 쏟아지더라.
차라리 지금 내가 서 있는 내 방이, 이 현실이, 지금 이 시각들이 꿈이길 바랐어.
눈을 감았다가 뜨면 이번엔 정말로 다시 돌아가 있길.
하지만 그걸 수백 번을 반복해도 나는 그대로더라.
어찌나 비참하던지. 이런 내가 한심하기도 하면서.
잊어버리기엔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어.
그만큼 감당하기엔 큰 무게가 날 짓누르는 기분이 들었고.
이래서 누구를 좋아하게 되더라도 마음은 다 주지 말라는 게 괜한 말이 아니었구나.
처음 본 날, 그리고 내가 서서히 빠져들던 그 순간 하나하나 전부.
모든 게 생생하게 기억이 나고 아직도 귓가에 전하의 목소리가 어른거렸어.
아이 같지만 듬직했던 모습.
내 추억을 풀어내고, 다른 추억을 쌓아내던 그 시간.
차라리 내가 죽어버렸더라면.
죽기 전에 잠깐 꾼 달콤한 꿈이었더라면 마음이 편했을까.
'내일은 햇살이 따사로울 것만 같은 기분이로구나.'
나에겐 아직 많은 기억이 생생해.
꿈인지, 일인지 그때 이후로 벌써 몇 달이 지났지만.
그 사이에 위로인지 행운인 것인지, 대학 추가합격 통보가 나한테 왔어.
이걸 좋아해야 하나.
기대도 안 했으니까 당연히 기분이 좋은 건 맞는데, 불편한 느낌.
결국엔 내가 만나지 않아도 될 사람을 만나고 와서 이러고 있다는 거잖아.
성급한 판단이 불러온 불행이었지.
아, 뭐 액땜했다고 생각하자. 하면서도 속상하고.
많은 고민을 하면서도, 이러다간 내가 정말 끝 바닥까지 추락할 것 같아서 전부 훌훌 털어내자고 생각했어.
삼월이고, 새 학기며, 나에게 다시 주어진 인생이니까.
그래서 나는 스스로 괜찮다고 위로하며 오랜만에 집에서 나왔어.
이렇게 꾸민 것도 그날 이후로 처음이네.
그래 지금은 현실이고, 세상에 남자는 많잖아.
설마 정국 전하만 한 남자 하나 없겠니.
그래 그런 분은 없을 거야…….
혼자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며 좌절했다가, 우울해 했다가, 기대했다가.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내가 앞으로 다닐 대학교 앞에 와 있더라.
어차피 이렇게 붙었을 거 기다렸다가 발표 난 뒤에 한강 갈걸.
괜히 미련하게 먼저 판단하고 그 난리를 피워서.
조금 씁쓸했어.
"넌 새 학기부터 정신 놓고 사냐."
"정신을 놓긴 누가 놨다고."
"인정할 건 합시다, 방금까지 쳐 잔 우리 전정국씨."
한참을 멈춰 서 있는데 뒤에서 익숙한 이름이 들려왔어. 물론 목소리도.
놀래서 뒤를 돌아봤지. 솔직히 누가 안 돌아보겠어.
"너 그런 식으로 입 놀리면 저주 내릴 거야."
"짜식…… 무슨 저주."
"모든 학기 F."
졸라리 너무한 거 아니야? 노란 머리 남자애가 옆에서 방방 뛰었어.
근데 그러건 말건 내 시선은 그 노란 머리 남자애 말고 그 옆에 고정돼있었지.
정국 전하……?
순간적으로 입 밖으로 튀어 나가려는 말을 겨우 눌러 참고 손으로 입을 가렸어.
지금 내 앞에 정국 전하가.
내가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전하께서.
나에게 가장 소중하면서도 씁쓸한 추억을 남겨주신 그 사람이.
"야, 쟤가 너 쳐다봐."
"……."
"우리 정국이는 새 학기부터 인기가 많으시네."
인셉션인가. 꿈속의 꿈 이런 건가.
엄마, 나 좀 깨워줄래.
아무리 봐도 맞는데. 틀린 곳 하나 없이.
틀린 게 있다면 여기가 현실이며, 도포를 입고 있지 않다는 그 점.
마주치는 시선에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어.
"정국, 쟤 완전 넋이 나갔는데."
"누군지 몰라."
"나도 몰라 병신아."
"가자."
어쩌면, 아주 어쩌면 말이야.
---
설날님, 눈설님, 장희빈님, 민슈가님, 이킴님, 권지용님, 꽃잎님, 꾹꾹이님, 비빔면님,
정국전하님, 쿠키몬스터님, 스웩님, 빨강이님, 맑음님, 꽃신님, 귤님, 나무님, 모나미님,
정국아누나가미안해님, 흐헝꾹님, 하얀눈님, 정구기님, 스냅백님, 다이님, 태태랑님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방탄소년단/정국] 우연히 조선시대에 갔다온 썰 09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20819/e9762f0eac5fffeb9b97d7966e19430b.jpg)
![[방탄소년단/정국] 우연히 조선시대에 갔다온 썰 09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20819/df78718883c080e8b2c7f60ddd41d43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