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잠이 안 오더라. 계속 아까 전의 그 입맞춤이 생각나서 설레는 거야.
설령 잠이 든다고 한들 꿈에서까지 나올 것 같은 생생한 느낌에 계속 뒤척이기만 했어.
옆에 전하께서 주무시고 계시니까 괜히 더 부끄럽고.
결국, 잠이 안 와서 바람이나 좀 쐴까 하고 밖으로 나왔어. 도중에 전하께서 뒤척이시는 바람에 놀란 건 안 비밀.
왜 또 보름달이래. 감성 자극되게.
깨끗한 하늘에 혼자 떠 있는 달이 굉장히 밝았어. 돌계단에 털썩 앉아 달을 계속 쳐다봤던 것 같아.
생각이 이래저래 많아지니까 달만 쳐다보게 되더라.
속이 답답하다.
좋은데 뭔가가 계속 걸리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전하가 엄청나게 좋지만, 주위에 시선이라는 것도 있잖아.
더군다나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어느 정도 비중을 지니신 분들이 날 그렇게 보니까.
전하가 한나라의 왕이라는 것도 많이 걸리더라.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이방인 일 뿐인 거고, 갑자기 온 것처럼 어느 순간에 다시 돌아갈지도 모르는 일이고.
생각해보니까 정말 그러네. 내가 언제 돌아갈지 나도 모르는걸.
나는 원래 여기 사람이 아니니까.
달님, 계시면 제 고민 좀 들어주실래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좋아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정말, 정말 좋은 일인데. 이건 나한테 있어서 두 번 다시 없을 경험이라고 여겼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너무 복잡해지고 뒤틀리는 거야.
차라리 이게 긴 꿈이라면 나중에 내가 깨어나면 끝이지만, 꿈이라고 치기엔 모든 것들이 너무 생생해서.
어떻게 되든 내가 잊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잖아.
돌아가기도 싫고, 잊기도 싫어.
평생 옆에 둔 채 나만 보고 나만 가지고 싶어.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까 감정이 갑자기 울컥 올라오더라.
이러다 정말 밤새우겠네. 청승맞게 이게 뭐야.
올라오는 울음을 겨우 삼켜내고 다시 달을 쳐다봤어.
날은 춥고, 달은 밝고.
어디서부터 얘기를 꺼내야 하고, 어디서부터 정리를 해야 하는 걸까.
욕심부리고 계속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 걸까.
그동안 욕심 안 부리고 잘 살아왔는데, 이번 한 번만 부리면 안 되나.
평생을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사람들도 분명히 많을 텐데, 왜 나한테만.
그동안 교회 안 나가서 죄송한데, 이번 기도 한 번만 들어주세요.
그렇게 속으로 불평이란 불평은 다 하고 있는데, 인기척이 느껴졌어.
옆을 돌아보니까 석진이 내 옆에 털썩 앉더라고.
"어……."
"편하게 석진이라 부르셔도 됩니다."
조선 시대 사람들은 원래 다 이렇게 눈치가 빠른가.
자리에 앉은 석진은 아까 나처럼 달을 올려다보았어.
석진은 그래도 무언가 아는 게 있지 않을까.
근데 좀 망설여졌어. 내가 원하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거란 걸 내가 제일 잘 아니까.
"달이 밝습니다."
네, 달이 밝네요.
차라리 더 밝아서, 속까지 훤히 비춘다면 좋으련만.
그렇게 속까지 비추고 나서, 내 걱정과 고민 모두 도로 가져갔으면 참 좋을 텐데.
다시 돌아가서 잠이나 청해보려고 일어나려는 찰나, 석진이 말을 걸어왔어.
"언제 다시 돌아가실 예정입니까?"
"아……."
달을 보던 시선을 땅으로 옮긴 석진이 물어왔어.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으니까 멍해지더라.
내가 고민하고 있었던 문제이기도 했고.
다시 돌아가란 뜻인가. 텁텁했던 속에서 갈증이 일어나더라고.
한숨을 쉬어도 마음이 무거워.
"요즘 전하의 용안이 눈에 띄게 밝아지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안 돌아가셨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말끝을 흐린 석진이 나를 쳐다보았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더라.
내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보면서 석진이 웃길래 그냥 나도 같이 웃었어.
하지만 금세 표정이 어두워지더라고.
"실은 오늘 낮에 잠시 나가기 전, 어전회의가 있었습니다."
"아침에요?"
"말이 많았는데…… 대사헌과 대관들께서 곱지 않게 보시지 않습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석진이 덧붙였어.
거기서까지 내 얘기가 나왔다는 건 좀 심각한 것 같긴 해.
정말 정리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지. 내가 대충 고개를 끄덕이자, 석진이 자리에서 일어났어.
그러고는 가볍게 목인사를 하고 다시 돌아가더라.
저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조금 후회가 되기도 하더라. 차라리 지금 내가 밖에 나오지 않았더라면.
잠이 오지 않더라도 전하 곁에 바르게 누워있었더라면, 이런 말을 안 들었을까.
달은 여전히 밝고 둥글게 떠 있었어.
한복을 대충 털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궐 안으로 들어왔어.
이불을 조심스레 걷어내고 눕는데, 전하께서 말을 거시더라.
자는 줄 알았는데. 내가 깨운 건가.
"무슨 고민이 있는 것이냐."
자다 깨서 낮아진 목소리로 전하께서 물으셨어.
목소리를 들으니까 또 울컥하는 거야.
난 이미 결정 한 걸.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해.
이젠 다시 꿈에서 깨어날 때였고, 내가 누리기엔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았으니까.
지금까지 이만큼 온 것만으로도 충분하잖아.
내가 그동안 못해 본 것들을 경험하게 해주셨으니까, 그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겨야지.
긴 추억이 아니더라도, 가슴 속에 묻기엔 아름다운.
"아니요."
등을 돌려 누우면서 대답했어.
울면 안 되는데.
"……전하."
"말해보아라."
백년이 지난 곳에 사는 제가, 백년 전의 전하를.
"전하를 마음에 두어도 되겠습니까."
"백 년이 지나도, 행여 내가 돌고 돌아 너를 바로 만나지 못하더라도, 과인은 너를 잊지 않을 것이다."
견고해지시고, 냉혹해지셔야 합니다.
그러니 저는, 잊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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