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프다고 징징거리던 태형 덕분에 우리 셋은 대학가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에 왔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무슨 상황인가 해서 계속 멍을 때렸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나와 정국이가 마주 앉고, 태형이가 내 옆에 앉은 구조가 돼 있더라고.
들어오자마자 뒤통수를 내리치는 정국의 손길에 태형이 소리를 버럭 질렀어.
그랬다가 집중되는 시선에 입을 꾹 다무는데 좀 귀엽더라.
태연하게 메뉴판을 집어 드는 정국도.
보면서 웃다가, 잊고 있던 반지가 내 눈에 들어왔어.
옥색을 띠고 있는 반지가 칙칙하게 보이는 건 기분 탓인가.
준 사람이 기억을 못 하는데 이게 무슨 소용이야.
어색하게 매만지던 왼손을 테이블 밑으로 내렸어.
손을 내리는 그 순간 정국이와 눈이 마주쳤는데, 왜인지 심장이 덜컹.
잠시 말없이 쳐다보나 싶었더니 금방 고개를 돌리더라.
괜한 기대감. 희망. 혹시라도 날 알아봐 줄까 하던 멍청한 생각.
널 보자마자 이젠 일이 잘 풀릴 거라고 안도했던 아까 나의 모습.
한숨을 쉬곤 나도 내 앞에 놓인 메뉴판을 펼쳤어.
근데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지.
뭐 하나 선택해서 먹는다고 해도 지금 상황에선 체할 것 같았고.
그래서 그냥 음료수 하나 주문하고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어.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창가에 앉아 있었다는 거야.
아니었으면 시선을 둘 곳이 없어 테이블만 내려다보고 있었겠지.
창밖을 보고 한숨을 쉬는데, 정국이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어.
"나 잠깐 화장실 좀."
큰 거? 내 옆에서 태형이가 웃으며 말했어.
입 모양으로 작게 '뒤져.'라고 말한 정국이 화장실로 걸음을 옮기자마자 나를 휙 돌아보는 태형이.
갑자기 또 진지해진 눈빛이 불안해서 말을 더듬고 있는데 말을 꺼내더라.
"내가 저번에 말했었지."
"……뭐를."
"전정국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마시고 있던 음료수에 사레가 들려 기침을 하니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는 태형.
왜 또 갑자기 그게 얄미워 보이던지.
눈이 빨갛게 충혈될 정도로 기침하다가 겨우 진정하고 다시 음료수를 들이마셨어.
태형이는 여전히 큰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야, 너 내 친구 진짜 좋아하는구나?"
서로 좋아했었거든.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를 뻔했다가 힘들게 참아냈어.
먹먹한 마음이 기침으로도 뚫리지가 않더라.
내 목구멍에 여전히 뭔가가 걸려있는 느낌.
그래 우리 둘이 서로 좋아했든 말든 누가 알겠어. 나 말고.
이젠 그 당사자도 기억을 못 하는 일인데 혼자 알아 뭐에 써먹겠나.
참담해지는 기분을 걷잡을 수가 없었어.
얘는 정말 큰 볼일 보나 왜 안 와서…….
반지가 끼워져있는 손이 짐을 들고 있는 것 마냥 무겁더라.
테이블 밑으로 손을 숨기고 반지를 빼 주머니에 넣었어.
"그거 누군지 알려줄까?"
입가에 가득한 웃음이 보기 싫어서 그냥 창밖으로 고개를 다시 돌렸어.
그랬더니 다시 집중하라고 내 팔을 흔들어대는 김태형 때문에 다시 쳐다봤다. 아 귀찮게 정말. 하나도 안 궁금해!
"전정국 사실,"
"사실 뭐, 말 할 거면 빨리 말해."
"나 좋아해."
게이거든. 키득키득 웃는 태형은 이제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어.
하나님. 세상에. 이게 무슨 뜻밖의 게이득…….
조선 시대에서 넘어오다가 남자랑 눈이 맞은건가.
아니 얘가 조금 예쁘장하게 생긴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게이라뇨?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경악하고 있는데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전정국이 손의 물기를 털며 자리로 돌아왔어.
어깨를 으쓱이는 태형과, 입을 손으로 막고 자신을 쳐다보는 나를 본 정국이 잠시 상황 파악을 하더니,
곧장 태형이의 멱살을 잡았어. 눈치 빠른 건 똑같나보네.
"뭘 봐."
"어……?"
"집 안 가?"
가야지. 그럼. 어색하게 웃으며 다시 걷는데, 옆에서 다시 시선이 느껴졌어.
아 손 시려. 날씨는 왜 추운 거야.
괜히 혼자 민망해서 목도리에 얼굴을 집어넣는데 정국이 또 말을 걸어 왔어.
그래도 그 사이에 조금 친해진 건 맞는지 부쩍 말을 많이 거는 것 같아서 좋았어.
"근데 너,"
"나?"
"반지 없어졌네."
아. 추워서 빨개진 손을 내려다봤다가 고개를 들었다가 정국이랑 눈이 마주쳤어.
없어진 게 아니고, 그냥 빼놓은 거야.
목도리 속에서 웅얼거리며 나가는 말에 정국이 그래? 라며 고개를 끄덕이더라.
왜냐고 물어봐 주던가 그럼. 요즘 아이돌 노래도 다 돌림노래던데 넌 왜 1절만 하고 끝나.
이번엔 내가 먼저 고개를 돌렸는데, 옆에서 정국이 다시 말을 걸었어.
"끼고 다녀 반지."
예쁘더라.
잠깐 자리에 멈춰 섰어. 쟤가 지금 뭐라고 한 거지.
굳어있는 나는 안중에도 없는지 휘적휘적 앞으로 앞서나가는 정국.
지금 이거……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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