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백현이네 집 앞으로 가 백현이가 나올때까지 기다리다가 허겁지겁 나오는 백현이와 함께 나란히 걸으며 학교로 가는 것이 익숙해진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백현이를 기다리러 아침 일찍 집에서 나왔다. 매일 기다리던 자리에서 백현이를 기다렸다. 주머니에서 오래된 핸드폰을 꺼내어 폴더를 열었다. 백현이의 웃는 얼굴이 화면 가득 눈에 들어왔다. 얼른 이 웃는 얼굴이 보고싶었다. 시계를 보니 평소보다 더 늦은 시간이었다. 좀 있으면 지각을 할것만 같아 백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백현이는 전화도 받지 않았다. 연결할 수 없다는 여자의 목소리에 전화를 끊었다가 다시 해보았다. 이번에도 역시 전화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언젠가 백현이를 집에 데려다줄 때 대문 앞에 서서 자신의 방이라며 손가락으로 가리키던 백현의 방을 올려다보았다. 순식간에 커튼이 쳐지는 것을 본것 같았지만, 백현이가 창문으로 나를 보고있었으면 안나왔을리가 없다고 믿어버린 나는 점점 시간이 흐르자 교문을 닫을 시간이 되어 백현이에게 문자를 하며 학교로 뛰어갔다.
그 때,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창문으로 나를 보고있던 너를 끝까지 의심해볼걸. 아니, 학교를 가지 않는 한이 있어도 너의 집 앞에서 계속 기다려볼걸. 그랬다면 그렇게 보내지는 않았을텐데.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찾아갔지만 백현이를 만날 수 없었다. 학교에 있는 동안에 계속 백현이에게 전화와 문자를 해보았지만 연락이 없었다. 혹시나 해서 백현이네 반으로 찾아갔지만 백현이의 자리는 텅 비어있을 뿐이었다. 백현이를 보디 못한지 몇일이 지난 후 나는 결국 학교에 가지않고 백현이의 집 앞에서 계속 기다려보기로 한다. 백현이네 집 앞에 도착해서 곧바로 백현이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니 다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처음에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번호를 잘못 눌렀겠거니, 하며 이번엔 통화버튼을 누르고 강아지♥ 라고 저장해놓은 이름이 뜨는 것 까지 확인한 후에 핸드폰을 귀에 갖다대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이번에도 역시 없는 번호라는 멘트만 나올 뿐이었다. 그제야 나는 갑작스레 불안해지는 마음을 느끼며 계속해서 전화를 끊었다, 걸었다를 반복했다. 하지만 아무리 계속 전화를 걸어보아도 들려오는 소리는 같았다. 믿을 수 없는 일에 두 손을 올려 마른세수를 했다. 백현이를 봐야했다. 볼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확신은 서지 않았지만 애써 마음을 안정시키고 백현이의 집 대문 바로 옆에 있는 담장에 기대어 섰다. 핸드폰을 들어 화면에 있는 백현이의 얼굴을 봤다. 오랫동안 아무것도 하지않아 액정에 들어온 불이 꺼지면 아무 버튼이나 눌러 다시 환해진 화면속에 백현이를 계속 봤다. 네 칸으로 꽉 차있던 배터리가 두 칸이 남았을 때, 옆에서 대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백현이길 바라는 마음에 바로 몸을 들어 대문 앞에 가서 섰다. 하지만 문을 열고 나온것은 백현이가 아니었다.
"…뭐야?"
"아, 안녕하세요. 저는…"
"니가 박찬열이냐?"
"…네?"
계속해서 나를 바라보는 눈길에 나는 뒤늦게야 네,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안그래도 표정이 안좋았던 중년의 남자가 더욱 표정을 굳히더니 조용히 말했다.
"거지같은 놈."
"……."
"백현이한테 들러붙으면 너한테 득되는 일이 있을 것 같았어?"
"……."
"앞으로 찾아오지 마. 백날와서 기다려도 백현이 못 만나니까."
"…네?"
"백현이 여기 없어. 그러니까 다시는 오지 말라고."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 때 나와 만난것은 백현이의 아버지였다. 나는 백현이가 여기 없다는 소리에 나를 지나쳐가는 백현이의 아버지에게 그럼 백현이는 어디있는 거냐고 계속해서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차를 타고 길을 빠져나가는 백현이의 아버지의 차를 보다가 고개를 들어 백현이의 방 창문을 봤다. 커튼이 쳐져 완벽하게 가려져있었다. 만나지 못해도 좋으니까, 제발 저 창문 건너편에 백현이가 있기를 기도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아침마다 백현이의 집 앞에 찾아갔다. 여전히 나오지 않는 백현이에 실망하며 11시 쯤 나오는 백현이의 아버지의 눈을 피해 계속해서 백현이를 기다렸다. 하지만 나는 백현이를 단 한번도 볼 수 없었다.
저녁까지 백현이를 기다리다 오늘도 힘없는 걸음으로 집까지 걸어왔다. 집으로 들어오자 아무도 없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좁은 옥탑방에서 엄마와 둘이 살았다. 단 한번도 이런 생활에 엄마를 미워하거나 원망한 적은 기필코 없었다. 하지만 백현이의 옆에 있으면 내 자신이 초라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생각을 떨쳐내려 고개를 내젓고 옷을 갈아입었다. 아무리 생각을 떨쳐내려 해도 떠오르는 얼굴을 보려 핸드폰 폴더를 열자 백현이의 얼굴이 아닌 문자창이 있었다. 엄마가 보낸 문자였다.
[찬열아 가게로 빨리]
어딘지 모르게 급해보이는 문자에 곧바로 집을 나와 문을 잠근 후 발을 빨리해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멀지않게 보이는 엄마의 작은 꽃집 앞에는 낯선 남자들이 있었다. 발걸음을 빨리해 다가가자 곧 그 남자들이 꽃을 뜯어내고, 화분을 던지며 부수고 있었고 나의 어머니는 그 남자들을 말리려다 밀쳐져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뭐 하는 짓이야!!!!"
내가 소리치자 가게를 만신창이로 만들던 남자들이 나를 봤다. 내가 그들을 노려보고 있을 때, 차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나더니 누군가가 다가왔다. 나는 시선을 그 쪽으로 돌렸다.
"그렇게 아침마다 와서 숨어있으면 모를 줄 알았니?"
백현이의 아버지였다. 나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백현이의 아버지를 쳐다볼 뿐이었다.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했잖아. 백현이 여기 없다고."
"……."
"백현이 프랑스로 갔다. 내가 보냈어."
"……."
"니 놈이랑 떼어놓으려고."
"……."
"한 번만 더 내 눈앞에 띄면 아예 가게를 밀어버릴테니 그렇게 알아."
백현아, 백현아….
보고싶다…….
"엄마, 미안해."
"…아니야. 못난 엄마라서 엄마가 더 미안해."
"그런 말 하지마.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엄마는 백현이의 아버지가 하는 말을 듣고 다 알아차렸을 것이다. 왜 갑자기 찾아와 그런 짓을 했는지, 왜 내가 아침마다 찾아가는 것을 싫어하는 것인지, 왜 내가 요즘 기운이 없는지.
그리고 왜 백현이가 떠나갔는지 까지도, 다 눈치 채셨을 것이다.
"백현이라는 아이…, 좋아하니?"
나 혼자서 생각했을 때는 괜찮았는데, 아까 백현이의 아버지가 백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말했다.
"…응……."
"……."
"이렇게 가게 다 망가지고, 찾아갈 때마다 안좋은 얘기 들어도 미치게 보고싶어……. 엄마, 나 백현이 보고싶어……."
나는 그 날 어렸을 적 이후로 처음 엄마의 품에 안겨 크게 소리내어 울었다.
단희와는 대학교에 들어와 만난 사이였다. 원래부터 여경이 꿈이였던 단희는 언제나 씩씩하고 당돌했지만, 찬열의 앞에서는 의심할 여지없는 여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단희가 찬열을 불러냈다.
"찬열아, 나 할 말 있어."
"…뭔데?"
"나, 너 좋아해."
"……."
"너한테 내 마음 강요하거나 그런건 절대 아냐. 나는 그냥…, 너가 시간을 가지고 한 번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단희야."
"…응?"
"생각할 시간 없어도 돼. 지금 말할게."
"……."
"미안."
"…찬열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절대로 잊지 못할, 그런 사람.
평소 다정했던 찬열이 매몰차게 자신을 밀어냈음에도 불구하고 단희는 찬열의 곁에 있었다. 상처를 받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물론 상처를 받았겠지만, 처음 봤을 때와 같이 다정하고 친절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쓸쓸하고 슬퍼보이는 찬열의 곁을 지키고 싶었음일 것이다.
이제는 바뀌어버린 찬열의 핸드폰 배경화면에는 더이상 백현이 웃고있지 않았다.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가 차지하고있는 핸드폰 배경화면 대신에, 찬열의 지갑 속에서 지금까지도 소중하게 간직되고 있었다.
찬열이 눈가가 벌개진 채로 눈을 감고있는 백현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한국에는, 언제 왔어…?"
"…작년에."
그런데 왜 날 찾아오지 않았냐고 묻고싶었던 찬열이 백현이 다시 입을열자 묵묵히 그 말을 들었다.
"집에만 갇혀있다시피 지냈어. 나가봤자 뭐, 대문 밖 정도."
"……."
"프랑스로 가서, 내가 점점 미쳐가는 걸 아버지도 눈치 채셨었나봐. 작년에 날 급하게 한국으로 불러들였어. 그리고는 집에만 있게 하셨어."
"……."
"그렇게 집에만 있다가, 창문에서 뛰어내렸어. 아버지 보는 앞에서."
찬열이 놀라 백현을 보았다. 하지만 백현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말을 이어갔다.
"무작정 뛰어내려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이 다쳤었나봐. 재활치료 안받으면 걷지 못할수도 있다고 그랬어."
"……."
"다들 재활치료 안받으면 진짜 못걸을수도 있다고 그랬는데, 난 그냥 계속 침대에 누워있었어. 못 걸어도 별 상관 없었거든. 어차피 죽으려고 뛰어 내렸었고, 살아도 집 안에만 있어야 했으니까."
"백현아."
"근데 몇일 뒤에 아버지가 내 등에 대고 말했어."
"……."
"재활치료 잘 받고, 몸 건강해지면 너랑 만날 수 있게 해주신다고."
"……."
"그 때부터 정말 이 악물고 치료받았어. 잠도 안자고 걷는 연습만 했어."
"……."
"그렇게 보고싶었는데, 막상 보려니까 맨정신으로는 못 보겠어서 술 마셨어, 찬열아."
"……."
"미안해, 미안해……."
백현이 그쳤던 눈물을 다시 터뜨렸다. 찬열이 백현을 끌어안았다. 이 온기가 너무도 그리웠다. 처음으로 자신에게 사랑받는 느낌을 주었던 찬열이 너무나도 보고싶었다.
"백현아, 미안해 할거 없어."
"…흡,"
"돌아왔잖아, 이렇게……."
"……."
"보고싶었어, 너무 보고싶었어."
"사랑해, 단 한순간도 빠짐없이……."
"…나도, 나도 사랑해, 찬열아……."
둘은 한참동안이나 눈물을 흘리며 마치 여태 못했던 사랑을 이 순간 다 하겠다는 듯이 서로를 있는힘껏 껴안고 있었다.
"백현아, 밥 먹…, 백현아, 뭐 하는 짓이야!"
아버지가 창틀에 앉아있는 나를 보고 급하게 내게 다가오려했다. 하지만 나는 더이상 가까이 오면 뛰어내리겠다고 아버지를 위협했다.
"아버지는 모르실거에요."
"……."
"찬열이가 나한테 어떤 존재였는지."
"……."
"얼마나 나에게 많은 사랑을 줬는지."
"…아가,"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하도 손에 돈만 쥐어주길래 그게 사랑인줄 알았지."
"……."
"근데 찬열이는 나한테 진짜 사랑이 뭔지 가르쳐줬어요."
"백현아, 제발…."
"나, 나 이대로는 못버티겠어요."
"백현아……."
"아빠."
"……."
"여기서 뛰어내렸는데, 나중에 찬열이가 나를 찾아오면 어떡하지?"
"……."
"그러면 그 땐, 아빠가 대신 말해줘. 내가 너무 보고싶어 했다고."
"백현아,"
"내가 정말 많이 사랑했다고……."
"백현아!!!!"
나는 나를 부르며 울부짖는 아버지를 보며 창 밖으로 몸을 던졌다.
"재활치료, 받으셔야 합니다."
"싫어요."
"…백현씨."
"듣기 싫으니까 나가주세요."
나는 매일같이 나를 설득하러 오는 의사에게 얼굴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저 벽만 보고 아무런 생각없이 누워있었다. 아무것도 먹지않아 점점 말라가고 있을 때, 매일 말없이 나의 뒷모습만 보고 조용히 나가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백현아."
"……."
"아빠가 미안해."
"……."
"치료 받아."
"……."
"재활치료 받고 몸 건강해지면,"
"……."
"…찬열이 만나게 해줄게."
그 순간 나는 조용히 눈물을 끝없이 쏟아냈다.
드디어 찬열이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재활치료를 받는 동안, 나는 힘들어서 죽고싶을만큼 무리해서 열심히 했다. 어느 날은 찬열이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찬열이가 그럴 리 없다고 확신한 나는 그 뒤로 평소보다 더 열심히 했다. 처음으로 아무것도 의지할 것 없이 두 다리로만 걷던 날,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넘어질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넘어지는 순간, 멀리 뒤에서 나를 지켜보고있던 아버지가 나에게 다가오려 했지만, 나는 넘어진 고통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이를 악물고 다리에 힘을주어 일어섰다. 그리고 한걸음 내딛고, 또 한걸음 내딛으며 걷기 시작했다. 넘어지는 일이 발을 내딛는 일보다 훨씬 많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찬열이를 위해서. 그리고 나의 뒤에서 힘겹게 한걸음씩 내딛는 나를 지켜보며 눈물짓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서.
찬열아, 이제 너를 만나러 갈 수 있어.
내가 너무 늦은건 아니지?
우리 이제, 행복하자.
…사랑해.
아..이 막장 + 아침 드라마를 본듯한 느낌은 뭐죠;
ㅠㅠㅠㅠ손에 모기물려서 글이 모기 물린것처럼 근지럽고 찝찝하네옄ㅋㅋㅋ..
루멘이 부릅니다 또 한 글을 망쳤어
+
아리아가 이제 거의 막바지를 향해가고 잇는 듯 한데..
(사실 저두 몰라요 그 자리에서 쓰고 그 자리에서 올리는 거라^^;)
저 이제 셤 끝날때까지 연재 안해욧!
루멘 잊지 말아주세여..
힣 7월 10일날 뵈여 사랑하는 독자님들..ㅠㅠ♡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아직도 사망자가 계속 발생중인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