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사람 된 비글견 찬열 X 주인님 너징 EP.01
(부제:우리집 개가 훈남이 됐어요... 엉엉)
어렸을 때 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디자인 쪽 보다는 누군가의 옷을 코디해주는게 적성에 잘 맞았고 결국 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을 꿈꾸게 되었다. 그런 나의 꿈을 슬프게도 부모님은 인정해 주시지 않았지만. 워낙 보수적인 집안이라... 공무원 같은 안정적인 직장을 갖길 원하시던 아버지 때문에 코디네이터라는 꿈은 마음 속 깊이 묻어뒀어야만 했다.
아버지 말씀 대로 선생님이나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지루한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하며 티비를 틀었는데 웬 공장복 같은 옷을 입고 나오는 아이돌들이 눈에 띄었다. 헐... 뭐야.... 대체 저 아이돌 코디는 누구길래 잘생긴 얼굴을 옷으로 먹칠하는거지... 내가 발로 옷 입혀놔도 저거 보단 예쁘겠네!!! 왠지 모를 근자감이 터져 나오며 콧방귀를 껴대다가 문득 마음 깊이 묻어두었던 '코디네이터'라는 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고, 차라리 내가 저 코디들 보단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꿈은 더더욱 간절해졌다.
그렇게 뭣도 모르고 스물 두살이 되는 해에 무작정 혼자서 서울로 올라왔다. 아버지 몰래 엄마한테 간절히 부탁했더니 통장 하나를 내게 건네주시더라.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아시면 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거 였지만 어찌됐든 내가 원하는 건 공무원이 아니라 코디네이터였으니까! 그렇게 나는 당당히 통장을 들고 일단 집 부터 알아보기로 했다.
서울은 땅값이 너무 비싸서 문제야 문제.... 하루종일 돌아다니며 골머리를 앓다가 운 좋게도 작은 빌라 방 하나를 얻게 되었다. 애초에 마당 깔린 좋은 집을 바라고 올라온게 아니었으니까 뭐.. 아늑하고, 혼자 살기엔 딱 좋네! 내 나름대로 만족했다. 집도 얻었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을 준비를 했다. 내가 원하는 건, 일반인도 아니고 무려 연예인의 코디였으니까 경쟁률이 쟁쟁하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열심히 준비해야만 했다.
"오늘도 수고 많았어. 조심히 들어가"
"네. 내일 뵈요!"
그렇게 2년이 지나고 24살이 된 해 지금, 나는 기적과도 같이 요즘 티비만 틀면 나온다는 가장 핫한 배우 도경수씨의 코디가 되었다. 그러니까 이게 말하자면 스토리가 좀 길긴 한데... 어찌됐건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 운이 정말 미친듯이 좋았다는 것이다. 도배우님이 바빠질 수록, 코디인 나도 덩달아 바빠졌고, 몸이 정말 세개라도 부족할 만큼 열심히 그의 옆에서 일을 했다. 새벽에 일이 끝나고 나면 한 10년은 폭삭 늙어버린 듯한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기분만은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서 그런지 몸이 피곤해도 항상 마음만은 즐거웠다. 진작에 허튼 생각 말고 코디네이터 쪽을 팔걸 그랬어!
오늘도 여김없이 새벽에 일이 끝나 도배우님의 매니저 차량을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도착했다. 꾸벅 인사를 하고 나서야 매니저와 도배우님은 벤을 타고 유유히 사라지셨고, 나는 금방이라도 주욱 힘이 빠져 쓰러질 것만 같은 몸을 간신히 두발로 지탱하며 내가 사는 작은빌라로 향했다. 하필 빌라로 향하는 길은 왜 오르막길 인건지 모르겠다.... 무슨 야밤에 등산 하는 듯한 기분이야 지금... 괜히 힘이 들어 느릿느릿 하게 걸으며 집으로 가는 길 이었는데 왠 할머니가 길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옥수수를 팔고 계시는게 보였다. 엥? 지금 시간이 몇신데.... 지금 새벽1시도 넘었는데... 할머니가 왜 집에 안 들어가시고 여기서 옥수수를 팔고 계시는거지... 여러모로 의아한 점이 많았다. 그냥 지나갈까.... 했지만. 하필 할머니와 눈이 딱 마주쳐버리는 바람에 차마 그냥 지나칠 수는 없어서 먼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저기...할머니 지금 시간 많이 늦었는데 집에 안 들어가세요?"
"집 없어."
"....네????"
"아가씨 그러지 말고 옥수수 몇 개만 사줘"
매우 po당황wer스러웠다.... 집이 없으시다니... 그럼 어디서 주무시는.. 아니 것보다 이 할머님.... 쿨내가 진동을 하잖아...? 결국 할머니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 하고 나는 내친김에 옥수수를 몽땅 다 사기로 했다. (3만원이라는 거금이 훨훨 날아가버렸다.. 안녕.) 할머니가 추우실까봐 끼고있던 장갑과 목도리도 해드렸더니 아가씨가 심성이 매우 좋다며 칭찬까지 해주셨다. 아니... 뭘요 그정도는... 헤헷... 그럼 할머니, 저는 이만 가볼게요. 밤길 조심하세요! 정중히 인사까지 하고 나서야 손에 옥수수를 봉지 째 들고 집으로 향하려는데 그 순간, 아가씨 잠깐만. 할머니가 나를 불러세우셨다.
"네?"
"이거 받아"
"어... 이게 뭐예요?"
"소원을 이루어주는 껌"
"...네?"
2차 po당황wer... 소원을 이루어주는 껌이라... 세상에 그런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할머니가 분홍색 껌을 건네주시며 꼭 간절한 소원일 때만 이루어진다고 덧붙여 말씀하셨다. 아, 네에.... 나는 그저 할머니가 농담하시는 구나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럼 저 진짜 가볼게요.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리고 나서야 이제 진짜 집으로 향했다.
띠로릭. 도어락 잠금이 해제되는 경쾌한 음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나를 반기는건 우리집 강아지 비글이었다. (강아지 견종이 비글이라 그냥 단순하게 이름도 비글이라고 지어버렸다.) 신발을 벗고 거실에 불을 켰더니, 나를 보곤 아주 좋아서 꼬리까지 흔들어대며 왕왕거린다. 응, 그래그래 많이 외로웠지? 미안해. 마치 한번만 안아달라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애처롭게 바라보길래 비글이를 품에 안았더니 날름날름 얼굴을 핥아대질 않나... 난리도 아니었다. 얘가 얼마나 외로웠으면 이럴까 싶기도 하고...
"으휴. 우리 비글이, 주인이 많이 못 챙겨줘서 미안해."
"왕왕!"
"응, 알았어 알았어. 먹을거 달라는 거지? 기다려봐, 먹을 게 있나..."
손에 들린 봉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옥수수를 한번 줘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아까 할머니가 주셨던 그 분홍색 껌이 생각났다. 주머니에 넣어둔 껌을 꺼내어 비글이에게 내밀자 잠시 킁킁 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낼름하고 잘 받아 먹는다. 한번 머리를 쓰다듬고 나서야 손에 들린 옥수수 봉지를 식탁에 놓고 피곤에 찌든 몸을 개운하게 씻어내려 욕실로 향했다.
"어.. 비글아, 자?"
씻고 나오니 주인이 자기전 까진 절대 잠에 들지도 않던 비글이가 웬 일로 쇼파에 누워서 자고 있었다. 어디 아픈건가 라고 생각하는건..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너무나 쌩쌩했던 비글이였기 때문에 무리수였다. 쇼파에 다가가 조심스레 비글이에게 담요까지 덮어주고 나서야 방 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젖은 머리가 찝찝하긴 했지만 말리고 자기엔 너무 귀찮아서 그냥 베개에 수건을 깔은 채로 두 눈을 감았더니, 온 몸에 긴장이 쫘악 풀어지며 금새 꿈나라로 빠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
.
.
모두가 잠든 야심한 새벽이었다. 거실 쇼파에선 순간 엄청난 불빛이 반짝거리더니 이내 강아지는 사라지고 웬 남자가 누워있었다. 쇼파보다도 더 큰 듯한 훤칠한 키, 검정색 곱슬머리에 요정과도 같은 귀를 가진 사내가 아이같이 새근새근 거리며 잠에 들어 있었다. 품에는 그녀가 애완견에게 덮어주었던 담요를 꼭 끌어 안은 채.
:〈 ?
:D !
특히 잠이 많은 잠꾸러기였던 내가, 도배우님 덕분에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매일 꽉찬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 매니저와 함께 도배우님 옆에 꼭 달라붙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익숙한 손놀림으로 핸드폰을 제일 먼저 확인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거실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누군가 한명 더 우리집에 존재하는 듯한 그런 인기척의 소리. 불안한 마음에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고 방문을 살짝 열어보았지만 거실엔 다행히 아무런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내가 잘못 들은걸꺼야. 안심하며 방문을 활짝 열어 거실로 나갔더니. ...부엌 쪽에서 무언가를 뒤적거리는....
"으아아악! 누구세요!!?"
"헉"
키크고 잘생긴 훈남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왓....왓더....?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 자고 일어났는데 아침 일찍 누군가가 우리집에 들어와서 부엌을 뒤지고 있었다. 라고 생각하니 매우 당황스러웠다. 그것도 저렇게 잘 생긴 훈남이.... 왜...우리집 안에...? 헐 혹시 변태인건가. 훈남도 꽤나 당황한 듯한 표정이었다. 아니, 당황하는게 당연한거지 지금 같은 상황에선. 무엇보다 당황스러운건 당연히 내쪽이었지만. 오, 오해 하지마! 나야! 훈남이 손사레를 치며 점점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오..오지 마세요 왜 와요..!"
"주인, 나 모르겠어? 나야, 나. 주인의 하나 밖에 없는 강아지! 그..그래 비글이!"
"그게 무슨...."
개소리야.... 나는 댁같이 잘 생긴 사람을 내 애완견으로 키운 적이 없는데... 난생 처음보는 훈남이 내가 자기 주인이라며 헛소리를 해대는데, 솔직히 좀 어이가 없기도 하고 그저 지금 이 상황에 정신이 얼떨떨하기만 했다. 내가 천천히 다 말해줄게. 그리곤 또다시 내게로 다가오는 낯선 훈남. 자연스럽게 나는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고 그런 내가 답답한 모양이었는지 갑자기 한숨을 내쉰다.
"...지금 내가 왜 이렇게 변한건진 나도 모르겠는데, 나 진짜 주인 강아지 맞다니까! 어제 나한테 저 담요 덮어준 것도, 주인 아니었어?"
"...."
그렇.. 그렇지, 근데... 내가 분명히 담요를 덮어준 건 우리집 비글이지 댁 같은 훈남이 아니라니까요. 그러고보니.. 원래 평소대로 라면 내가 방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달려와서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어댔을 녀석이 웬 일로 쥐 죽은 듯 조용하다. 아니 조용할 뿐만 아니라 어디로 간건지 모습조차 보이질 않는다. 순간 내 앞에 서있는 훈남과 눈이 마주치자 소름이 오소소 돋았고, 그의 목에서 무언가 반짝이는게 보였다. 응...? 자세히 보니 내가 비글이를 처음 맞이 했을 때 선물해 주었던 그 은색 목걸이였다. 헐 잠시만 그럼 진짜 저 사람이....?
"...진짜? 진짜 우리집 강아지라고요?"
"응."
"내.. 내 이름은?!"
"ㅇㅇ 주인님"
"헐"
"맞다니까"
"그.. 그럼 어떻게 사람이 된거야 ...요?"
"나도 그건 잘... 근데 어제 주인이 준 껌 먹고 잠이 막 오더라구 그래서..."
"껌?"
껌이라면 설마 어제 할머니가 주신 그 분홍색 껌? ..말도안돼. 그저 할머니의 농담일줄만 알았던 소원의 껌이 진짜였다니, 멘붕 그 자체였다. 하루 아침에 키우던 강아지가 갑자기 사람이 되어있다니... 그것도 훤칠한 키에 뭐하나 빠짐없이 잘생긴 훈남이…. 상쾌한 아침부터 망치로 뒷통수를 세게 후려 맞은 기분 이었다. 절로 벌어진 입이 바보처럼 다물어 질줄을 모른다. 그런 내 모습에 그저 실실 웃기만 하는 인간 비글이. 아니 그럼 부엌은 왜 뒤진거야? 내 질문에 훈남은, 아니 이제는 사람 된 우리집 개 비글이는 웃으며 대답했다.
"배고픈데 주인님이 밥을 잘 안 챙겨주길래."
:〈 ?
:D !
사실 비글은 평소에 사람이 되는것이 제 소원이었다. 매일 일에 지치고 집에 들어오는 그녀를 보면 즐겁게 해주고 싶었고, 또 오늘도 많이 수고했다며 등을 다독거려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저 강아지일 뿐인 자신이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거라곤 반갑게 꼬릴 흔드며 그녀의 얼굴을 애정가득 핥는 것 외엔 없었으니. 비글은 속으로 답답하면서도 다시 태어난다면 사람으로 태어나길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그녀가 건네 준 껌을 먹고 잠든 다음 날 아침. 여느때와 다름없이 그녀보다 일찍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니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비글이었다. ...? 방금 뭐였지...? 비글은 천천히 자신의 손을 보았다. 갈색 털로 덮인 작은 손이 아닌 길쭉하게 잘 뻗은 사람 손이 제 눈 앞에 보였다. 허...?
깜짝 놀란 비글은 곧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거울을 확인하려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더니, 자신이 네발이 아닌 두 다리로 걷고 있는게 느껴졌다. 헐... 비글은 설마하는 마음으로 화장실로 들어가 문까지 단단히 걸어 잠구고 나서야 거울을 확인했다. 검은 곱슬머리에, 키 크고, 귀도 크고, 눈도 큰 아주 잘생긴 남자 사람이 거울 앞에 서있었다. 그, 그럼... 내가 진짜 사람이 된거라고? 우와악!!!! 그토록 바래왔던 소망이 이루어지자 기쁨을 주체를 할 수가 없어 당장이라도 소리 지르며 온 동네를 뛰어 돌아다니고 싶은 심정 이었지만, 혹여나 자신 때문에 ㅇㅇ이 잠에서 깰까봐 그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제자리에서 방방 뛰어대는 비글이었다. 다시 한번 거울을 보며 확인해 봐도 자신은 너무나 완벽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있었다.
이제.. 이제 나도, 다 할 수 있어. 힘든 그녀를 대신해서 청소도 해주고 빨래도 널어주고, 또 안마도 해주고. 힘들 땐 곁에서 위로해줄 수도 있고, 따듯하게 그녀를 안아 줄 수도 있…. 비글은 앞으로 자신이 사람으로써 할 수 있는 것들을 머릿속으로 쭉 나열하다가, 그녀 생각에 뭐가 그렇게도 부끄러운지 순식간에 얼굴이 화악 달아올랐고 이내 얼굴을 두 손으로 덮어버렸다.
*
훈찌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ㅎㅎ 부족한 글이지만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__) 뭔가 마지막이 덜쓴듯한 느낌...?이 들지만 분량 조절을 위해...ㅋㅋ 남은 일요일의 시간도 즐겁게 보내시고
댓글은 작가의 큰 힘이 된답니다. 읽어주신 독자님들 정말 고맙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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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글 뭐야ㅋ 아이유는 장발이지 무슨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