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 들으시면서 듣는 거 추천하겠습니다!
외모지상주의01
(부제:극과 극)
iKON
언젠가부터 하지않았던 야자를 제치고 집으로 왔다. 침대에 누워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면, 나도 예뻐질 수 있을까? 이 억울하고 불행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면..나도 예뻐지고 싶다. 일주일 전의 통화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방법은 없었어요. 딱히 특별한 일도 없었..어, 어떤 키 큰 남자를 만났어요. 뭘 주더라구요. 오늘 하루종일 울고 정신없이 집가던 중에 만난거라 별 다른 적대심도 없었고, 그냥 생각없이 받았어요. 집 와서 보니까 작은 상자안에 티백에 차가 하나 들어있더라구요, 포스트 잇이랑 함께. 포스트잇에는 당신의 고민을 해결해 줄겁니다, 라고 써져있었어요. '
'남자는, 어떻게 생겼었어요?'
'키가 컸고, 얼굴은 마스크랑 선글라스를 하고 있어서 모르겠어요. 근데 기가 쎈 남자 같았어요. 이야기 할 때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거든요.'
'아..그래서 그 차를 마셨나요?'
'네..그리고 꿈을 꿨어요. 악마가 나오는 꿈을. '
그러니까, 그 남자를 만나야 내가 악마를 만나서 영혼을 팔든가, 말던가 할텐데. 그 남자가 키가 크고 잘생긴 것 외에는 아는 게 없다. 그러므로 만날 가능성은 없고, 그렇다면 악마를 만날 가능성은 더더욱 없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만나야한다. 그 남자를, 그 악마를. 이 좆같은 현실을 깨부수고 환한 현실로 돌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았는데, 이렇게 멀어지게 할 수는 없다. 어떻게든, 찾아야했다.
교복을 그대로 입고 밖으로 무작정 나왔다. 부모님과 따로 살고 있는 아파트에 온기란 느낄 수가 없었다. 차라리 집보다 밖이 더 나은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환하게 켜져있는 가로등과 현관문 하나 사이로 들려오는 단란한 대화. 참 씁쓸했다. 악마와의 접선이 없더라도, 다음 생이라는 게 있다면 저러한 가정 속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살다가 평범하게 죽고싶다. 바라는 건 없다, 그저 '평범' 이라는 두 글자 밖에.
무작정 나와 길을 걷다보니 날씨가 추운 게 느껴져 저 앞에 보이는 편의점으로 들어가 따듯한 커피를 사서 계산대로 향했다. 주머니에 꼬깃꼬깃 접혀있던 천 원을 꺼내 알바생에게 주니, 얼굴이 많이 익숙하다.
"어...많이 보던 얼굴인데. 안녕."
"......."
"이렇게 인사 씹으면 나 민망한데..뭐, 다음에는 인사 잘 해줘. 잘가."
처음이다. 학교에 같이 다니는 사람이 이렇게 인사를 해준거, 그것도 다정하고 살갑게. 너무 놀라고 떨려서 심장이 쿵쿵댔다. 김진환은 나를 싫어하지는 않는건가..? 갑자기 닥친 신기한 상황에 수만가지 생각을 하며 길을 걸었더니 앞에 사람이 있는 지도 몰랐다.
'생각이 많아 보이네?'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던 모든 사고회로가 정지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손에 땀이 나고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조심스럽게 위를 쳐다보니, 생각치도 못한 얼굴이 마주하고 있었다.
"하이."
".....니가 왜..?"
"내가 뭐. 자, 선물이야. 잘 생각해봐, 니가 진정으로 바라는 게 뭔지. 정말 잘 생각하길 바래."
송윤형은 그대로 나를 지나쳐 걸어갔다. 남은 건 내 손 위에 얹어진 하얀 작은 상자였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바로 집으로 와서 상자를 열어보니, 미진이의 말 그대로였다. 포스트잇과 티백. 그리고 고민을 해결해 줄거라는 문구까지.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생각 하기 조차 싫다. 나는 오늘 밤, 악마를 만날 것이다.
주체할 수 없다 송윤형에게 받은 차를 마시고 서둘러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았고, 계속 시간은 흘러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밤이 더욱 깊어갈수록, 아침이 더 다가올수록 초조함은 커져갔고 아무 생각 없이 두려움에 떨던 그 때서야 나는 잠에 빠져 들었다.
영혼을 팔러 왔구나.
이렇게 나를 찾아오려고 애를 쓴 사람은 오랜만이구나.
그런 사람들은 모두 영혼이 썩어 문드러져 내가 구원을 해 준 것이지만, 너는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영혼인데.
왜 온거지?
목소리가 들렸다. 지하세계 저끝에서 올라오는 듯한 낮은 목소리가 내 정신을 굳게 만드는 듯 했다. 눈을 뜬 것 같지도 않지만, 모든 게 깜깜했고, 빛이라고는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지금 저에게 말을 하고 있는 당신이 악마인가요?
풉, 그래. 사람들은 나한테 악마라는 이름을 붙여 줬더라. 그렇게 불러도 나쁘진 않아. 자, 이제 눈을 좀 떠 봐.
역시 눈을 감고 있었다. 느릿느릿 감겨 있는 눈을 뜰려고 노력했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내가 상상하던 끔찍한 악마와는 다른 모습을 한 아주 사람다운 모습을 하고 있는 남자였다. 주변은 모두 검은빛으로 물들여져 있었고, 그 남자는 앞에 서서 날카롭게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주 쎄 보이고 기분이 나쁘진 않지만 무서운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다리가 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자, 이제 본론을 말해봐. 나 지금 너같은 사람이 너무 오랜만이라 되게 흥미롭거든.
저...그러니까...영혼을 팔러 왔어요.
왜지? 너처럼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은 날 찾지 않아. 날 찾는 사람들의 특징은 썩어 문드러졌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구원을 해주는 거지.
아니, 전 그렇게 맑지 않은걸요. 제 영혼을..사주세요.
그 남자는 나를 가만히 쳐다보다 헛웃음을 지었다. 어이가 없다는 듯한 웃음도 아니고 약간 불쌍하다는 듯한 그런 헛웃음. 그런 웃음에 또 기분이 나빠지고 억울했다.
왜 억울한데? 병을 가져서? 사람들이 무시하고 짓밟아서? 니가 원하는 대로 되도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을거야.
그래도...지금처럼 억울하진 않겠죠.
....이렇게 순수한 영혼은 처음이니까 조금 특별한 혜택을 주도록 하지.
무슨..?
그건 나중에 떄가되면 알게 될 거야. 우리의 계약이 성사된 걸로 생각하지. 아가야, 우리 약속은 아무에게도 말 하면 안돼. 행복하게 지내길.
그 후에 내 눈에 나타난 건 악마라는 남자가 날카로운 바늘로 자신의 손가락을 찔러 피를 내곤 내 이마에 무언가를 적었다는 거, 그리고 심장 쪽에서 나온 새하얀 구슬. 마지막으로 웃는 남자의 얼굴과 함께 난 잠에서 깻다.
눈을 뜨니,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베개에는 축축한 눈물이 베여 있었고 학교는 못 갈 것이 뻔했다. 이불을 드러내니 왠지 모를 허한 몸과 몸에 딱 들어맞지 않는 옷. 내가 알던 내가 아니었다. 몸을 일으키자 거울 속으로 비치는 아름다운 여자는, 이전의 나의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누렇고 트러블과 흉터로 보기 흉흉했던 피부는 깨끗하고 하얀 물광 피부가 되어 있었고, 120kg 비계 껍데기들 같았던 살은 모두 없어져 옷이 흘러내렸다. 한편으로는 씁쓸하고 슬픈 마음에 눈물이 주룩주룩하고 흘러내렸지만 너무 좋았다. 변해버린 내 자신이.
완전히 잠에 깨서 소파에 앉아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다. 어제까지의 ooo과 오늘부터의 ooo은 너무나 다르다. 이렇게 학교에 가면 난리가 날거야. 차라리 없어지는 게 나아. 학교에는 죽었다고 해야해? 그건 너무 슬픈데..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미안해 ooo. 내 자신에게도 미안해야하는 상황이 너무 미웠다. 그렇지만..정말 어쩔 수가 없다. 내가 학교에 찾아가는 수밖에.
▶ ▶ ▶ ▶ ▶ ▶
집에서 밖으로 나가기 위해선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허리까지 길어머린 머리를 어떻게 깔끔하게 처리할지도 몰랐고, 맞는 옷도 단 하나도 없었다. 돈은 많았다. 매달 유명하신 부모님이 보내는 생비. 쓸 곳도 없이 쌓여만 가는 생활비. 이제는 쓸 데가 많이 생긴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거구일때의 옷을 입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얼굴둘레에 맞지 않아 쓰지 못했던 모자와 마스크도 도움이 되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들어서는 예쁜 속옷가게와 옷가게는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기 딱 좋았다. 꿈도 꿀 수 없었던 예쁜 것들이 내 소유가 되자 정말 세상 모든 것들이 예뻐 보였다.
"손님, 너무 예쁘세요. 손님 얼굴이시면 아무 옷을 입어도 정말 예쁘실 것 같아요. 이거 어떠세요?"
"......."
"손님? 어머, 우, 우시지 마시구요. 손님!"
오늘따라 처음 겪어보는 게 참 많은 것 같다. 예쁘다는 소리. 비록 태생적으로 예뻣던 것은 아니지만, 너무 기분이 좋았다.
*
결국 왔다. 내 학교에. 끔찍했던 학교에.발을 디뎠다. 정말 입고 싶었던 짧은 트레이닝 복을 입고 학교에 들어섰다. 운동장에서 수다를 떠는 여학생들, 축구를 하는 남학생들이 보였다. 쿵쾅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교무실로 향했다.
"그래서 oo이 대신 학교를 다녀?"
"아..네. 저랑 oo이는 거기서 저 대신에 그 학교 다닐거구요."
"아, 그렇구나. 그럼 여기에 이것만 작성해주고 내일부터 학교 오면 돼."
"아, 네."
"oo이랑 사촌맞아?"
"네."
"많이 다르게 생겼네. 너 정말 예쁘게 생겼네."
"감사합니다."
"내일부터 학교에서 인기폭발이겠는데?니 이름이..OOO."
"네, 감사합니다. 내일 뵐게요."
선생님도 똑같았다. oo이는 외우려고 하지도 않았으면서. 그치만, 얼른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 ▶ ▶ ▶ ▶ ▶
와, 쟤가 ooo 사촌이라는데?
어? 걔가 누군데.
그, 돼지새끼.
어?!완전 다른데. 와..유전이 그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
그니까, 쟨 뭐..다 가졌나?진심 예쁘다.
귀에 거슬린다. 많이. 언제부터 남 일을 자신들 일처럼 떠들어 댄 건지. 정말 싫다.
쟤네 말 신경 쓰지마. 안녕, 난 정찬우.
아..안녕. 난 OOO.
김진환 다음이다. 정찬우. 학교에선 니네 무리가 제일 내 생각에선 좋았지만, 지금은 무슨 생각을 해야 맞는 건지 도통 모르겠어.
"진짜 ooo 해외로 간거야? 어제까지만해도 잘 있었는데?"
"갔어, 안올지도 몰라."
"..그래.반가워, 앞으로 잘 지내자."
"..그래."
그 후로도 나는 학교에서 인기스타로 대접받았다. 극과 극의 삶을 체험해보는 데에는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감수해야할 것 같았다. 점심시간, 내 앞에는 나랑 밥을 먹을 거라며 투닥거리는 친구들이 있다.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어떻게 반응해야할 지 몰라 계속 가만히 있었다.
친구들아, 미안한데. 이 친구 우리랑 밥 먹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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