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빠르게 갔고, 세훈과 종인 사이엔 알 수 없는 기류들이 흘렀다. 분명 전보다 가까워진 느낌이었지만 무언가 얇고 투명한 벽이 서로를 가로막고 있었다. 뭐라 칭하기 참 어려운 사이였다. 백현은 여전히 작게 파인 틈새를 찾아 호시탐탐이 기회를 노리고 있었고, 찬열도 그 움직임에 동참하는 듯했다. 이제는 방관자이자 누군가에게 있어선 조력자 또는 안내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준면과 경수는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바라보며 초조해하고 있었다.
알게 모르게 모두의 중심엔 종인이 존재했다.
-
'종인아, 모든 건 네 뜻에 있는 거야.'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누운 종인이 며칠 전 할아버지가 흘리듯 내뱉은 말을 되새기고 있었다. 자신이 지금 세훈과 어떤 상황인지 아는 것처럼 말하는 행동이 종인의 마음 한구석을 콕콕 찔렀다. 그냥... 언젠가 집을 떠날 일이 생긴다면 굉장히 그리울 것 같다며 괜히 뒤숭숭해진 마음을 뒤로하고 눈을 감은 종인이 한숨을 내뱉었다. 여러모로 오늘은 뒤숭숭했다.
"오세훈, 종인이 어디 있어?"
"그걸 왜 나한테 묻는데."
"몰라? 그럼 말고."
세훈의 싱거운 대답에 혀를 내두른 백현이 가느다란 눈을 하고 세훈을 천천히 훑었다. 세훈이 아무리 숨긴다고 해서 백현이 모르는 일은 아니었다. 몇 주 전에 세훈을 만났을 때 이미 종인의 페로몬이 세훈의 몸에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었기에 어렴풋한 짐작으로나마 둘이 잤다고는 생각했었다. 뭐, 세훈은 종인이 제 암컷이었겠지만 하는 행동을 보니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좀처럼 쉽게 종잡을 수 없는 세훈의 행동에 슬슬 이골이 나려 하고 있었다. 골키퍼 있다고 공이 안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최중종인 제가 고작 늑대 한 마리 이기지 못할까. 백현은 여전히 제힘과 위치를 믿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세훈은 세훈 나름대로 경계를 세우고 있었다. 예민해진 자신의 온몸이 경고하고 있었다. 백현도, 찬열도 종인을 보고 입맛을 다시고 있을 게 뻔했다. 절대 모르는 게 아니었지만, 지금의 상황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더이상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문제였다. 기껏 해봐야 팔 한번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가 더이상 좁혀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팔만 뻗으면 닿는 거린데, 막상 팔을 뻗으면 닿지가 않아서 더 싫었다. 더 어색해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봐야 될 정도로 세훈의 속은 문드러져 가고 있었다. 겉보기엔 아무런 지장이 없는데 그 안을 들추면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지금 세훈과 종인이 딱 그런 상황이었다. 분명 당일엔 아무 일 없었는데,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갈수록 뭔가가 이상했다. 그래, 모든 게 다 꼬여갔다.
풀기 어려울 정도로 꼬여간 실타래를 어떻게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지금 우선은 그것조차도 모르겠다. 시작점이 어디인지, 끝은 어디인지, 그리고 보이지 않는 갈등은 어디부터였는지. 복잡한 마음으로 뒤엉킨 세훈이 속으로만 끙끙 앓았다. 뒤에서 그 모습을 다 지켜보던 준면은 아무런 말도 해줄 수 없었다. 제 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도 엉키고 엉켰는데 당사자는 오죽할까 싶어 고개만 도리도리 젓는 준면이 경수의 말에 고갯짓을 멈췄다.
"먼저 다가가서 어르면 될텐데."
그러게 말이다. 참 쉬운 일인데. 준면이나 경수나 세훈과 종인의 답답한 모습에 한숨만 내뱉었다.
정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느끼지 못할 어색한 공기가 세훈과 종인을 훑고 지나갔다. 평소와 똑같았다. 어느 한 지점에서 만나 같이 걸어 등교를 하고, 간간이 서로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말을 해주고 그에 대한 반응을 보이고, 배가 고픈듯하면 매점에 들려 간식도 사 먹고, 다를 건 없었다. 오늘은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 보겠다며 슬쩍 종인의 어깨에 제 팔을 두른 세훈이 헛기침을 했다. 종인의 눈초리가 제 옆선을 보고 있을 걸 알지만 뻔뻔하게 그 자세를 계속해 유지한 세훈이 종인을 조금 더 힘을 줘 둘러안았다.
"긴장 좀 풀어, 볼 거 다 봤는데."
"......"
"되게 오랜만인 것 같다. 그냥 그러네."
넋두리 없이 제 마음을 털어놓듯이 말하는 세훈을 빤히 바라보다 웃은 종인이 굳어 경직해있던 몸을 풀었다. 시선을 내려 저와 눈을 마주한 세훈에게서 놀란 기색을 찾은 종인이 아까보다 티 나게 웃으며 세훈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뻣뻣하게 굳은 세훈의 몸이 안 봐도 목각인형처럼 삐그덕거리며 걷고 있는 것 같아 가벼운 주먹으로 툭 친 종인이 해사하게 웃었다. 세훈이 어떻게든 분위기를 풀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너도 긴장 좀 풀어, 안 힘들어?"
"...야,"
"볼 거 다 봤지, 오래전에."
"그 뜻이 아니라,"
짓궂게 웃은 종인이 어버버거리며 할 말을 찾지 못한 세훈의 입술 위로 제 입술을 살며시 포갰다가 곧바로 떼어냈다. 볼 거 다 본 사이에 이런 걸로 부끄러워? 눈을 접어가며 웃는 종인이 얄밉다 느낀 세훈이었다. 어느새 손을 풀고 저만치 멀리 걸어간 종인이 뒤돌아 세훈을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어이없는 웃음만 픽픽 내뱉은 세훈이 곧 다리를 움직였다. 어찌 됐든 간에 이제 팔을 뻗으면 서로 손을 맞잡을 수 있었다.
세훈이 팔을 뻗었고, 종인은 세훈의 손을 맞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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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글이 이상하고 왔다리갔다리하고 말그대로 중구난방이네요. 오늘 글도 많이 짧죠?.....할말이 없네요.... 왜이러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세륜 레게........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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