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네버랜드로."
어린 시절의 우리는 아무것도 모를 마냥 철없는 나이라서,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내뱉곤 했었다. 물론 그 속에는 한낱 어린 날의 치기에 불과한 것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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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앉은 종인이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눈을 감았다. 얼굴 정면으로 느껴지는 따가움에 잠시 눈을 찡그리는 듯하더니 종인은 곧 손을 들어 머리 위로 작은 늘그막을 만들어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이 퍽 나쁜 것도 아니라 둘은 그 상태로 한참을 있었다.
"덥다..."
유독 더위에 약한 종인은 여름만 되면 기운이 푹 빠져나간 채 생기를 잃곤 했다. 더군다나 올해는 작년보다 훨씬 이른 무더위가 찾아왔으니 종인의 입장에선 그저 에어컨과 선풍기가 틀어져 있는 곳을 찾아가야만 했다.
"더워..."
종인의 결 좋은 머리를 가만가만 쓸어주던 세훈이 계속되는 칭얼거림에 잠시 행동을 멈추는 듯하더니 이내 웃으며 하던 행동을 마저 이었다. 따사로운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머리통을 보며 종인이 느낄 정도로 웃음을 뱉은 세훈은 아무 말이 없었다. 웃지 마. 응. 짜증이 가득 담긴 목소리에도 유하게 빠져나간 세훈은 여전히 종인의 머릿자락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옛날 생각난다."
단정하게 다물려 있는 입에서 나온 소리에 나직한 웃음으로 목울대를 울린 종인이 조금 더 편하게 머리를 고쳐 들었다. 옛날에... 그러네. 조용조용한 목소리엔 옛날을 기억하는 추억이 담겨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엔,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첫해의 끝자락에서, 종인은 운동장 계단에 앉아있는 세훈을 찾아와 뒤에서 깜짝 놀래주려고 발소리를 죽이며 다가가곤 했지만, 어떻게 된 게 세훈은 귀신같게도 기척을 알아차리고 얄궂은 표정을 짓곤 했었다. 그렇게 한참을 서로 뛰어놀다 보면 어느새 하늘은 어두워져 반짝이는 별들이 아름답게 수놓아져 있었고, 그 한가운데 위풍당당한 자태를 뽐내듯 유독 커다랗던 달이 떠있었다.
뛰놀다 지쳐 다시 계단에 걸쳐 앉은 채 어두운 밤하늘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둘은 한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그 중엔 어렸을 때 한 번이라도 들어봤을 피터팬도 포함되어 있었다. 밤하늘에서 적어도 한 개쯤은 다른 별들에 비해 저 혼자 밝게 빛을 발하는 것들이 있었는데, 세훈과 종인은 그 별을 보며 분명 저 별은 네버랜드라고, 언젠간 피터팬도 만나고 웬디도 만나서 팅커벨과 함께 못된 악어선장을 무찌를 거라고 당당하게 말했었다.
그 별을 보면서 매일 밤마다 피터팬이 웬디와 함께 팅커벨을 데리고 자신에게로 찾아와 모험을 떠나자고 제안하는 상황을 늘 꿈꿨던 둘은 아직 어렸었다.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그런 어린아이 특유의 모습이었다.
진짜 조각이에요, 그냥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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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서도 모쏠이면 연애 하기 힘든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