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여주는 순혈이지만 순혈, 머글, 혼혈 따지는 거 정말 싫어해. 다 똑같은 사람인데 그런 거 나눠 봤자 부질없다고 말이야. 그래서 여주는 기숙사마다 친구가 두루두루 많은 편이야. 여주가 후플푸프 친구 도현이가 키우는 애완 두더지를 보고 자기도 애완동물을 키우겠다고 부모님께 편지를 보냈어. 그리고 여주는 바로 아기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했지. 고양이 이름은 ‘짤랑이’라고 하자. 짤랑이는 갈색 털을 가진 ‘스코티쉬폴드’야. 슈렉에서 나오는 장화 신은 고양이 알지? 아무튼 아기 고양이라서 주머니에 넣어도 모를 정도로 작고 귀여워. 그런데 짤랑이는 겁도 없는지 자꾸만 여주의 기숙사에서 탈출해.
그날도 어김없이 짤랑이는 기숙사를 탈출해서 유유히 복도를 걷던 중이었어. 그리고 그 복도에는 우석이 혼자 걸어가는 중이었지. 짤랑이는 왠지 모를 이끌림에 우석이 뒤를 쫓아갔어. 우석이 어디선가 느껴지는 시선에 뒤를 돌았지만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다시 앞을 보려 했어. 하지만 자신의 발 밑에 무언가 느껴져서 아래를 내려다봤는데 아기 고양이가 있지 뭐야? 처음에 우석이는 누군가의 고양이가 또 길을 잃었나 보다 알아서 가겠지 하는 마음으로 가던 길을 마저 갔는데 짤랑이가 자꾸 쫓아오니깐 다시 멈춰 서서 내려다봤어. 쪼그려 앉아 짤랑이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은 우석이는 짤랑이의 목걸이를 발견했어. 그리고 보이는 주인 이름 ‘김여주’에 우석이는 ‘또 너냐?’ 하는 표정을 짓지.
9. 이 아기 고양이가 도무지 돌아갈 생각이 없어 보여 우석이는 결국 짤랑이를 끌어안고, 그리핀도르 기숙사에 가기로 결정했어. 가던 중에 저 멀리 ‘짤랑아~~ 어디 갔어~~’하는 여주가 보였지. 그리고 여주는 우석이 품에 안겨 있는 짤랑이를 보고 후다닥 달려 왔어.
“헉- 짤랑아, 너 왜 우석 선배랑 같이 있는 거야?”
“…”
“선배가 우리 짤랑이 보호해주고 있었던 거예요?? 정말 고마워요!!!”
“빨리 데려가.”
역시나 차가운 우석이...
10.
근래 들어 우석이는 꽤나 심란해. 원래 같으면 조용히 공부나 해야 하는데, 요새 자꾸만 눈 앞에 나타나는 김여주가 생각이 나는 거지. 잡생각을 떨쳐 낼 겸 3학년 때 선택 과목으로 고대 룬 문자 수업을 들을 생각인 우석이는 미리미리 예습해 둘 겸 책을 들고 도서관으로 가. 조용한 도서관 안에는 펜 소리가 듣기 좋게 울려. 우석이 한참 공부에 몰두했을 때, 누군가 우석이 옆에 조용히 앉아. 예상했겠지만 그 누군가는 바로 여주. 우석이는 누가 자기 옆에 앉았는지도 몰랐어, 여주가 우석이에게 사탕을 건네기 전까진 말이야. 우석이 여주에게 이 사탕은 뭐냐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여주는 작은 쪽지를 주더라고.
‘선배 사탕 먹고 힘내요!’
우석이는 맑게 웃으며 쪽지를 건네는 여주를 보고 기분이 이상한 거야. 자신이 맨날 쳐내도 맨날 와서 인사하고, 챙겨주는 게 우석이에게는 너무 낯선 거지. 그래서 우석이는 황급히 책을 덮고 그대로 도서관을 나가버렸어.
호그와트 T.M.I
1) 여주는 도서관을 황급히 나가는 우석이의 뒷모습을 귀엽다는 듯 쳐다봤다고 한다.
2) 우석이는 급히 나가느라 사탕을 챙기지 못했다.
3) 우석이가 기숙사에서 책을 펼치니 도서관에서 받은 여주의 쪽지가 끼워져 있었다.
4) 우석이는 그 쪽지를 버리지 않고 책상에 올려둔 채 자꾸만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