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주야 미안해. 자꾸 후배가 원장실에 같이 가달래서. ]
[ 일 때문에 학원 온 거였는데... 여주야 아픈데 혼자 보내서 미안해. ]
[ 자? ]
[ 병원은 갔어? ]
[ 걱정 된다, 여주야. ]
[ 일어나면 연락 좀 해주라. ]
[ 많이 걱정돼. ]
애타는 마음이 느껴져서 정말 미안해졌어.
늘 이렇게 걱정만 시키는 나인데, 기대기만 하는데 민석쌤은 힘이 들지 않을까.
내 걱정으로 민석쌤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 미안해요. 이제 깼어요. 오늘도 아파서 학원 못 갈 것 같아요. 그래도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
카톡을 보내자마자 옆에 있던 1이 바로 사라졌어.
지금 출근 시간일텐데, 또 폰을 잡고 있게 만들어서 미안해지고.
[ 많이 아파? 괜찮은거야? ]
[ 여주야. 병원 꼭 가. ]
[ 미안하긴. 이제라도 연락해줘서 고마워. ]
뭐가 그렇게 고마울까. 지치면서 나한테 말을 하지 않는거 아닐까.
솔직히 화낼법한 상황이잖아. 아무리 여자친구가 아프더라도, 연락도 아예 안되고 문자는 저렇게 퉁명스럽게 보내고.
그런데도 뭐가 그렇게 예뻐서 나한테 저런 말을 해주는걸까.
민석쌤 카톡을 보다가 결국 답을 못하고 담임쌤이랑 영지한테 문자를 보냈어.
문자를 보내고 나니까 민석쌤이 나를 걱정해주는 모습이 좋으면서도 그 모습에 지칠 민석쌤을 생각하니까...
그냥 뭔가 속에서 울컥하는게 느껴졌어.
그리고 한편으로는... 성적이 떨어지고 몸이 이렇게 아픈 재수생인데도, 이 와중에 연애문제로 복잡해하는 내가 밉기도 하더라.
재수생인데, 몸 관리 하나도 못하고. 성적 관리도 못하면서... 무슨 연애를 하겠다는건지.
수능을 망쳐도 누굴 탓할 수도 없다고 생각했어.
" 여주야, 빨리 나와서 밥 먹고 병원가자. "
" ...알았어. "
엄마가 죽 끓여놨길래 죽 먹고 옷 주섬주섬 챙겨 입고 병원에 갔어.
병원에 가서 진찰 받는데 의사선생님이 열이 너무 높다고, 몸살기운도 심한데 왜 진작에 병원 안 왔냐고 그러시는거야.
" 그냥.. 별 거 아닌줄 알고... "
" 별 거 아니긴. 수험생이라며? 더 관리 해야죠. "
" ...네. "
" 주사도 맞고, 약도 받고. 링겔도 맞고 갈래요? "
" ...아니, 링겔까지는 필요ㅇ... "
" 네네, 해주세요. "
나는 괜찮다고 말하려는데 엄마가 링겔도 맞자고 하길래.. 결국 병원 안에 작게 마련된 입원실 같은 곳에서 링겔 맞았어.
" 2시간 정도 걸리니까 푹 자두세요. "
" 네... "
" 엄마는 너 다 끝나면 데리러 올테니까 전화해. "
" 응. "
간호사 언니랑 엄마가 나가고 나서 그냥 멀뚱멀뚱 천장만 봤어.
잠은 집에서도 푹 잤으니까. 근데, 가만히 있다보니까 생각이 또 많아지더라.
어제 봤던 그 혜정이라는 여자후배도 생각이 나고, 그 옆에선 민석쌤 모습도 생각이 나고.
몇 살일까, 대학 선후배 사이인가, 아니면 동아리 선후배인가.
민석쌤은 왜 그 후배를 학원에서 만났나.
하나하나 생각하니까 머리가 터질 것 같더라.
그러다 어제 차 못 타고 간 것도 괜히 짜증나고... 그런 생각하는 내가 싫기도 하고.
별별 생각을 하다 결국 혼자 잠들었어.
" 서여주씨~ 일어나세요~ "
결국 2시간 동안 꿀잠을 자고 ㅋㅋ 간호사 언니가 깨우길래 일어났어.
시계 보니까 1시가 다 되어 가더라.
주사 바늘도 다 빼고, 엄마한테 링겔 다 맞았다고 전화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카톡이 와 있는거야.
[ 서여주~~~~ 아파서 학원 안 왔다며 ]
[ 괜찮냐? ㅜ 김종대도 오열할 기세다 ㅋㅋㅋㅋㅋ ] 11 : 43
그 카톡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ㅋㅋㅋ
[ 여튼 두달 남았는데 건강이 최우선이니까 관리 잘하고 ]
[ 병원도 갔다와라 ]
[ 머 민석쌤이 이런 얘기 다 했겠지만 ㅋㅋ ]
[ 음.. 그리고 사실 내가 너 스트레스 받을까봐 말 안하려고 했는데 ]
몇 분의 텀이 있고나서 카톡이 온거야.
스트레스..? 뭔가 싶어서 스크롤 내리자마자 내 입가의 미소가... 사라졌어.
[ 민석쌤이랑 얘기하는데 또 전화가 온거야 ]
[ 근데 왠지 느낌이 그 때 그여자 같았음 ㅇㅇ ]
[ 아는 후배라는 여자 ]
[ 내가 뭐냐고 계속 물었는데 그냥 아는 후밴데 볼 일 있어서 어제 왔다 그러더라고? ]
[ 너도 아냐? ]
[ 근데 나도 그냥 그럴려니하려는데 ]
[ 종대랑 반에 가는데 ]
[ 어떤 여자애들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어제 물리쌤 여친을 봤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두준이가 어이가 없었는지 ' ㅋ ' 을 엄청 남발했더라고.
근데 정작 나는 헛웃음이 나오지도 않고, 그 자리에 우뚝 서서 멍하게 카톡만 볼 뿐이었어.
[ 내가 설마 애들이 아나 싶어서 조마조마해하고 있는뎈ㅋㅋㅋㅋㅋㅋㅋ ]
[ 무슨 ㅋㅋㅋ 어제 온 그 여자를 봤냐는거얔ㅋㅋㅋㅋㅋ ]
[ 혹시 싶었는데 어제 온 여자면 ㅋㅋㅋㅋ 그 후배 밖에 더 있냐고 ㅇㅇ ]
[ 김종대는 물리쌤 여친있었냐면서 ㅋㅋㅋㅋ 속 뒤집어짐 ... ]
[ 여튼 내가 걔네 노려봄 ㅋㅋㅋㅋㅋㅋㅋㅋ ]
[ 괜히 말했나 싶긴 한데... 그래도 여자애들 수군거리는거 그거 괜히 너 학원 왔다가 ]
[ 들으면 좀 그럴것 같아서 ]
[ 민석쌤은 물론!! 너 밖에 없겠지만 ] 11 : 57
평소 같았으면
< 맞아 ㅋㅋㅋㅋ 민석쌤은 내껀데~~~~ 지들이 뭐라해봤자 내 남친~~~ >
이렇게 반응했을텐데... 쉽게 답을 할 수가 없었어.
어제 나를 위아래로 훑던 혜정이란 여자 후배. 계속 울리는 전화. 거슬리는 ' 선배 ' 라는 단어
내가 없을 때, 내가 아플 때 그러니까 더... 더 비참해졌어.
초라하게 민석쌤 옆에 서 있던 재수생 서여주와 쫙 빼입고 애교 있는 목소리로 민석쌤을 부르던 그 여자 후배.
민석쌤 옆에 서 있다면 누가 더 잘 어울렸을까.
성적은 떨어지고, 몸은 아프고.
신경쓰고 싶지도 않은 여자 후배는 자꾸만 내 머릿 속을 휘젓고.
내 처지는 점점 비참해져가고.
" 서여주, 여기서 뭐해? 엄마가 전화하는데 받지도 않고! "
" ... "
" ...여주야? "
" ... "
" ...서여주! "
" ...어? 어, 엄마 미안. 전화 온 줄도 몰랐네. "
꺼진 화면을 다시 확인해보니까 엄마의 부재중 전화가 2통이나 와있더라고.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말하고 간호사 언니들한테 고맙다고 인사하고 나와서 차를 타는데 그 순간에도 수만가지 생각이 지나가더라.
현실을. 내 현실을 직시해, 서여주.
네가 지금... 그 여자후배 신경 쓸 처지야? 어차피 민석쌤은 네 남자친구고, 당연히 이상한 일은 없을건데 너 지금 왜 자꾸 이상한 생각하는거야.
그 여자랑 비교하지마. 너는 빨리 나아서 학원에 가서 열심히 공부할 생각해.
민석쌤한테 힘들다고, 아프다고 찡찡거리지 말고.
귀찮게 하지말고, 차를 못 태워준거에 짜증내지도 말고.
...지치게 하지마.
울컥.
뭔가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어.
눈 앞의 세상이 당장 빙빙 돌고, 속은 메스껍고, 온 몸은 불을 뿜듯 화끈거리며 쑤시는데 이 와중에도 나는 나을 생각도 않고 이상한 여자 후배나 신경 쓰고 있고.
민석쌤을 원망하고 있고.
그래, 이 연애감정이란거.
나한테는 정말 해로운거 였구나.
공부하는 수험생한테는 더할 나위 없이 해로운 거란걸... 절실하게 느꼈어.
집에 가니까 두준이한테 카톡이 또 와있었어.
[ 읽씹? ㅡㅡ ]
[ 아프니까 봐드림. ]
[ 야 근데 진짜 괜찮냐? ]
[ 김종대도 너 걱정 엄청 한다니까 ]
[ 살아있으면 ㅇ 이라도 보내봐~~ ] 12 : 47
괜히 걱정하는 애한테 더 걱정 끼치기 싫어서 억지로 밝은 척하면서 카톡 보냈어.
< ㅋㅋㅋㅋㅋ집요한 놈. 괜찮아. 종대한테도 >
< 괜찮다고 전해줘. >
< 지금 병원 갔다가 집이다. >
[ 오 병원에서 뭐래?? ]
< 독감 ㅋㅋ >
[ 야 ㅜ 몸관리 잘 해 수험생아 ㅠㅠ 이 오빠보렴 얼마나 건강하니 ㅠ ]
< 오빠는 무슨ㅋㅋㅋ 걱정마라. 링겔도 맞았으니 >
[ 링겔까지 맞음??? 헐... 너 진짜 아팠구나.. ]
[ 야 방금 민석쌤 지나가길래 너 링겔 맞았다니까 ]
[ 엄청 놀랜다 ]
< 왜 말했어. 쌤 걱정 되게 >
[ 야 알아야지!! 니 남친인데!!! 게다가 그 여자후배가 꼬리를 쳐대는데!!! ]
솔직히.. 민석쌤 반응이 궁금하기도 하더라. 나는 민석쌤한테 링겔 맞는다는 말은 안 했으니까. 아침에 온 카톡에 답도 안했으니까.
[ 어휴 진짜 그 후배 ㅡㅡ 여자만 아니었으면 확!! ]
< ㅋㅋㅋ 말만이라도 고맙네 >
[ 여튼 민석쌤이 엄청 놀래더라 진짜. 눈 완전 커져가지고 왜 자기한테 안 말했냐면서 ㅇㅇ ]
[ 너 근데 민석쌤한테 왜 말 안함? ]
[ 나는 사실 니가 말한 줄 알았어 ]
[ 독감이라고도 말 안했냐?? 디게 놀래시네... ]
걱정될까봐. 짐이 되기 싫어서.
그래서 모의고사가 망쳤을 때도 내색하지 않았고, 아파서 링겔을 맞는데도 말 안했어.
기대고 싶은데, 그 사람한테 기대면 그 사람이 힘이 들까봐. 정말로 짐이 되어버릴까봐. 지치게 하기 싫어서.
< 걱정될까봐...ㅋㅋ... 쌤 요즘 바쁘시잖아... >
< 괜히 아프다고 그러면... 걱정할까봐. >
[ 어휴 ;; 바보냐? 그니까 남친이지 !!!! ]
[ ㅉㅉ...머저리.. ]
그래. 바보 머저리라고 해라... 이런 생각하는 나는 진짜 바보 머저리니까.
[ 걍 자라 머저리 ]
< ㅡㅡ 머저리라고 자꾸 할래? >
[ 더 심한 말 안한걸 다행으로 알길 ^^ ]
[ 푹 주무세요~~~ 난 수업 들으러 이만! ]
< ㅋㅋㅋ 지 할 말만 하고 가네 알았어 고맙다 걱정해줘서. > 13 : 12
두준이한테 카톡 보내놓고 약 먹고 다시 침대에 누웠어.
잠이 안 올줄 알았는데... 약 기운 때문인지 금방 잠이 오더라.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어. 잠이라도 자면, 나의 이 지긋지긋한 생각을 끊어낼 수 있을테니까.
그런데
꿈을 꿨어.
수능 날, 지금만큼 아파서 눈 앞의 시험지가 흐릿흐릿해지는 꿈.
억지로 정신을 차려서 겨우겨우 풀려고 하는데, 그 순간에 정신을 잃는 꿈을 꿨어.
그리고 눈을 뜨니까 보이는... 민석쌤.
민석쌤을 붙잡고 어떡하냐고, 시험도 다 못보고 쓰러졌다면서 엉엉 우는데 민석쌤이 갑자기 나를 딱딱한 표정으로 쳐다보면서
" 그만해, 여주야. 네가 자초한 일이잖아. "
...아. 그 순간에 눈을 떴는데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이 안 되더라.
끔찍한 악몽이었지... 다시는 꾸고 싶지도 않고. 일어나니까 심장이 엄청 빨리 뛰고 몸에서 열이 푹푹 나오는 것 같은데...
밖을 보니까 이미 노을이 지고 있더라.
그제서야 이게 현실임을 깨닫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어.
" ...하아... "
이제 하다하다 이런 꿈도 꾸냐, 서여주. 참 잘~하는 짓이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 짓고는 한숨 쉬고 다시 자리에 누웠어.
몇 시인가 싶어서 휴대폰 확인해보니까 벌써 오후 5시더라.
그런데... 보니까 읽지 않은 문자랑 부재중 전화가 와 있는거야. 게다가 카톡까지. 카톡은 확인해 보니까 영지길래 일단 나중에 확인해야겠다 싶어서 문자를 보는데...
부재중 전화 3통
문자 3통
[ 여주야 나 지금 너희 집 앞으로 가거든. 잠깐만 나와줄래? 많이 아파도 잠깐만. 5분만이라도. ] 15 : 36
[ 옷 단단히 껴입고 나와주라. ] 15 : 36
[ 너희 집 앞이야. 아파트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자는 것 같은데 깰 때까지 기다릴게. ] 15 : 57
문자가 온 시간이랑 휴대폰 시간을 비교해보는데... 한 시간이 훌쩍 넘은거야.
머리가 멍해지고 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 기분이 들었어.
마침 엄마도 장 보러 나간 사이라, 잔소리 듣지 않고 나갈수 있어서 엄마 오기 전에 빨리 나가자는 생각으로 아무 옷이나 주섬주섬 입고 나갔어.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거울을 보니까 내 꼴이 말이 아닌거야.
이런 모습을 보면 실망하지 않을까. 자다 나와서 지금 뭐하는거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엘레베이터가 멈췄길래 내려서 바로 아파트 현관으로 나가려는데
" ...여주야. "
아파트 출입구 앞에서 나를 보며 인사를 해주는 민석쌤이 있는거야.
순간 얼음이 돼서는 멈칫했어. 꿈에서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는데... 꿈일뿐인데도 왜 이렇게 기분이 묘한지.
" 죄송해요. 오래 기다렸죠... "
쌤 눈을 못 마주치겠어서 그냥 내 발 끝만 보고 얘기하니까 민석쌤이 괜찮다고 말하더라.
" 독감이라며. 링겔도 맞았다면서. "
" ...네. "
" 아직도 많이 아파? "
" ...조금요. "
" 아픈데 괜히 불러서 미안해. "
여전히 눈을 안 마주치고 발 끝만 봤어.
민석쌤을 볼 수가 없더라. 이상한 악몽에, 자꾸 생각나는 여자후배, 이런 생각을 하는 못난 나.
이 모든게 얽혀서 머릿 속에 둥둥 떠다니는데...
" 이거 주려고 불렀어. "
고개를 살짝 들어서 보니까, 웬 검은 봉지가 민석쌤 손에 들려있더라.
받아 들고 안을 흘긋 보니까 감기약부터 시작해서 죽까지...
" 아무래도 너 아프다는데 뭐라도 해줘야할 것 같아서. "
평소랑 다를게 없는 민석쌤인데, 늘 나에게 친절한 남자친구인데...
왜... 왜 나는
" ... "
" ...여주야...? ...울어? "
민석쌤이 내 어깨를 잡고 고개를 숙여서 나를 보려는데 내가 얼굴을 피했어.
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싫었지만, 내가 이런 생각으로 울고 있다는 걸 알려주기가 싫었어.
그런데도 민석쌤은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 왜 그래? 응? 많이 아파? 여주야, 말 좀 해봐. 왜 그래... 왜 그러는데... "
점점 애가 타는 듯 말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이 떨어졌어.
" ...저... "
" ...여주야. "
" ...저요... 많이 힘들어요, 쌤... "
갑자기 꺼낸 말에 당황한건지 쌤은 아무 말도 없더라.
눈물때문에 흐릿흐릿한 발 끝만 계속 쳐다보면서 말을 이었어.
이런 말을 하려던게 아닌데, 그냥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자꾸만 내게 이유를 묻는 민석쌤에게 나도 모르게.
" 성적은 계속 떨어지고, 몸은 아픈데... "
" ... "
" 민석쌤 아는 후배라는 여자는 신경 쓰이고. "
훌쩍거리면서도 말을 이었어. 힘들다. 그래, 힘들었어. 모든게... 모든게 힘들었어.
민석쌤이 내 투정에 지칠지라도, 나는 털어놔야만 했어.
" 모든게 힘든데.. 더 화가나는 건... 내가 자꾸 내 상황은 뒷전이고 민석쌤만 신경쓰는게... 사귀는 사이에는 당연한건데... "
그래. 맞다. 당연한건데, 내가 연애를 하고 있으니 민석쌤을 신경쓰는건 당연한데.
" ...자꾸 이 연애에 회의감을 품는 내가... "
" ... "
" 너무 싫어요... 나... 진짜 민석쌤 좋아하는데요. "
" ... "
" 너무 힘들어요... "
" ... "
" 재수생이 이래도 되나 싶고, 한심하게 느껴져요. "
" ... "
" 지금도 이런 말 하는 내가 너무 밉고 싫어요. "
" ... "
" 다... 전부 다.. 나한텐 힘들어요... 이런 말을 해서... 쌤까지 힘들게 만드는 것마저도... 너무 힘들어요. 자꾸 기대서... 민석쌤을 귀찮게 하는 내가... "
소매로 눈물을 훔치고 고개를 들어서 민석쌤을 보는데 표정에 변화가 없었어.
늘 그랬듯 담담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 모습.
그러다 꿈에서의 모습이 겹쳐져서 덜컥 겁이 났어. 무슨 말을 할까. 무슨 말을... 한참을 민석쌤을 보는데 민석쌤이 한숨을 작게 쉬었어.
" ...여주야. "
" ... "
" 왜 내가 힘들거라고 생각해? "
" ... "
굳은 표정에서 나온 첫마디에 나도 모르게 다시 왈칵 눈물을 터뜨렸어.
" 너는 날 힘들게 한 적이 없어. "
" ... "
" 오히려 난, 섭섭했어. 여주야. "
뭐가, 대체 뭐가 민석쌤을 섭섭하게 만든걸까.
" 너는 나한테 늘 기댄다고 생각하지만, 난 아닌 것 같았어. "
" ... "
" 시험 치고 나서도 혼자 끙끙 앓고, 애써 웃어보였지. "
" ... "
" 오늘도 괜찮다면서, 별로 안 아프다면서 나한테 별 말도 안했지. "
아. 나는... 그 모든게 민석쌤을 지치게 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 그게 나를 지치게 만들 것 같아? "
" ... "
생각해보니 그랬어. 모의고사 성적이 떨어졌던 날도, 민석쌤이 바쁜데 괜히 귀찮게 만들지 말자는 생각으로 말하지 않았었고.
오늘 아픈 것도 괜찮다면서 답장도 안 했었어.
그게 민석쌤을 힘들게 할거라는 생각에.
" 너 이렇게 아픈데... 왜 나때문에 더 힘들어해. "
힘이 없는 말투가 민석쌤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어. 오늘 하루도 내 걱정을 얼마나 했을까.
그걸 지금에서야 느끼고. 나는 그것도 모르고 혼자서 회의감에 빠져 있고.
" 너 혼자 왜 벽을 만들어... "
" ... "
" 왜 힘이 들면 힘이 들다고 말을 안 해... "
" ... "
" 우리는 선생과 제자가 아니라 남자와 여자로 만나는건데, 왜 기대질 않아... "
회의감을 품게 된 이유가 뭐였는 줄 알아?
내가 김민석한테 어울리는 여자인가.
이것부터였어. 나는 이미 민석쌤한테는 예쁜 사람이었는데, 나는 나 혼자서.
" 요즘 바빠서 너한테 신경 못 쓴거 미안해. 혜정이라는 애가 자꾸... 일 때문에 연락이 와서. "
민석쌤 표정이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어.
맞아. 민석쌤은 나밖에 없었어. 늘 나만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
" 나한테 여자는 너 한 명 뿐인데. "
" ... "
" 여주 네가 걔 때문에 신경 쓰일 거 다 알면서, 일 때문이라는 이유로 자꾸 끌려다녔던거 정말 미안해. "
또, 민석쌤은 내게 사과를 하고.
잘못한 일은 하나도 없는데. 좀 전 같았으면 또 그 모습에 민석쌤이 힘들지 않을까, 이 생각을 했을텐데... 그 때는 그런 생각이 들기는 커녕.
" 다 미안해. "
" ...쌤. "
" 우리 만나는 거 자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어서 미안해. "
시작은 슬럼프때문이었는데.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게 된 내 마음 때문이었는데.
민석쌤은 내 앞에서 미안해하고 있었어.
" 아니에요... 아니에요... 쌤... "
그제서야 모든 부정적인 생각들이 스르르 사라지는 것 같았어. 왜 의심을 하고, 왜 혼자 망상에 빠졌던걸까.
변함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 나쁜 생각들 속에서 혼자 허우적 대면서 왜 민석쌤 마음까지 마음대로 생각한걸까.
흐느끼면서 아니라고 말하는데 민석쌤이 한발짝 더 다가와서는 눈물을 닦아줬어.
" 제가 이런 생각하게 된거.. 다 저 때문인데.. 왜 쌤이 미안해해요... "
불현듯 그 말이 스쳐지나가더라.
민석쌤은 내가 힘이 나는 모습을 보고 힘을 낸다고.
그래,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내가 지금 민석쌤에게는 짐일텐데.
한없이 무거운 짐일텐데.
" 아니야, 너 때문 아니야. 신경 못 써준 내 탓이야. "
그 짐을 또 품에 끌어안고, 같은 길을 걸어가주는 남자.
" ...쌤... "
" 열이 많이 나네. "
이마에 손을 얹고 빨개진 내 얼굴을 두 볼로 감싸주는
" ...미안해요... 진짜... 이런 말 하게 돼서 미안해요.... "
내 뜨거운 눈물을 자신의 두 손이 범벅이 되어도 신경 쓰지 않는
" 이렇게 힘들면, 나한테 다 말해. 나는 괜찮아. 짐도 아니고, 지치지도 않아. "
" ...쌤... "
" 힘들 때마다 주저없이 기대. 그러면 지금처럼- "
나를 꼭 안아주는
" 이렇게 안아줄게, 여주야. "
" ... "
다시 품에서 날 놓고 평소처럼 웃어보이는
" ...쌤... "
지는 노을 앞에서 나를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두 볼을 감싸쥐며 점점 내 앞으로 다가오는
" ... "
" 좋아해. "
눈을 감으며 감기에 걸린 나에게 입맞춤을 해오는 김민석을 나는 왜 의심했던걸까.
따뜻한 입맞춤으로 모든걸 끌어안는 민석쌤 때문에 또 계속 눈물만 흘렸어.
나는 한없이 모자란 사람인데, 이런 못난 내 모습마저도 사랑해주는 민석쌤한테 내가 왜 그런 나쁜 생각을 품었을까.
민석쌤이 두 볼로 내 볼을 감싸서 입술을 뗐다가 눈물을 닦아주고는 다시 웃어줬어.
" 정말로. 많이. "
그 말에 나도 민석쌤 뒷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춰버렸어.
푸흐, 하고 웃는 민석쌤은 꿈 속의 민석쌤과 완전 딴판이었어. 어쩌면 그것도 내 안의 나쁜 생각이 만든 악몽 속의 김민석이었겠지.
어차피 현실에는 이렇게 멋진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고 있는데.
나도 정말로, 정말로 많이 좋아해요.
이 말로도 벅찰만큼, 아주 많이.
여주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카톡.txt (feat. 허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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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대박 ]
[ 방금 민석쌤 원장한테 엄청 깨짐 ]
[ 오늘 원래 보충 수업 있으신데 그거 다 빼고 급한 일 있어서 가봐야 된다고 ㅜㅜ ]
[ 조퇴하겠다고 그래서 원장쌤이 아프지도 않은데 왜 가냐고 뭐라그랬는데 ]
[ 민석쌤이 죄송하다고 대신 앞으로 이런 일ㅇ 없도록 하겠다면서 ]
[ 교무실에서 엄청 깨지고 옷도 대충 입고 가더라 ]
[ 선생님들이랑 애들이 다 쳐다봄 ]
[ 왠지 너한테 가는 것 같아서 카톡했어 ]
[ 민석쌤 만나면 아파도 꼭 ]
[ 나가서 예쁜 모습 보여줘 ㅠㅜ ]
[ 너 걱정 많이 하는 것 같더라 ]
[ 그리고 그 전에도 계속 전화가 온 것 같았는데 ㅜ ]
[ 폰 보면서 한숨 쉬고 그러다가 전화 받고 ㅠㅠ 근데 표정이 완전 굳었던데 ㅜㅜ 너랑 전화하진 않았지? ]
[ 니 연락 엄청 기다린 것 가ㅏㅌ든데 ㅠㅠ ]
[ 여튼 여주야 아프지 ㅁ말구~~~ 내일 좋은 모습으로 보자!!! ] 15 : 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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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축 처진다.. 그죠... 그리고 뭐.. ㄷ당최 어디서 감동을 받아야할지도 잘 모르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왜냐면... 제가 이 정도 분량을 두 번이나 썼다 지웠거든요 ^^ 내가 알게 뭐야!!!!! 님들이 서여주고 김민석이랑 연애하는건데!!! 내가 알게뭐야!!!!!!!!!!!!!!!!!!!!!! 음 알게뭐야라는 네이버 웹툰이 생각나네요 흐흐흫ㅎ
ㅋㅋㅋㅋㅋㅋㅋ네.. 썼다 지운 충격이 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정말 힘들게 쓴 26편.. DDONG글이 되어도.. 난 모르겠다... 이미 재가 되어버린걸...★
많이 기대들 하셨을텐데.. 부응하지 못해 죄송합ㄴㅣ다...☆ ㅎㅏ...★☆ 대체 어디서 슬퍼해야하나.... 저의 사담을 보고 슬퍼해주실래요...? 하.. 경수가 필요하다... 경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최애 밝혔다고 계속 차ㅈ는 패기 ★
암호닉
시우밍 / 문돌이 / 델리만쥬 / @고3 / 매력 / 뽀리 / 간장 / 핑쿠핑쿠 / 찝적이 / 시우슈 / 뜨뚜 / 유레베 / 체리 / 암행어사 / 도라에몽 / 뀨르릉 / 이과생 / 재간둥이 / 츄파츕스 / 종대찡찡이 / 슘슘 / 꾸꾸 / 소녀 / 뿜빠라삐 / 초코 / 시카고걸 / 슬리퍼 / 트윙귤 / 요거트 / 슈사자 / 열연 / 딸기요정 / 멜팅 / 모카 / 초무룩 / 약혼자 / 쥬즈 / 러블리 / 힘찬이
님들.. 스릉흡느드...♡ 님들이 자꾸 빨리 오래서 내가 빨리 썼자나여 ㅇㅅㅇ 책임져 이사람들아 ㅇㅅㅇ!!!!...는 걍 투정 ㅎ
암호닉 [ ] 이 안에 넣어서 해주세요 ~~~~ >< 점점 외울 분들이 많아지니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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