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홍에게 들킨 이후로 나는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였다. 준홍이가 행여나 다른 누군가에게 말할까 싶어 학교가는 것도 불안했고 다니는 것도 불안했다. 하지만 준홍이는 정말 날 사랑한건지 아니면 더 갖고 놀고 싶은 건지 비밀은 간직한 채 방과후만 되면 음악실로 달려와 자신의 품으로 날 안아주었다.
하지만 난 점점 준홍이에 대한 마음은 불타올랐고 준홍이는 나에게서 점점 식어만 갔다.
*최준홍
정대현이 그 더러운 짓을 하고 나서 나오는 길 그걸 목격한 나 지금 그 자리에 나는 서있다. 생각해보니 정대현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조차 물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그저 내 눈앞에 있는 녀석이 날 좋아하는 녀석이 그런 짓을 한다는 자체가 나는 너무 괘씸스러웠다. 그래서 생각한다는 게 고작 정대현을 따먹고 장난 치던 일이였을까? 지금 나는 멍하니 제자리에 서서 날 반성한다. 그리고 또 후회한다.
그 때 정대현의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그 때 정대현에게 더러운 년이라 욕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은 조금..아니 아주 많이 우리 사이가 달라졌을까 시내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가 왠지 나를 비웃는 것만 같았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이렇게 좋은 날에~
그러게 말이다 나는 왜 정대현을 이해하려 들지 않았을까 바보 멍청이 상병신 최준홍...시계를 보니 아직 5시반 정대현의 이야기를 뒤늦게라도 듣고 싶었다. 그러면 내 죄가 용서가 될까? 지금 내 마음을 짖누르는 죄책감을 떨궈낼수 있을까? 머릿속으로 수십번도 더 생각하며 정대현의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고 대현이의 집에 도착하자 정대현 집 현관에 있는 어떤 아저씨가 보였다. 초인종을 누르더니 정대현이 나왔다. 하지만 그 녀석의 표정은 썩 좋지만은 않았다. 아저씨는 정대현의 집으로 밀고 들어갔고 문은 닫혔다.
순간 머릿속이 이리저리 엉키고 엉켜서 툭 끊어지는 기분이였다. 지금 나한테 보이는 건 없었다.
"준홍아 그만!!"
정신을 차리니 내 밑에는 얼굴이 피범벅이 되버린 아저씨가 있었고 몸이 덜덜 떨린채 내 팔을 잡고있는 가녀린 정대현의 팔이 보였다. 그 아저씨를 보니 괜히 기분이 나빠졌고 나는 정대현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대현이는 내 손을 꼭 잡은 채 계속 울고 있었다. 도대체 왜 우는 것일까 내가 데리러 와서 기쁜 걸까? 아니면 저 아저씨가 다시 자신을 못 안아줄까 싶어 우는 걸까? 내 머릿속은 후자라는 추측이 강하게 들자 정대현의 손을 거칠게 놓고선 그 녀석의 어깨를 잡았다.
"왜 울어 왜 저 아저씨랑 다시 못자게 될까봐 겁나?"
"아..아니 그게..아니고.."
투둑투둑 빗방울이 하나씩 떨어지기 시작했고 점점 빗방울은 굵어져갔다. 정대현 니 마음도 이렇게 비가 내리는 거니?
"시발 너 왜 자꾸 내 머릿속에서 안 잊혀지는거야 너같이 더러운 년이 왜 내머릿속에 가득 들어차서는 나올 생각을 안하는 건데!!"
정대현은 죄가 없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애꿎은 정대현만 윽박지른다. 근데 정대현은 지가 잘못했다고 운다. 모순된 사실에 나는 헛웃음만 나온다. 그리고 또 정대현에게 윽박을 지르고 만다.
"니가 뭘 잘못했는데?! 니가 뭘 잘못했는데 미안하다고해 왜 항상 내 앞에 서면 넌 작아지는 거냐고!"
"...미안..."
"그만해!!!"
짜증나서 너무 열받아서...정대현의 손을 놓고서 나 혼자 집으로 들어갔다. 빗줄기는 점점 더 굵어져가는데 정대현은 우리집 앞에 서있다. 내가 급하게 끌고와서 그런지 신발 조차 하나 없었다. 집 앞에서 고개를 푹숙이고 서있는 모습이 마치 비에 쫄딱 젖은 불쌍한 강아지 같았다. 하지만 난 그 녀석을 다시 사랑할 자신이 없어서 그대로 커텐을 쳐버리고 젖은 옷 하나 안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