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도서실에서 책을 빌리고 교실로 돌아오니 선생님이 반 아이들과 모여앉아 왁자지껄 떠들고 계셨다. 수업시간도 아닌데 뒷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 서는 순간 선생님과 모든 아이들 전부 뒤를 돌아본 탓에 사실 당황했지만 애써 신경쓰지않는 척 바로 내 자리로 돌아와 새로 빌려온 책을 펼쳐 읽으려 했다. 웅성대는 목소리 사이에 중간중간 내 이름이 들리길래 안들리는 척, 관심없는 척, 책을 보며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선생님이 대뜸 "택운아, 너 노래 엄청 잘한다며?" 라고 물으셨다. 뜬금없는 말에 무슨 소린가 싶어 선생님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선생님 주변에 앉아 떠들고있던 애들이 전부 날 바라보고 있었다. 수십개의 시선이 날 바라보며 웃고있는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아 어리둥절하게 선생님을 바라보는데 선생님 옆에 앉아 킥킥 대고 있는 차학연을 보는 순간 정신이 들었다. 아, 이건 차학연이 말한거다. 하고. 나에게 쏟아지는 시선들과 나중에 택운이 노래들으러 노래방으로 반단합 가야겠다는 농담들이 창피해서 책상에 엎드려 팔 사이로 얼굴을 감췄다. 속으로 온갖 차학연 욕은 다 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또다시 나를 부르시길래 고개를 살짝 들어보니 휴대폰을 바라보며 "너 애기때 되게 귀엽다, 누나들한테 애교도 많았다며?" 라고 말하시는 선생님 옆에 앉은 까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게 웃으며 좋아하고 있는 차학연, 선생님 손에 들린 휴대폰은 차학연 휴대폰, 그리고 우리집에 왔을 때 집안 곳곳에 걸려있는 내 어릴 때 사진을 보며 귀엽다면서 찍어가던 차학연. 차학연 죽여버릴거야.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차학연에게 달려가니 차학연은 와다다 뛰어서 교실 반대편으로 도망가고 선생님과 애들은 그런 나를 보며 웃고. 너무 창피해서 주저앉았다가 애들에게 내 사진을 보여주고 있는 선생님한테 다가가 손에 들린 차학연 휴대폰을 뺏으려했지만 그마저도 실패했다. 선생님 옆에 쭈그려앉아서 빨게진 얼굴을 식히려 손으로 부채질을 해대는데 어느샌가 등 뒤로 다가온 차학연이 내 등을 손가락으로 찌르며 '우이운이 5반 대표카와이~'하며 놀려댔다. 또다시 반은 웃음소리로 가득차고 나는 벌떡 일어나서 다시 차학연을 쫓아가려 했지만 진정하라며 내 팔을 붙잡은 선생님때문에 그대로 또다시 주저앉자, 선생님은 내 머리를 헝클어뜨리시며 웃으셨다. 귀엽네, 우리 택운이.라고 말하시면서 말이다. 선생님은 아마 나 놀리는 거에 재미를 붙이신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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