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같은 휴일. 난데없이 울리는 휴대전화 알림에 액정을 보니 요새 통 연락이 안 됬던 친구에게서 카톡이 와 있었다.
[00아, 나 할 얘기 있는데. 만나자.]
카톡이나 문자는 이래서 별로야. 보낸 사람이 나한테 화가 나있는지 장난스럽게 보내는 말인지 알 수가 없잖아? 나는 친구가 어떤 분위기인지는 파악해야 할것같아 휴대폰을 들고는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이 한참 흐르고, 연결음이 뚝 끊기며 들려온 것은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어.... 그리고 띠링, 하고 날아온 문자 한 통.
[나 지금 전화 못 받으니까 좀 이따가 너네 집 앞 카페로 나와]
이모티콘 하나 없고, 느낌표 하나 없는 문자를 보니 내가 잘못한 게 하나 없는데도 괜히 무서웠다. 내가 모르는 사이 얘한테 실수를 한 게 있었나?
*
카페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요란하지만 청량한 종소리가 퍼졌다. 주위 시선이 전부 내게 닿는 것 같아 괜히 부끄러워져 서둘러 주위를 둘러봤다. 어디선가 내 이름을 부르는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그 쪽으로 달리듯 걸어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00아, 오랫만이다?"
내가 무서워한 문자와는 다르게 친구는 생글생글 웃고있었다. 엄청 진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어? 그런데
"헐, 너 눈이..."
친구는 웃으면서 볼 옆에 브이를 가져다 대고는 웃었다.
"맘에 안들어서 튜닝 좀 받았지."
친구는 사실 튜닝이 아니라 재건축이라며 깔깔대며 웃었고 나는 몰라보게 예뻐진 친구의 얼굴을 바라보다 휴대폰 액정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봤다. 난 왜 이렇게 생긴거야?
"나도 성형이나 할까....."
*
친구와 헤어진 뒤에, 다짜고짜 피씨방에 들어갔다. 남자들, 학생들이 득실거리는 피씨방에 들어가긴 싫었지만, 고장난 내 거지같은 노트북 때문에. 알바에게 두 시간이요. 를 외치며 이천원을 내고는 자리에 앉았다.
컴퓨터가 켜질 동안 까만 모니터에 비치는 내 얼굴이 보였다. 아 진짜, 난 왜 이렇게 생긴거냐고!
컴퓨터가 켜지고, 참을성 없이 인터넷 익스플로어 아이콘을 막무가내로 클릭했다. 인터넷 창이 열리고, 나는 검색창에 성형, 강남 성형외과, 압구정 성형외과, 유명한 성형외과...성형에 관한 내용은 전부 검색했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한 쪽에 성형외과 배너가 보인다 하면 전부 들어갔다. 광고인 걸 알면서도 성형으로 예뻐진 사람들이 쓴 블로그를 들어가 정보를 죄다 캐냈다. 와 진짜, 이렇게 광산에 들어가면 다이아몬드도 캐내겠네.
한참 한탄을 하며 정보를 알아보는 데 뒷통수가 따가운 느낌이 드는 게, 누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설마 하고 뒤를 돌아보니 한 남자가 내 의자에 팔을 걸곤 내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에?
"누, 누구세요?"
그 남자는 모니터를 바라보다 내 말에 잠시 당황하더니 웃으며 입을 열었다.
"김동혁이요."
아니, 이름을 물어본 게 아닌데... 아니 그런데 이 남자가 나보다 예쁘다. 저 사람은 남자인데, 나는 여자인데. 왜? 괜히 현자타임이 와선 허공을 멍하니 주시했을까, 눈 앞에서 손이 왔다갔다 했다. 정신차리고 보니 그 김동혁이란 남자였다. 그 남자는 뭐가 그리 웃긴지, 실실 웃고 있었다. 내 얼굴이 웃기게 생겨서 웃는걸수도.
"뭐해요"
어느새 김동혁은 내 앞으로 와선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혼자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요, 못생긴거 나도 알아요. 그렇게 티 안 내도 알아요...
"성형하게요? 이렇게 예쁜데?"
"알아요....에?"
아, 나 되게 바보같았겠지? 그래도 크게 떠진 눈은 줄어들 생각을 안 했다. 우와, 계속 이러고 있으면 자연 앞트임 뒤트임 되는거 아냐?
"완전 내 이상형처럼 생겼는데?"
김동혁은 그 말을 내뱉고는 손으로 제 입을 막곤 흐흐, 부끄러. 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고는 내 팔을 잡더니 자리에서 날 일으키곤 저런거 찾아보지 말고 나랑 놀아요. 라며 날 끌고는 밖으로 나갔다. 저 지금 매우 당황스러워요.
*
김동혁은 실실 웃으면서 카페에 들어가 초코 프라푸치노 두 잔을 시키고는 자리에 앉았다. 난 우물쭈물하다 자리에 앉았고, 김동혁은 말없이 그런 나를 바라보다 씩 웃었다. 으, 웃는 것도 나보다 예뻐. 어떡해?
"왜 고치려고 그래요?"
내게 물어오는 김동혁의 표정이 너무 순진해서, 그냥 다 말해줬다. 사실 친구가 너무 예뻐져서.... 내 말을 들은 김동혁은 또 인상을 찡그리고는 날 바라봤다.
"예쁘다니까?"
계속 예쁘다는 말을 들으니 저게 진심인지, 입에 발린 말인지 헷갈렸다. 무엇보다, 나보다 예쁜 남자가 말하니까 못믿겠어..
"아니, 그쪽은 남잔데 나보다 예쁘잖아요.."
내 말을 가만히 듣던 김동혁은 갑자기 고개를 숙이곤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는거야? 한참을 끅끅대며 웃던 김동혁은 고개를 들어 숨을 가다듬곤 예뻐요, 예뻐. 를 연신 중얼거리더니 징- 울리는 진동벨에 음료를 받아오겠다며 일어섰다. 아 씨, 뒤태도 예쁘네?
김동혁은 초코 프라푸치노 두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추워 죽겠는데 무슨 프라푸치노야.. 추운데도 김동혁은 프리푸치노를 잘만 쭉쭉 빨아댄다.
"왜 안먹어요?"
이거 싫어해요? 맛있는데? 내게 물어오는 김동혁에게 안 싫어해요. 대답하고는 프리푸치노를 집어들었다. 아, 이거 마시면 온 몸의 장기가 다 얼어버릴 것 같은데,
"혹시 살찔까봐 그래요?"
머뭇거리는 내게 김동혁이 물어왔다. 무슨 질문을 그렇게 많이 하는지. 그런데 나는 살찔까봐 그런 게 아닌데..
"이거 하나 먹는다고 살 안쪄요. 아 정말, 뚱뚱하지도 않으면서."
조금 더 있다가는 김동혁이 화를 내버릴 것만 같아서 재빨리 빨대를 입에 물었다. 쭉 들이키자 입 안으로 들어오는 프라푸치노에 이가 다 얼어버릴 것 같았다. 맛있긴 더럽게 맛있네.
"맛있죠?"
네. 맛있는데 이가 얼어버릴 것 같아요. 그런 나를 보며 짙게 웃던 김동혁은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곤 놀란 표정을 짓더니 내게 말했다.
"혹시 추운데 이거 마셔서 감기 걸리는거 아니에요?"
알면서 이거 왜 시켰어요... 김동혁은 테이블 위에 놓여진 내 휴대폰을 가져가더니 뭘 꾹꾹 누르곤 다시 내 앞에 내려놓았다.
"감기 걸리면 연락해요."
"감기 안걸려도 연락하고."
"절-대 고치치 마요! 난 지금이 좋아."
성형은, 한 10년 후에 알아봐야겠네.
달달한 글 진짜 못쓰네요. 이런 곶아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