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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X산들] 연애의 온도

※ 이 팬픽은 영화 '연애의 온도'를 모티브로 하였습니다.

 

 

 

 

 

 

 정환은 표정 없이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눈에 들어온 조그만 다람쥐 인형에 저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지고 말았다. 이런 걸 여기다 놔뒀었나. 멍하니 다람쥐 인형을 보고 있다가 손을 뻗어 쥐었다. 하얀 반팔만 입고 있어 몸이 조금 춥다는 것이 느껴졌지만 이불은 덮지 않았다. 가끔 그랬던 것처럼, 다람쥐 인형을 품에 한 번 꼭 안아보았다가, 손을 잡고 춤추는 것처럼 흔들었다가, 반복하던 정환의 앞에 선우의 얼굴이 스쳐갔다.

 

 

 "아씨. 재수없게..."

 

 

 정말 기분이 나쁘다는 듯 정환은 다람쥐 인형을 저 멀리 던져버렸다. 벽에 부딪혀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진 인형이 왜 나한테 화풀이를 하는 거냐며 울먹이는 것만 같아 정환은 반대쪽으로 몸을 돌리고 누워버렸다.

 

 

 [ 이거 줄 때 차선우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

 

 

 생각해보니까 뭔가 억울했다. 지금까지 선우를 만나면서 정환은 선우에게 몇 번이나 돈을 빌려줬었다. 하지만 선우는 제때제때 돈을 갚는 성격이 아니었고, 정환도 그 일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헤어지자마자 뭘 내놓으라느니 쪼잔하게 구는 선우의 행동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 이거 볼 때마다 지 생각 하라고. 진짜 웃겨. ]

 

 

 정환은 갑자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휴대폰 계산기 어플로 차근차근, 지금까지 말하지 않고 쌓아두었던 돈을 하나하나 기억을 되짚으며 더하기 시작했다. 오십은 더 나오겠네. 저번에 게임기 산다고 빌려간거랑, 돈 없어서 내가 꽃등심 산거랑... 손가락까지 동원하며 계산하던 정환이 이거 다 받으면 부자 되겠네. 중얼거리며 괜히 히죽히죽 웃었다.

 

 

 [ 근데 더 웃기는 건, 진짜 보면 차선우 생각나요. ]

 

 

 잘라놓고 아직 주지 못한 청자켓이 담겨 있는 상자에 한 번 시선을 둔 정환이 다시 침대에 누웠다. 오늘도 선우는 정환의 말을 깨끗하게 무시했다. 아니 헤어지면 헤어진거지 회사일에 있어서도 이렇게 거리를 둬야하는건가? 뭔가 말을 걸려고 하면 자꾸 비꼬는 말투로 대답하는 선우에 기분이 상한 정환은 진영을 통해 모든 말을 전해야 했다. 덕분에 괜한 사람을 고생시킨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컸다.

 

 

 [ 재수없게. 아 짜증나. ]

 

 

 재수없게, 라는 말이 입에 붙어버렸다. 그래도 수선은 편하게 하라고 재봉선으로 잘라놨더니. 아주 그냥 갈기갈기 찢어놓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더 신경써봤자 좋을 것도 없다는 생각에.

 

 

 

 

 

 

 

 

 "정환씨 내일까지 마무리해야하는 보고서 제출했어??"

 "아, 그거 선우씨가.."

 "...선우씨가 마무리하기로 한 거야??"

 "네. ...지금 갖다드릴까요??"

 "아니 됐어. 난 아침회의 시간에 말했는데 정환씨가 못 들은줄 알고. 그냥 선우씨한테 받으면 되는거지?"

 

 

 

 어제 하루동안 이유도 모르고 정환과 선우 사이에서 고생했던 진영이 이제 익숙하다는 듯 웃었다. 근데 둘이 싸웠어?? 언제 화해할꺼야?? 나 피 말려.

 

 

 "죄송해요. 별 일은 아니고 그냥..."

 "나는 괜찮은데 분위기가 이상하니까..."

 

 

 오늘 회식 있으니까 그 때 풀던가. 신 부장님이 쏠테니까... 진영이 늘 그렇듯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정환의 어깨를 두드리곤 선우에게 다가갔다. 입이 심심할 때마다 커피를 홀짝이는 선우의 책상에 벌써 종이컵이 세 개째 겹쳐져있는 것을 보고 진영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선우씨, 이거..."

 "아, 다 됐는데 안 보내드렸네요. 지금 보낼게요."

 "..어, 그래요....."

 "정환씨가 실수한 부분이 조금 있어서 제가 수정하는데 좀 오래 걸렸네요."

 

 

 [ 그 새끼 저랑 싸우고 싶어서 이러는 거 맞죠? 와나 진짜. ]

 

 

 

 정환이 인상을 찌푸리며 애써 신경쓰이지 않는 척 옆에 있던 서류뭉치로 시선을 돌렸다. 진영은 다소 날이 선 선우의 말투에 난처하다는 듯 웃으며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곤 그 자리를 벗어났다. 왜 자꾸 애꿎은 정팀장님한테 난리야!!

 

 

 [ 솔직히 정 팀장도 맘에 안 들어요. ]

 

 

 정환씨 외롭지 않아?? 힘들어보여서 내가 다 안타깝네. 여자 소개시켜줄까?? 아까부터 정환의 곁에서 맴돌며 말을 붙이는 진영을 힐끔 힐끔 훔쳐보며 선우는 답답해지는 기분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자꾸 커피만 들이켰다.

 

 

 [ 업무시간에 여자는 무슨 여자에요. 그리고 기분 나쁘게 왜 나한테는 안 물어봐. ]

 

 

 에이, 괜찮아요. 아이 그러지 말구. 이따가 회식 자리에 잠깐 나온다는데 그 때 얼굴이라도 봐. 진영이 능글맞게 웃으며 정환을 설득했지만 끝까지 괜찮다며 손을 내젓는 것을 보고 선우는 작게 비웃음을 흘렸다. 양반 납셨네.

 

 

 

 

 

 한편 진영은 어제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머리가 아팠다. 별것도 아니었고 서류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페이지가 안 맞길래 누가 정리했냐고 물어봤을 뿐인데 한바탕 싸움이 일어날 뻔 했기 때문이다. 둘이서 계속 진영을 통해 말을 전달하는 것을 느끼고 싸웠나? 싶었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수였다.

 

 

 "그거 아까 정환씨한테 넘어간건데."

 '원래 선우씨가 맡은 건데 일 많다고 떠넘기신건데요."

 "아.. 그랬나?? 그래도 이왕 맡으셨으면 제대로 하셨어야죠."

 "선우씨가 미뤄놓고 왜 저한테 따지세요??"

 

 

 아, 아니야. 내가 다시 할게. 그냥 물어본건데 다들 왜이래... 어색하게 웃어보인 후 아직도 눈에서 불이라도 나올 것 같은 선우와 정환을 제지시키고 다급하게 자리를 벗어났다. 둘 다 요즘 안 좋은 일이 있다더니 보통 큰 일이 아닌가 싶은 마음에 정환에게 여자를 소개시켜주겠다고 했지만, 워낙에 성격이 여자를 밝히는 사람이 아니라 그런지 자꾸만 거절하는 정환을 억지로 꼬드겼다. 덕분에 만나는 보겠다는 답은 얻어냈으니 둘이 잘 되면 업무 분위기가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진영은 최대한 실수하지 말라며 여자에게 바쁘게 카톡을 보냈다.

 

 

 [ 뭐, 솔직히 아직 누구 사귀거나 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헤어진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

 [ 이정환이 누굴 만나던 상관은 없는데. 저보다 먼저 생기면 기분은 나쁘겠죠. ]

 

 

 

 

 

 

 "죄송해요, 제가 술은 잘 못해서..."

 "아, 술 약하시면 안 드셔도 괜찮아요. 내일 속 쓰리니까."

 

 

 생각보다 훨씬 더 괜찮은 여자가 나왔다. 누구랑은 다르게 말도 예쁘게 하고 품 안에도 쏙 들어올것처럼 아담한 체구에 얼굴까지 청순하게 생긴 여자였다. 정환은 여자의 앞에 있던 잔에 채워져있는 술을 주변 사람들 몰래 뺏어 한 모금 들이켰다. 진영의 재량으로 회식 자리에서 몰래 나오는데까지 성공했다. 선우를 만나기 전까지 꿈꿔왔던 이상형이 그대로 눈앞에 있는 것 같아 정환은 마냥 신기했다.

 

 

 "정환씨는 정말 좋은 사람 같아요."

 

 

 여자의 말에 정환은 눈까지 휘어가며 배시시, 웃었다. 그런 소리 자주 듣는데 애나씨가 말하니까 더 좋게 들리네요. 장난스러운 정환의 대답에 여자는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 여자 만나는 건 오랜만인데 진짜 대박이에요. 안 그래요?? ]

 

 

 할 만한 이야기가 떨어져 조금 어색해질 즈음, 아랫배가 당겨오는 느낌에 정환은 화장실에 잠깐 다녀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나 따라가지 마요. 라는 말까지 남겨두고서.

 

 입고 온 셔츠 소매자락에 저도 모르는 사이 음료수가 얼룩져있었다. 크게 신경은 쓰이지 않았지만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다가 발견했다는 사실이 찝찝해 정환은 시선을 돌렸다. 그 때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는 익숙한 얼굴에 이상하게도 웃음이 새어나왔다. 많고 많은 변기를 두고 하필 선우는 정환의 옆에 섰다.

 

 

 "회식자리까지 빠질 정도로 물건인 여자 만나셨나봐요."

 "그런 표현 쓰지 마요, 역겹게."

 "하긴 뭐 정환씨가 원래 신중하게 사람 만나는 성격도 아니니까. 안 그래요? 그 전에 만났던 애인도 별로였다면서."

 

 

 정환이 바지 지퍼를 잠그고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그러게요. 대충 대답하며 손을 씻었다. 더 이상 사소한 일로 말싸움을 벌이고 싶지도 않았고 여자에게 피해가 가는 것도 싫었다.

 

 

 "아까 보니까 엄청 칭찬듣고 계시던데."

 "...."

 "정환씨가 뭐 남자라도 만났다는 거 알면 큰일이겠네요."

 

 

 야 차선우. 참다 못한 정환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왜. 선우도 낮게 대답했다.

 

 

 "너 지금 히스테리 쩌는 거 알아?? 진짜 토할 것 같아."

 "먼저 여자 만나는 꼴 배 아파서 못 봐."

 "성격 드러운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인줄은 몰랐네. 더 만났으면 큰일날뻔 했다, 어?"

 "성격 더러운 건 너도 마찬가지지. 그래, 잘해봐."

 

 

 그 여자랑. 응원할게. 능청스럽게 말을 마친 선우가 먼저 문을 닫고 나갔다. 저 더러운 새끼, 손도 안 씻고... 하여튼 매너도 더럽게 없어. 중얼거리던 정환이 급하게 머릿속을 스쳐가는 무언가에 빠르게 화장실 문을 열고 나섰다. 여자를 혼자 테이블에 두고 온 것이 생각났다.

 

 

 "이정환이 남자가 봐도 친절하고 매너 좋긴 하죠."

 

 

 아주 지랄을 해라. 아니나다를까 여자의 맞은편에 앉아 혼자 무어라 주절거리는 선우를 보고 정환은 인상을 찌푸렸다. 더군다나 아까 화장실에서 성격이 더럽다느니 어쩌니 하던 선우가 저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다 나왔다.

 

 

 "근데 제가 보기엔 그쪽이 아까운 거 같은데."

 

 

 선우씨 왜 여기 있어요. 최대한 티내지 않고 웃으며 정환이 여자의 옆자리에 앉았다. 조금 좁아진 의자에 정환은 과감하게 여자의 어깨를 끌어당겨 안았다.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오히려 여자가 당황한 듯 얼굴을 붉혔다. 선우는 그런 정환과 여자의 모습을 번갈아보더니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일어났다. 제가 눈치가 없었네요. 라는 말까지 덧붙이며 선우는 테이블 위에 있던 와인을 한 병 집어들었다. 이것만 서비스로 가져갈게요. 제가 너무 아끼는 정환씨 뺏기니까 아.쉬.워.서.요. 또박또박 말하는 선우를 스쳐보며 정환은 알 수 있었다.

 

 

 [ 저 새끼 안 취했어요!! 일부러 그랬어... 미친 놈... ]

 [ 꼴에 남자라고 뭔가 리드는 하는 것 같은데... 원래 리드당하던 놈이라 그런지 어깨 감싸는 손이 좀, 어색하던데요. ]

 [ 내가 저 새끼 때문이라도 꼭 만나야 될 것 같은데요. ]

 [ 물건도 못 되는 주제에. ]

 

 

 

 제 바지 안을 힐끗 들춰보며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어보이는 선우다.

 

 

 


저는 음란마귀가 끼지 않았습니다

[B1A4/바들] 연애의 온도 01 | 인스티즈

 

음란함은 여러분 마음 속에 있죠

 

 

충동적으로 시작한 연재인데다가 제가 글을 잘 못써서;; 걱정 많이 했는데

8분이나 고마운 댓글을 달아주시다니... ㅠㅠㅠㅠ 우럭......ㅠㅠㅠㅠㅠ

엄마미소 지으면서 댓글 봐요 아 이거 사진이 필요한데 적당한게 없네

 

저도 선우랑 저나니 싸우게 하고 싶진 않은데 말입니다.... 얘네는 티격태격하는게 너무 귀여워서...;;

어쩔수가 없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에라이 모르겠다 막 싸우러ㅏ

 

 

결론은 봐주시는 독자분들 싸랑해요 마니

(사실 아까 잘못 눌러서 올라갔다가 삭제한거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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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바들이라니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
바들 기싸움 쩔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ㅈ,저도 좋네여 바들 티격태격(부끄)
10년 전
독자3
이런 츤츤돋는 싸움 좋네요 으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개인적으로 티격태격 싸우는거 좋아해요. 남 연애 엿볼땐 싸우는거 보는게 제맛b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담편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작가님 안너뷰...

10년 전
독자4
ㅋㅋㄱㅋㅋㅋㅋㅋㅋ성스럽다ㅠㅠㅠㅠㅠㅠ느무죠타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5
ㅋㅋㅋㅋㅋ진짜 글 잘 쓰시는 것 같아요
10년 전
독자6
와 진짜 글잘쓰세요ㅠㅠㅠㅠ 수위없어도 재밋고ㅋㅋㅋㅋㅋ아우아아앙엉앙재밋서재밋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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