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탘/알탘) 장미꽃
01
1년 2개월의 짝사랑 끝에 나는 그와 마음을 서로 확인하고,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다. 그가 같은 팀 멤버이어서 어디를 가든 항상 붙어있었고, 함께했다. 우리는 싸우지 않고 서로 양보하며 사랑했다. 그리고 우리가 처음으로 떨어지게 된 것은 사귄 지 100일이 되기 직전에 내가 혼자 개인스케줄이 생겨버렸다. 거기다 고정이라 매주 녹화 날이면 7시간은 서로 떨어져 있었어야 했다. 얼마 없던 개인스케줄이 갑자기 생겨 그와 보내던 주말이 사라지자 불안했고, 항상 나의 기둥이었던 그 없이 혼자 해낼 수 있을까 두려웠다.
"형, 나 예능 그거 하지 말까?"
"왜- 또."
"나 당신 없이 혼자 못하겠어."
"괜찮아, 녹화 틈틈이 전화하면 되잖아-."
"형이 옆에 있는 거랑 전화로 목소리 듣는 거랑… 다르잖아."
"괜찮아, 괜찮아."
그가 날 꼭 안아 토닥여 주었고, 내가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자 그가 내 입술에 짧게 키스해주었다.
"울지마, 예쁜 얼굴 망가지잖아."
"사랑해."
"응. 나도."
"사랑해, 이세영."
그렇게 첫 녹화 날이 되었다. 녹화장에 오기 전에 그에게 가기 싫다고 투정부렸고, 그는 나에게 키스해주었다.
"잘하고 와. 연락 계속 하고-."
"응, 사랑해."
방송국으로 가는 길에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두근거리는 심장 때문에 가는 내내 그와 문자를 했다.
[형 나 진짜완전많이 형 보고싶어 죽겠다ㅠㅠㅠㅜㅠ 나 이거 끝나고 가면 안아줘!!]
[그래그래 얼른와♡♡]
[이세영 사랑해사랄ㅇ해사랑해♡♡]
[나도나도나도♡♡]
그새 도착한 녹화장에 도착했고, 다른 패널들이 내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일본대표 분 맞으시죠?"
대기실에서 다른 패널들과 이것저것 얘기하다가 녹화장에 들어갔다. 녹화하는 내내 말을 한마디도 못한 거 같다. 시키는 질문에만 답했다. 성격이 활발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일본사람이라고 내쳐질까 봐 더 소심하게 굴었던 것 같다.
'세영이 형, 보고 싶다.'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매니저 형에게 휴대폰을 받아 화장실로 가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뭐야. 벌써 끝난 거야?'
"아니. 쉬는 시간. 실망한 거야 지금?"
휴대폰 반대편에서 푸흐- 하며 웃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녹화고 뭐고 그에게 달려가 안기고 싶어 죽을 거 같았다.
"형, 진짜 보고 싶어."
"누구예요, 애인?"
순간 놀라 통화를 꺼버렸다. 일부로 화장실도 멀리 왔는데. 왜 여기로 온 거야.
"뭐, 한창 뜨거울 나이겠네요-."
이탈리아 대표의 남자였다. 알베르토라 했나. 회사에서 차장이랬다. 결혼도 한 남자. 그 남자가 손을 씻고 나가자. 다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타쿠야? 무슨 일 있었어?'
"같이 촬영하는 남자 들어와서…. 미안해."
'별일 없는 거지?'
"응-."
이후 뒤에 녹화를 계속해서 진행했고, 녹화가 끝난 후에 회식자리가 있다고 했다. 매니저 형이 처음이니까 회식자리에 참석하라고 했는데, 술도 못하고, 그것보다 얼른 집에 가서 그를 껴안고….
"타쿠야, 회식 갈 거죠?"
아까 그 이탈리아 남자였다.
"글쎄요."
"결혼한 사람들도 다 가는데, 아이돌이라고 빠지는 건가요-. 역시 아이돌은 다르네요."
비꼬는 거 같아 진짜 가기 싫었다. 죽을 만큼.
"첫날이니까, 웬만하면 가자. 너 욕 먹어."
"이미 먹었는데. 아, 꼭 가야 해?"
"오늘 만 가. 세영이가 오늘만 집에 있냐?"
"아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