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절대로 의도치 않은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지 않을 테다.
자살에 의해서든, 타살에 의해서든.
헝거게임 ; 몰살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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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이 좋으면 뭘 해요. 살아남아야지."
"맞는 말이긴 해."
턱을 괴고 웃으며 날 보고 왠지 예감이 좋단 말을 하다 정색을 하며 대답하니 날 따라 아저씨, 아니 형도 따라 정색을 했다.
"무대 뛰러 가야지 이제."
"ㅎ, 형은 안 따라 나와요?"
"나의 권한은 무대 위로는 미치지 못해. 무대까지 가는 길은 다른 스탭이 알려 줄 거야. 그럼 행운을 빌게, 지호군."
처음으로 날 '지호군' 이라고 불러주시던 형은 그 모습을 끝으로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란 생각에 다시금 마음이 착잡해졌다. 길을 안내하던 스태프는 이 길부터 퍼레이드로 입장하시면 되세요. 라고 말하곤 휙 제갈길을 가버렸다. 이 곳 스태프들은 불친절한 건지 사람을 용건 말곤 대할 일이 없는지 의문이 들었다.
피가 말리는 몇분들의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나의 차례가 다가왔다. 준비 된 오픈카에 올라타니 12구역의 우지호군, 입장합니다! 라는 마이크를 든 MC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리자 기다렸다는듯 크고 둥근 천장 밑 수십만명의 달하는 사람들이 빽빽하게 앉아 내가 여태껏 들어본 적 없는 환호성을 질러댔다. 아까 봤던 티비 속 다른 구역 아이들이 한 것 처럼 그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긴장됨에 손이 벌벌 떨려 눈을 감고 침을 한 번 삼켰다. 일단 무대에 올라 간 이상, 무엇을 더 미루거나 거부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MC아저씨가 한 번 더 크게 날 소개시켜주고, 아까보다 더 한 함성이 내게서 들려왔다. 이런 함성을 내가 태어나서 언제 또 들어볼까란 생각이 들자 차라리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게 나을 듯 싶어 긴장을 안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12구역의 영웅이 되실 지호군, 자기소개 좀 해주세요."
"12구역 출신 우지호. 열아홉입니다."
"그게 다예요?"
"이게 단데요."
"다른 얘기 좀 해주세요. 여기 계시는 분들과 시청자분들이 모를 법한 이야기를요."
'저 프로그램 나간다는 건 뜰 각오로 나가야 한다는 거야'
'저 프로그램 나간다는 건 뜰 각오로 나가야 한다는 거야'
'저 프로그램 나간다는 건 뜰 각오로 나가야 한다는 거야'
긴장하지 않기로 했던 나와의 약속이 무너져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을 때 쯤, 디자이너 형의 말씀이 생각났다. 그래, 난 여기서 엄청난 관심을 얻어야 한다. 내겐 자존심보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형이 더 중요했다. 이건 모두 형을 위한 거야. 이렇게 다짐을 하고 침을 한 번 삼켜냈다. 그러고선 셀 수 없이 많은 관중들 앞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 중 가장 수위가 높은, 가족사 이야길 해냈다. 예상대로 내가 원하던 반응을 이끌어냈다. 죽어도 싫어하던 '동정'을 이렇게나 쉽게 얻어내고야 말았다. 모든 말을 끝내고 나니 스스로가 수고했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푹 숙였다.
"정말 슬픈 얘기네요 지호군, 그럼 이제 분위기를 바꿔서 옷 얘기를 해볼까요? 주최측 탑이신 고태용 디자이너의 작품이라는데요. 굉장히 섹시하네요."
아, 맞다 옷.
굉장히 옷 같지도 않은 옷을 ㅡ내 생각엔 아마도 거적데기 같다ㅡ 입혀 놓고선 칭찬을 듣는 게 부끄러워 대충 어물쩡거렸다. 디자이너 형의 의도. 그것은 관심을 받기 위한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 이야긴 크게 부풀려야 했다. 무대 위에선 난 내가 아닌 사람으로 행동해야 하니까.
"사람들의 이목을 이끌기 위해서 특별히 디자이너 분이 고안하신 옷입니다. 앞으로의 게임에서 기상을 펼치라고 검정 가죽 조끼에 징을 박았구요. 그 위에 입은 털옷은 사실 보시다시피 모두 붉은 안료로 칠한 새털입니다. 이는 불멸을 상징하는 뜻에서 그렇게 제작 된 것이고 그 어깨에도 아까 조끼와 같은 뜻에서 징을 박은 겁니다."
"그 엄청나게 화려한 가면은 무슨 뜻입니까?"
"빛이 나되,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들키지 말라는 뜻이지요."
"정말 화려한 의상이네요. 의상에 대한 감탄도 이 쯤에서 하고, 이제 지호군을 보내드려야 합니다."
정말 꿈보다 해몽이였다. 물론 디자이너 형은 나에게 저런 말을 해 준 적도 없었다. 하지만 난 정말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이제 동정팔이는 끝났다. 지난 일주일간의 격한 훈련만이 제 값을 해야할 때가 되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아야 했다.
그리고, 굳게 다짐했다.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우승할 각오가 아닌 살 각오로 집으로 가 형을 꼭 다시 만나리라고.
"제 100회 헝거 게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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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를 걸은 이유는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닌 눈팅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스포일러를 하나 해드리자면 지훈이는 다음편부터 나올 예정입니다. 글에서의 복선이나 숨겨진 뜻은 꾸준히 있을 것입니다. 전편이나 이번편에서도 많이 숨겨놓았으니 즐겨 봐 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사랑해요 독자 여러분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