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내가 싫어요?" 소진이 생기 없는 혜민의 얼굴을 쓰다듬자 혜민은 고개를 돌렸다. 옅게 웃고 있던 소진의 표정이 일순간 싸늘해진다. 언니는 항상 그랬어요. 5년 전 처음 서울로 상경해 여기 들어와 혜미와 동고동락하던 나는 그 해 겨울 언니를 봤어요. 어쩌면 그때부터 언니를 신경 쓰고 관심 가졌는지도 모르겠네요. 피땀 흘리며 밤낮없이 연습했는데 혜미가 데뷔를 한대요. 너무 기뻤어요. 같이 연습했던 친구가 데뷔를 한다니.. 드디어 꿈을 이뤘잖아요. 자극도 됐지만 혜미가 잘 된 게 축하할 일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혜미는 말했어요. 언니도 같이 그룹이라고. 난 더 악착같이 연습했어요. 같은 그룹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어요, 나는. 그냥... 그냥 당당하게 얼굴을 마주 볼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며 꿋꿋이 버티고 버텼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 내가 데뷔를 한대요. 그것도 언니 그룹으로. 데뷔가 확정되고 유닛이라는 이름으로 활동도 하게 됐어요. 활동을 하면서 언니가 경리 언니를 보러 오는 날, 응원하러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언니가 오면 어색하게 힐끔거리고 인사 몇 마디 하는 게 다였지만 말이에요. 그렇게 몇 년 동안 지켜본 언니는 혜미랑 많이 가까운 사이 같았어요. 그냥 가까운 사이는 아닌 거 같아 혜미에게 넌지시 물어보고는 했는데 설마 그렇고 그런 사이일 줄이야. 얘기를 듣는 순간 헛웃음이 나왔어요. 하나뿐인 내 친구가 언니랑.. 어떻게 할까 생각 많이 했어요. 많이 했는데... 별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혜미를 다치게 할 순 없었어요. 내 친구니까. 그런데 그대로 놔둘 수도 없어요. 그래서 내가 택한 게 이 방법이에요. 쇠사슬에 묶여있는 위태로운 혜민의 손목을 만지작 거리던 소진은 혜민의 마른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아무 데도 가지 마요... 내 옆에서... 떠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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