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 좀 부리지마 너 땜에 나 매일매일 불안해 오늘도 빌어 빌어 딴 사람이 널 채가지 않게 " 동혁아~ " " 네, 누나! 왜 부르셨어요? " " 이것 좀 비워 주라. 누나 좀 바빠서. " " 네~ " " 동동이! 이리 와봐. 빨리. " " 네? " " 그냥 불렀어. 아이구, 우리 귀여운 막내님. " " 아, 왜 그래요, 형. " " 내가 우리 동혁이 아끼니까 그러지~ " 지원은 아까부터 죽을 맛이었다. 애인이 여기 떡하니 앉아있는데 자꾸 여기저기 불러대는(하다못해 애칭까지 부르는) 저 인간들 때문에 부글부글 끓는 데다가 제 애인이 기름을 들이붓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혁은 지원이 속한 크루에 마지막으로 들어온 멤버였다. 잘생기고 몸도 좋은 데다가 심지어는 살갑고 예의바른 성격에 애교까지 갖춘 막내여서인지 동혁에게 반한 건 지원 뿐이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조금 다른 의미겠지만. 동혁과 지원의 연애는 모든 멤버들이 다 알고 있었고, 오랜 세월 함께 한 탓에 서로 간의 신뢰가 두텁기 때문에 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다. 다만 지원은 웃음이 헤프고 또 웃을 때 예쁜 동혁이 저도 모르게 누군가를 홀릴까, 그게 걱정이었다. 쓸데없는 기우다 싶으면서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만큼, 동혁은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매력을 가진 마성의 남자였던 것이다. 이른 새벽의 사람 없는 거리에서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은 집으로 향하는 길을 걷고 있었다. 먼저 자취하던 지원의 방에 지방에서 올라온 동혁이 합류하면서 둘은 룸메이트가 되었고, 연애를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 동혁아. " " 응. 왜요? " " 너 웃을 때 엄청 귀여운 거 알아? " " 아, 뭐래. 부끄럽잖아! " " 진짜 귀여워. 그리고 너 웃는 소리도 귀엽고 목소리도 예쁘고 성격도 좋고... " " 무슨 말이 하고 싶길래 이렇게 칭찬을 깔고 시작하나? " 예의 청량한 미소를 지으며 동혁이 지원에게 물었다. 지원은 입만 뻐끔거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왜요, 말을 해야 알죠. " " 노래 듣자. " 뜬금없이 노래를 듣자며 가방 안에서 이어폰이 감긴 휴대폰을 꺼낸 지원이 이어폰 한 쪽을 동혁에게 건넸다. 영문도 모르고 지원이 내미는 것을 받아든 동혁이 이어폰을 천천히 귀에 끼웠다. 제 귀에도 나머지 한 쪽 이어폰을 끼운 지원이 액정을 몇 번 두드리자 선을 타고 음악이 흘러나왔다. 끼 좀 부리지마 너 땜에 나 매일매일 불안해 오늘도 빌어 빌어 딴 사람이 널 채가지 않게 끼 좀 부리지마 솔직히 넌 해도해도 너무해 오늘도 빌어 빌어 딴 놈에게 널 뺏기지 않게 가사를 되새기며 듣던 동혁이 지원의 눈치를 살폈다. 지원은 볼이 조금 발그레해져서는 헛기침만 하고 있었다. 영리한 동혁은 이 노랫말이 저를 향한 지원의. 민망한 걱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형. 나 걱정돼요? 딴 사람이 채갈까봐? " " 아니, 뭐 딱히 그런 건 아니고... " " 그래? 그럼 끼 좀 부리고 다녀볼까. " " 그건 안 돼. 너 지금도 충분히 사랑받잖아. 진짜 딴 놈한테 뺏길까봐 겁난다. " " 내가 안 넘어갈텐데? 난 눈이 높은 편이라. " " 너는 믿어. 내가 너는 믿는데 다른 사람을 못 믿는 거야. " " 형, 내가 끼 부리는 것처럼 보이나? " "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닌 건 아는데 넌 귀여움이 과해. 나한테만 웃어. 다른 사람한테 웃으면 위험해. " " 근데 형, 이건 알아야 돼요. 형한테랑 다른 사람들한테랑 의미가 다르지. 형한테 하는 건 진짜 끼부리는 거고 다른 사람한테 웃는 건 처세술이지. 잘 보면 조금 다를 걸? " 지원은 작은 입으로 쉴새없이 말하는 동혁이 또 귀여워 동그란 머리를 끌어당겨 제 가슴에 안았다. 머리칼을 마구 부비자 고개를 흔들며 품에서 벗어난 동혁이 지원에게 말했다. " 내가 진짜 끼 한 번 부려 봐? " " 뭔데. 해 봐. " " 우리 모레까지 쉬는 날인 거 알죠? " " 알죠. " " 빨리 집에 가요. 나 지금, " 눈을 찡긋하고 발끝을 살짝 들어 지원의 귓가로 더운 숨을 내뱉는 동혁이었다. 동혁의 팔목을 잡아챈 지원이 말했다. " 빨리 갑시다. " " 왜, 나 아직 안 끝났는데. " " 나머지는 집에 가서 보여주는 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