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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삼다수 전체글ll조회 626 출처


 

 

 

 

 

 

 

 

 겨울방학이 훌쩍 다가왔다. 모든 교과수업이 종료된 지금, 아이들은 선생이 부재한 교실에 모여앉아 저마다의 방학계획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어느새 책상도 모둠식으로 붙이고는 턱을 괴고 이야기를 듣기 바빴다. 경수는 그런 아이들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있었다. 웅성거리는 교실의 반댓편에 홀로 앉아 콧바람을 팽팽 불었다. 힐끗힐끗, 창가에 자리를 붙이고앉은 백현에게도 시선을 줘가며.

 

 관심없는 척 턱을 괴고 훔쳐본 옆모습에는 집중한 듯한 표정이 묻어있었다. 백현은 왼 손으로는 턱을 괴고 오른 손으로는 툭툭 리듬을 탔다. 경수는 창문 너머로 살짝 보이는 축구골대를 한 번, 백현의 눈을 한 번 번갈아보았다. 축구를 하고싶은 모양이었다. 쉬는시간에도 내리 잠만 자던 백현을 깨울 걸 그랬다. 그의 친구들이 어깨를 세게 치자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욕을 하던 백현이 눈에 선했다. 지금 안나가면 또 후회할텐데. 엎드린 뒷덜미를 빤히 쳐다보며 중얼거렸었는데. 역시나, 백현은 수업시간을 20분 정도 남겨두고 퍼뜩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5분째 멍하니 창문 너머만 보고있던 중이었다. 별안간 그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솔솔 들어온 따듯한 바람에 눈이 느려지던 차였는데, 정신이 확 들었다. 백현이 뒷문을 열고 교실을 나가고 있었다. 축구하러 가는구나. 창가에 꼭 붙여진 백현의 자리가 휑했다. 나는 김종대!!하고 내지르는 변백현의 목소리를 들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가 무얼 보고 있었는지, 어떤 시야에서 축구를 관람하고 있었는지. 그냥 궁금해서 그의 자리에 앉았다. 따듯한 의자의 온기와 살랑이는 바람에 졸음이 들었지만 굳이 그의 눈에 담으려 고개를 틀었다. 희고 푸른 교복을 입은 변백현은 우중충한 체육복 무리 속에서 가장 튀어보였다.

 

 

 

 

 변백현은 날쌔게도 뛰어다녔다. 운동장을 넓게 쓰는 변백현에 고개가 따라 움직였다. 무인cctv가 된 기분에 입술을 비죽였다. 백현은 모든 운동종목을 잘 소화했다. 그는 운동회 전, 달리기에 출전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원체 몸이 느리다며 손사래를 쳤다. 체육 쌤의 응원에 떠밀려 출발선에 선 그는 신기록을 세웠다. 그리고는 연이어 축구대표로 선발되었다. 하지만 그는 항상, 칭찬을 받으면 무안할 정도로 실력을 부정했다. 선생님들은 그런 그가 겸손하다고 했고, 일부 애들은 재수없다며 그를 내리깠다. 아무렴 괜찮았다. 그런 변백현조차 마음에 들었다.

 

 변백현이 골대 바로 앞까지 공을 몰았다. 방향을 틀어 슛을 하려던 순간, 박찬열과 부딪혀 모랫바닥에 엎어졌다. 그의 교복이 단번에 황토색으로 물들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아, 하는 신음을 내뱉었다. 빠른 속도로 달리던 애와 부딪혔으니 많이 아플텐데. 나는 흐린 눈을 찌푸려가며 그를 보기위해 애썼다. 하지만 곧 우르르 몰려든 체육복무리에 그가 가려지고 말았다. 나는 따끔거리는 눈을 세게 비볐다. 속눈썹이 들어간 모양이었다. 여름햇빛을 받아 감은 눈이 새빨갰다. 요즘따라 눈이 따가운 것이, 무언가 이상이 생긴 것이 틀림없었다. 보건실에 가봐야할 것 같았다. 어쩌면, 치료받는 변백현을 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손을 까딱이며 종이 치기만을 기다렸다. 느리게 흘러가는 초침을 따라 입술을 잘근거렸다. 한참을 집중하다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다. 문득 시계가 1분 정도 느리다며 투덜대던 백현을 기억해낸 탓이었다. 왜 투덜댔더라. 그 때가 몇 교시였지. 아, 점심 빨리 먹으려고 그랬나. 뻗은 팔 위로 얼굴을 묻고 한껏 기지개를 폈다. 왜 변백현의 책상에는 변백현의 체향이 나지 않는지 궁금해졌다. 그에게서는 뽀송한 섬유유연제 냄새가 날 것 같다.

 

-종쳤다!!!!!!!!

 

 짧은 기계음이 울려퍼지자 아이들이 인간을 감지한 개미마냥 빠른 속도로 흩어졌다. 순식간에 텅 비어버린 교실에 뒷목을 긁적이며 일어났다. 채 뜨지 못한 오른눈에서는 아까부터 이물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한새벽까지 게임을 하다 잠이 들 때 눈이 그러하듯, 뻑뻑한 안구 위로 이물감이 겹쳐들었다. 경수는 문득 자신이 안구건조증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1년 전에 진단받은 안약은 비닐이 씌인 채 서랍장에 버려져있을 것이다. 그 땐 어쩐지 그 안약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가만히 방치해두면 알아서 나을 줄로만 알았지. 이렇게 시시때때로 이물감이 들고 안구가 메말라 올 줄은. 파르르 떨리는 오른눈을 조심스럽게 감쌌다. 뜨거운 손이 닿자 조금 편안해진 기분이었다. 계단을 내려가며 보건실에 변백현이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벌써 급식실로 갔으려나. 흐릿한 왼눈에 의지해 코너를 도는데 누군가의 목에 코를 박았다. 오른눈이 콱 짓눌린 느낌에 아악, 하며 비명을 질렀다.

 

"어...아...헐..야 괜찮아? 아..."

"........."

 

 귀에 익은 익숙한 음성. 변백현의 입에서 괜찮냐는 말이 방언 터지듯 흘러나왔다. 내가 아무 말이 없자 변백현은 스르르 내려앉은 내 몸을 부축하려 들었다. 나는 계속해서 움찔거리는 눈 위에 손을 얹었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이물감이 확 밀려들었다. 변백현의 괜찮냐는 말이 머릿 속에서 왱왱 울렸다. 가쁘게 뛰던 눈이 눈물을 쏟아냈다. 나는 그 와중에도 쿵쿵 빠르게도 뛰어대는 심장소리가 들릴까 몸을 뒤로 띄어냈다. 방금 전까지는, 변백현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웠다. 나는 변백현을 향해 희미하게 웃어주었다. 괜찮다며 과장된 손짓도 조금 보탰다.

 

 

"보건실은...?"

"....응, 어..가야 돼. 아니 그보다..."

"너 몇반이야?"

"..나 3반."

".....어??"

"너랑..같은 반인데."

 

 

 변백현의 벙찐 표정을 뒤로하고 보건실의 문을 열었다. 문을 쿵 닫자 변백현이 미안하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부딪힌 순간에는 눈이 아려서 죽을 것 같았는데, 이제는 몸이 너무 뜨거워서 죽을 것 같다. 죽죽 흘러내리는 식은 땀에 등이 간지러웠다. 열이 올라 새빨개졌을 귀를 손으로 잡아눌렀다. 자꾸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 아차, 하며 고개를 들었다. 

 

......

......

 

 뭐냐는 표정으로 저를 응시하는 선생님에 얼른 오른쪽 눈을 덮었던 손을 떼냈다. 눈, 눈이 아파서요. 간이의자에 앉을 때까지 저에게서 떨어질 줄을 모르는 시선에 다른 의미로 낯이 뜨거워졌다. 멋쩍은 마음에 헛기침을 흠흠, 했다. 아린 눈에서는 열이 올라서인지 더 이상 강한 이물감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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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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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짱 좋아요 ㅠㅠㅠㅠㅠ 내스탈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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