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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 플루토에서 아침을 6 

 

 

W. CANTATA 

 

 

BGM - Edith Piaf - Non, Je ne regrette rien 

 

 

 

 

 

 

 

 

 

" 아아아아아아악!!!!! "  

 

 

 

 

 

고개를 돌려 소리의 정체를 확인함과 동시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할수없었다. 급히 이불로 가렸지만 적나라한 정사를 들키지 않을 수는 없었다. 내 앞에서 비명을 질러댄 것은 나와 18년을 함께 살아온 나의 피붙이, 누나였다. 그 옆에는 충격적인 표정으로 얼어있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볼 수 있었다. 아. 본능적으로 변백현의 얼굴을 다시 보자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그의 눈빛을 마주 할 수 있었다. 그 눈빛은 당황스러운 흔들림에서 곧 후회로 바뀌었다. 아. 오늘은 가족들이 돌아오는 날이었다. 

 

 

 

 

 

" 저것들은 미쳤어. 미쳤다고! " 

 

 

 

 

 

그대로 주저 앉아버린 누나와 동시에 아버지는 방문으로 성큼 성큼 들어와 내 뺨을 내리쳤다. 따끔함과 동시에 욱신거리는 아픔이 찾아왔다. 미친 새끼. 너는.. 단단히 미쳐버린게 틀림없구나. 아버지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변백현에게 명령했다. 지금 당장 나와라. 변백현은 떨리는 몸을 감추며 애써 옷을 입었다. 어머니는 정신을 놔버린 듯 허공을 응시하다 악을 쓰며 소리를 시작했다.  

 

 

 

 

 

" 너 때문이야!! 우리 경수가 미쳐버린건 너 때문이라고!! " 

 

 

 

 

왜 변백현 때문이야. 변백현을 좋아하는건 오롯히 내 마음인데. 

 

 

 

 

 

" 피는 못 속인다더니 네 어미와 똑같아!! 더러운 새끼. 넌... " 

 

" 그만해!! " 

 

 

 

 

 

막말을 넘어선 어머니의 말에 참지 못하고 화를 내려하자 변백현은 고개를 저으며 제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백현아. 쉿. 그는 제 얼굴이 뚫어져라 쳐다보는 내 시선을 회피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순간의 망설임 끝에 내 귀에 무어라 속삭인 변백현은 방문밖으로 걸음을 했다. 달칵- 닫히는 문소리와 동시에 내 눈가가 축축히 부풀어오름을 느낄수있었다. 

 

 

 

 

 

 

" 플루토에서 기다릴께. " 

 

 

 

 

 

 

 

 

 

 

 

날이 밝자, 어제의 사건에 대해 어느 누구도 암묵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변백현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여전히 집안은 평화로웠다. 어느때처럼 어머니는 토스트를 구워 아침을 만들고 아버지는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었으며 누나는 남자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 너무나 태연하고 뻔뻔해서, 차라리 내가 미쳐서 망상에 시달린 것이라 판단하는게 더 나을 것 같았다.  

 

 

 

 

 

" 일어났어, 경수야? " 

 

 

 

 

 

식기 전에 얼른 먹으렴. 오늘 소세지가 잘 구워졌어. 말없이 둥근 식탁의 의자에 앉자 어머니는 만들어 놓은 내 몫의 음식을 가져왔다. 바삭바삭한 토스트와 계란프라이 그리고 잘 구워진 소세지를 미동도 않고 노려보자 아버지가 슬쩍 눈길을 줬다.  

 

 

 

 

 

" 뭐하는 게냐? 어서 안 먹고. " 

 

 

 

 

 

뻔뻔하기는. 그렇게 까지 아들을 지키고 싶은건가. 정작 아들은 원하지 않는데. 모르는 척 다시 신문을 펼치는 아버지와 노래를 흥얼거리며 설거지를 하는 어머니에게 혐오감이 올라왔다. 울컥울컥 올라오는 역겨움과 함께 변백현을 향한 갈구가 목 끝까지 차올랐다.  

 

 

 

 

 

" 변백현 어딨어. " 

 

 

 

 

 

순간, 넘어가던 신문지는 정지했고 쨍그랑- 깨지는 그릇의 파열음이 공간을 지배했다. 하지만 이내 흥얼거리는 노래 소리와 그릇을 닦는 소리가 다시 시작됐다. 아버지는 신문 너머로 너무나 뻔뻔하게도 내게 말했다. 

 

 

 

 

 

" 누구 말하는건지 도통 모르겠구나. " 

 

" 변백현 어디있냐고. " 

 

" 그런 애 여기 없다. 앞으로도 그럴거고. " 

 

 

 

 

 

읽고있던 아니 어쩌면 읽고 있는 척 하던 신문을 내려놓고 금테의 안경 너머로 날 노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 더러운 금기를 깨버려도 될만큼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 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야. " 

 

" ... 아버지. " 

 

" 그런 우습지도 않은 생각을 하면서 오만하게 굴지마라. 넌 아직 우릴 이해하기엔 너무 어려. " 

 

" ... " 

 

" 너무 어리다고. " 

 

" .... " 

 

 

" 훗날 너는, 그때 내가 널 바로 잡아준것에 대해 고마워할거다. " 

 

 

 

 

 

말을 마침과 동시에 신문이 금테 안경을 다시 가렸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서있는 날 제외하고는 그 어느때와 같이 봄같은. 그런 평화로운 시간들이 흘러가는 중이였다.  

 

 

 

 

 

[ 7년후 ] 

 

 

 

 

 

 

변백현이 없는 7년동안 악착같이 살았다. 생각없이, 무의미하게 주어진 시간들을 그저 흘러가는대로 살았던 전 시간들을 기억도 나지 않을정도로 악착같이 공부하며 살았다. 건축설계쪽에 재능이 있음을 느껴 파리 라빌레트 건축학교에 입학하였고 학교 근처의 방을 구해 집을 나와 홀로 사는동안 변백현을 수소문 해보았지만 좀처럼 찾을 수가없었다. 뛰어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다를바는 없었다. 어찌나 꽁꽁 숨은건지, 애초부터 없었던 신기루같은 아이였다.  

 

 

 

 

 

" 경수야 이게 얼마만이니. 집 좀 자주 들리렴. " 

 

 

 

 

 

세상에 젖은 것 좀 봐. 춥진 않아? 쏟아지는 비 때문에 축축해진 머리를 보며 어머니가 안쓰러운 듯 물었다. 괜찮아요. 높낮이 없이 단조롭게 대답하자 어머니는 민망한 웃음을 짓고는 젖은 코트를 말리겠다며 내게서 코트를 받아 복도로 사라졌다. 이게 얼마만의 집인건지. 고개를 들어 천장의 샹들리에를 보았다. 몇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전구에서는 여전히 밝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발을 옮길때마다 발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복도의 나무벽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걸음을 옮기자, 마치 이곳에 처음 온 것같은 이상한 기분이였다. 백현아. 네가 이 집에 왔을때 이런 기분이였을까? 

 

 

 

 

 

오랜만의 가족 식사였다. 달콤한 소스가 뿌려져있는 두꺼운 소고기를 묵묵히 써는동안 엄마와 누나는 이야기 꽃을 피워댔고 아버지는 가끔씩 웃으며 대화에 참여했다. 뭐가 저렇게 즐거운 건지. 나이프에 잘린 고기 조각을 입에 넣었다. 입안에 붉은 육즙이 퍼졌다.  

 

 

 

 

" 그래, 학교는 졸업했으니 일은 어떻게 되가니? " 

 

 

 

 

 

와인을 한 모금 마신 아버지는 전보다 늙은 모습이었다. 좋은 대학교에 간 아들이 자랑스러운지 이를 드러내며 웃어보였다. 시간이 흐른 만큼 무섭기만 했던 모습은 점차 사라져가고 히끗한 흰머리가 부분부분 보였지만 금테 안경은 여전히 빛났다.  

 

 

 

 

" 뭐 그럭저럭." 

 

 

 

 

덕분에 찾느라 미칠것같네요. 뒷말을 삼키며 무뚝뚝하게 대답을 하자 어머니는 다른 화제거리를 꺼내며 흐름을 이었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과의 식사가 그저 기쁜지 어머니는 이야기 하는 내내 미소가 끊기지 않았다. 

 

 

 

 

 

" ..그래서 내가 정말 깜짝놀랐다니까. 어머, 벌써 일어나게?" 

 

" 입맛이 없어서요. " 

 

 

 

 

 

드르륵- 의자를 끌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세 시선이 집중됬다. 

좀더 먹지. 엄마가 썰고있던 나이프를 내려놓으며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니에요. 작게 손사래를 치자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 ... 그래, 방에서 먼저 쉬어라. " 

 

 

 

 

이 말을 기점으로 다시 식탁에는 이야기 꽃이 피워졌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 상황이 마치 백현이 떠나고 나서의 태연한 상황이 연상되어 떠올라 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귀 뒤로 들려오는 말소리들을 뒤로 한채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올라갔다. 깜깜한 복도 끝 내 방의 문을 열자 오랫동안 잊고있었던, 익숙한 풍경이 펼쳐졌다.  

 

 

 

침대 위에 있는 두개의 베게. 선반에 올려져 있는 두 개의 머그컵. 언젠가 그가 그린 장난스러운 낙서와 함께 본 영화 제목들이 가득한 종이가 들어있는 서랍. 나를 제외한 모든 가족들의 출입을 금한 까닭에 방안은 온통 변백현의 체취가 묻어 있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백현의 숨결이 코 끝을 간질였다. 애써 억눌러 왔던 마음들이 분수처럼 터져 나올것만 같았다. 목이 메어왔다. 네가, 네가 여전히 보고싶어. 온 마음을 다시 억누르며 침대 속 깊숙히 누워 빨리 잠을 청했다.  

 

 

 

 

 

 

 

 

폭풍의 밤이었다. 창 밖의 캄캄한 하늘에서는 번개가 마치 전등을 껐다 다시 켰다를 반복하는것처럼 시야를 하얗게 만들었다 다시 새카만 어둠속으로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쾅쾅- 고막이 찢어질 듯한 천둥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천둥과 함께 끝없는 비가 쏟아져 내렸다.  

 

 

귓속을 파고드는 천둥소리처럼 변백현은 소풍을 가자고 칭얼거리며 내 품을 파고들었다. 나를 향해 섬광이 비출때 변백현은 내게 미소를 지었고, 이내 캄캄한 어둠속으로 잠식했다. 왜 자꾸만 사라져, 백현아. 이불 속 안을 미친듯이 뒤적이며 나타남과 사라짐을 반복하는 변백현을 껴안으려 애썼다. 마침내, 그가 이 곳에 없다는걸 인정하는 순간,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친사람처럼 방문을 열고 복도 끝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쿵쿵- 거리는 발소리는 천둥소리가 집어삼켜버렸다. 복도에 펼쳐진 커다란 창문들이 마치 끝없는 길을 걷는것처럼 멀었다.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누나는 변백현이 어디있는지 알고있을거라고. 

 

 

 

 

 

 

 

한줄의 덧글은 큰힘이되요♥...독자님덜 하트 ㅠㅠㅠㅠㅠ♥♥ 

 

 

 

암호닉 

 

 

건방지다카이 

필통 

마젠타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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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ㅜㅜㅜㅜㅜㅜ 아 다음화가 끝인가요? 너무 아쉬워요ㅜㅜㅜㅜ 경수가 누나한테 물어볼건가보군요... 누나가 미친 사람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계속 백현이가 한 플루토에서 기다리겠다는 대사를 생각해봤는데. 음... 어떻게 될까요ㅜ 전 모르겠어요!!! 마지막화가 기다려지면서도 기다리기 싫네요... 이렇게 끝나는게 아쉬운 팬픽은 처음이에요! 이렇게 좋은 글 써주시는 작가님 사랑합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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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타타
저야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하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스릉해여...♥ㅋㅋㅋㅋㅋ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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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작가니뮤ㅜㅜㅠㅠㅠㅠㅠ 안대여ㅠㅠㅠㅜ 빨리외주세여ㅜㅜㅜㅜㅜ 저 진찌 안달나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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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타타
마지막화만 남겨둔만큼 얼른올께요.....♥ㅌㅌㅌㅋㅋㅋㅋㅋㅋ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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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마젠타예여...!작가님 글은 언제봐도 묘사가 쩌는거 같아요ㅜㅜㅜ매번 말하는거지만 정말 미장센이 어마어마하게 예쁜 단편영화를 보는 느낌*''* 이제 완결까지 딱 한편밖에 안남았다니 너무 아쉽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늘도 역시 짱이예요...
10년 전
대표 사진
칸타타
마젠타님♥ 미장센이 어마어마하게 예쁜 단편영화를 보는느낌이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너무 좋아여ㅠㅠ 감사합니다♥♥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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