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니스 01
Written by 그미
BGM - supermassive black hole
"아, 제대로 망했네."
검게 선탠 된 차 안.
윤기는 거칠게 테이블을 찼다. 테이블 위의 노트북이 흔들렸다.
빨간 점은 차를 향했고 그 주위를 흰 점들이 쫓았다.
"뭐 해 안 튀고!"
인이어로 짜증스러운 말투가 튀어나왔다.
"뭘 튀어. 그냥 부딪히면 되지."
"미쳤네."
빨간 점은 흰 점 사이로 파고들었다.
흰 점 무리는 예고 없는 행동에 혼잡스럽게 뒤엉켰다.
그대로 따돌리나 했더니 아뿔싸. 막다른 길이다.
코너에 몰린 흰 점 무리가 점점 빨간 점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어쩔 건데."
반포기 상태인 윤기가 한심한 듯 물었다.
그런데 옛말에 뭐랬는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탄은 인이어를 고쳐끼고 말했다.
"쿠키야. 유혹 좀."
"..."
별 대답이 없었는데도 흰 점 무리 중 절반은 갑자기 생겨난 파란 점을 쫓았다.
"너 자꾸 이런 식으로 할래?"
"왜, 너도 구경할 맛나고 재밌지 않나?"
아니. 좀 안정적으로 가자고요. 윤기는 말을 아꼈다.
"끝날 거 같다. 대기해."
그 와중에 일처리는 빠르다.
어느새 빨간 점은 흰 점을 모두 따돌리고 무사히 차에 도착했다.
모자를 벗은 탄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쿠키 안 왔네?"
"누구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데."
"이 물건이 얼마짜린데 고생 좀 해야지."
탄이 씩 웃으며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전 세계에 하나뿐인 신의 영혼.
오로라 같은 빛깔을 가졌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었다.
"다이아가 이렇게 영롱한데."
보석 상자를 연 탄이 말했다.
좀 조심히 다뤄라. 내심 걱정이 된 윤기가 말을 던졌다.
달칵. 닫은 보석 상자는 차 내부의 금고에 넣었다.
"태태야. 채널 다 돌렸냐?"
탄을 보고 있던 윤기가 마이크에 대고 물었다. 곧 인이어로 태형의 목소리가 흘렀다.
"진은 어디 갔는데 이걸 나한테 시켜. 나 이거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른단 말이야."
투정 섞인 말투에 탄이 대꾸했다.
"너네 밥해준다고 갔어.
홉이한테 이 근처 도면 다 따 달라고 해."
"왜?"
태형의 물음에 윤기가 중얼거렸다.
"왜긴 왜야. 쿠키 탈출 시켜줘야지."
윤기의 말을 들었는지 태형은 호석에게 도면 좀 따서 쿠키에게 보내달라고 메시지를 넣었다.
"다음엔 나도 좀 데려가라. 응? 나도 나갈래."
태형의 말에 윤기의 눈이 절로 감겼다.
태형이 나오는 날이면 온 동네에 저희 물건 훔쳐요~ 하고 소문내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굳이 태형이 나와주어야 할 때는,
"다음 건 선상파티라는데 거기 가던가. 잘 차려입고."
반반한 얼굴이 필요할 때다.
"쿠키 온다."
윤기가 모니터를 보고는 말했다.
순간 쾅. 차 문이 열리더니 정국이 올라탔다.
주저앉듯 의자에 앉은 정국은 땀을 닦아냈다.
"누나. 이런 플레이 힘들어."
"좀 더 젊은 애가 고생 좀 해줘라!"
호탕하게 웃어넘긴 탄은 운전석 쪽을 툭툭 쳤다.
"갑시다 침침씨! 노래 좀 끄던가, 소리 좀 키워주던가!"
말 끝나기 무섭게 차는 출발했고, 차 안에서는 노랫소리가 울렸다.
다음 날 신문 일면에는 신의 영혼 사진이 대문짝만 하게 걸려있었다.
기사 헤드라인은,
"신의 영혼 유실. 또 다크니스 짓인가?"
다크니스 01
Written by 그미
"이야. 헤드라인 한번 좋네."
남준은 특유의 웃음을 보이며 신문을 흔들었다.
이 팀의 브레인이라 할 수 있는 남준은 물건 거래에 능통했다.
"그거 누가 만들었지?"
호석이 물었다. 그리고 일제히 소리쳤다.
"우리가!"
"어제 일하다 생각한 건데. 우리는 말을 좀 귀엽게 하는 듯."
탄이 손가락으로 조금을 뜻하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유혹, 채널. 뭐 이런 거?"
윤기가 하나하나 손으로 세었다.
"그걸 다 기억하고 있네. 소문 들어보니까 다른 애들은 안 그러더라.
암호명도 멋있는 거 쓰던데."
"하긴 쿠키가 뭡니까? 쿠키가."
정국이 투덜댔다.
제일 막내인 정국에게는 그저 귀엽다는 웃음들만 쏟아졌다.
"나는 뷔라고 만들었는데 계속 태태라고 부르고."
"너는 태태가 나아. 뷔가 뭐냐. 자음 하나만 바꾸면 쥐에요, 쥐."
지민이 태형을 놀려댔다.
태형은 침침도 만만치 않다고 반박했다.
"침이냐 침? 아밀라아제?"
"뭐! 뭐! 너는 귀, 뒤, 쉬, 위, 쥐 다 돼!"
저러다 싸움 나지. 석진이 둘을 갈라놓았다.
"어이구. 이젠 이름 가지고 싸우냐.
암호랑 암호명이 그런 건 우리 특징이니까 그렇다고 치자.
이제 이 이야기는 끝인 거다?"
"나는 귀엽다고 칭찬한 건데 이렇게 달려들면 속상하지.
저기 설탕 생각나는 슈가도 있는데."
탄이 태형과 지민을 진정시켰다.
가만히 있던 윤기를 건드린 탄은 그에게 눈총을 받자 웃는 것으로 무마했다.
그건 그렇고 다음 건이 뭐랬더라?
석진이 물었다.
"다음 건은 말했다시피 선상파티. 장소가 한정적이고 진출이 어려워.
얼굴을 노출해야 돼서 위험요소도 많고.
'높으신 분들께서' 많이 오는 자리라 연예인들도 꽤 올 거야."
남준은 '높으신 분들께서'를 강조했다.
"일단 플랜을 짜봤는데 이번 게임 멤버는
태형이. 탄. 정국이 이 셋이야."
"달랑? 셋 다 나가서 노는 애들인데?"
탄이 물었다.
태형은 나갈 생각에 벌써부터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장소의 한계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
대신 준비기간을 좀 오래가질 거야.
호석이가 따온 도면은 다 외우고, 윤기형이 대충 이동경로 짰으니까 이것도 보고.."
종이 뭉치를 건네는 남준의 손이 빨라졌다.
"아, 잠깐. 근데 이번 물건은 뭔데요?"
정국이 물었다.
아무도 묻지 않아 모르고 있었다.
남준은 좋은 질문!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자선행사로 위장했지만 실은 뒷거래의 장이지.
여기저기 나도는 게 다 돈이고 보석이고 약이고, 그것도 아니면 우리나라를 강타할 센 찌라시?
그중에서 우리가 가져올 건 M의 브로치야."
"브로치?"
"M. 우리나라 핵심 정치인.
여론이 이 사람으로 하나로 인해 굴러간다고 해도 만무해.
그런데 왜 하필 브로치냐. 이 인간은 좀 치밀한 면이 있거든.
사석에서 만나는 유명인사마다 찌라시가 안 터진 적이 없어.
브로치로 다 녹음을 하는 거야.
신사적인 겉모습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야."
"워. 무서운 사람이네. 그런데 브로치라면 매일 가지고 다닐 거 아냐?"
"그렇지. 그게 문제야. 어떻게 가져오느냐."
남준은 테이블 위에 있던 리모컨을 들어 전원을 눌렀다.
곧 천장에서 프로젝터가 내려오더니 함께 내려온 맞은편의 스크린에 빛을 쏘았다.
스크린 가득 M의 전신사진이 채워졌다.
"M이야. 잘 기억해둬. 엉뚱한 사람 꼬시지 말고."
탄을 향해 말하는 남준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다분했다.
"꼬셔?"
정국이 눈썹을 씰룩였다.
다른 멤버들의 반응도 탐탁지 않은 듯했다.
잠시 고민하던 지민이 입을 열었다.
"너무 위험한 거 아니에요?
얼굴 내놓고 하는 일인데."
"여자의 변신은 무죄. 탄이 알아서 하겠지.
화장을 하든, 옷을 어떻게 입든. 원래 그런 거 전문이잖아?"
남준은 리모컨의 버튼을 빠르게 눌렀다.
이번에는 탄의 사진이 스크린을 덮었다.
넘어가는 사진마다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내가 괜히 쟤를 스카웃 했는 줄 알아?"
또다시 남준 특유의 웃음이 나왔다.
"일주일 뒤야. 준비 잘해 둬."
다크니스 01
Written by 그미
다크니스 규칙 2.
모든 작전은 노래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