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원 벽화가 다 완성되고, 마지막으로 인사도 할 겸 고아원에 갔는데 고아원 문 앞에 세훈이가 기웃기웃거리고 있다.
"어? 세훈이? 아- 종인이 보러왔어? 종인이 지금..."
"아니요, 누나."
"응?"
"누나 보러왔어요."
"나?"
"저랑 같이 우리 집 가요."
단호한 어투로 말하는 세훈이에게 당황한 채로 있자 막무가내로 내 손목을 끌고 제가 타고온 걸로 보이는 차에 날 태웠다. 가는 동안에도 꽉 잡은 내 손은 놓아주지 않고 제 집에 도착해서는 나를 안고 놔주질 않았다.
"나 고아원 가봐야 돼."
"저랑 있어요. 나중에 가도 돼."
세훈이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하며 말해봤자 세훈이에겐 이미 들리지 않는듯했다. 결국 포기하고 가만히 있자 침대에 앉고는 제 무릎에 나를 앉혀 끌어안고 내 품에 파고든다.
"무슨 일 있어?"
"누나."
"응?"
"저는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요. 엄마 따라가고 싶지도 않고, 아빠 따라가고 싶지도 않아요."
"그럴 수도 있지. 직업은 많으니까."
"근데 부모님은 서로 하라고 저보고 화내요. 근데 저는 이런 거 말할 사람 누나밖에 없잖아요."
"괜찮아, 괜찮아."
젖은 목소리로 웅얼거리며 제 힘든 얘기를 꺼내놓는 세훈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내 얼굴 여기저기에 입을 맞춘다. 간지럽다고 이리저리 피해봐도 세훈이는 날 놓치지 않았다. 결국 세훈이의 어리광같은 스킨쉽을 다 받아내자 세훈이가 자연스럽게 내 몸을 만진다.
"안 돼, 오늘은."
"왜요? 나 싫어?"
"네가 왜 싫어. 오늘은 생리해서 그런 거야."
"그럼 누나가 뽀뽀해줘요."
"어?"
"빨리."
세훈이의 손을 제지시키자 서운한 티를 내며 내게 칭얼거린다. 그 기회를 이용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뽀뽀해달라는 말에 머뭇거리다 살짝만 닿게 했는데 그걸 놓치지 않는 세훈은 더 깊게 키스했다.
"뽀뽀라며."
"누나가 너무 예뻐서."
입술이 떼어지자마자 세훈이를 밉지 않게 흘겨보며 말하자 내 볼을 감싸쥐며 눈꼬리가 휘어지도록 웃는다. 세훈이의 웃는 얼굴에 결국 져주고 세훈이의 무릎에 앉아있는 게 세훈이도 힘들 것 같고 나도 불편해서 세훈이 옆에 앉으려하자 나를 더 단단히 감싸안은 세훈이가 말했다.
"저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주면 풀어줄게요."
"야."
"얼른."
저렇게 환히 웃는데 뭐라 할 수도 없고, 머뭇거리다 작게 내뱉으니 잘 들리지 않는다며 나를 놀린다.
"사랑해. 됐지?"
빨개졌을 것 같은 얼굴을 감추려고 고개를 푹 숙이고 말하자 세훈이가 아무 말도 없다. 의아함에 고개를 살짝 들자 그 틈에 뽀뽀를 한 세훈이 말했다.
"저도,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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