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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시여 전체글ll조회 370

대충 활동하기 편한 옷.
여자 옷은 사지 못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 옷을 고르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아니 그보단 부끄럽달까.
뭐랄까.
그냥 그런 거다.

나는 거리로 달려 나가
제일 처음 눈에 띄는 옷가게에 들어갔다.
문을 막 닫으려고 하던 옷가게 주인은 그런 나를 귀찮은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빨리 고르라는 무언의 압력이었다.

나는 그냥 대충 남자 면바지와.
남자 티셔츠를 골라서 계산했다.
제일 작은 사이즈로 샀지만..
그래봐야 그녀에게는 크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모텔 방으로 돌아 왔을 때.
방안에서는 난데없는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끈적끈적 한 신음소리가.

“아아... 더... 더!!"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방을 잘못 찾았나?
고개를 들어 방 번호를 재차 확인해 봤지만.
틀림없이 내가 빌린 방이었다.

나는 놀라서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TV를 아무감정 없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신음소리의 정체는 모텔의 TV에서 흘러나오는 성인방송 이었다.
그것도 음량이 최대였다.

“뭐...뭘 보고 있는 거야!!”

나는 당혹감에 재빠르게 TV를 꺼버렸다.
그러나 그녀는 의아하다는 눈초리로 반문했다.

“TV보고 있으라며”

“아니. 왜. 어째서 . 하필. 아니. 그러니까. 왜 저런 걸?”

“켜니까 나왔어”

“.....................”

이런 모텔 방에는 주로 일을 치르려는 남녀가 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당연히 모텔에서는 그렇고 그런 영상들을 TV로 틀어 주는 건 특이한 일이 아니었다.

뭐 TV를 보라고 한 것이 잘못이지.
더 이상 말해봤자 얼굴만 빨개질 것 같아서.
사가지고 온 옷을 꺼내 주면서 화제를 돌렸다.

“이거 입어”

“움.. 안 예뻐”

옷을 보곤 그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꾸했다.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일단 입어. 담에 다시 사줄게”

"끄덕 끄덕“

딴 것에는 관심이 하나도 없더니 옷에는 왜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지.
그녀도 여자였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남자를 꼬셔 죽일 때의 옷은 상당히 매혹적이었다는 것이 문득 생각났다.

옷을 받아든 그녀는 그 자리에서 수건을 던져 버리더니.
옷을 입었다.
나는 당연히 당황해서 돌아 앉아 버렸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속옷이라는 것도 모르는 듯 했다.
.
.
조금 아플 거 같은데.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고.
상당히 불편할 것 같은데 말이다.
그렇다고 이 밤에 속옷가게를 찾아다니기는 뭐했으므로.
다음에 사 입히기로 마음먹었다.
무슨 애 기르기도 아니고.
.
.
어느덧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음. 일단 자자.
피곤해 죽겠다.“

“자?”

“응”

다가오는 그녀

“하고 싶어?”

하고 싶긴 뭘 하고 싶어!!

“뭔 소리야!!. 그냥 쿨쿨 잔다고. 그런 게 아니고”

“??”

모르겠다는 그녀.
잔다는 것 (=) 섹스냐?
하여간 너무나 사람 당황하게 만드는 그녀였다.
.
.
이참에 확실하게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으므로 손짓을 하며 말했다.

“이리 가까이 앉아봐”

“네가 말하는 하고 싶어. 뭐 이런 거는 아무하고나 해서는 안 되는 거야”

“??”

“왜?”

아악!!
절규하는 내 심정을 입 밖에 꺼내지는 못하고.
속으로 절규를 하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그런 거야”

내가 생각해도 빈약한 설명이었다.

“아무하고나 하던데? 아까 TV 에서도. 그리고 모든 남자들도. 하고 싶어서 안달했어.
내가 접근하면. 너무나 좋아 했어“

“그건 잘못 된 거야. 네가 알고 있는 건 나쁜 인간들 이구. 착한 사람은 그러면 안돼”

“모두 같은 거야. 모두 나빠”

“아니 그게 아니고. 안 그런 사람도 있다니까”

“그건 넌데? 그럼 너랑은 해도 되는 거야?”

“뭔 소리야!!”

“네가 그렇게 말했잖아”

“그러니까 그런 건 착한사람하고 해야 되는 거지만.
그거보다 더 중요한건 좋아하는 사람하고만 해야 된다는 거야 알겠어?“

“좋아하는 사람?”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

나는 결국 좋아한다는 개념에 대해서 줄창 설명을 늘어놔야 했다.
결국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그러니까. 좋아 한다는 건. 좋아하는 사람이 만약에 죽는다면 무척 슬픈 거야..
에구 됐다. 됐어. 너도 언젠가는 알게 될 꺼야. 알게 될 때까지 절대 그런 짓 하면 안돼.“

“너무 어려워”

“하여튼 너 가 알게 될 때 까지는 남에게 알몸을 보이지도 말고. 해서도 안 돼는 거라구”

“한적 없어. 하기 전에 모두 죽였어.
그치만. 연구소에는.... 너무 아파.... 아파......
그치만 TV에서는 너무 좋아해. 이상해. “

“그런 건 모두 나쁜 짓.
좋아하는 사람하고 하면 좋은 거야. 알았어?
안 그러면 아프기만 한 거야. “

내말에 그녀는 잠시 생각하는듯 싶더니
이내 벌레 씹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좋아하는 인간하고 하면 안 아파? 웅...
그렇지만 인간을 좋아하기는 싫은데“

“그거야 모르는 일이고.
하여튼 알겠어?”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은 알아들은 것 같았다.
아니 제발 알아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건 그렇고 이름이 뭐야?”

“예리. 서 예리.”

“그래? 나는 강선욱 이야. 선욱이 21살.
너는 몇 살?“

그녀는 아무리 잘 봐줘도 20살이 넘은 것 같지는 않았다.
10대.
아마도 18살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나의 예상을 깨버렸다.

“몰라”

힘 빠지는 대답.
뭐 그녀라면.
갇혀 지낸 시간이 많으니 자기의 나이를 모르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그러냐.”

“그럼 "Z" 에 대해 알려줄래?”

“나쁜 놈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나쁜 놈들.”

세상물정 모르는 그녀였기에.
게다가 “Z" 에게는 단순한 실험체였기 때문인지 자세히 아는 것은 없는 것 같았다.

일단 그들은 나의 적.
적이라면 알아야 한다.
적을 모르면. 도망치지도. 숨지도 못할 것이다. 하물며 이길 수야 당연이 없는 거다.
근데 지금은 알아볼 방법이 없다.
언젠가 기회가 생기겠지.
다른 건 천천히 알아볼 수밖에 없다.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뭐 좋아. 예리야 오늘은 이만 자자.
저기 침대에 가서 자도록 해“

“저거?”

그녀는 손으로 침대를 가리켰다.
멍하니 침대를 응시하는 그녀의 모습이 묘하게.
귀엽다.

“응”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 주었다.
그녀는 일어나서 침대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침대의 시트를 살짝 만져 본다.

여전히 멍한 표정 이었지만. 왠지 신기해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침대위로 올라간다.
푹신한 침대.
그녀는 침대에 서서 걸으려고 하다가.
그만 중심을 잃으며 넘어진다.

그래도 푹신한 침대는.
넘어지는 그녀를 안전하게 받아준다.

그녀는 침대에서 걷는 것이 적응이 안 되는 듯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것도 벽을 향해서 가기 시작했다.
침대에 올라갔으면 그냥 누워서 자면 될 텐데. 뭐하는 거지?
나는 의문스럽게 생각 하였지만.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벽에 도착한 그녀는.
벽에 기대어 앉더니 무릎을 가슴 쪽으로 향한 다음.
팔로 무릎을 감싼다.
웅크리는 자세 그 자체였다.
그리곤 얼굴을 무릎 쪽으로 파묻었다.
맙소사.
그녀는 잠을 자는 방법도 모르는 건가.
항상 저렇게 웅크리고 앉아 잠들었던 건가.
가슴속에서 뭔가가 끌어 올랐다.
그녀의 부모에게
그녀를 이렇게 만든 그 “Z" 라는 놈들에게
끌어 오르는 것은

분노?

하지만 왠지
분노 이외 다른 어떤 것.
이름 모를 아픔.
그저 다른 한 구석에서 마구 가슴을 찌르는 아픔.


나는 너무나도 안쓰러워 더 이상 보고 있지 못하곤 당장 침대로 뛰어 올라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갑작스런 나의 행동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놀란 얼굴 이었다.

그리곤 다짜고짜 말했다.

“아냐”

“여기 이불 속으로 들어가서 눕는 거야.”

“왜?”

“일단 누워봐. 그렇게 웅크리고 자는 것 보다는 훨씬 편할 테니까.”

나는 망설이는 그녀를 거의 강제적으로 이불속으로 눕혀 주었다.
그리고 이불을 제대로 덮어 주며 말했다.

그녀의 힘이라면 강제적으로 눕힌다고 눕혀질 그녀가 아니었지만.
의외로 순순했다.

“눈을 감고 그대로 자는 거야. 다리도 쭉 뻗고”

“이상해”

“이게 보통 사람이 잠드는 방법이야”

“......응”

“익숙해지면 안 이상 할꺼야. 방금 전처럼 웅크리고 잠들면 안돼. 알았지? 그건 몸에도 안 좋고. 그리고.. 그리고.. 하여튼 여러 가지로 안 좋아”

“몸에?...”

누운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그녀.
뚫어져라 뚫어져라 응시한다.
그녀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것은 너무 흔한 일.
아마 그녀는 물끄러미 상대를 바라볼 때는. 그 바라보는 상대에 대해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뭘 생각 하는 걸까?
조금 궁금했지만.

물어 보는 건 왠지 실례 같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잘빠진 얼굴로.
새침하고 진자하게 응시하는 아름다움에.
그만 화끈거렸기 때문에 나는 시선을 피하며 입을 열었다.

“하여튼 자는 거야”

그렇게 말하곤 서둘러 침대 아래의 공간에 쭈그리고 누웠다.
더블침대였기 때문에.
그녀와 같이 누워서 자도 별 상관없었지만.
그녀와 나란히 누워 있다가는.
아마 한숨도 자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에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 고문 같은 상황을 스스로 만들 순 없다.
.
.
.


얼마가 지났을까.
조금은 잠들었던 것 같은데.
나는 눈을 비비며 시계를 보았다.

새벽3시.
한 시간 정도밖에 못 잔 건건가.
그녀는?
별 생각 없이 몸을 일으켜 침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잠들어 있는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몸을 많이 떨고 있었다.
놀라서 그녀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펴보았다.

땀이 흥건하다.
옆으로 돌아누워 몸을 심하게 웅크린 체 부들 부들 떨고 있다.
옅은 신음소리도 들여왔다.

옛날 꿈이라도 꾸는 건가.

떨지 마.

그런 과거 따위는 잊어 버려.
인간은 모두 그렇지 않아.

떨지 마..

.
.
나는 나도 모르게 침대의 이불속으로 들어가 그녀의 떨고 있는 가녀린 몸을 꼬옥 안아 주었다.

보호본능 이라는 것일까.
.
.
.
너는 살인마가 아냐.
이 세상의 피해자.
사람이 만들어낸 이세상의 피해자.
그런 너에게 사람들이 살해당하는 건 자업자득.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파괴 시키고. 살해하는 건.
너도 그들과 다를 바 없게 되는 거야.
.
.
그들을 폭력이 아닌 행동으로. 말로. 이해시키면서. 잘못된 길에서 바로잡아야 되는 거야.
그러기에 사람은 고귀 한 거야.
살인은 안돼.
.
.
그녀에게 너무나 전해주고 싶은 말이 마음속에서 울려 퍼졌다.
마음속에서 춤을 추듯이 현란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처절하게.

내가 그녀를 살포시 안고 있은 지 몇 분.
그녀는 신기하게도 더 이상 떨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결국 그녀를 어설프게 껴안은 후로는 잠들지 못하였다.
그녀의 괴로운 표정조차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왔지만.
안고 있던 팔을 풀고 바닥으로 돌아가지 못하였다.
그대로 말똥말똥한 정신으로 밤을 새버렸다.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혀
그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
.
.
.

아침.
나의 수면시간은 1시간.
최악이었다.

나는 그녀를 감싸 안고 있던 팔을 풀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너무 힘을 주지도. 너무 힘을 빼지도 않고 계속 그자세로 있었더니.
팔이 심하게 저려왔다.
팔을 슬슬 주무르며.
띵하고. 어지러운 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향했다.
샤워라도 할까.
세수를 하는 것 보다. 그게 좀 더 난 것 같았다.
화장실로 향하던 발을 돌려 옆의 샤워 룸으로 들어갔다.

“쏴 아아아.”

뜨거운 물이 몸을 녹일 듯이 떨어져 내렸다.
한참을 그러고 몽롱하게 서 있다가.
현기증이 날정도가 되자.
물을 껐다.

뚝뚝.
물이 몸을 타고서 떨어져 내렸다.
수건으로 닦고서는 나왔을 때 그녀가 일어나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난 체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마침. 샤워 룸에서 나온 나를 발견 했는지.
침대에서 일어나 나왔다.

“잘 잤어?”

내가 다정한 말투(?)로 물어주자.

“끄덕”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편하지?”

“응.”

나는 그녀의 대답에 활짝 웃어 주었다.

“왜 웃어?”

그녀는 이상하다는 듯 뚱하게 물었다.

“네가 잘 잔거 같아서 기쁘니까”

“그게 기쁜 거야?”

“응”

그녀는 여전히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물끄러미 쏘아보았다.

“됐어. 됐어. 그건 됐고.
일어났으면. 바깥으로 나가자. 파안의 소녀씨”

“파안의 소녀?”

“응. 너의 눈. 파안 이라고 부르기로 했어.
헤칠 파 에 눈 안 . 모든 걸 헤치는 눈“

“파안...”

“응 너의 그 빨간 눈동자를 말하는 거야”

나를 그녀의 오른쪽 눈동자를 살짝 쓰다듬어 주었다.
지금은 증오라든지. 분노라든지. 아니면 살의 같은 감정이 전혀 들지 않기 때문인지.
하얀 상태였다.

“이상해.
내 눈.
내 오른쪽 눈동자.
모든 인간들이 다 싫어하는데. 모두. 아빠도 엄마도. 모두다.
너는 아무렇지도 않아. 이상해“

“그건 나쁜 인간들이니까 그런 거야. 나한테는 아무렇지도 않아”

“모르겠어”

“아무튼 나가자. ”Z" 가 이곳을 찾아내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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