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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전체글ll조회 3114l 1
음...그취에도 영업용으로 올렸는데 글잡에도 올려요ㅎㅎ 

옛날에 메모장에 반쯤 써뒀는데 오늘 드디어 완성해서 올리네요ㅠㅠ같이 매력 톡톡튀는 호다탑 파요ㄸㄹㄹ 

 

 

호다는 철없고 놀기 좋아하지만 아직은 순진한 구석이 남아있는 도련님이야. 사실 온몸에 새긴 문신이나 질 나쁜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겉모양이 남들이 보기엔 딱 돈많은 건달로 보기 좋았지만 정작 호다는 한번도 진짜 나쁜 짓은 저질러 본 적 없었어. 왜냐하면 애초에 호다가 그렇게 엇나가는 이유는 호다에게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아버지 때문이었거든.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를 치고 다니는 것도 영 성격에 맞지 않는 질 나쁜 놈들이랑 어울리는 것도 모두 아버지의 관심을 조금이나마 얻어 보려고 시작한 일이었지. 대대로 법조계에서 크게 자리를 차지하는 집안인 탓에 어릴 때부터 숨막힐 듯한 분위기 속에서 자란 호다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압박과 기대를 도저히 감당하지 못했어. 주어진 일은 모두 완벽하게 해내는 형과 비교되는 시선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조금만 실수해도 자신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집안 식구들의 태도는 절대로 적응되지 않는 것이었지. 결국 사춘기 때부터 조금씩 삐뚤어지기 시작한 호다는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완전히 엇나가고 말았어. 자신을 사람취급도 하지 않는 집안 사람들도 미웠고 자신의 돈만 보고 접근한 사람들로 가득한 얄팍한 인간관계도 지긋지긋했지. 결국 벼랑에 몰린 호다는 금방이라도 깨질듯한 마음을 숨기기라도 하듯 일부로 더욱 방탕하게 놀았어. 그 결과로 지금은 겨우 들어간 법대에서도 당장 퇴학당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엉망인 생활을 하고 있었지. 

 

한편 독다는 고급 남창이야. 원래는 소년가장의 역할을 하면서도 공부를 놓지 않아 명문대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을만큼 똑똑하고 성실한 사람이었지만 눈덩이같이 불어나는 빚 앞에서는 그런 독다도 어쩔 도리가 없었지. 불치병에 걸린 동생의 병원비는 독다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고 결국 사채업에까지 손을 벌린게 화근이었어. 아무리 이를 악물고 알바를 뛰어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이자를 감당할 수는 없었거든. 결국 돈을 갚지 못한 독다는 자신이 돈을 빌린 회사(라고 부르고 조직이라고 읽었지)에 소속된 조직원들에게 끌려가고 말았어. 처음에는 장기를 떼일 줄 알고 자신이 죽으면 혼자 남을 불쌍한 동생 걱정을 하던 독다는 의외의 제안을 받고 깜짝 놀라고 말았어. 조직이 지정해주는 손님을 받는 고급 남창이 되라니. 살아생전 전혀 생각해보지도 못한 황당한 일이었지. 독다는 일단 자신같은 평범한 남자를 돈주고 살 손님들이 존재하기나 할까 의구심이 들었어. 하지만 사실상 독다에게 선택권은 없었지. 조직에 속한채로 일하거나 장기를 팔리거나 둘 중 하나였거든. 아마 독다는 혼자였다면 차라리 수술대 위에 오르는 것을 택했을 지도 몰라. 하지만 눈앞에 자꾸만 아른거리는 헬쓱한 동생의 얼굴 때문에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조직의 제안을 받아들였지. 

 

하지만 자신에게 오는 손님들이 여자가 아닌 남자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은 절대로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어. 독다는 이 일이 수치스럽고 괴로웠지만 의외로 조직의 대접은 나쁘지 않았지. 일단 손님을 받지 않을때에는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었고 -비록 어디에 가는지 자세히 보고해야하지만- 심지어는 독다가 따로 혼자 살 수 있는 오피스텔까지 줬거든. 독다는 고객들에게 굉장히 잘 팔리는 편이었지. 그것도 돈많고 겉으로나마 예의를 갖춰주는 상류층 손님들에게 말이야. 일반적인 다른 남창들과는 다르게 경험이 적고 순진한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지만 독다만의 독보적인 점은 특유의 지적인 분위기였어. 사람들은 독다가 명문대 출신이라는 것에 큰 호기심을 느꼈지. 특히나 나이많은 남자들은 지적 수준이 상당한 독다가 나긋나긋한 말투로 자신들의 대화상대가 되주는 것을 꽤나 재미있어했거든. 독다는 고급 남창이었기에 손님을 그렇게 자주 받는 편도 아니었어. 기껏해야 한달에 서너번이였으니 시창가에서 하루종일 일하는 다른 남창들의 신세에 비할수조차 없었지.  

 

독다에게는 일주일에 한번은 꼭 찾아오는 특별한 손님이 있었는데 그건 알베ㅎㅎ독다는 알베를 잘 알진 못했지만 그가 조직내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짐작할 수는 있었지. 알베는 독다를 꼬박꼬박 찾았지만 특이하게도 절대로 그를 건드리지 않았어. 처음에는 알베의 방문에 잔뜩 긴장했던 독다도 이제는 그의 앞에서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었지. 알베는 독다에게 항상 정중하고 친절했거든. 게다가 그와 함께라면 원래라면 금지된 시내나 사람이 많은 곳도 갈 수 있었어. 알베는 독다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고 저녁을 먹으러 가기도 했지. 항상 예의바른 태도를 유지하는 알베는 독다와 꽤나 잘 맞는 대화 상대이기도 해서 독다는 알베가 찾아오는 날을 기다릴 정도였어. 독다는 어째서 알베가 자신같이 조직에 꼼짝없이 묶인 남창을 매번 찾아오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지. 한번도 자신의 몸을 원한적도 없었고 딱히 목적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으니까. 하지만 독다는 나중에 그와의 친분이 좀 더 쌓이면 슬며서 자신을 도와달라고 부탁할 소박한 희망을 품고 있었어. 

 

하지만 독다가 몰랐던 사실을 독다를 남창으로 만들자고 제안한게 알베라는 사실이었지. 애초에 회사(라고 부르고 조직이라고 읽는)의 사장은 독다를 살려줄 마음이 없었거든. 장기매매 조직쪽에 팔던가 시창가에 넘겨버릴 계획이었지. 하지만 왠일인지 사람 처리에 관해선 항상 조용하던 간부 알베가 강력하게 독다를 남창으로 만들자고 의견을 낸 거야. 조직에서는 따로 고급 남창과 창녀들을 관리하고 있었지. 그리고 알베는 지적분위기라는 희귀성을 갖춘 독다가 짭짤한 수익이 될 거라고 사장에게 호언장담했어. 독다의 평범한 얼굴을 떠올리고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던 사장도 그 동안 수없이 많은 프로젝트들을 성공시켜온 알베의 설득에 흔들리고 말았지. 결과적으로 알베는 독다의 목숨을 살린 은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독다를 남창으로 만든 장본인이기도 한거야. 

 

어쨌든 내가 보고 싶은건 호독이니까ㅎㅎ 어느날 호다가 진짜로 큰 사고를 치는거야. 그 대단한 집안도 수습하기 벅찬 그런 대형사고. 삼년만에 처음으로 호다에게 찾아온 아버지는 다짜고짜 호다의 뺨을 내리쳤지. 앞가림 못하고 어리석은 짓 하는 건 네 마음이지만 형에게 피해 갈 행동은 꿈도 꾸지 말라면서. 터진 입술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호다는 그 말만 하고 냉정하게 뒤돌아 가버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허망하게 바라봤어. 삼년만에 만나서 한 말이 또 형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이 못 견디도록 씁쓸했지. 호다는 우울한 기분으로 어느 고급 호텔의 바에 들어갔어. 오늘 같은 날은 질 나쁜 친구들이랑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조용히 술이나 마시고 싶었거든.  

 

한편 독다는 깔끔한 정장을 빼입은 채로 호텔의 바에 멍하니 앉아있었지. 막 손님을 받은 참이었고 너무나도 피곤해서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거든. 사실 조금만 생각을 하려고 해도 스스로가 더럽다는 자책감이 밀려드는 탓에 일부러 머리를 텅 비워놓은 참이었어. 손님을 받는다는 행위는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을 것만 같았지. 몇번을 반복해도 똑같이 더럽고 똑같이 괴로웠어. 독다는 서러운 기분에 주먹을 꽉 쥐었지. 그리고 그 순간, 독다는 옆에 앉은 호다를 보게 돼. 자신의 동생 또래인 남자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얼굴로 앉아서는 독한 술을 연거푸 들이키는 것을 보니 호기심이 들었지. 게다가 호다의 날렵한 얼굴은 왠지 모르게 자신의 동생을 떠올리게 만들었어. 아무래도 동생과 눈매가 조금 닮아서 그런 것 같았지. 독다는 벌써 동생을 본 지 한참이나 지났기 때문에 괜스레 호다에게 마음이 쓰였어.호다 입술이 엉망으로 터진 것도 안쓰러워 보였고. 결국 독다는 조심스럽게 호다에게 말을 걸었어. 

 

호다는 이미 술에 좀 취해서 몽롱한 상태인데 옆에 앉아있던 말끔하게 생긴 남자가 말을 거니까 의외로 쉽게 자신의 사연을 털어놨지. 어쩌면 처음 보는 사람이여서 더 쉬웠던 것 같았어. 게다가 독다는 그 큰 눈을 깜빡거리면서 호다 말에 적극적으로 반응을 보였거든. 호다는 매번 자신을 사람 취급도 하지 않거나 혹은 목적을 가지고 아부하는 사람들만 보다가 독다같이 자신을 존중해주는 느낌을 주는 사람을 만나니 자신도 모르게 울컥하는 기분이었지. 결국 호다는 처음 보는 남자앞에서 울음을 터뜨렸고 독다는 당황하면서도 호다를 열심히 위로했지. 자꾸만 호다의 얼굴위에 자신의 동생의 얼굴이 겹치는게 자신도 약간 울컥하는 기분이었어. 독다는 그 나긋나긋한 말투로 땀을 뻘뻘 흘리며 호다를 진정시켰어. 결국 한참뒤에야 울음을 그친 호다는 무척이나 민망해하며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지. 그쪽은 뭐하시는 분이세요? 혹시 사업가? 그저 지나가듯 묻는 질문이었지만 독다는 진심으로 당황하고 말았어. 자신의 동생을 닮은 남자에게 자신이 남창이라고 밝히기는 죽기보다 싫었지. 독다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고 다행히 호다는 별다른 질문없이 또다른 주제로 대화를 돌렸지.  

 

호다는 독다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어. 평생을 비교당해온 형보다는 오늘 처음 만난 그가 형같이 느껴질 지경이었지. 부드러운 눈빛으로 자신의 말을 열심히 들어주는게 얼마나 따듯한 느낌이던지. 그와 함께한 시간은 정말로 편안했지. 결국 그날 호다는 처음으로 애원하다시피 해서 독다의 번호를 따게 됐어. 호다는 여자남자 가리지 않고 노는 편이긴 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감정이 아니었지. 가벼운 성욕이나 연애감정 같은게 아니라 순수하게 독다라는 사람 자체에 호감을 가진 것이니까. 그는 묘하게 자신을 안정시켰어. 호다는 부디 자신이 독다와 친한 형동생 사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랬지. 한 사람이 인간적으로 좋아진다는 것은 흔한일이 아니었고 호다는 지금 의지할수 있는 사람이 간절히 필요한 상태였거든. 그랬기에 자정이 되기 직전 이제 그만 일어나야겠다고 말하는 독다를 붙잡을 용기를 냈지. 무척이나 망설이는 독다를 졸라 번호를 따내고 그의 휴대폰엔 자신의 번호를 입력시켰어. 술에 취해 엉킨 말투로 앞으로 형 동생같이 지내주셨으면 좋겠어요 하는 자신의 말에 곤란한 표정을 짓던 독다를 떠올리니 호다는 문득 자신이 너무 제멋대로 군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었어. 분명히 무척이나 망설이는 기색이던데...호다는 독다의 태도가 약간 부자연스러운게 마음에 걸렸지만 몰려드는 술기운과 잠기운에 깊게 생각할 수가 없었지. 

 

한편 독다는 자신이 저지른 미친 짓을 믿을수가 없었지. 손님도 아닌 한참이나 어린 애에게 자신의 번호를 줘버린 거야. 그것도 자신이 사업가라는 거짓말까지 하면서. 하지만 독다는 차마 호다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어. 위태로워보이는 그의 얼굴위로 동생의 얼굴이 선명히 보였던터라 차마 그를 외면할 수는 없었지. 게다가 오늘 완전히 술에 취해 있었으니까 내일이 되면 자신을 만났던 일은 싹 잊어버릴지도 몰랐어. 독다는 사나운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잔뜩 상처받은 눈빛을 하고 있었던 호다가 측은했어. 호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미 그에게 인간적인 호감을 느낀 상태였고 그랬기에 더더욱 호다를 자신과 연관시키기 싫었지. 그가 조직에게 피해를 볼까봐 두렵기도 했지만 혹시나 자신의 정체를 들키는건 더더욱 두려웠거든. 독다는 누군가 자신을 존경하는 눈빛으로 본게 얼마만인지 기억할수도 없었지. 손님들은 자신을 교양있게 대해주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의 태도에는 자신이 우위라는 교만이 깔려있었고 알베는 자신에게 다정하긴 했지만 묘하게 거리감이 있었어. 게다가 가끔씩 아무 말도 없이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눈빛은 독다를 소름끼치게 하는 그 강렬한 무언가를 담고 있었거든. 그랬기에 순수한 동경과 호감을 담은 호다의 눈빛이 독다는 무척이나 반가웠어. 남창과 손님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느낌이었거든. 

 

호다가 자신을 잊어버렸기를 원했던 독다의 바람과는 달리 호다는 바로 다음 날부터 독다에게 연락을 시작했어. 대부분이 고민상담과 괴로웠던 일들을 말하는 식이라서 독다는 자신이 호다의 카운셀러라도 된 기분이었지. 하지만 독다는 호다와 통화하는 것이 좋았어. 빚 때문에 대학을 중퇴하고 알바만 죽어라 뛴 독다에겐 친구가 별로 없었고 설사 있었다해도 절대 이런 모습으로 연락할 수는 없었을거야. 오피스텔에서 거의 혼자 지내다시피 하는 독다는 내색은 안 했지만 많이 외로운 상태였지. 그랬기에 결국 독다는 호다를 제때 밀어내지 못했어. 처음에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짐하며 호다의 전화를 받았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자신이 먼저 조바심이 나서 호다의 전화를 기다릴 정도였지. 점점 가까워진 둘은 주말에 독다가 바쁘지 않을 때 가끔씩 만나는 사이가 됐어.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거의 이틀에 한번꼴로 만나게 되었지. 독다는 이런 짓은 자제해야한다고 스스로를 타일렀지만 자신을 보고 환하게 웃는 호다를 볼 때마다 어느새 그런 생각은 까맣게 잊고 말았지. 호다는 스트레스로 가득 찬 독다의 일상에서 유일한 활력소였어.  

 

한편 호다는 독다가 정말로 좋았어. 너무 좋아서 문제였지. 이제 독다는 호다에게 그저 친한 형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거든. 하지만 호다는 이런 관계를 깨뜨리고 싶지 않았기에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행동했어. 하지만 너무나도 따듯한 독다의 태도를 보며 은근한 기대를 품는건 어쩔수 없는 일이었지. 매번 만날때마다 힘들다 속상하다고 징징대니 질릴만도한데 항상 다정한 말투로 자기를 위로해주는게 혹시 독다도 자신에게 친한 동생 이상의 마음이 있나 싶었거든. 그랬기에 호다는 독다의 말을 따르려고 최대한 노력했어. 법대생이 이렇게 맨날 놀려다녀도 되냐는 걱정을 들은 날 이후에는 술같은건 입에도 대지 않으며 주위 사람들이 놀랄만큼 성실하게 굴기 시작했고 독다를 만날 시간을 벌기 위해 질나쁜 친구들과의 관계도 모두 정리했지.  

 

독다는 자신이 일반인인 호다와 이렇게 자주 만나는걸 들킬까봐 두려웠어. 사실 조직은 자신이 일만 잘한다면 무엇을 해도 상관하지 않으니 괜찮았지만 독다는 왠지 호다에 관한 일을 알베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지. 그냥 본능적으로 그에게서 호다의 존재를 숨겨야 할 것 같았어. 알베는 독다 앞에서 항상 정중한 모습만 보였지만 독다는 알베가 묘하게 두려웠어. 그의 눈을 바라볼때면 그 안에 무언가 타오르는게 있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지. 하지만 다행인건 요즘 알베가 독다를 찾아온지 한참이나 되었다는 사실이었지. 독다는 약간 섭섭하기도 하고 안심이 되기도 하는 애매한 기분이었어. 하지만 적어도 눈치빠른 알베앞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정말이지 마음 놓이는 사실이었지. 

 

어쨌든 그렇게 눈에 띄게 친해진 호다와 독다 사이에 어느 날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나. 독다가 그렇게도 두려워 하던 것. 바로 호다가 독다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되는 일 말이야.  

 

처음으로 호다와 만났던 호텔 바에서 가볍게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지. 애초에 그곳으로 간게 화근이었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들에게로 다가오는 한 남자를 본 독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지. 그런 독다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뒤로 돌린 호다 역시 얼굴을 찌푸렸어. 예전에 한참 미친듯이 놀때 어울리던 친구 중 한 명이었지. 성적으로 얼마나 문란하던지 개방적인 마음을 가진 호다조차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놈이었어. 예전에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놈이었는데 독다와 함께라면 더더욱 마주치기 싫었지. 하지만 자신에게 올 것이란 예상과 달리 남자는 곧바로 독다에게 향했지. 여전히 좋아보이네요 하고 친근한 말투로 독다의 어깨위에 손까지 얹으면서 말이야. 한편 독다는 기절하기 직전이었지. 한 번 손님으로 받았던 남자였어. 남창을 너무 거칠게 다룬다는 이유로 지금은 조직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상태였지. 독다는 그 남자를 받고 한동안 움직일 수도 없었던 기억을 떠올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작게 떨었어. 

 

요즘 꽤 얼굴 보기 힘들어졌더라고요? 듣자하니 그새 또 가격이 올랐다면서요? 남자의 능글맞은 목소리에 독다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지. 독다는 옆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호다를 힐끔 보고선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어. 호다는 처음보는 독다의 겁에 질린 표정에 놀라 따라 일어났지. 괜찮아요? 자신의 팔을 거칠게 밀치며 독다에게 묻는 호다를 본 남자는 빈정대는 말투로 호다에게 말했지. 야, 다니엘 너 능력도 좋다. 예약해도 몇주는 기다려야하는 년을 떡하니 옆에 끼고 다니고. 아님 같은 다니엘이라고 너한테는 디스카운트라도 적용해주든? 남자의 말에 호다의 얼굴이 일그러졌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거기까지였지. 독다는 도저히 진실을 알고 난 호다의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어. 당황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호다를 마지막으로 독다는 호텔을 뛰쳐나오고 말았지. 

 

그 날 이후로 독다는 일주일간 전화도 꺼놓고 오피스텔에서 단 한발짝도 나오지 않았어. 호다의 얼굴을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았지. 이제는 다시는 자신 앞에서 수줍던 웃던 호다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 정도의 섭섭함과 함께 자신의 신세에 대한 서러움이 밀려들었어. 원하지 않는 일이었지만 그런 걸 호다에게 설명할 기회조차 있을지 의문이었지.그렇게 미친듯이 초조한 일주일을 지낸 호다는 다시 조심스레 전화기를 켰어. 놀랍게도 전화함이나 메시지함은 텅 비어있었지. 독다는 호다에게서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는걸 확인하고 복잡미묘한 심정이 되었어. 호다는 그 날 남자에게서 자신의 정체를 들었을게 분명했지. 연락해서 화 내는 것조차 하기 싫다는 건가? 독다는 더욱 우울해지고 말았어. 얼마나 축 처져있었던지 특별히 조직쪽에서 동생을 보러가는걸 허락해 줄 정도였지. 언제나처럼 헬쓱한 얼굴로 병상에 누워있는 동생을 보니 독다는 이제 호다를 잊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지금 자신에게 제일 급한건 자신의 정체를 알고 충격받은 어린 도련님의 신변 걱정이 아닌 어서 빚을 갚아 조직에서 탈출하는 것이라는걸 다시끔 깨달은거지. 그렇게 겉으로나마 다시 멀쩡해진 독다는 다시 전처럼 돌아가. 다만 이번에는 호다도 알베도 없는 그야말로 우울하고 고독한 날들의 연속이었지. 

 

또다시 몇주가 흘렀어.여느때처럼 조직측에서 호텔의 이름과 룸넘버가 적힌 키를 받은 독다는 푹 한숨을 쉬면서 집을 나섰지. 호텔 문 앞에 선 독다는 기계적으로 상냥하고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섰어. 방은 흡사 텅 빈 것처럼 조용하고 어두웠지만 이런 상황에 익숙한 독다는 아무 말 없이 안쪽으로 들어갔지. 마침내 커다란 더블베드와 스카이라인 훤히 보이는 유리창 사이에 등을 돌리고 서 있는 남자를 발견한 독다는 나긋한 목소리로 밤의 도시는 참 아름다워요, 하며 입을 열었어. 어느 손님이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기술은 독다만이 가진 특유의 장점이었지. 하지만 반짝이는 미소를 띄고 있던 독다도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자 누구한테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한 얼굴이 되고 말았어. 몇주새 놀랍도록 헬쓱해진 호다가 어둠속에서 맹수처럼 눈을 빛내며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거든. 어, 어떻게...더듬거리며 뒤로 물러서는 독다에게 성큼 다가와 그를 붙잡은 호다가 말했지. 정말로 예약하고 나서도 몇주나 기다려야 하더군. 비싸기도 더럽게 비싸고. 가슴에 쿡쿡 꽃히는 말을 들은 독다가 창백하게 변했지만 호다는 상관하지 않는것 같았지.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 그 동안 나를 가지고 놀아서 좋았나? 나도 참 순진했지. 사업가라는 네 말을 믿었으니 말이야. 주변에 너를 모르는 놈들이 없더군. 아주 닳아빠진 남창한테 형형 거리며 쫓아다니던 꼴이라니. 웃기기도 했겠지. 안 그래? 독다는 아니라고 절대 그런게 아니었다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어. 

 

대신 독다는 몸을 돌려 방을 나가는걸 선택했지. 하지만 어느새 문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능글거리는 표정의 남자를 보자 독다의 눈이 휘둥그래 커졌지. 저번에 호다에게 자신의 정체를 까발려버린 그 질 나쁜 블랙리스트 고객이었거든. 아, 한 번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예약은 불가능하다길래. 대신 부탁하는 바람에 해줬지. 머뭇거리는 독다를 보며 호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어. 그리고 충격받은 표정의 독다를 지나쳐서 그대로 호텔방을 나가버렸지. 한 번 실력 발휘 좀 잘 해 봐. 사업가 남창님, 하는 빈정거리는 마지막 한 마디를 남겨두고 말이야. 독다는 호다가 나가는 즉시 그를 따라 나서려고 했지만 우왁스러운 손길로 그의 머리를 잡아채는 사내에 의해 다시 방 안으로 튕겨들어가고 말았어. 겁에 질린 눈동자로 바닥에 넘어진 독다를 보며 남자는 즐겁다는듯이 웃었지. 저 놈 말이야. 엄청 순진하던데? 남창이 다치면 예약한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도 모를거야 아마. 그러니까 이렇게 선뜻 너를 나한테 내줬지. 남자는 그 말을 하며 독다의 셔츠를 잡아뜯기 시작했지.한편 무거운 발걸음으로 호텔을 나온 호다는 그대로 클럽으로 들어가. 독다의 정체를 알고난 뒤 지난 몇주동안 거의 살다시피 한 곳이었지. 독다를 만나고 난 뒤에는 발걸음을 끊었던 질이 안 좋은 곳이지만 호다는 요새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 술과 약에 취해 살다시피했거든. 정신없는 음악이 쿵쾅거리는 클럽 안에 앉아서 술을 연신 들이키는데 머릿속에서 도저히 방을 나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독다의 눈망울이 떠나지가 않는거야. 배신감과 공포 그리고 애절함까지 여러 감정들이 뒤섞인채 담겨서 자신을 보면서 빛나고 있던 독다의 커다란 눈이 호다의 머리를 어지럽혔어. 결국 견디지 못한 호다가 다시 그 호텔로 가려고 벌떡 일어났을때 전에 호다가 어울리던 무리들이 호다를 발견해. 나가려던 호다를 잡고 파티는 이제 시작인데 어딜 가는거냐고 말리지. 호다는 여기저기서 자신을 붙잡는 손길에 힘이 쭉 빠진채로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어. 그래, 잊자. 이렇게 된거 다 잊자. 어차피 그 사람도 나를 속이고 가지고 놀았던 수많은 사람들 중의 한명일 뿐이야. 애써 진정해보려고 호다가 속으로 열심히 생각해. 하지만 눈앞에서는 자꾸 독다의 다정한 목소리, 온화한 눈동자, 따듯한 미소가 아른거렸어. 호다는 뺨 위에 흘러내리는 뜨거운 뭔가를 느껴. 결국 호다는 구석자리에 홀로 앉아 뚝뚝 울면서 기절할때까지 술을 마셔. 

 

한편 독다는 자정이 넘은 시간에 호텔방에서 나왔어. 온 몸이 안 아픈 곳이 없었지. 짙게 멍이 든 눈두덩이와 피딱지가 앉은 입술은 호텔의 프런트 직원마저 흠칫할 정도였어. 독다는 겨우겨우 택시를 불러서 곧장 집으로 가. 택시의 부드러운 카시트마저도 지금의 독다에게는 뾰죡한 얼음가시마냥 살짝만 스쳐도 인상을 찌푸릴만큼 고통스러웠지. 하도 맞아서인지 머리가 멍했어. 독다는 방문이 닫히기 전에 봤던 호다의 마지막 얼굴을 떠올렸어. 전체적으로 분노에 휩싸여 차가운 표정이었지만 독다는 그 안에 숨겨진 절망을 읽을 수 있었어. 마지막으로 믿을 수 있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다는 절망. 호다의 두 눈동자가 가득 담겨있는 감정은 증오가 아니라 깊은 슬픔이었지. 독다는 자신도 모르게 나온 눈물을 쓱 훔쳤어. 그저 동생같아서 잘 챙겨주고 싶었던 아이인데 어째서 일이 이렇게까지 되어 버렸을까. 한번 쏟아진 눈물을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았어. 앞좌석의 택시기사가 힐끔힐끔 쳐다볼 정도로 독다는 펑펑 울고 말았지. 굵은 눈물을 쉼없이 떨꿨어. 실컷 혹사당한 몸이 너무 아파서인지 아니면 자신의 이런 비참한 신세가 너무 불쌍해서인지 이유를 알 수 없었어. 다만 독다는 집에 도착할때까지 몇년만에 울고 또 울었어. 부모님이 돌아가셨을때도 동생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고 생각해서 눈물을 꾹 참은 독다였는데 오늘만큼은 도저히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거든. 

 

이미 엉망인 얼굴로 몇십분을 내리 울었으니 독다 꼴이 어땠겠어. 조직에서 마련해준 오피스텔에 도착했을 쯤에는 독다는 차마 보기 민망할 정도로 처잠한 모습이었지. 독다 스스로도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흠칫 놀랐을 정도니까. 힘이 하나도 없어서 더듬더듬 느리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 집은 깜깜했어. 겨우 거실까지 걸어간 독다는 식탁에 앉아있는 누군가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지. 어둠에 가려서 어렴풋하긴 했지만 그건 분명 알베였거든. 정말이지 오랜만에 보는 알베 역시 그다지 멀쩡해보이지는 않았어. 거실로 들어온 독다를 보고 벌떡 일어섰는데 다리를 다쳤는지 약간 절룩이고 있었거든. 그리고 얼굴에도 군데군데 상처가 있었고. 예상치도 못한 알베의 등장에 놀란 독다는 알베가 불을 켜는 것을 막지 못했어. 그리고 깜깜했던 집안에 빛이 들어오고 독다의 엉망인 얼굴이 들어난 순간 알베의 표정이 싸늘해졌지.  

 

누구지? 처음 듣는 알베의 얼음장같은 목소리에 독다는 그 자리에서 굳고 말았지. 알베는 거의 으르렁거리고 있었어. 두 눈이 분노로 넘실대는게 독다에게 보일 정도였지. 누가 이랬냐고 물었잖아.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되묻는 알베에게 독다는 차마 대답을 할 수 없었어.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로 두 눈만 활활 불타고 있는 알베는 정말 누구 하나쯤은 쉽게 죽일만한 상태같았거든. 비록 자신을 질나쁜 남자에게 넘긴 호다가 미웠고 원망하는 마음이 있긴 했지만 독다는 호다에게 해를 입힐 마음은 전혀 없었어. 호다는 독다의 외로웠던 감금 생활에서 유일한 친구였고 독다에게 마음의 위안이 되어 주었지. 무엇보다도 남몰래 동생처럼 여기고 있던 호다가 다치는걸 독다는 견딜수 없었어. 

 

-저는 괜찮아요 

 

잔뜩 쉰 목소리로 간신히 한 마디를 내뱉은 독다를 알베는 빤히 쳐다봤지. 온통 피딱지가 앉은 입술이 다시 터져 피가 흐르고 있었어. 잠시 손에 얼굴을 묻은 알베는 독다에게 성큼 다가갔어. 그리고 독다가 뭐라고 더 변명을 늘어놓기도 전에 독다를 자기 품으로 끌어안았지. 깜짝 놀란 독다가 뻣뻣하게 굳었어. 지금까지 알베는 포옹은커녕 실수로 손가락 한 번 스친 적도 없었거든. 처음 안긴 알베의 품은 시원한 고급 향수의 냄새가 났어. 그리고 알베 특유의 따듯한 냄새도. 독다는 자신보다 체온이 높아 뜨겁게 느껴지는 알베의 품에 가만히 안겨 있었어. 이상하게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지. 아니,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포근해서 독다는 다시 눈물이 터질뻔한 걸 간신히 참아냈어. 

 

-이제 더 이상 그런 일 하지 않아도 돼. 

 

알베가 독다의 등에 팔을 두르며 조그맣게 중얼거렸어. 독다는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고 싶었지만 자신을 다정하게 지탱해주는 탄탄한 팔의 감촉을 마지막으로 기절하고 말았지. 

 

알고보니까 알베가 조직내에서 반란을 일으킨거였으면 좋겠다. 원래 지금 보스가 워낙 사방에 적을 많이 만들어놓은데다가 일처리도 못해서 불만이 여기저기 들끓는 상태였는데 알베가 그 사이에서 보스에게 반기를 든 거지. 사실 알베는 원래 조금 더 일을 신중하게 계획하려고 했는데 독다 때문에 서두르게 된거였지. 독다가 남창 일을 하면 할수록 점점 정신이 무너지는게 보였으니까. 사실 이미 처음 본 순간부터 미친듯이 독다한테 끌리고 있던 알베였는데 사람들이 그걸 알면 독다가 알베의 약점이 될 테니까 일부러 일체 티를 내지 않고 있었던거였거든. 과연 알베의 예상대로 철저한 준비를 거쳐 실행된 반란은 알베 쪽의 승리로 끝났고 결국 조직은 알베의 손에 들어왔어. 그리고 보스가 된 알베가 맨 처음 한 일은 독다를 데려오는 것이었지. 

 

그 뒤로 몇달이 지났어. 호다는 그동안 더욱 더 망가져 있었지. 그 일 이후로 호다는 독다를 한 번도 본적이 없었지. 다만 몇주가 지나 조심스럽게 해 본 전화로 더 이상 번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정보만 알아냈을 뿐이었지. 호다는 미친듯한 후회 속에서 살고 있엇어. 매순간 마지막으로 본 독다의 표정이 머릿속에서 떠다녔어. 그 물기어린 눈동자가, 애원하는 표정이, 닫힌 문 사이에서 희미하게 들리던 고통에 찬 비명이. 아무리 잊으려 해도 심장에 박힌 것 마냥 날카롭게 호다를 찔러댔지. 심지어 잠을 잘 때조차 그날 밤 일을 반복해서 악몽으로 꿀 정도였어. 

 

한편 독다는 이제 알베와 살고 있었지. 하지만 남창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는 것만 빼고는 생활은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 물론 이제는 언제나 원할때 동생을 보러갈 수 있었고 자유롭게 시내도 돌아다닐 수 있었지. 하지만 독다의 곁에 항상 덩치큰 감시인들이 붙어있었어. 알베는 그들을 경호원이라고 불렀지만 독다는 꼭 어딜가나 따라오는 덫에 갇힌 기분이었지. 하지만 알베와의 관계도 그렇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어. 알베는 여전히 정중하고 친절했고 독다의 몸을 건드리는 일도 없었지. 하지만 동거 상태가 된 그들은 심리적으로 좀 더 가까워진 상태였어. 실제로 독다는 이제 알베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를 만들 수 있게 됐어. 알베가 왠만해서는 집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게 일찍 퇴근했거든. 그리고 둘 사이에 맴돌았던 묘한 긴장감도 한층 강해졌지. 알베는 독다의 몸을 건드리지는 않았지만 가끔 쇼파에 앉아있는 독다의 옆에 앉아 독다를 품에 안곤했어. 독다는 뜨겁고 포근한 알베의 품에 안긴채 뻣뻣하게 굳어서 티비를 보곤했지. 독다는 알베가 자신한테 왜 이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어. 설마 진심으로 자신같은 볼품없는 남자에게 관심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 다가가려는 알베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신의 울타리를 세운 독다의 관계는 좀처럼 진전되지 않았지어. 

 

그러다가 이 모든 상황을 확 뒤집을 만한 일이 일어나. 바로 독다의 동생의 죽음이지. 그렇게 오랫동안 앓았으니 예상하지 못했던 일도 아닌데 독다는 그날 하늘이 무너진것처럼 울었어. 장례식에서도 소리도 내지 못하고 오열했지. 그리고 그런 독다를 가장 많이 위로해준건 알베였어. 장례식 내내 옆에 있어주고 거의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일주일동안 심하게 앓아누운 독다를 직접 간호해줬거든. 그 기간 동안 독다는 서서히 알베에게 마음을 열게되었어. 알베는 독다가 새벽에 소리죽여 울고 있을때 슬그머니 방에 들어와 아무 말 없이 독다를 안아주곤 했지. 이제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독다에겐 알베는 유일한 위로가 되어 주었지. 결국 독다는 알베에게 간질간질하고 풋풋한 호감의 감정을 품게 돼.  

 

알베역시 독다의 감정변화를 알아차리곤 조금 더 부드럽게 변했어. 독다는 이제 조금은 자연스럽게 자신을 품에 끌어당기는 알베와 함께 쇼파에 앉을수 있게 되었지. 독다는 알베를 위해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고 알베는 가끔씩 집에 돌아오는 길에 꽃이나 달달한 과자따위를 사 와 독다를 놀래키곤 했지. 그렇게 서로를 배려하며 조심스럽고 다정한 나날을 보내던 두 사람은 어느날 같이 외출을 하게 돼. 알베가 같이 영화를 보고 식사나 하자는 제안을 한 거지. 알베가 조직을 인수받은후 처음으로 같이 나가는거니까 상당히 오랜만에 하는 외출이었지. 독다는 조금 설레고 말았어. 전에도 분명히 알베와 영화를 보고 식사를 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과 분명히 감정이 달랐으니까. 꼭...첫 데이트라도 하는 기분이었지. 그리고 꽤나 달콤하게 진행되던 둘의 첫 데이트는 식사를 하기 위해 고급 레스토랑으로 이동하던 중에 산산히 깨져 버려. 왜냐면 독다가 저 멀리 지나가던 사람들 틈에서 자신과 알베를 멍하니 바라보는 호다를 발견해버렸거든. 

 

둘의 눈이 마주치고 소스라치게 놀란 독다는 얼른 시선을 돌려버려. 하지만 이미 마지막 기억했던 모습보다 몇배는 마르고 고생한 흔적이 연력한 호다의 얼굴이 뇌리에 단단히 박혀 버린 후였지. 게다가 호다는 독다를 보고 시선을 돌리기는커녕 오히려 사람들 사이를 헤치면서 독다에게 다가오고 있었어. 혹시라도 알베가 호다가 자신을 다치게 했던 그 고객인걸 알아볼까 기겁한 독다는 알베의 손을 덥썩 붙잡고 얼른 여기서 나가자고 말해. 알베는 갑자기 초조해보이는 독다가 수상하지만 워낙 절박한 얼굴이어서 순순히 독다의 말을 따라주었어. 하지만 알베는 독다가 힐끔 뒤를 돌아봤을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둘 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청년을 봐 버렸지. 독다에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알베는 다음날 사무실로 출근하자마자 그 남자의 정체를 알아보도록 시켜. 

 

오전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을때 이미 알베는 호다와 독다의 관계에 대해 샅샅이 파악하게 되었지. 그리고는 불타는듯한 질투심에 사로잡혀. 둘이 따로 연락을 하고 있었다는 것도 화가 나는데 독다의 마지막 고객이 호다의 이름으로 되어 있으니까 알베는 그 전에 독다를 그렇게 만든 놈이 호다라고 생각하는거지. 그리고는 누구냐고 물었을때 다른 핑계를 대던 독다, 저번에 호다와 마주쳤을때 급하게 자신을 잡아끌던 독다의 얼굴을 떠올리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는것 같았어. 호다를 바라보던 독다의 눈빛은 분명...알베는 걷잡을수 없는 씁쓸함에 이를 악 물었어. 당장이라도 호다를 없애버리고 싶었지만 호다네 집안이 워낙 영향력이 강한데다가 정계쪽으로 여기저기 얽혀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호다가 집안에서 내놓은 자식이라 해도 쉽게 건드릴수는 없었지. 

 

크게 상심한 알베는 처음으로 일찍 집에 들어가지 않아. 밤늦게까지 일에 파묻혀있다가 왠일로 집에 들어가시 않으시냐고 놀라는 몇몇 측근들과 함께 술집에 들리지. 근데 조직원들이 가는 술집이 어떤 곳이겠어. 당연히 여자들이 있는 곳이겠지. 알베는 자신한테 사근사근 안겨오는 술 따라주는 여자를 보며 왜 독다는 자신한테 이렇게 굴지 못하는가 혼자 생각해. 어째서 자신이 포옹만 해도 뻣뻣하게 굳어서는 그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겁에 질린 얼굴이 될까. 독다 생각을 하자 갑자기 이 모든게 역겨워졌어. 눈 앞에 놓여있는 술도 이제는 자신의 하반신을 슬슬 쓸어오는 여자도. 결국 알베는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와. 그래도 꽤 술을 마셨기 때문에 약간 어질어질한 상태지. 

 

한편 독다는 처음으로 이렇게 늦게 돌아오는 알베에 안절부절 못한 상태지. 새벽까지 잠도 못자고 쇼파에 멍하니 앉아있던 독다는 마침내 열리는 도어락 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어, 다니엘. 아직까지 안 잤어요? 평소와 똑같은 얼굴이지만 부드럽게 풀어진 말투와 훅 끼쳐오는 술냄새로 인해 독다는 알베가 단단히 취했다는 것을 눈치채지. 아무말 없이 알베를 방으로 부축해주던 독다는 문득 알베의 셔츠에 찍혀있는 여자의 화장품 자국을 발견해버려. 그리고 독다의 가슴이 단번에 내려앉지. 어째서? 자기 어깨에 얹힌 알베의 손에 설렜던 독다의 마음이 금세 곤두박질쳐버려. 그 동안 알베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그냥 착각이었던 건가? 지금 이 상황은 알베에겐 그냥 소꿉놀이 정도였나? 온갖 생각들이 독다의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맴돌았어. 드디어 나한테 질린건가? 그럼 나는 다시 남창으로 돌아가나? 거기까지 미친 생각에 독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려. 동생마저 떠나고 이제 자신에게 남은건 알베밖에 없는데 만약 알베마저 자신에게 관심을 잃으면 다시 그 끔찍했던 남창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거든.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강박과 무엇이라도 해야한다는 심리적 압박에 독다는 이젠 자신에게 거의 기대다시피 하는 알베에게 한 마디를 내뱉지. 사랑해요. 그 말에 알베가 고개를 번쩍 들었어. 술에 취해서 몽롱한 눈인데도 독다가 시선을 돌릴만큼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지. 사랑해요. 나를 버리지 말아줘요. 독다는 바들바들 떨면서도 알베한테 고백하듯이 속삭였어. 말을 마친 독다는 알베를 침대에 눕히고 서둘러 돌아섰지. 방금 자신이 무슨 말을 뱉었는지 믿을 수가 없었어. 그때 알베가 독다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끌어. 균형을 잃은채 침대위에 쓰러지고 말지. 그리고 놀라고 약간 겁먹은 표정을 한 독다 위에 알베가 부드럽게 올라 타. 

 

다음 날 아침 일어난 알베는 자신의 옆에 잠들어있는 독다를 보고 깜짝 놀라지. 머리가 깨질듯한 숙취 속에서 어젯밤 기억이 드문드문 떠오르기 시작해. 어느새인가 저 멀리 던져진 옷들, 온통 뜨거운 열기 속에서 엉켜드는 팔다리, 자신의 밑에서 울고있던 독다, 그리고...사랑해요. 알베가 움찔 몸을 떨었어. 불안하고 흔들리는 목소리로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던 독다가 떠올라서. 알베는 피곤에 지친 얼굴로 잠들어 있던 독다의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었지. 놔 줄 마음도 있었어. 원하지 않는 사람을 옆에 억지로 붙잡고 있는 악취미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될 수 없었지. 독다가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해버린 이상 이제 알베는 독다가 무릎을 꿇고 애원한다 해도 절대로 그를 보내줄 생각이 없었어. 

 

뭐 그렇게 버림받을까봐 무서워서 알베 사랑하는 척 하는 독다랑 그걸 알면서도 일부러 독다의 불안감을 이용하는 알베는 아주 아슬아슬한 사이였으면 좋겠다ㅎㅎ근데 독다는 강박적으로 알베한테 잘 보여한다는 마음이 있으니까 이젠 자기가 진짜 알베를 사랑하는건지 헷갈리고ㅎㅎ근데 또 호다를 떠올리면 마음 한 구석이 찡해지고. 독다는 호다를 놓을수가 없겠지. 뭔가 호다가 죽은 동생같이 느껴져서ㅇㅇ그래서 어떻게 번호를 알아냈는지 자꾸 자신한테 몰래 연락해오는 호다를 단호하게 쳐내지는 못하는거야. 하지만 역시 절대로 따로 만나거나 하지는 않겠지. 혹시라도 알베가 눈치채고 호다한테 어떤 피해라도 갈까봐. 근데도 호다는 어떻게든 알베가 없는 틈을 노려서 독다를 만났으면 좋겠다. 차라리 맞아 죽더라도 당신을 보고 죽어야겠다고 생때 쓰는 바람에 독다는 어쩔수 없이 가끔씩 호다를 몰래 만나줄거야. 그렇다고 뭐 만나서 특별한걸 하는것도 아니고 독다는 죽은 동생을 보는 기분으로 호다를 멍하니 바라보고 호다는 뭔가 점점 생기를 잃어가는 듯한 독다 모습에 꼭 독다를 빼내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하고...뭐 이런 식이겠지. 

 

호다는 아무리 봐도 사랑은 아닌데도 자기는 알베를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독다때문에 거의 미치기 일보직전일거야. 그래서 알베에 대해서 이리저리 알아보는데 자기가 어떻게 건드릴수 있는 위치가 아닌거지ㅠ학점때문에 학사경고나 먹는 쩌리호다에겐 큰 조직의 보스 알베는 넘사벽이었습니다ㄸㄹㄹ 하지만 은근히 집착적이고 독한 면이 있는 호다는 독다를 다시 자신에게 데려오기로 마음먹어. 결국 그 일념 하나로 미친듯이 공부해서 검사된 호다가 자기 집안 힘이랑 정계 인맥 같은걸 다 이용해서 알베 조직에 도전하는게 보고싶다ㅠㅠ 

 

근데 호다가 준비하는 그 몇년 사이에 알베랑 연인같이 사는 생활에 완벽하게 길들여진 독다는 되려 자신을 구해주겠다고 외치는 호다를 책망하겠지. 난 충분히 행복하다고 위험한 짓 할 생각 말라면서. 근데 어느 날 호다가 몰래 보내온 파일에는 처음 독다를 남창으로 만들자고 주장한 사람이 알베였다는 증거가 들어있어서 독다가 완전 멘-붕했으면 좋겠다ㅋㅋ지금까지 자신을 구해준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알베가 사실 자기가 그 끔찍했던 생활을 해야했던 이유라니. 근데 독다는 고급 남창 생활 안 했으면 아예 싸구려 사창가에 팔려가게 됬을거라는건 모르겠지...근데 뭐 이 사실을 알아도 독다가 할 수 있는건 없으니까 일단 평소처럼 고분고분하게 지낼거야. 하지만 알독 사이에는 점점 미묘하게 금이 가기 시작하고 그 사이를 호다가 맹렬하게 파고들었으면 좋겠네. 당신을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식으로 설득하면서ㅇㅇ그리고 알베를 결정적으로 무너뜨릴수 있는 서류를 가져다달라고 독다한테 부탁하는데 독다는 알베가 잠든 사이에 혼자 우두커니 알베의 개인 노트북 앞에서 서서 한참을 고민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엄청 망설이다가 결국은 그냥 침대로 돌아가려하겠지. 왜냐면 독다는 알베랑 사는 사이에 이미 미묘한 애정같은 감정이 생겨버렸기 때문에ㅇㅇ  

 

근데 사실 잠들지 않았던 알베가 나와서 그 광경 목격하고 독다를 단단히 오해했으면 좋겠다ㅋㅋ 사실 조직에 중요한 파일이 있다는 소문을 프락치들 좀 잡으려고 일부러 막 흘리고 다녔는데 엉뚱하게도 거기 걸려든게 호다인거ㄸㄹㄹ 호다랑 독다가 아직까지 연락하고 있단걸 알아낸 알베는 배신감+분노에 휩싸여서 더 이상 다정다감한 알베는 없어! 식으로 독다를 겁나 힘들게 했으면 좋겠다ㅋㅋㅋ독다는 오히려 바뀐 알베의 태도 때문에 호다 도움을 받아서 알베를 벗어나야겠다는 마음을 굳히고...! 그렇게 꼬이고 꼬이고 꼬인 관계가 되는데 호독으로 시작한거니까 뭐 결국 최종적으로는 호다랑 행쇼하겠지... 

 

아이고 이게 호독이여 알독이여ㅋㅋㅋㅋ와 갈수록 기력이 딸려서 똥이 탄생하고 말았다ㅠㅠ결국은 이렇게 노잼이 되버렸네ㄸㄹㄹ그래도 철없는 미인연하탑은 사랑이에여ㅠㅠ같이 은근 매력쩌는 호독 팝시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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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88.149
헐ㅠㅠㅠㅠㅠㅠㅠㅠ짱좋아여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
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재밌잖아여ㅠㅠㅠㅠㅠㅠㅠㅠ흐엉ㅠㅠㅠㅠㅠㅠㅠ라이스님 진짜 제가 사랑해여ㅠㅠㅠㅠㅠㅠ너무 좋잖아ㅠㅠㅠㅠㅠㅠㅜ라이스님 글은 정말 다 좋아요ㅠㅠㅠ♡
9년 전
라이스
헐 감사합니다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40.210
헤헤 들어왔는데 1시간전에 글이 업뎃되있다는거 보니까 햄보카네여ㅠㅜㅠㅠ 알독 로독 호독 루이스님이즈뭔들...!
9년 전
라이스
루이스님이즈뭔들이 무슨 뜻인가요? 아니...혹시 무슨인터넷 용어인데 저만 모르는가 싶어서ㄸㄹㄹ(쭈글)
9년 전
비회원40.210
ㅇㅓ머나....라이스님이 왜 루이스님이라써졌을까요ㅠㅠㅠ 라이스님 is 뭔들 다 좋다는 말입니당ㅠㅠ❤
9년 전
독자2
헐ㅠㅠㅠㅠㅠ완전명장이될꺼같은니낌
작가님혹시...써주실수있나요❤

9년 전
라이스
지금 당장은 뒷이야기가 생각이 안나서ㅠㅠ나중에 생각나면 쓸게요ㅠㅠ
9년 전
독자3
작가님 제사랑하시지 그래ㅠㅠㅠㅠㅜㅜㅠㅜ이거너뮤ㅜ환상적이잖아요ㅠㅜㅜㅜㅜㅜㅜ아아 독다텀 넘 좋아요 정말 ㅠㅠㅜㅠㅜㅜㅠㅜㅜㅜㅜㅠㅠ사랑해요ㅠㅜㅜㅜ
9년 전
라이스
감사합니다ㅠㅠㅠ맞아요 독다텀은 사랑입니다ㅠㅠㅠ
9년 전
독자4
와 꼬이고꼬인 관계보ㅏㅠㅠㅠㅜㅜㅠㅠ 힝 너무 잘 쓰셨잖아여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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