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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엑스 이준혁 김남길 강동원 온앤오프 엑소
Azal 전체글ll조회 1407l 1





         발병 5




 그 후로 그들을 의식적으로 피했다. 한상혁이고, 이재환이고, 이홍빈이고, 전부 말이다. 내가 피한대봤자 그들이 원한다면 아무때나 나를 찾아올 수 있었을 테니, 결과적으로 그들이 나를 피한 것일 테다.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다. 한 번은 이재환의 친구, 차학연이 찾아와 내 안부를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차학연은 자신과 김원식은 오래전부터 이 일에서 빠지고 싶었다며 나를 그들의 손에서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나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나를 이렇게 만든 건 선배의 손이기도 해, 그 말을 중얼거리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나는 자퇴를 할 생각이었다.

'나 네가 좋아, 정말 좋아, 정말........'

 

 

"정말...."


 

 또 떠오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세차게 저어버리고 교실로 향했다. 어느새 여름 방학이 다가오고 있었다. 1학기가 지나기 전에 부모님께 말씀드릴 생각이었다. 물론 시시콜콜한 얘기는 빼고, 다른 학교로 전학가고 싶다는 것만. 쉽게 이해해주실 거라고는 생각 안하지만.


 

"정택운,"


 

 날 부르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익숙한 목소리라 슬펐다. 뒤를 돌아보니 한상혁이 평소와 다름 없는 얼굴로 다가오고 있었다. 한상혁이 내게 조그만 병을 내밀었다. 갈색 약병에 이상한 액체가 절반을 들어 있었다. 그것을 받아들고 뭐냐는 듯이 살펴보자 그가 평소같이 가벼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얼굴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할 말이 많은 듯 했지만, 한상혁은 단어를 고르고 골라 짧은 몇 마디만 내뱉을 뿐이었다.


 

"이런 거, 내 취향은 아니지만,"

"..."

"졸업 선물이야. 이걸로 마지막이야. 여기 사진 보여? 이제 삭제한다."


 

 그가 오른손에 들린 핸드폰 화면을 가르켰다. 분명 그 때 찍힌 내 사진들이었다. 그의 손가락이 한 번 움직이고, 사진들은 전부 지워졌다. 그는 어깨를 으쓱해보이고는, 핸드폰을 바지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듯 해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뭐? 갑자기 왜 이러냐고? 나도 몰라, 시발, 누구 변덕인지."

"...사진은?"

"여기 있는 거 하나뿐이었고 이제 다 지웠으니 됐지? 그거, 5교시 수업 시작하기 전에 마셔라. 뭔지 나도 몰라, 너한테 주래."

"내가 왜? 사진도 다 지웠는데."

"...애가 변했네, 변했어. 왜 졸업선물이게? 안 받으면 졸업이 안되거든."


 

 오랜만에 듣는 한상혁의 웃음이었다. 조그만 병을 바지 주머니에 넣자 나를 응시하던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온 길로 되돌아갔다. 뭔지는 몰랐다. '졸업'이라는 말에 새삼 가슴이 뛰었다. 설렘인지 두려움인지, 무엇에 반응해 가슴이 뛰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달라지고 있던 것만은 확실했다. 날 못건드려 안달을 하던 그들이 알아서 손을 떼준다는 건 기뻐할 만한 일이었다. 이제 못할 일이 뭐가 있겠어? 이게 탄산음료든 독이든 뭐든 간에, 이걸로 끝낼 수만 있다면. 그게 정말이라면. 어쩌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바지 위로 병을 쥐었다. 차가운 감촉이 얇은 천을 뚫고 느껴졌다. 

 

 1시를 알리는 종이 치자마자 가방을 챙겨들고 3층으로 향했다. 5교시 수업은 수학이었고, 안 그래도 중학생 시절부터 수학에 흥미도 소질도 없던 나는 우리 반에서도 하위권이었다. 복도 맨 끝에 있는 교실로 들어서 제일 뒤 창가 자리에 가방을 놓았다. 잠을 자도 잘 걸리지 않는 자리다. 여름이라 조금 덥기는 하지만. 교실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다 아직까지 바지에 든 병을 꺼내 살펴보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반사되어 갈색 병이 반짝였다. 뚜껑을 열자 이상하게 달착지근한 냄새가 났다. 설마 죽기야 하겠어, 라는 심정으로 병 안에 든 것을 한 입에 삼켰다. 달콤하지만 끝 맛은 씁쓸하면서도 짰다. 얼굴을 찌푸리며 병을 교실 뒤 휴지통에 버린 뒤 자리로 돌아왔다. 곧 수업이 시작했다. 


 

"아, 나 지우개 좀 빌려주라."


 짝이 건넨 말에 아직까지 꺼내지도 않았던 필통을 꺼내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수업은 중반에 다다랐고, 내용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아 난 졸릴 지경이었다. 이마와 볼이 달아오르는 게 햇빛때문인가 싶어 블라인드를 쳤다. 에어컨이 틀어져있는 데도 땀이 나는 게 감기에 걸렸나 싶기도 하고. 지우개를 겨우 찾아 짝에게 건네려고 했다. 단지 손가락이 닿았을 뿐이었다. 얼굴에 열이 번지기 시작하고 땀이 목을 타고 흘렀다. 거의 식은 땀이었다. 내 두 손바닥을 내려다 보니 초점이 점점 흐려지고 앞이 뿌옇게 변한다. 짝의 얼굴이 내 오른편에서 빙글빙글 맴돈다. 


 

"택운아, 택운아. 어디 아파?"

"으으...."

"어떡해? 빨리 보건실 가야하는 거 아냐?"


 

 그게 좋겠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발을 내딛자 마자 머리가 핑 돌고....칠판 앞에 선생님이 계시는데, 말해야 되는데......뭘 말하려고 했지. 흐려진다... 눈이 감기는 것 같다. 곧 쿵 소리가 들리고 눈을 다시 떠보니 천장이 보인다. 누가 다가오는데, 잘 모르겠다. 누구지? 등이 아픈데, 일어나야 하는데 온 관절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무슨 일이냐!"

"정택운이 쓰러졌어요!"

"제가 보건실에 데려다 줄게요, 선생님."

"그래라, 반장아. 세상에 땀을 저렇게 흘리네. 빨리 가야겠다!"

 난 누군가에 등에 엎혀있었다. 그가 뛸 때마다 내 다리가 힘없이 흔들거리고, 오지 않는 엘레베이터를 초조하게 바라보다 계단으로 뛰어내려 가는 그의 뒷덜미만 느껴질 뿐이었다. 나한테 뭘 준거야...한상혁 새끼. 눈이 제멋대로 감겼다.



 


 

"정신이 들어?"

"....?"

"내가 너 데려왔다."


 

 햇빛을 등지고 침대 맡에 앉아있는 남자의 얼굴을 보려 상체를 일으켜 눈을 가늘게 떴다. 눈을 몇 번 깜박거리고 난 후, 다시 침대에 누워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썼다. 이홍빈이었다. 아직도 오한이 느껴지는 듯 해 몸을 이불 밑에서 최대한 웅크리고 눈을 꼭 감았다. 그래도 그 얼굴이 자꾸 어른거렸다. 꺼져...그렇게 중얼거려도 그는 침대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이불을 잡고 있는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조용히 얼굴을 가리고 있던 이불이 걷혔고, 눈을 뜨자마자 이홍빈의 얼굴이 가득 들어차 숨을 쉴 수가 없어 고개를 돌렸다. 


 

"나 좀 봐봐, 택운아."

"꺼지라고오..."

"너 나한테 엎혀온거 기억나? 나 힘들었는데. 아직도 허리 아프거든?"

"그래서? 꺼지라고 했잖아. 제발 좀,"

"나 나가면? 어? 또 울거야? 혼자 질질 짤거냐고, 나 가면?"

"시끄러.."


 

 이홍빈이 오른팔을 붙잡는 바람에 얼굴을 가릴 수 없었다. 난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다. 이홍빈의 말대로 난 곧장이라도 울 것 같았기에 고개를 푹 숙인채로 팔을 흔들며 되는 대로 소리쳤다. 서러움이 북받쳤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홍빈은, 내가 서러울 때만 나타나는, 혹은 날 서럽게 하는, 내가 유일하게 앞에서 우는 얼굴을 보이는 사람이었다. 제발 가버리라고, 꺼지라고, 소리쳐도 그는 집요했다. 항상 같은 집요함으로 자꾸 내 안을 파고들려 들지. 이젠 더 이상 그렇게 두지 않겠어. 눈을 꼭 감고 입술을 깨물고 귀를 막아봐도 온 몸에서 느껴지는 이홍빈의 기운은 어쩔 수 없었다. 언제나 그였다.


 

"왜 자꾸 피하기만 하는 건데. 제발 나 좀 봐 보라고, 말도 더럽게 안 듣네."

"왜? 왜라고 했냐? 내가 왜 널 피하면 안되는데?"

"돼. 되는데, 제발 울지만 마라. 나 지금 가도 안 울거면 너 나 피해도 돼. 알았어?"

"..."


 

 그 말에 눈물이 터져 나왔다. 손에 힘이 풀리고 내 턱을 잡은 손에 의해 고개가 올라가자 내 앞에 바로 이홍빈의 얼굴이 있었다. 그가 정신없이 우는 날 당황한 듯 쳐다보더니 이내 조심스레 다가와 등을 안고 톡톡, 쳐 주길 반복했다. 톡, 톡, 나를 감싸던 껍질에 조그만 금이 하나 둘 가는 소리가 들렸다. 참나, 엄청 우네. 귓가에서 웅얼거리는 목소리에 가만히 그 품에 기대어 있었다.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넌 왜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론내려? 내가 고백까지 했는데."

"내가 널 어떻게 믿어. 몇 명한테 좋아한다 소릴 해왔을지 내가 어떻게 알고,"

"택운아,"


 

 눈이 마주쳤다. 예쁜 입꼬리가 휘었지만, 눈은 웃고 있질 않았다. 잡고 있는 손이 떨리고, 가슴 언저리가 시큰했다.


 

"그냥 좋아한다, 이걸로 안될까? 내가 너만 이렇게 좋아한다, 그것만 알아주면 안되는거야?"

"....니 여친은."

"어쩔 수 없었어. 하도 달라붙어서. 하, 그런 애한테 미련 하나도 없다니까."

"...그걸로 되는거냐? 아무나 막 받아주면서 사실 관심 없었다?"

"예쁜 택운아. 우린 왜 이렇게 꼬일까. 차라리 네가 여자였으면 더 잘 풀렸을까."

"..."

"아니지, 아냐. 너는 지금 그대로가 제일 예쁜데. 완벽하지. 그치."

"뭐래..."

"어, 웃는다. 너 웃었잖아."

"누가 웃어."


 

 정신없이 눈을 마주치다, 그가 내 몸을 천천히 침대에 눕히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 선을 넘었는지 알아채지도 못한 채 넋을 잃고 입술을 맞댔고, 혀를 섞었다. 아무도 없는 보건실에 질척한 소리만 퍼졌다. 달콤한, 따스한 그의 손길에 웃음이 나올 것처럼 기뻤다. 한 가지, 늦기 전에 꼭 전해주고 싶은 게 있었다.


 

"이홍빈."

"...?"

"나도, 너 좋아."


 

 다시 마주친 홍빈의 눈이 기쁨을 띈 채로 반짝였다. 주체할 수 없는 힘으로 나를 세게 안아대면서 그가 계속해서 읊조렸다. 좋아해, 좋아해, 사랑해, 사랑해. 처음 맛보는 달콤함에 휩쓸려 마치 처음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처럼 서로를 만졌다. 나, 이런 몸인데. 남자인데다가 처음도 아니고, 색기도 없는데. 너는 왜 이런 날 좋아해. 그게 제일 궁금했다. ..그럼 난? 난 너를 왜 좋아하지? 혐오하던 너를? 그런 생각은 곧 말끔히 사라졌다. 아까 준 약 탓인지 이상하게 뜨거워지는 몸에는 쾌락만이 보였다. 고통을 줄 뿐이었던 섹스가 처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나누는 기쁜 경험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아슬아슬한 순간이 지나고 홍빈이 떠났다. 벌써 저녁시간이었고, 나는 조금 더 쉬고 싶었다.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빨간 하늘빛이 블라인드를 넘어 침대 위로 퍼졌다. 그 붉은 빛에 손을 이리 저리 비추어보면서 웃었다. 홍빈이 남긴 키스마크가 선명히 자리 잡아 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쩌면 조금 두려웠을 지도 모른다. 보건실 문이 조용히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커튼이 쳐 있었기에 혹시 홍빈일까 기대하며 누워있던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커튼을 젖히며 들어서는 사람은 내가 바라던 사람이 아니었다. 이재환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자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무슨 생각으로 찾아온건지, 앉으라는 형식적인 얘기조차 하지 않는 날 그는 바라보기만 했다. 껄끄러운 눈빛이었다.


 

"아팠다며?"

"...네. 수업 중간에 쓰러졌어요."

"아픈 몸으로 잘도 했네. 했으면 환기 좀 시키던가, 사람들 눈이 무섭지도 않은가봐."


 

 당황한 나를 말없이 쳐다보던 그가 블라인드를 올리고 창문을 열었다. 기분 좋게 선선한 바람이 찾아들었다. 하지만 이 남자 앞에 있자니 기분이 좋아지기는 커녕, 부담스러운 마음에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만 했다.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너 이홍빈이랑 사귀지?"

"...아시니 됐네요. 이제 선배가 상관할 일은 아니죠. 아까, 오늘로 마지막이라는 말도 들었는데."

"하, 너 내 말 듣는 게 좋을걸. 너 한번도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 해봤지? 이홍빈에 대해서."

"왜 제가 그래야 하죠."

"생각을 해보라고. 처음부터...좋은 시작이 아니었잖아."

"그건, 그 때구요."

"이홍빈은 널 강간한 사람이라고, 처음부터. 다섯명 중 한 명이었지. 그런데 왜 갑자기 다른 놈들한테 태도가 돌변하지? 너한테는 자기 밖에 안되는 것처럼?"


 

 더 이상 듣기 싫었다. 왜 끝났다면서 나한테 와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막연한 불안감에 귀를 꼭 막자, 들으라며 이재환이 답답한 듯 소리를 높였다. 놀라 그를 쳐다보자 자신도 당황했는지, 귀를 막고 있던 손이 내려가는 걸 보곤 다시 소리를 낯췄다.

 

 

"너를 괴롭히는 사람들 중에서도, 따뜻하게 대해주는 한 사람...너를 제일 다정하게 대하는 사람...그렇게 보이고 싶었던 거 아닐까?"

"무슨 소리에요, 그게."

"너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다, 하지만 널 강제로 가졌다간 영원히 네 맘이 돌아설 거야. 그리고 그 전엔 너희 둘은 친하지도 않았지."

"그만 좀...선배, 제가 그런 말 듣자고..."

"너에게 다가갈 수 있고, 널 가질 수 있는 방법...노멀인 너가 자신을 그런 쪽으로 보게 만드는 방법. 하지만 원망을 받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원망을 분산시킬 사람을 만든다. 그 사람들과 자신은 다르다는 걸 보여줘야지. 그럼 네 관심을 얻을 거다."

"왜 그런 말만 하시는거에요? 왜? 아직도 절 괴롭히고 싶어요? 제발!"

"널 괴롭게 했던 건 미안해. 하지만 이젠 아니야. 마지막으로 널 '구해주러' 온 거야."

"절 구한 사람은 선배가 아니에요."

"이홍빈도 아니지....오늘 그 약을 준 사람이 누군지, 너는 모르지."

"......이제 나가주세요, 선배. 부탁이에요."

"정택운,"

"나가주세요..."


 이불에 얼굴을 묻자 곧 이재환이 커튼을 젖히고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사실 정리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했던 건지 알았다.


 

"...거짓말."


 

 나에게 흑심이 처음부터 있던 이홍빈이 '계획해서' 다른 사람들과 나를 강간했고, 호감을 가지게 만들기 위해 나한테 잘해주었다. 내가 호감을 가지기 시작하자 다른 사람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백. ...억지다. 억지가 아니면 뭐야. 그럼 왜 처음부터 그런 방법을 썼겠어. 왜 나한테 잘 해줬겠어. 

 왜...왜 그랬어. 재환선배, 왜 말해줬어. 처음부터 가슴 한 구석에 자리 잡아 있던 두려움이 다시금 자리를 넓혀간다. 이상하다 생각했다. 의심하고 싶지 않았을 뿐. 


 

"이제 모른 척 할 수도 없겠네..."


 

 숨을 한 번 깊이 들이쉬고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커튼을 젖히는, 드르륵 소리가 텅 빈 보건실 안에 울려퍼진다. 이재환이 떠난 후 끔찍하게도 적막한 이 곳이 내 마지막에 어울린다 여겼다. 날이 선 보건용 메스는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서늘한 느낌에 몸을 한 번 떨다, 메스를 이리 저리 돌리며 살펴본다. 이게 옳았던 거다. 애초에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하루라도 더 빨리 해 볼걸. 후후, 하고 나도 모르게 콧웃음이 나왔다. 내가 있던 자리로 돌아와 침대에 걸터앉아, 아직 온기가 남은 자리를 손바닥으로 쓰다듬어 보았다. 칼날을 손목에 대었다. 망설여졌다. 아프겠지? 한 줄, 빨간 줄이 그어진다. 따끔하다. 두 줄, 또 그어진다. 하얗기만 했던 침대에 불씨라도 튄 것 같다. 이가 악물어진다. 부들 부들 떨리는 오른손에 더 힘이 들어간다. 그 와중에도 나는, 내가 죽으면 이홍빈은 울기라도 할까? 같은 바보같은 생각만 하고 있었다.






+) 늦어서 죄송해요..ㅜㅠㅜㅜ일이 막 겹쳐서ㅠㅠㅠㅠ빨리 쓰고 싶었는데ㅠㅠㅠㅠ

   질질끌면 안 될 것 같아서..갑자기 급전개해버렸네요. 이번 화는 씬이 없어서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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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어......ㅇ...앙대...운아!!ㅠㅠㅠ 엉엉 홍빈이가 나빴어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
작가님 기다렸어요ㅡㅜㅜㅜㅠㅠ 택운아 그러면안돼!!!!!!! 이홍빈뭐야ㅜㅜㅜㅜ
9년 전
독자3
헐ㅜㅜ택우나 ㅡㅠㅠㅠ푸ㅜㅠ
9년 전
독자4
빨리 다음 편 보러 갈게요♡♡
9년 전
독자5
흐아ㅠㅠㅠㅠㅠㅠ운아ㅠㅠㅠㅠ
9년 전
독자6
택운아 ㅠㅠ 허류ㅠㅠㅠㅠㅠㅠ 앙댕 ㅠㅠㅠㅠ 앙댕다고오ㅠㅠㅠㅠ 이홍빈 ㅠㅠㅠ
9년 전
독자7
앙!!!!!!!!!!!대!!!!!!!!!!!!왜 메스가 저기있나여!!!!!!!!!!!!!!택운아 죽으면 안돼.....ㅠ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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