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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 사적인 질문으로 들어가도 될까요?   

   

   

00와 마주앉은 다인이 한 손에 쥐어져있는 녹음기를 살짝 흔들며 말한다. 사적인 질문이요?   

00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네, 사적인 질문이요. 예를들면, 현재 남자친구 있으세요? 다인의 질문에   

00가 눈을 흘기며 입을 벙긋거렸다. 너, 죽어 진짜. 그 모습에도 다인은 그저 어깨만 으쓱거렸다. 주다인 진짜 짖궂다니까. 입을 삐죽거린   

00가 이내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 연애, 하고 있죠. "  

   

   

 오, 역시.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남자친구분 자랑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가 아무리 말려봤자 아주 작정하고 나서는 것 같은 느낌에   

00는 고개를 내저었다. 못말린다니까.  

   

   

 " 좋은 사람이예요. 따뜻하구, 자상하구. 저도 일이 바쁘지만 남자친구가 워낙 바빠요. 그래서 둘이 약속잡고 하는 데이트는 잘 못해요. 한 쪽이 시간이 나면 다른 쪽이 시간이 없다거나 하거든요. 그게 늘 신경이 쓰이나봐요. 정작 저는 별로 신경 안쓰는데. 일이 바쁘면 어쩔 수 없는거니까. 자주 못만나는 대신 매일 연락도 하구요, 아 오늘도 잡지 화보촬영 하게 됐다구 하니까 전화로 응원해주더라구요. 아무튼, 저한테 너무너무 잘해줘요. 그 사람이랑 있으면 제가 사랑받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세상에서 나를 이만큼이나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  

   

   

 그래서 그런지 남들은 아홉수다 뭐다 해서 별 일 다겪는 사람들도 있던데, 제 아홉수는 무난히 넘어가려나봐요. 그 말을 내뱉으며   

00가 미소지었다. 00의 말을 경청하며 노트북을 두드리던 다인이 말을 이었다. 좋은 사랑 하고 계시네요. 부러워요. 특별히 연애관 같은게 있으신가요?   

   

   

 " 연애관이요? "  

   

   

 흐음.   

00의 미간이 옅게 찌푸려졌다.  

   

   

 " 연애관이라..글쎄요. 딱히 그런건 없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연애라는게 하면 할수록 또 연애를 하면서 나이를 먹어갈수록, 사람도 변하고 변한 사람이 하는 연애도 처음과는 다르다고. 저도 반 년 후에는 앞자리가 바뀌거든요. 지금 하는 연애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했던 연애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요. 예전에는 상대방에게 다 퍼주고 매 초 매 순간마다 느껴지는 제 감정을 거르지않고 그대로 표현했어요. 면전에다 대고 그런적도 있었어요. 나 지금 니가 너무 좋아서 심장이 터져버릴것같아. 말처럼 그랬어요. 상대방이 너무 좋아서, 그 사람 앞에만 서면 내 자신이 주체가 안될정도로 숨김이 없었어요. 밀고당기기나 소위 말하는 여우짓 같은거 전혀 할 줄도 몰랐고 해야겠다는 생각도 안했죠. 다투면 늘 먼저 숙이는 쪽도 저였고 늘 참는쪽도 저였어요. "  

   

 " 계약서에만 갑을이 있는게 아니예요. 연애에도 분명한 갑을관계가 있어요. 평등하고 동등한 위치에서 사랑하는거 아니냐구요? 제가 단언컨대 연인관계에 그런건 없어요. 더 사랑하는 자와 덜 사랑하는 자만이 있을 뿐이죠. 정말 불공평하지 않나요? 맞아요. 제가 그 을이였거든요. 아니, 을도 아니였어. 슈퍼 갑과 을도 병도 아닌 정이요. 제가 정이였어요. 세상에 여우같은 여자들이 괜히 있는게 아니예요. 남자들이 곰같던 여자들을 여우로 만들어버리거든요. 그 슈퍼 갑과의 이별 후에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제가 다 퍼주는 쪽이였잖아요. 근데 그런 연애도 제게 교훈 하나정도는 남겨주더라구요. 남자를 알게 됐다고나 할까요? 내가 어떻게하면 상대방이 쩔쩔매고 내게 굽히고 들어오는지를 알게됐어요. 그리고 저는 그걸 철저하게 이용하는 영악한 여우가 됐구요. 다행히도 지금 남자친구는 제 여우짓을 아주 좋아해줘요. 워낙 자상한 사람이라서."  

   

   

 여우같은 여자들을 만드는건 남자들이라는 말 공감해요. 다인이 유쾌하게 말했다. 슈퍼 갑씨는 어떤 사람이였어요? 그와의 연애는 어땠나요?  

   

   

" 가장 순수했던 시절에 만났던 사람이예요. 계산없이 사랑했고 바닥을 보일 때 까지 제 마음을 퍼주기도 했어요. 아주 곰곰히 생각해보면 분명히 좋았던 기억들이 있었을거예요. 우리는 꽤 오랜시간을 만났고 난 그사람에게 무지막지한 상처들을 받았지만 그 사람은 분명히 상처를 준 만큼 치료도 해준 사람이였어요. 좋았던 기억도 있었고 어쩌면 열렬히 사랑한 적도 있었을지도 모르죠. 그런데 그런게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그래봤자 우리는 헤어졌고, 우리의 이별은 그닥 아름답지도 못했어요. 마음을 다 퍼주다가 한순간에 줄 곳을 잃은 마음들은 공허함으로 다가왔고, 그 상처들은 오롯이 저 혼자 견뎌내야하는 몫이 되어 돌아왔어요. 그 사람덕에 저는 남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알았고, 덜 참아도 된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여우처럼 구는 법도 알게 되었죠. 좋은 사람은 아니예요. 가끔, 아주 가끔 생각이 날 때면 인상부터 찌푸려지거든요. 잠깐 떠올리기만 해도 인상이 찌푸려지는 사람이 어떻게 좋은 사람일 수 있겠어요? 저한텐 딱 그정도의 사람으로 남은거예요. 이런 인터뷰에서, 친한친구와의 술자리에서의 안주거리. 딱 그정도요. "  

   

   

   

00씨를 여우 같은 여자가 되도록 만든 슈퍼 갑씨를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다면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그 말에  00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아아아아아 질문 진짜 식상하다구요.  

   

   

   

 " 세상이 얼마나 넓은데요. 서울만 해도 봐, 얼마나 넓어. 우연이라도 다시 만나게 될 가능성은 제로, 아니 마이너스죠. 완전 마이너스. 저는 제일 이해가 안가는 말이 그거예요. 구 연인을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면 웃으며 안부를 건넬 수 있는 이별을 하고 싶다. 웃기지 않아요?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은 없어요. 구 연인과 웃으며 안부를 건넬 수 있는 상황 또한 없죠. 서로 눈을 피하고 지나치기 바쁠텐데? 그래도, 음, 그래도 만약에 슈퍼 갑을 우연히 마주하게 된다면요? "  

   

   

 골똘히 생각을 하는 듯 보이던 00가 이내 아 하고 손깍지를 꼈다. 우연이라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이 있었어요. 그거 알고있었어? 넌 정말,  

   

   

 " 나쁜 새끼야. "  

   

   

   

   

   

   

   

   

[iKON] 작곡가, 톱스타 그리고 당신. 연애를 기대해 : 01 | 인스티즈  

  

   

   

   

   

   

   

   

   

   

 대충 풀어헤친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어올린 00가 가방을 챙겨들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여기저기 분주하게 움직이는 스탭들에게 고개를 몇 번 숙인 00가 저 앞에 서서 자료를 정리하는 다인에게로 다가갔다.   

   

   

 " 너 진짜 나한테 밥 몇번은 사야되는거 알지? "  

 " 알아, 알아. 밥 산다니까? 오늘 진짜 고마워. 원래 사진만 찍는거였는데 인터뷰도 해주고. "  

 " 친구좋다는게 뭐냐? 그나저나, 질문 완전 식상하고 진부했던거 알지? 분명히 일부러 그랬어. "  

 " 흐흐, 들켰네. "  

 " 어우, 이 밉상. 아무튼 나 먼저 간다. 너 오늘 저녁 집에서 먹어? "  

 " 일단은. 근데 집 갔다가 다시 와야돼. 마감일 코앞이라 철야시작이야, 죽겠다 정말. "  

 " 밥 챙겨먹어 꼭. 아침에 보니까 준회오빠도 저녁 집에서 먹을거라던데? "  

 " 몰라, 뭔 상관이야. 그 인간이 저녁 먹는거랑! "  

 " 또,또 말 밉게한다. "  

 " 진짜 괘씸하잖아. 지가 빨래 분리안해놔서 내 블라우스 엉망된거만 생각하면 내가 피가 거꾸로 솟아요. 그거 내가 3개월 할부로 지른거란 말이야! 몇 번 입지도 못했는데. 잘못은 지가 해놓고 너도 봤지? 어제 승질 부리는거! 내가 진짜 잘 때 입을 확 찢어놓고 싶은거 간신히 참았어. "  

 " 오빠가 그래도 너한테 미안해하는 거 같던데. "  

 " 어딜봐서?! "  

 " 어디든. "  

   

   

 00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 나 진짜 가볼게. 주다인, 수고해? "  

 " 야야야야야! 잠깐만. "  

   

   

00의 어깨를 돌려세운 다인이 말했다.  

   

   

 " 너, 아까 인터뷰 말인데. 그 슈퍼 갑. "  

 " 응. "  

 " 그거 김지원얘기지? "  

   

   

 다인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00가 입을 꾹 다문 체 일자로 만들었다.   

   

   

 " 너도 참 쓸데없이 조심스럽다니까. "  

 " 응? "  

 " 나한테 나쁜새끼가 김지원 말고 더 있겠어? "  

   

   

 나 진짜 간다?   

   

 가방을 고쳐 든 00가 걸어나갔다.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다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모르겠다.   

 내가 쓸데없이 조심스러운건지 네가 지나치게 아무렇지도 않은건지.  

   

   

   

   

   

**  

   

   

   

   

   

   

   

   

" 아저씨, 청담동으로 가주세요. 베이커리 쁘아쁘 아시죠? 그 쪽으루요. "  

   

   

택시가 출발함과 동시에 액정을 문지르는 손이 분주해졌다. 익숙하게 화면에 띄워진 1을 꾸욱 누른 00가 귓가로 휴대전화를 가져간다. 단조로운 통화연결음이 아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으로 흘러나오는 컬러링에 자동으로 흥얼거림이 나왔다.  그도 잠시, 이내 달칵 소리와 함께 수화기 너머에서 듣기좋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한빈씨. 나야. "  

- ㅇ00인거 알아. 화보촬영은 끝났어? 잘했고?   

" 응. 나쁘진 않은 것 같아. 다인이한테 붙잡혀서 팔자에도 없는 인터뷰도 하고왔어. "  

 - 꼭 맛있는거 사달라고 졸라. 주다인 때문에 여자친구랑 통화도 못하고 내가 힘들어서 안되겠어.   

" 맞다. 그러고 보니 전화 많이 했더라? 나 촬영한다고 전화 못받는거 알면서 왜 그랬어. "  

- 혹시 모르잖아. 쉬는 시간일지.  

" 언제 쉴 줄 알구? 그나저나, 왜 무슨 일 있어? "  

- 아니..보고싶어서.  

" 뭐야, 방금 그 말 되게 닭살돋는거 알기나 해? "  

- 그래서 싫어?  

" 아니? 좋~아! 완전 좋아! "  

- 나?  

" 응, 너. 너 완전 좋아. "  

   

   

   

보조개가 패이도록 미소지은 00가 이내 투정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한빈씨, 보고싶어. 목소리 듣는 것두 좋은데, 얼굴이 보고싶단 말야. 까먹기 일보직전이야.   

   

   

   

- 미안해. 그런데 어떡하지, 오늘은 하루종일 녹음 할 거 같아서.  

" 녹음? "  

- 응. 새 드라마 ost 참여하게 됐다고 했잖아.  

" 오늘 녹음하는거야? 녹음실 어디야? "  

- 원래는 다음준데, 프로듀서님이 다음주에 일있으시대서. 녹음실은 압구정. 왜, 오려구?   

" 어..가도 돼? "  

- 얌전히 있겠다고 약속하면.  

" 치, 내가 어린애야? 그런데 진짜 나 가도 괜찮겠어? 다른 사람들 있잖아. 소문나면 어떻게 해. "  

- 난 상관 없다고 했잖아. 올 수 있으면 올래? 나도 보고싶은데.   

" 알았어, 그럼 나 진짜 간다? "  

- 응, 진짜 와.  

   

   

수화기 너머로 한빈의 옅은 웃음소리가 울렸다.  

   

   

" 가게 들려서 한빈씨 좋아하는 밀푀유랑 마카롱 가지고 갈게. 안에 스탭분들 많으셔? "  

- 아니. 세 명정도. 프로듀서님은 조금 전에 잠깐 나가셨어. 곧 오실거야.  

" 응응, 다른건 내가 알아서 챙겨갈게. 조금 있다가 봐? "  

   

   

   

수화기로 입을 갖다대고 쪽 소리나게 입을 맞춘 00가 휴대전화를 핸드백 안으로 집어넣었다. 아저씨, 조금만 더 빨리가주세요. 빨리요.   

곧 보게 될 연인의 얼굴을 떠올리며 00가 잔뜩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딸랑거리는 종소리와 함께 열린 문을 바라보던 수정이 다급하게 들어오는 00를 보고 입을 열었다.   

   

   

" 사장님, 화보촬영은 잘 하셨어요? "  

" 응응. 수정씨, 나 지금 나가봐야 하는데 그,그 마카롱 종류별로랑 몽블랑이랑또 크로와상이랑 또,또 "  

" 밀푀유요? "  

" 그래! 그게 제일 중요하지. 종류별로 포장 좀 해줘. 나 머리 좀 정리하고 올게. "  

" 남자친구분 만나러 가세요? "  

" 어,어!! 수정씨, 부탁해! 아 맞다!! 그리고 티라미스!! 내것도 챙겨줘!! "  

   

   

   

00가 급하게 주방 너머에 있는 사장실로 사라졌다.  

손님들로 북적대는 카페내부를 둘러보던 수정이 이내 진열대로 걸음을 옮겼다. 사장님이 싹 쓸어가고 나면 빵도 다 떨어졌으니 일찍 퇴근하겠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수정이 마지막으로 마카롱을 종류별로 다 담아넣고 나자 안 쪽에서 00가 나왔다. 사장님 여기요. 두 손가득한 종이가방을 내밀자 고마워 수정씨. 하면서 받아든다.  

아휴, 복잡해. 수정씨 오늘은 마감 일찍하고 가도 돼. 00의 말에 수정이 보일 듯 말듯 입꼬리를 올렸다.   

원피스와 하얀색 구두를 신은 00가 그대로 걸어 나가려다가 다시 휙 뒤돌아서 카운터로 걸어왔다.   

눈을 끔뻑거리는 수정에게 얼굴을 쭉 내민 00가 말했다.  

   

   

   

   

" 나 어때? 예뻐? "  

   

   

   

핑크빛 볼을 하고 연핑크색 틴트를 바른 00의 얼굴을 보던 수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쁘세요.   

고마워 수정씨. 나 갈게!!   

가게를 나선 00가 걸어가는 모습을 창 밖으로 보던 수정이 미소를 지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좋은 자리에 위치한 이층짜리 베이커리 겸 카페 'peu a peu'는 제 직장이기도 했지만 잡지나 인터넷 블로거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맛집이였다. 개성있는 인테리어 뿐만 아니라 peu a peu 빵의 특유의 맛과 향은 다른 곳에서 쉽게 흉내내기 힘든 정도여서   

늘 오늘처럼 손님이 끊이질 않아서 쉴틈이 없었는데, 오늘처럼 사장님께서 연인을 만나러 가는 날은 수정에게도 소소한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날이였다.  

   

사장님의 남자친구는 사장님이 만든 디저트들을 몹시 좋아한다.   

제일 좋아하는 종류들도 정해져있어서 이제는 그걸 챙기는 일도 수정의 몫이 되었는데 가끔 생각하면 부럽단 말이지.  

이렇게 맛있는 걸 먹고싶을 때 마다 먹을 수 있다니.   

   

끙...부럽다.  

   

   

수정이 영양가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맑은 종소리와 함께 쁘아쁘의 문이 열렸다.  

   

   

" 어서오세요. "  

   

   

남자가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가 카운터로 다가왔다. 동료들이랑 간식겸으로 먹을거라서요.   

   

   

" 빵종류는 저기있는 진열대에서 직접 골라오시면 되구요. 디저트랑 케익 종류는 이쪽 진열대에 있어서 말씀하시면 꺼내드릴게요. "  

   

   

수정의 말에 남자가 옆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허리를 숙여 진열장을 꼼꼼히 살피던 남자가 이거랑 이거요 하면서 손짓을 했다. 수정이 꺼내 케이스에 담는걸 보던 남자가 빵 진열대로 가서 쟁반에  

종류별로 담더니 카운터로 다가왔다. 이것도 같이 싸주세요.   

   

   

   

" 아. "  

   

   

남자의 목소리에 수정이 고개를 들었다.   

   

   

   

" 티라미스 혹시 있나요? "  

" 네, 있어요. 딱 한조각 남아있네요. "  

   

   

저희 사장님께서 다 쓸어가셔서. 수정이 속으로 말을 삼켰다.   

   

   

" 그것도 싸주세요. "  

   

   

남자의 말에 수정이 진열대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티라미스를 꺼내었다. 티라미스를 마저 케이스에 옮겨 담고 수정이 케셔를 두드렸다. 칠만 이천원입니다.  

남자가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어 건넸다.  

   

   

" 인테리어가 이쁘네요. "  

" 그쵸? 저희 사장님께서 다 직접 의뢰하고 디자인하신거래요. 여기 사인 좀 해주세요. "  

   

   

여기요. 영수증은 종이가방 안에 넣었어요.   

수정이 건넨 종이가방을 든 남자가 고개를 약간 숙였다. 수고해요.   

   

   

" 안녕히가세요! "  

   

   

우리가게 티라미스 진짜 맛있는데. 저 손님 분명히 또 오시겠네.  

   

   

   

   

   

   

**  

   

   

   

   

   

   

   

한빈이 문자로 찍어준 주소대로 따라온 00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어휴 5월인데 벌써 쪄죽겠네.   

3층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자 복도 양쪽으로 위치한 녹음실들이 눈에 들어왔다. 3층 A-1번 방이랬지. 여기다.  

00가 녹음실 문의 손잡이를 돌렸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쇼파에 앉아있던 한빈과 눈이 마주친 00가 눈을 접어 웃었다. 한빈이 자리에서 일어서 00에게로 다가와 양손에 들려있던  

쇼핑백을 탁자 위로 옮겨놓았다. 밖에 덥지. 땀 맺힌거봐. 손가락으로 이마를 쓰는 한빈에 00가 몸을 뒤로 뺐다.   

왜 피해? 사..사람들 보잖아. 상관 없댔잖아.  

한빈이 다시 00의 손목을 잡고 제 쪽으로 끌었다. 하,한빈씨이. 하지마. 더럽단말야.   

아무리 스스럼 없는 연인이라고 하지만 땀을 닦게 하는건 좀 민망했다.   

00야. 너 볼이 빨개. 밖에 많이 더웠어?   

손으로 부채질을 하는 00를 보면서 한빈이 짖궂게 물었다.   

못됐어..정말. 00가 눈을 흘기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한빈이 눈을 접어 웃으며 00의 양 볼을 아프지 않게 잡았다가 놓았다.  

   

   

   

" 크,크흠. "  

   

   

그들만의 세상에 있던 한빈과 00를 깨운 것은 엔지니어의 헛기침소리였다.  

그 소리에 놀란 00가 화들짝 놀라 한빈을 밀어냈다.   

   

   

" 아,죄,죄송합니다. "  

" 아니예요. 보기좋던데, 뭘. "  

" 한빈이 여자친구? "  

   

   

의자에 앉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두 남자를 보다가 00가 안절부절 못하는 눈으로 한빈을 올려다보았다.  

그런 00를 보고 피식 웃은 한빈이 00의 손을 깍지를 껴 잡고는 들어올렸다.  

네. 여자친구요. 이쁘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한빈에 놀란쪽은 00가였다.  

   

   

   

" 톱스타가 너무 스스럼없는거 아니야? "  

" 에이. 형들 말 안할거 아니까 그러죠. 비밀로 해주실거죠? "  

" 음, 오늘 저녁에는 왠지 칼질을 하고 싶네. "  

" 어어. 나도 그러네? "  

" 아아, 알았어요. 오늘 저녁은 제가 쏠게요. 됐죠? "  

   

   

   

두 남자가 어깨를 한번 으쓱이더니 손을 입으로 가져대어 지퍼채우는 시늉을 한다.   

   

   

   

" 아참, 여기 탁자에 제가 먹을거 좀 가져왔어요. 드세요! "  

" 어, 마침 출출했는데! "  

" 쁘아쁘에서 사왔나봐요? 나 여기 빵 엄청 좋아하는데. 근데 돈 좀 쓰셨겠어요. 여기 빵 비싼데. "  

" 아..하하, 그게. "  

" 윤형이 형. 그거 00가 만든거야. "  

" 어? "  

   

   

한빈이 00의 어깨위로 팔을 걸쳤다.  

   

   

" 여기 있는 내 여자친구가, 쁘아쁘 사장이거든. "  

   

   

한빈의 말에 남자가 눈을 크게떴다. 우와 진짜요? 영광이네요. 다짜고짜 손을 잡고 위아래로 흔드는 통에 00가 잠시 휘청했다. 저 여기 빵 진짜 좋아하거든요.  

하나도 맛없는게 없어. 최고예요. 짱짱.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윤형에 00가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 한빈씨도 먹어. 밀푀유 가져왔어. "  

" 아. "  

" 응? "  

" 아아. "  

   

   

입을 벌리고 아 소리를 내는 한빈에 고개를 한번 갸웃거린 00가 이내 풋 하고 웃더니 케이스 안에 있는 밀푀유를 조심스럽게 꺼내어 한빈의 입 안으로 가져갔다.  

맛있어? 한빈의 입가에 묻은 부스러기들을 떼며 묻자 한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 아니 근데 이 형은 바람쐬러 갔다온다더니 한강을 갔나 왜이렇게 안와. "  

   

   

누구? 00가 한빈을 바라보며 물었다. 프로듀서님. 한빈이 00의 입으로 마카롱을 넣어주며 말했다.  

   

   

" 찬우형, 전화해볼까? "  

" 어어. 해봐. 이것만 먹고 작업해야지. "  

   

   

윤형의 옆에 앉아있던 찬우가 탁자위에 있던 제 휴대폰을 가져갔다. 몇번 화면을 두드리다가 이내 귓가로 가져다댄다.  

몇 번 통화연결음이 울리더니 문 뒤쪽에서 음악소리가 들렸다. 어? 찬우가 휴대폰을 귓가에서 떨어트렸다.   

희미하게 울리던 벨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이내 문가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녹음실의 손잡이가 돌아갔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상대방에게 다 퍼주고 매 초 매 순간마다 느껴지는 제 감정을 거르지않고 그대로 표현했어요. 면전에다 대고 그런적도 있었어요. 나 지금 니가 너무 좋아서 심장이 터져버릴것같아. '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과 정면에 앉아있던 나의 시선이 일직선상에서 마주했다.   

남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캐쥬얼한 차림의 자켓과 뒤집어 쓴 스냅백. 그리고 남자의 한쪽 손에 들려있는 익숙한 종이가방까지.  

   

   

   

   

'가장 순수했던 시절에 만났던 사람이예요. 계산없이 사랑했고 바닥을 보일 때 까지 제 마음을 퍼주기도 했어요. '  

   

   

   

한빈이 옆에서 일어서는게 느껴졌다.  

   

   

" PD님. 여기는 ##000, 제 여자친구예요. 근처라서 오라고 했어요. 괜찮죠? "  

   

   

   

남자의 시선이 잠깐 한빈에게 닿았다가 내게로 돌아왔다.  

   

   

' 잠깐 떠올리기만 해도 인상이 찌푸려지는 사람이 어떻게 좋은 사람일 수 있겠어요? '  

   

' 우연이라도 다시 만나게 될 가능성은 제로, 아니 마이너스죠. 완전 마이너스'  

   

' 음, 그래도 만약에 슈퍼 갑을 우연히 마주하게 된다면요? '  

   

   

   

" 00야. 이쪽은 김지원 프로듀서님. 되게 유명하신 분이야. "  

   

   

'우연이라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이 있었어요. 그거 알고있었어? 넌 정말,'  

   

   

남자가 천천히 내게로 다가왔다. 그를 올려다보는 내게 그가 입꼬리를 올리고는 손을 내밀었다.   

   

   

' 나쁜 새끼야.'  

   

   

" 반가워요. 김지원입니다. "  

   

   

라고 말하면서.  

   

   

   

   

   

작곡가, 톱스타 그리고 당신. 연애를 기대해 등장인물 소개  

   

   

   

[iKON] 작곡가, 톱스타 그리고 당신. 연애를 기대해 : 01 | 인스티즈  

ㅇ00 (29살. 청담동 수제 베이커리 겸 카페 'peu a peu'의 파티쉐이자 대표)  

" 이제와서 이러는 이유가 뭐야. 잘 지내고 있는 사람한테 이러는 이유가 뭐냐구. 당신이 하는 말 전부 변명이야. 그리고 그마저도 이미 늦었어. "  

   

   

   

[iKON] 작곡가, 톱스타 그리고 당신. 연애를 기대해 : 01 | 인스티즈  

김지원 (33살.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리랜서 뮤지션이자 라디오 '당신과 나의 잠못이루는 밤에' 의 메인 DJ 'Bobby' )  

" 너는 나랑 있을때 항상 그랬어. 우리에게도 갑을관계가 있다면 나는 갑중의 갑이고 너는 을도 병도아닌 정이라고. 이제 내가 그거 하겠다잖아.  

내가 을도 병도아닌 정 하겠다잖아. 그러니까, 이제 니가 해. 갑질. "  

   

   

   

[iKON] 작곡가, 톱스타 그리고 당신. 연애를 기대해 : 01 | 인스티즈  

김한빈 (29살. 아이돌가수로 연예계 데뷔하여 배우로 입지를 굳힌 대한민국의 톱스타)  

" 내 위치가 널 얼마나 불안하게 하는지 알아. 그런데도 나는 포기가 안돼. 내가 너와 함께하지 못하는 수 많은 순간들 동안 네 옆에는 그 자식이 있었다는게 나는 화가 나. "  

   

  

  

   

  

  

  

   

   

   

   

   

   

   

   

   

   

   

-  

평범한 연애물을 쓰고싶었는데 등장인물 설정이 전혀 평범하지 않네요..이런.  

갓 스물이 된 한빈이에게 29살이라니...세상에 마상에.  

지원이도 29살로 설정하고 싶었으나 왜때무네 33?!! 이라고 물으신다면.  

1. 연상이 좋았다.  

2. 연상이라면 궁합도 안본다는 4살차이가 답이라능.  

29살로 등장인물들을 설정한이유는 하납니다. 이들에게 일어나는 일을 '아홉수' 로 넣어보고싶었어요. 물론 지원이는 제외지만요.  

19살이 하기에는 어려운 사랑일 것 같아서 29살로 냉큼 설정.  

주인공 세명만 일단 소개하구 나머지 차차 소개할게요!   

잘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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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이건 뭐 신알신 망설일 이유가 1도 없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재밌어요 막 현기증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
와진심명작이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해둘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207.142
헝..대박 다음편 너무 기대되요ㅠㅠㅠㅠ 얼른 다음편이 시급합니당.. 진짜 취햔저격 탕탕!
9년 전
독자3
헐.... 막 꾸며진 문장이 아닌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고 깔끔한 문체... the love...♡ 프로듀서가 한빈, 탑스타는 지원일거라는 생각은 완전히 반대였네여. 헤헤... 다음 편 기대합니다!
9년 전
비회원145.76
오오 첫화부터 굉장히 기대되네요! 등장인물 소개에서 대사 하나씩 적혀있는거, ㅎㅏ 지원이도 한빈이도 여주도 너무 좋네요..♡ 작가님은 혹시 암호닉 신청 안받으시나요? 받으신다면 다음편에 신청하러 오겠습니다! 오늘 좋은 글 감사하고요 잘 보고갑니다 :)
9년 전
비회원156.178
제발...제발 암호닉 받아주세요...ㅠㅠㅜㅠ
[김까닥]으로 암호닉 신청하겠습니다ㅠㅜㅜ
제가 장담하는데 이 글은 초록글에 올라갈거예요ㅠㅠㅠㅠㅠ다음편 기다릴게요!!

9년 전
독자4
아...(비속어)분위기 ㄷㄷ작가님 이제 제가 암호닉신청할타이밍이왔군요 [파랑짹짹이] 로 암호닉신청이요 톱스타 김한빈 프로듀서 김지원이라뇨 전남친 김지원 현남친 김한빈이라뇨 ..남주는 투표로 정하나요?? 전지금이순간부터 한빈남주로 밉니다 다음편에만나요!!
9년 전
독자5
우왕ㅎㅎㅎ 브금도 되게 이제 뭔가 시작하는 느낌이고 글도 되게 좋다ㅎㅎ이게 1편이면 2편3편 뒤로 갈수록 얼마나 재밌을까ㅎㅎ 기대된당ㅎㅎ신알신하고가용~~
9년 전
비회원232.133
헐헐 우연히 보게됏는데..대박이네요ㅜㅜㅜㅠ벌써부터 너무너무 기대됩니다ㅜㅠㅠ다음편도 기다릴게요!!
9년 전
독자6
헐 청춘드라마같은 느낌......기대됩니다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7
우와우ㅜㅠㅜㅜㅜ신알신하고가요!! 내용도양도짱이시네요♥♥
9년 전
독자8
신알신하고갈게여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사라애여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완전재밌어여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몰입하면ㅅㅓ봤어여ㅜㅜㅜㅜㅜㅜ
9년 전
독자9
헐 완전 좋아요 이게 무슨 대작의 스멜이죠 갑질하는 김지원 ㅂㄷㅂㄷ 이제 난 정 안 해!!!!!!!!!!!111111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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