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초 과에서 살아남기 00
나 김징어는 특성화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우리 과는 교내 많은 과들 중 유일한 남초 과, 컴퓨터 관련 학과라 그런 것 같다. 시바알. 내가 여길 왜 온 거지? 나도 내가 이해가 안 된다. 레알 NO 이해. 이미 2학년인 내게 새학기의 어색함과 설렘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금방 없어질 것 같은 묘하고 더러운 기분이다. 평범하고 또 평범하던 난 이곳에 온 후로 많이... 생략하겠다. 그냥 조용히 내 자신에게 파이팅을 외친다. 징어 파이팅! 새학기 첫날부터 지금처럼 옆에서 병신들이 지랄을 해도! 개새끼들이 짖는다 생각하고! 넘기자! 시팔!! 난 낭랑 십팔세니까!!! 오 라임 쩔어. 나도 언프리티 랩스타나 나갈까? ㅎㅎ
"야 시발아 꺼져라? 내가 앉을 거야."
"이건 또 무슨 지랄이야? 내가 먼저 앉았어."
"아 옘병... 야 징어야 넌 나뿐이지? 그치? 얼른 박찬열 쫓아내!"
"워워... 진정해라. 징어는 나밖에 모르는데? 변백현, 너만 없으면 우리 사인 완벽해."
그냥 둘 다 닥쳤으면 좋겠다... 는 내 바람은 묻어두고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묻히고 갑자기 내 앞에 앉아 뒤를 도는 녀석을 보았다. 낄낄 웃으며 비글 콤비를 향해 멍청하다 놀려대는 이 까만 새끼. 그런 깜둥이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맞는 말인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니 비글들은 또 난리다.
"니네 병신이냐? 앞에 앉아서 돌아보면 이렇게 마주볼 수 있는데~"
"오... 김종인이 새학기 기념이라고 머리를 쓰네."
"헐? 야 김종인 너 오다가 사고라도 당했어? 왜 머릴 써? 아 그렇다고 김종인 옆에 앉기는 싫은데에..."
"누군 좋은 줄 알아? 꺼져, 똥."
"미친아 똥백도 아니고, 뭐? 똥?"
"야 똥이 문제냐 지금 징어가 김종인 칭찬했어! 대박, 대박. 징어야 찬열이도 칭찬 받을 줄 아는데? 으응? 열이는 네 짝꿍인데에?"
으, 미친. 박찬열의 삼인칭과 말도 안 되는 애교로 내 얼굴이 썩창이 되었다. 눈을 깜빡이며 내게 들이대는 박찬열의 큰 (사실은 존나 작은) 얼굴을 왼손으로 열심히 밀어내다 가만히 있는 오른손에게 임무를 내렸다. 이럴 땐 박찬열의 허벅지가 답이다! 가랏! 오른손! 가서 박찬열을 꼬집고! 때리고! 날 구출하라!
"아악! 아 미친 김징어!!!"
"내가 얼굴 치우라구 그랬지, 병신아. 어딜 도망가? 이리 안 와?"
"뭐야? 쟤네 왜 재밌게 놀아? 존나 다정해 보여, 시발... 나도 갈래!"
나의 자랑스러운 오른손의 무자비한 공격에 박몬스터는 소릴 지르며 자리를 떴고 난 그 뒤를 쫓았다. 뒤에서 들려오는 변또라이의 외침을 무시하고 박찬열을 따라 달리다 멀리 보이는 선생님스러운 닝겐의 등장에 재빨리 뒤를 돌아 교실로 향했다. 왓더? 변백현이 내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해맑게 웃고 있었다. 잊고 있었던 깜둥이는 주무신다고 건드리지 말란다. 옘병.
"자기야, 이제 우리 둘만 남았네?"
"교실에 있는 애들은 사람도 아니냐?"
"내 눈엔 자기만 보이잖아~"
"옘~ 병."
"욕 좀 그만해. 남들이 반하겠어."
"......"
엄마가 미친놈은 상대를 하지 말라고 그랬다. 담임이라는 닝겐이 앞문으로 그와 동시에 박찬열이 뒷문으로 들어왔고 삿대질을 하며 웃는 변백현의 뒤통수를 때리고 난 재빨리 엎드렸다. 그리고 내 머릴 쓰다듬는 소름끼치는 변백현의 손길과 목소리 그리고 씩씩대며 이쪽으로 오는 박 뭐시기는 앞에 계신 우리와 급이 다른 레베루가 다른! 닝겐의 지적에 김종인 옆에 앉아 궁시렁 궁시렁 욕을 뱉었다.
"우리 징어가 내 머릴 쓰다듬다니... 오늘 일기장에 써야지."
미친놈아 난 그냥 때린 거야... 역시 엄마의 말이 맞았다. 미친놈은 상대를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