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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종현, 할렐루야 Piano Cover By Reynah
https://www.youtube.com/watch?v=eTIEiM6rkJw
김종인의 눈동자가 다가왔다.
그 까만 동그라미는, 점점 내 시야를 채우다가
내 눈앞에 우주를 펼쳐내었다.
드문드문 찾아낼 수 있는 선뜻한 별빛, 같은, 나의 눈동자를 발견했다.
그의 눈동자 속에, 별 같은 나의 눈동자가,
점점, 나를 감싸고, 나는 눈을 감을 수 없고,
파도처럼 밀려온 입술 끝의 온기에,
아, 한숨같은, 나의 떨림이
그의 우주로, 그의 우주로, 빨려들어간다.
"...."
입술을 맞댄 후, 김종인의 우주는 전보다 훨씬 뜨거운 온기로 가득 찼다. 깊은 수증기로 메워가는 그 우주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가쁜 호흡이 이어졌다. 나의 입술 사이에서, 축축한 숨이 밭게 흘러나왔다.
자꾸만, 말을 걸었다.
자꾸만, 원했다.
그는 약속한 것처럼 다시 다가왔다.
눈을 감은 채로.
그러나 나의 우주는 여전히 거기 있었고,
나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도, 거기, 우주가 있었다.
따스한 무중력이 나를 덮쳤다.
김종인이
밀려,
왔다.
"...종대."
"왜."
걸음을 늦춰 부대의 뒤쪽으로 처진 채로 걸어가고 있던 종대의 옆으로 바싹 붙어온 타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그런거야."
"....."
"정확히 알고 있었잖아."
"...그 새끼가 처음이란 말이야."
"...뭐?"
"내가 맘먹고 수다떨어도 끝까지 욕 안하구 참구 들어준 새끼가, 걔가 처음이란 말이야."
모두가 빠져나간 지하주차장은 한적했다. 종인은 피곤해하는 경수를 어깨에 눕히고 생각에 잠겼다.
'분명 병동 입구부터 근처까지는 병력이 깔렸겠고, 일단 빠져나간다고 해도 이곳의 위치를 모르기 떄문에 전략상 유리하지 못해. 그리고...'
박찬열.
어디 있는 거지.
찬열은 병동 옥상에 올라와 있었다.
백현은 여전히 그의 등에서, 숨을 쉬는 듯, 그러지 않는 듯, 편안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찬열은 가쁜 숨을 헉헉거렸다. 백현이 아무리 마르고 왜소한 체격이래도 성인 남성이었고, 그를 보호하는 데 모든 신경을 쓰는 터라 제 몸에 생긴 크고 작은 상처들은 감수해야 했다. 센티넬로서 각성이 된 상태라 체력 부담도 꽤 되었고, 시각마다 늘어나는 병력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곧 이곳으로도 세 부대 이상이 도착할 것이다.
찬열은 눈을 지긋이 감았다. 옅은 주름이 미간에 새겨졌다.
김종인, 김종인을 찾아야 했다.
"...도경수."
종인은 나즈막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다정하다고 할 수 있는 목소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이름을 소리내어 부른다는, 제 목소리가 그의 이름의 형체를 만든다는 것은 아직까지도 힘든 일이었다.
마음속으로는, 닳도록 불러본 이름이었는데.
도경수, 따뜻한 목소리로, 경수야, 다정하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온기를 담아서 부른 그의 이름은 여전히 귓가에 남아있었다.
하지만 심장에서부터 목을 타고 넘어와 더럽혀진 목소리는, 거칠고 윤기없는, 모난 애정만이 가득했다.
"...경수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향해 솟아오르는, 내 심장에서부터 끓어넘치는 나의 온기는, 기어코 내 목을 타고 넘어와, 끓는 기름같은 고통을 남기고, 내 목소리에 옮아서,
당신의 이름을 부른다.
조용한 눈짓이 있었다. 천천히 드러난, 나의 우주는 내 눈속에 담겼다. 온연하게 빛나는 검은 빛, 그 빛 만이 내 눈 속에 가득했다.
"...박찬열에게 가야겠어."
깜빡깜빡. 긍정의 눈짓이 이어졌다.
사랑스러운 온기가, 어두침침한 회빛의 공기 사이로 흘러넘쳤다.
종인은 경수에게서 등을 돌리고 한 쪽 무릎을 꿇어앉았다. 경수는 아리송한 얼굴로 엉거주춤하게 몸을 일으키려 했다.
"업혀."
"...아니, 괜찮아.."
"...업혀. 벽 탈 거야."
"그럼 나 두고 가. 나 무거워, 너 위험해.."
"..안 두고 가."
다시는.
마지못해 경수는 종인의 등에 올라탔다. 자그마한 두 손으로 종인의 어깨를 꽉 쥐었다. 종인의 어깨 위로 나리앉는 숨들은 층을 이루며 알 수 없는 쾌한 향을 만들어냈다.
종인은 지하주차장으로 연결된 비상 엘리베이터 쪽으로 다가갔다. 억지로 엘리베이터 문을 열었다. 날카로운 쇠줄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종인은 심호흡을 하고 줄로 뛰어 매달렸다. 경수는 종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작게 반응하며 어깨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매달리는 순간, 덜컹거리며 경수는 아찔한 한숨을 내쉬었다.
"...무서워?"
"...아니.."
대답하면서 경수는 눈을 숙였다. 그런 모습을 고스란히 눈에 담던 종인은 줄을 붙잡고 있던 한 손을 떼어 경수의 하체를 받쳐들었다.
"위험해..!"
경수는 깜짝 놀라며 종인의 손을 다시 떼어내려고 애썼다.
"나 줄타기 잘해. 훈련에서 맨날 일등이었어."
종인은 중얼거리듯 말하며 한 손과 두 다리를 이용해서 줄을 오르기 시작했다.
"....알아. 나도 봤어."
경수는 작게 중얼거렸다.
종인은 지상 삼층에 멈춰선 엘리베이터까지 올라갔다. 병동 건물은 총 오층이었다. 종인은 엘리베이터의 밑바닥에 달린 고리를 잡고 잠시 버텼다. 경수는 차마 아래쪽은 처다보지 못하고, 눈을 꾹 감고 있었다.
"높은 거 무서워해?"
"...그냥. 좋아하진 않아.."
"..그럼 우리 집도, 별로겠다."
종인의 말 한마디에, 경수의 머릿속은 그와 함께 지내던 SAG의 집을 떠올렸다. 지상 20층, 한쪽 벽면이 모두 유리인 집. 의식적으로 그 창 가까이는 가지 않으려고 했었다.
"..이사시켜달라고 하자. 낮은 층으로."
"....."
"..돌아가서."
작은 약속을 하나 만들었다.
그와 나의 미래를 위한.
우리의 우주는 하나가 되어, 수많은 은하 속에서도 서로를 찾는 온기가 되겠노라는, 약속을 했다.
경수는 살풋 웃었다. 차마 그래, 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눈치를 모르는 눈물이 한아름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경수는 살풋 웃었다. 차마 그래, 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눈치를 모르는 눈물이 한아름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종인은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길 기다렸다. 십 분쯤 지나자 엘리베이터 문이 기잉거리는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종인은 긴장을 굳히고 움직이길 기다렸다. 엘리베이터가 작은 미동을 시작하자, 종인은 삼층의 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가볍게 몸을 뛰어 병동 안으로 몸을 넣었다. 지체할 시간도 없이 바로 벽쪽으로 몸을 날렸다. 유리창 하나가 가뿐하게 깨졌다.
외벽으로 붙어있는 난간에 몸을 숨겼다. 이미 CCTV에 흔적이 남았을 테니 시간이 많지 않았다. 종인은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경수는 주체할 수 없는 두려움에 숨 쉬는 법도 잊을 것 같았다. 1분이 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종인은 안정적인 루트를 확보하기 위해 창문이 많이 달린 외벽으로 이동했다. 한 창문을 붙잡고 몸을 올려 다시 밟고, 파이프를 붙잡아 지탱해가며 움직였다. 창문을 통해 찬열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센티넬로 각성이 된 후 시야는 한 창문으로도 병동의 한 층을 뚫어볼 수 있을 만했다.
5층까지 움직였지만 찬열은 보이질 않았다. 종인은 입술을 깨물고 마지막 단을 밟았다. 초록색 바닥이 이곳저곳 까진 옥상이 보였다. 종인은 난간을 넘어 땅을 밟았다. 그때까지도 눈을 꾹 감고 있는 경수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종인은 말했다.
"눈 떠도 돼."
그 말에, 마치 주문이라도 걸린 것처럼 경수는 살며시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바로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종인은 분명 바닥을 밟고 서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경수는 종인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제, 어떻게 해, 하는 눈빛이었다.
"...박찬열을 찾아야지."
그 시각, 찬열은 옥상의 별도 창고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센티넬 부대 하나가 나동글고 있었다. 찬열의 손은 피로 흥건했다. 그는 그 손으로 허벅지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내고 있었다.
"...하..."
예상과는 다르게 한 부대만이 올라왔지만. 둘로 나눠 찬열의 앞과 뒤를 포위하는 전략 때문에 백현이 위험하게 되었다. 찬열은 백현을 앞으로 안아들고 최대한 방어하려고 애썼다.
한 놈씩, 보다는 한꺼번에 많이. 찬열은 그들의 공격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창고 쪽으로 들어와, 폐주사기가 들어있는 상자를 찾아 주사기 하나를 손에 쥐었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대치가 이루어졌고, 두 센티넬이 총을 앞세워 창고로 들어왔다. 들어온 순간, 찬열은 급소에 바늘을 꽂았다. 총을 빼앗아 문 바로 앞에 있던 세 놈을 처치했다. 전면전을 피할 수 없게 되자 백현을 창고 구석에 누여놓고, 창고 문을 뜯어 적들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마지막 센티넬이 총성과 함께 쓰러지자, 찬열 또한 주저앉았다.
"...백현아."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는데.
찬열은 가물거리는 시야를 주체할 수 없었다. 자꾸만 백현이 아른거렸다. 그 하얀 얼굴이, 그 평화로운 미소가, 즐거운 웃음이 아른거렸다.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이는 시야 안에서, 찬열은 백현의 이름을 뱉어냈다. 백현은 역시, 늘 그랬듯이, 조용하게 미소지었다.
찬열은 백현의 손을 더듬거리며 찾아내었다. 차게 식은 손을 덜덜 떨며 쥐었다. 그 손을 제 얼굴에 갖다대었다.
"백현아, 따뜻해. 너는, 백현아. 내 온기야.."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열기(熱氣)야.
나의 열정이 고스란히 베여난, 나의 열기(熱氣).
"박찬열-!!!!"
그 순간, 화한 빛이 창고 안에 무차별적으로 쏟아졌다. 공기 속에서 침전하고 있던 먼지들의 흔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찬열의 찌푸려진 눈동자는 갈빛으로 빛났다.
공허한 눈빛을 마주한 종인은 인상을 쓰며 찬열의 어깨를 붙잡아 일으켰다.
"정신차려, 박찬열!!!"
"......"
"얼른 일어나!!!빠져 나가야지!!!!"
"....백현이가 깨어나질 않아."
"깨어나든 않든, 빠져 나가야지. 같이 나가야지!!!"
"..그럼, 나도 깨어나지 않아야 해."
"..박찬열...!"
"..박찬열.."
자그맣게 흘러나온 목소리에 찬열은 고개를 들었다. 경수였다. 처음 보자마자, 참 알수 없는 일이지만, 백현이 생각난 사람이었다. 피부가 하얗고 왜소한 체걱이라는 점 말고는 닮은 점이 거의 없는데도, 찬열은 자주 경수에게서 백현을 보았다. 순해 보이지만 강직하고 고집있는 성격이라던가, 웃을 때 싱그러워지는 분위기라던가. 찬열은 경수가 움직이고, 말하는 모든 순간에서 백현을 찾았다. 백현이 이런 말을 했었지. 이랬었지, 백현이...찬열은 다시금 그 환영에 젖어들었다.
"나가자. 나가서, 깨우자. 그만 일어나, 그렇게 말해줘. 여기서 나간 다음에, 그렇게..."
경수는 촉촉해진 눈가를 닦아내며 찬열에게 손을 내밀었다.
찬열은 그런 경수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시선을 내렸다.
잠들어있는 그의 체온이 있었다.
편안한 미소를 띈 백현이 있었다.
찬열은 몸을 일으켜 다시 백현을 안아들었다. 종인은 그를 엄호하며 난간까지 이동했다. 경수는 종인의 허리춤에 손을 얹고, 한시도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그 순간,
탕.
총성이 울렸다.
묵직한 힘에 의해 종인은 떠밀려 넘어졌다. 경수도 덩달아 바닥을 뒹굴었다. 총탄의 매케한 연기 줄기가 희미하게 보였다.
"....."
"......"
찬열은 우두커니 서 있었다. 갓 솟아나온 피가 그의 발 밑으로 뚝뚝 떨어졌다.
".....박.."
"....백현아."
건조한 목소리가 종인의 말을 막았다. 파삭하게 말라버린 음성이 백현의 이름을 불렀다. 종인과 경수는 그제서야 백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백현의 어깨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얀 병원복이 순식간에 검붉게 물들었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총탄은 그렇지 않았다.
두 번째 총성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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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그니에요!!!이번주에 공연이 하나 있어서 정말 정신없이 지냈다느유ㅠㅠㅠㅠㅠ엄청 바빴어요 연습하느라 힘들구ㅠㅠㅠ잉ㅇ잉
그래서 찬백이들 이걸 어쩔까..고민하다가 탄생한 결말입니당
사실 이 편 쓰면서 생각을 계속 했거든뇨 그래서 딱 이래야겠다!!라고 거의 확정하고 글을 쓴느데???
마지막 다섯 줄 쓰면서 생각이 바뀌려고 하네...이걸 어쩌눼.......
외벽으로 붙어있는 난간에 몸을 숨겼다. 이미 CCTV에 흔적이 남았을 테니 시간이 많지 않았다. 종인은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경수는 주체할 수 없는 두려움에 숨 쉬는 법도 잊을 것 같았다. 1분이 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종인은 안정적인 루트를 확보하기 위해 창문이 많이 달린 외벽으로 이동했다. 한 창문을 붙잡고 몸을 올려 다시 밟고, 파이프를 붙잡아 지탱해가며 움직였다. 창문을 통해 찬열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센티넬로 각성이 된 후 시야는 한 창문으로도 병동의 한 층을 뚫어볼 수 있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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