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아카데미, 기이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상태를 연구하여 결론내린 바, 동물들의 야생적인 특징과 닮아 있다고 해서 그들의 힘으로 세워진 거대한 사립학원. 이전에는 자신의 능력을 아는 사람들만이 마음대로 입학했지만, 국가의 판단에 따라 일반인에 비해 너무 위험하다는 이유로 많은 와일드인은 강제로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되고, 이 사실을 숨기고 입학을 거부할 경우에는 재판을 받아 능력의 위험수치에 따라 그만한 처벌을 받게 된다.
그리고 나는, 와일드아카데미에 입학을 거부하기 전에, 살인미수로 끌려가게 생겼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고 말하기도 뭣한 게, 나는 이전부터 나에게 늘 시비를 걸어오던 애들이 몇명씩 존재했기 때문에 늘 하던대로 그들에게 상대를 해 줬을 뿐이다. 몇마디 욕설이 오가고 그 애의 주먹이 나간 게 조금 흠이긴 했다. 주먹을 맞을 뻔 했고, 나는 실수로 독을 쏘아 그 애를 맞춰버렸다. 그 애는 얼굴이 하얗게 변해 쓰러지고…… 그 이후는 정말 난리가 나도록 흘러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다.
일주일만에 모든 친구들이 떨어져 나가고, 선생님들은 두려워 가까이 하지 않고, 내 반 분위기는 최악으로 흘렀다. 뱀독을 맞은 그 애는 곧바로 병원에 실려가서 응급처치를 받았고, 지금은 쇼크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죽고 싶다. 학교 가기 싫다.
"왜 와일드아카데미에 가지 않았니?"
일주일만에 담임선생님이 물어왔다. 그거야 당연히, 선생님이라면 가고 싶으시겠어요? 하고 되물으려다 예의가 없을 것 같아 참았다. 사람들은 와일드인을 바라볼 때 시선이 다르다. 약간의 경멸과 그보다 조금 더 많은 공포, 모멸감, 그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이 그들에게 싸여져 있다. 나는 그걸 열 세살때 이미 알았다. 그리고 다짐했겠지. 절대로 와일드아카데미에는 얼씬도 하지 않겠다고.
"……선생님, 저는 어떻게 되나요?"
"……미안하지만, 그쪽 부모님이 가만히 계시질 않을 것 같구나. 그리고…… 여주야, 너도 잘 알잖니. 이번 사건에 사용된 비용이 어디서 나온건지."
입을 더 열지 않았다. 감정이 형용되지 않을 정도로 더러웠다.
*
"야 빵, 너네반에 새 전학생 온다면서?"
"전학생이냐, 편입생이지."
"늘 느끼는건데 이 학원 너무 딱딱하지 않냐. 새로 들어오는 애한테 편입이 뭐냐. 기계적인 시스템이다 정말로."
"나도 늘 느끼는건데 넌 왜 맨날 빵이냐. 너희반 애들한테도 이러냐?"
"넌 빵이니까."
"그래라."
거대한 교무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라고 치기에는 아이러니하다. 힘찬은 씩 웃어보이고는 제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반으로 향한다. 용국은 그 사이에 이전에 보았던 그 학생의 이름을 다시 한 번 읽는다. 김여주, 살무사과 독 발달…… 헛웃음이 나왔다. 위험으로 따지자면 최상위에 속할 정도인데 어떻게 입학을 하지 않고 버틸 생각을 했던건지 궁금해진다. 물론 힘찬이나 자신이나, 강제로 입학해서 이곳에 머무는 건 사실이지만.
아마 3년 전에도 이런 편입생이 한 명 있었다. 그것도 용국의 반이었다. 그 애는 굉장히 부정적인 표정을 하고 부정적인 말투로 자신의 편입을 부정했다. 위험도가 높지 않은 능력이었지만 그 애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본인이 밤에 잘 보이니까 도둑질 하는 게 염려돼서 편입시키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고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별 시덥잖은. 용국은 당시에는 진지하게 들어줬지만 이후에 집에 가서 곱씹을 때 웃겨서 잠을 못 잤다. 지금 D학년이니까, 벌써 성인이다.
그 때 우연처럼 교무실 앞문이 열린다. 여학생 하나가 D학년 4반 강인수 교사에게로 향한다.
"선생님, 정대현이랑 유영재 싸워요!"
*
고등학생도 아니고 나이로 치면 사회생활할 애들도 섞인 반 학생이 왜 굳이 교무실까지 찾아와 싸우는 걸 보고하느냐. 이유는 간단하다. 여기 애들이 싸우는 건 기물파손의 염려가 있다. 방관 시 그 학년 그 반이나 그 교실의 학생 모두에게 징계가 내려진다. 특히 물리계 애들이 싸우면 난리는 더 심하다. 강인수 교사가 뛰어 간 곳에는 능력치 말고 정말 생으로 말싸움을 하는 진풍경을 맞이할 수 있었다.
"예지야."
"……네."
"물리계 애들 싸우면 보고해라."
분명 싸우기 직전까지는 서로 일어나서 난리도 아니었는데. 위험능력이 아니어서인지 치고박고 싸우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강인수 교사는 교무실로 돌아가면서 4층 계단을 뛰어온 것을 후회했다. 예지라는 학생 역시나 괜히 보고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친구가 옆에 붙어서 물어온다. 뭐래? 물리계 애들 싸우면 말하란다. 하긴. 둘의 싸움에선 욕이 빠지지 않았고 주변 학생들은 너무도 익숙한 광경에 그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맨날 지 잘못은 인정도 안하는 새끼야!"
"너는 하냐? 맨날 수업시간에 잘 변하고 있냐고 묻기만 하고 처자는 새끼가!"
"대답은 해 줬냐? 존나 벽이신줄!"
"미안하다! 내가 낮에는 눈이 안 보여서요~"
"개 부정적인 새끼."
"니가 먼저 편입생 무시했잖아 개새끼야."
"카멜레온새끼거든."
"이름 길어서 좋겠다."
그들의 머리 뒤에 얇은 매가 휘둘리더니 뒷통수를 두 대 가격했다. 돌아보니 수업하러 가던 힘찬이었다. 너네는 맨날 싸우냐. 한심한 목소리에 대현과 영재가 동시에 언성을 높이며 스스로를 변호하려다 한 대 씩 더 맞았다.
"왜 싸우냐 얘네?"
"유영재가 편입생 무시했거든요!"
"니가 잘못했네."
힘찬이 한 대 더 때렸다. 그럼 영재는 또 궁시렁거리며 스스로를 변호한다. 무시한 게 아니고, 이번에 새로 들어오는 걔는 진짜 입학 시기에 하나도 안 맞게 편입하는 거 보니까 진짜 여기 들어오기 싫었나 보다고, 편입 왜 하냐고…… 힘찬이 가만히 듣더니 대현을 때렸다. 아 왜 때려요! 너도 잘못했잖아. 대현 역시 입을 다물었다.
"근데 벌써 소문이 여기까지 퍼졌냐?"
"걔 살무사라던데요. 엄청 위험하잖아."
저 멀리서 자그마한 여학생의 목소리가 들린다. 온 교실에서 놀라는 소리가 여기저기 터진다. 대현 역시 두 눈을 크게 떴고, 영재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맞고 있었나 보네요?
"뭐라고?"
"맞고 있었겠다고. 살무사라면서. 아무때나 막 독 쏘는 애들 아니거든. 누가 때리려고 했겠지. 불쌍하게 됐다."
"태도 변하는 속도도 카멜레온이네."
다시 둘의 싸움이 재점화되기 전에, 힘찬이 둘을 말리며 조용히 시켰다. 힘찬이 생각해도 좀 스케일이 남다른 학생이다 싶기도 하고. 애초에 뱀독을 가진 학생이 그걸 숨기는 것도 대단하지만, 입학을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는건 입학을 거부했다는 뜻이니, 입학 거부를 하려고 마음먹었다는것 자체도 참 대단한 행동이다 싶었다.
"얘들아, 그거 말하고 다니지 마라."
"왜요?"
"걔 담임이 빵선생이거든. 뒷얘기 하다가 걸리면 큰일나."
온 교실이 싸하다. 힘찬은 분위기를 얼려놓고는 유유히 퇴장했다. 그리고 선배들한테 잘못 인식돼서 힘들게 됐다, 싶었다.
*
~와일드 아카데미 노트~
김힘찬-물리계 교사, 고양이과 발톱 발달, C학년 1반 담임
정대현-감각계 학생, 고양이과 야행성 시각 발달, D학년 4반-편입학생
유영재-변화계 학생, 카멜레온과 보호색 발달, D학년 4반
김여주-종합계 학생, 살무사과 독 발달, A학년 2반
강인수-물리계 교사, 고양이과 이동속도 발달, D학년 4반 담임
김예지-감각계 학생, 종합 돌고래과 청력 발달, D학년 4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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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와아예요!!! 빨리 왔죠!!!!
저는 설날 전까지는 스피드를 내서 어느 정도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싶어요... 옴니버스 아니고 스토리 맞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이 제 예상보다 많아서 정말정말 감동했습니다ㅠㅠㅠ 절 드리고 싶어요...설에 어느 방향에 계신지 말씀해 주세요 절 해 드리게ㅠㅠㅠ
아무튼!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