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1210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신이시여 전체글ll조회 419
그녀를 대리고 모텔을 나선 건 정오가 다 되어서였다.
계획대로라면 한참도 전에 나왔어야 했겠지만.
밤새 땀으로 흥건히 목욕을 한 그녀를 도저히 그냥 대리고 나올 수가 없었다.
뭐 그런 이유로 한참이 지체되고 만 것이다.
머리는 제멋대로 뻗쳐있는 데다가 눈꼽 까지 끼어있는 여자아이.
그대로 거리에 나왔단 웃음거리가 될 뿐이었다.
거기다 민폐겠지.

모텔을 나와
정오의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예리는 꼭 엄마가 장보는데 따라다니는 어린아이처럼.
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뭐하자는 거지?

“예리야. 일단 네 속옷부터 사자. 옷차림이 좀”

그녀가 속옷을 입지 않았다는 것이 다시 떠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내 말을 듣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내 주위를 빙빙 돌면서 두리번거리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왜 그래? 이상한 거라도 있어?”

“아니. 너 누구한테 말 한 거야?

“당연히 너한테 말했지.. 여기에 예리라는 이름이 또 있냐?”

“아!”

그녀는 손바닥을 쫙 마주치더니. 그 제서야 이해했다는 얼굴로 말했다.

“맞다. 내 이름이 예리지.”

“........”

분명히 이름이 불리는 것이 어색한 모양이었다. 하긴 예리는 “Z” 에서는 00367 이라는 번호로 불린 것 같고, 그녀의 부모라는 것들은 당연히 이름을 불러줬을 것 같지 않았다.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서예리... 네 이름에 익숙해 져야지. 바보”

내가 싱긋 웃으며 말해주자 예리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모기한만 소리로 중얼 거렸다.

“이름 불리는 거 처음인걸..”

비록 무표정한 얼굴로 중얼 거렸으나.
역시 눈에 띄는 미모 탓에.
너무나 귀여워 보였으므로 볼이라도 꼬집어 주고 싶었지만.
보복이 두려워서 참아야 했다.

아아. 막 말을 배운 아이가. 엄마 엄마라고 할 때의 기분이 이럴 것이리라.
그러고 보면 난 조금 큰 아기를 보살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튼 일단 속옷부터 사자고. 티셔츠만 그냥 입으니까 좀 매우...”

그래.
솔직히 시선처리가 매우 힘들다.
티셔츠에 봉긋 솟아있는.
그것은.
사람을 미치게 하는 특성이 있다.

내말에 그녀는 고개를 숙이더니 옷차림을 내려다보았다.
한참을 내려 보고 서있다. 한참을.

“그만 봐.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그 치만 아무리 봐도 안 이상한데?”

.
.
뭐 그녀가 그런 부분까지 신경 쓸 수 있을 정도로 상식이 풍부했다면.
아마 이세상은 벌써 파안에 의해 종말 했을 꺼다.
나는 그렇게 스스로 납득하며 말했다.

“내가 속옷을 사줄 테니까. 입어보면 느낌부터가 다를 거야”

물론 여자 속옷을 입어본적은 없다.
그러나 그 정도야 상식이다.
아니라고?
누구야 너.

그녀는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특유의 표정으로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속옷? 아까부터 속옷 이라고 하는데. 뭐야 그게?”

“곧 알 게 될 거야”

그렇게 말하곤 조금을 걷다보니 어렵지 않게 속옷가게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마네킹에 브라와 팬티를 입혀서 윈도우 앞 에 진열 해 논 모습은 다른 가게와 다를 것이 없었지만. 바로 그 다를 것이 없는 점이 남자가 가게 안으로 발을 들이는 걸 방해하고 있었다.
왜냐고? 당연히 민망하니까..

그래도 일단 민망한 시선처리를 위해서 속옷을 입혀야 한다.
난 그녀를 끌고 당당하게 들어갔다.
그래.
문 앞까지만 당당했다.

안으로 들어감과 동시에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시선 둘 곳이 마땅치 않다.
사방이 속옷이야.

“어서 오세요”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게의 여주인은.
웃으면서 손님을 맞이했다.
하지만 나는 감히 주인을 쳐다보지도 못하곤 땅을 보면서 말했다.
아마 개미 소리만한 목소리였을 거다.

“저.... 얘한테 맞을 속옷 좀.”

“아. 이리오세요”

내 태도에
여주인은 뭔가 알았다는 듯.
나를 그냥 두곤 활짝 웃으며 예리를 불렀다.

“.......”

하지만 그녀는 가지 않았다.
내 뒤에 서서 주인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의아해진 나는 그녀에게 돌아서서 이유를 물었다.

“왜 그래?”

“인간 말 듣기 싫어. 죽일 거야”

그녀의 말은 거의 테러였다.
나는 당황해서 황급히 예리의 입을 막았지만 이미 가게주인은 들어버린 후였다.
나는 그녀를 끌고 재빨리 가게를 나와 버렸다.

“왜 그러는 거야...”

“인간 싫어. 나한테 말 시켰어. 죽일 거야”

“.............”

순식간에 예리에게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어느새 눈까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파안이다.

“알았어. 알았어.
너한테 말시켰다는 이유로 그렇게 무서운 표정 짓지 말고. 꼭 사야 되니까. 좀만 참아.“

“싫어”

“그러지 말고. 부탁할 테니까.”

살기를 풀풀 풍기는 예리의 어깨를 잡고 다독거리며 부탁하였다.
그러자 조금은 진정이 되었는지. 나를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그렇게 사고 싶어?.”

“응.!!”

“알았어..”

그녀는 결국 승낙해주었다.
비록 무척이나 싫은 기색이 역력하였지만 말이다.

생각해보면 그녀가 입을 속옷을 사는데
이렇게 까지 부탁해야 한다는 건 너무나 아이러니다.
하지만 감히 그것을 따지는 짓은 하지 않았다.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튼 예리를 이끌고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가게 주인은 다시 들어온 우리를 보더니 눈살을 찌뿌린다.
아까 그녀가 한 말 때문에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가게주인의 귓가에 대고 변명을 늘어놓았다.

“제 동생인데요.. 조금. 정신이. 척 봐도 아시겠죠?”

예리를 정신병자 취급해버린 나.
본인이 듣는다면. 나는 정말 살해당해 버릴 꺼다.
하지만 내말을 들은 가게주인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동정한다는 눈빛을 보냈다.

“어쩐지. 청년도 힘들겠어...”

예리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눈망울을 크게 뜨고는 나와 가게주인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녀가 아무리 인간을 뛰어넘는 운동신경을 가진 괴물이어도 귓속말이야 못 들었겠지.

그래도 혹시나 눈치 채면 곤란했으므로 나는 황급히 팔을 내저으며 화제를 바꾸었다.

“힘들긴요. 하하. 그거보다 맞을 만한 속옷 좀 입혀주세요. ”

계속 불쾌하게 서 있는 예리의 등을 조심스럽게 가게주인에게 떠밀었다.
그러자 예리는 고개를 돌려 나를 힐끗 쳐다본다.
싫다는 의사표시인 듯하였다.
그러나 그놈의 속옷을 꼭 사고야 말겠다는
이쯤 되면 거의 고집에 가까운 의지를 불태우며 나는 그녀의 시선을 애써 무시해 버렸다.

“아가씨. 이리와요. 딱 보니까 이정도면 될 것 같아.”

가게주인은 자신이 까딱하면 죽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전혀 느끼지 못한 체 진열대의 선반에 놓여 있는 속옷 한 세트를 꺼내주었다. 덕분에 나는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제발 가게주인이 예리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기도 할 뿐이었다. 그러나 나의 바람이 무참히 짓밟히는 건 한순간 이었다.

“이리와. 입어보자.”

가게주인이 그렇게 말하며 예리의 손을 잡더니 탈의실로 대리고 들어가려고 한 것 이었다. 가게주인이야 전혀 악의가 없는 것이 당연했지만. 그녀는 가게주인의 손을 뿌리쳐 버렸다.
완전히 벌레 씹은 표정이었다.
사람 자체를 싫어하는 그녀다.
하물며 자신을 만지는 데는 연구소나 어릴 때의 기억때문인지 극도로 예민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았다.
어째서인지 나는 예외가 되 버렸지만.

어쨌든 상황이 좋지 않았다.
보통 사람의 극도의 예민 반응이라면 화를 내는 정도겠지만,
그녀의 경우에는 모든 것의 파괴로 이어진다.
때문에 나는 급히 예리를 막아보려고 하였으나,
가게주인은 한술 더 떠서 예리에게 짜증을 내버렸다.
탈의실로 대려 가기위해 손을 잡은 것뿐인데 확 뿌리쳐 버리자 화가 난 것이리라.

“아니 정신이 이상하다고 해서. 곱게 봐주려고 했더니 도저히 안 되겠네. 버릇없는 것이..”

하지만 가게주인이 짜증을 낸 상대가 너무 안 좋았다.
뭐 어떻게 말려볼 사이도 없이.
가게주인의 머리 부분이 터져 버렸다.
아주 훌륭한 분수처럼 피가 솟구쳤다.
이빨조각들이 유리에 부딪혀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깨져버린다.
그냥 몸 전체를 폭사시킨 것 보다 더 보기 안 좋은 장면 이다.
머리만이 피를 뿌리며 살점으로 바뀌고.
목과 몸은 그대로 서 있는 장면이라는 것은.
이미 그녀가 사람을 죽이는 모습에 어느 정도 익숙해 있는 나조차도 구역질이 올라왔다.

나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한숨과 함께 머리를 감싸 쥐었다가.
그녀의 손을 잡고는 가게 밖으로 냅다 뛰어서 거리를 가로 질렀다.
한참을 뛰다가 그곳 가게와 어느 정도 멀어 졌다고 생각되자 멈춰 서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헉...헉..”

“갑자기 왜 뛰는데?”

그녀는 후련한 표정이었다.
사람을 죽여 놓고. 아무 죄 없는 사람을 죽여 놓고 그런 표정을 짓는 게 아냐!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소리쳐 버렸다.

“됐어! 이 살인마야. 그렇게 참으라고 햇는데 그것도 못 들어 주냐고. 정말 미치겠네”

“살인마? 미쳐?. 지금 나한테 욕 한거야?”

내말을 듣자.
원래도 감정 없어 보이는 예리의 얼굴이 순식간에 두 배는 어두워져 버렸다.
무표정한 얼굴이 어두워지기 까지 하자 상당히 공포스러움을 자아내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그녀의 얼굴을 감상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아니.. 그러니까..”

“역시 인간은 똑같아...”

“아냐. 네 가 너무 사람을 쉽게 죽이는 것 같아서.....”

“똑같아..”

“아니라니까..”

“똑같아..”

아니라고 해보았지만 예리의 표정은 더 차가워지기만 할 뿐이었다.
심각했다. 겨우 믿어 주었는데.
말 한마디로 옛날로 돌아갈 순 없는 것이다.
게다가 살인마라고 그랬다고 그렇게 화낼 껀 뭐란 말이야..
사실 이잖아.

하지만 그녀가 욕을 듣는 것에 강박관념이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말한 건 분명 실수였다.

“예리야 ..”

“똑같아.”

나는 예리를 껴안아 버렸다. 갑자기 다가가 덥석 껴안았다.
지나다니던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예리는 나를 때어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똑같아” 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안 똑 같아. 네 가 지금까지 들은 욕은 나쁜 거지만. 내가 한 말은 네가 조금은 살인을 덜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한 말이야. 욕 같은 것이 아니라고. 욕은 예리를 싫어하는 사람이 쓰는 거야. 나는 예리를 싫어하지 않으니까, 욕이 아냐.”

“........”

솔직히 조금 자기합리화 적인 발언인데다가 논리도 맞지 않았지만.
그녀에게는 먹혀들었는지 계속 반복하던 “똑같아” 라는 말을 멈추었다.

“싫은 게 아냐? 욕한 게 아냐?”

“당연하지. 내가 너를 싫어 할 리가 없잖아?”

그녀의 거친 머리 결을 다정하게 쓸어내려 주며 토닥거리자.
그녀도 진정이 된 것 같았다.
조금씩 풍기던 살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그녀는 아기다.
정에 굶주렸기 때문에.
이럴 때는 따뜻함을 주는 게 최고의 방법이다.

그녀를 다루는 100가지 방법이라도 써서 출판해볼까.
“알았어.”

그녀는 안긴 상태에서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며 대답해 주었다.
겨우 오해 같지 않은 오해를 풀었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조심히 그녀를 때어내었다.
그녀는 그런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지척에서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괜히 기분이 이상해 졌다.
다시금 가슴이 뛰는 것 같은.
그런 이상한 기분.

그녀의 눈망울이.
그녀의 표정이.
너무 진지했다.
.
.

“자 다른 속옷가게 가자. 이번에는 사고야 말 거야”

속옷에 너무 의지를 불태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렴 어떠냐.
나는 힘차게 양팔을 휘저으며 다른 속옷가게를 찾으러 전진했다.
거기에는 괜히 이상해진 기분을 전환하려는 의도적인 행동도 숨어 있었다.

상당한 거리를 걸은 끝에.
드디어 다른 속옷가게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아까의 가게와 별 다른 점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리를 나두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그녀를 대리고 들어가 봐야 100% 사고를 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 그냥 조금 민망한 것이 훨씬 낳다.

“예리야. 나 혼자 들어가서 사올 테니까. 여기에 그대로 있어야 돼. 절대 사람 죽이면 안돼”

아까랑 비슷한 가게가 눈앞에 보이자 노골적으로 싫은 기색을 보이던 그녀는
내가 들어오지 말하고 하자 좋은 모양이었다.

“알았어”

“사람 안 죽일꺼지..?”

“........”

대답이 없다. 들어오지 말라고 하니까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사람 좀 죽이지 말라니까 아무 말 없는 건 뭐냐고.

“그러니까. 내가 나올 때까지만 이라도 가만히 있어야 돼. ”

“............알았어”

그녀는 매우 고민하는 것 같더니 마지못해 대답했다.
대답은 들었지만 전혀 미덥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최대한 빨리 움직였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 아까 전에 살해당한 가게주인이 보여 주었던 것과 똑같은 속옷세트를 발견하고는 부리나케 계산을 하였다.
그리고 다시 뛰쳐나왔다.
서두르는 나를 여점원이 이상하게 쳐다보았지만.
무시해 버렸다.
가게 문을 열자 거리가 보였다.
그녀는 다행히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였다.
거기까지는 아무 문제없었지만.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빌어먹을..

그녀 또래의 소년2명이 예리에게 막 말을 걸고 있었던 것이다.

“안돼!! 스톱!!”

“뭐야?”

내가 다급하게 소리치자 소년 2명이 돌아보았다.
아마 예리에게 헌팅이라도 한 거겠지.

“뭐긴 뭐야. 그 애한테서 떨어져!”

“뭐야? 여자 속옷이나 들고 있는 주제에. 이 여자가 네꺼라도 되냐?”

소년중 하나가 내손에 들려있는 속옷상자를 보며 빈정거렸다.
조금 짜증이 나려고 했지만 참기로 했다.
예리를 막아야 했기 때문에 일일이 대꾸해줄 시간 따윈 없다.
나는 일단 소년들을 노려보고 있는 예리의 시선을 나에게로 돌렸다.

“예리야. 이거 봐라. 이게 속옷이야!”

상당히 쪽팔리는 대사였지만.
예리는 시선을 돌려 나를 응시했다.
조금 황당하다는 듯이 서있는 소년들을 뒤로 하고.
그녀의 손을 잡고는 또다시 마구 뛰기 시작했다.

힘들구만...
소년들이 뭐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쫓아오지만 않았다.
나는 네놈들의 목숨을 구해주었다고. 하아.
평생 고마워해야지 어디서 소리를 질러.

그 녀석들이 보이지 않자.
나는 뛰기를 멈췄다.

“하악....하악....”

무리하게 뛰었기 때문인지 숨이 거칠어 졌다.
그녀는 그런 나를 보며 얄미운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왜 뛰어? 만날 뛰기만 해. 빠르지도 않으면서.”

“아 그냐? 너 가 그 소년들을 죽일까봐 뛰었지.”

“안 죽여. 참고 있었어”

오. 왠일이냐.
나는 그녀의 입에서 나 온말 치고는 보기 드물게 기특한 말이어서 감격하고 말았다.

“네가 (가게 안에서) 나올 때까지만 참으라고 했으니까. 이제는 죽일 거야”

기특하긴 뭐가 기특해.
나는 방금한 말을 마음속으로 갈기 발기 찢어 버렸다.
나오는 건 한숨 뿐.
예리는 그렇게 말하며 우리가 뛰어왔던 방향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다시 돌아가 죽인다고 할까봐 나는 그녀의 관심을 돌리고자 다급히 속옷을 들이 대었다.

“아까 개 네들은 잊고. 자. 속옷 입어보자.”

물론 관심을 돌리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사실 이 말이 나의 본심이자 지금으로선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게 속옷이야?”

속옷이 들어 있는 조그마한 상자를 보이며 말하자, 그녀는 상자를 가리키며 물어보았다.

“정확히는. 이안에 든 것이 속옷이야. ”

예리에게 속옷상자를 건네주자 조금은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한참을 뚫어져라 관찰하였다.
우리가 서있는 바로 옆에 있던 건물 안으로 들어가 화장실을 찾았다. 그녀는 상자를 바라보며 눈을 때지를 않았기 때문에 팔을 잡고는 거의 질질 끌다시피 해서 대려 와야 했다.

“예리야. 저기 화장실에 들어가서. 그 속옷을 입구와”

“이걸 입어?”

“응. 거기 그림처럼 입으면 돼”

마침 상자의 아래 부분에는 여자모델이 브라자와 팬티만을 착용하고 몸매 자랑을 하고 있는 사진이 박혀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 하며 예리의 등을 화장실 안으로 떠밀었다.

“빨리 갈아 입구 와”

예리는 결국 얼떨떨하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나는 드디어 속옷을 입혔다는 성취욕에 들떠. 여자 화장실 입구를 왔다 갔다 거렸다.
사람이 별로 없는 건물이라 다행이지. 누가 봤으면 변태라고 오해하고는 신고해도 변명할 길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런저런 쓰잘데없는 생각을 하며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그녀는 나오지 않았다.
또 뭔가 사고 친 것 아냐?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목청을 돋구어 화장실 안에다 소리쳤다.

“예리야. 아직 멀었어?”

하지만 대답이 없었다.
어쩔 수 없다.
들어가는 거다.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고. 그녀를 혼자 두는 건 여러모로 걱정돼서 나는 결심을 해야 했다.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금남의 영역에 발을 내밀었다. 일단 발을 내밀었더니 용기가 샘솟아서(?) 별 망설임 없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화장실 안에서는 싱거울 정도로 아무 일도 없었다. 그저 예리가 거울을 바라보며 한손에는 속옷상자를 들고서 멍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뭐하고 있는 거야? 그거 입으라니까.. 불러도 대답도 안하고.”

“어떻게?”

그녀의 한마디에 힘이 쭉 빠져 버렸다.
여자 화장실에 오래있고 싶은 생각은 없다. 만약에 누군가 들어와 나를 보고는 꺄악 하고 소리 지르며 나가게 만드는 상황을 연출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런 이유로 일일이 속옷을 입는 법을 가르쳐 줄 시간이 없었다.

“그거 좀 줘 바.”

“응”

예리는 나에게 속옷상자를 건네주었고. 나는 그것을 열어 팬티와 브라자를 꺼내었다.
그중에 일단 브라자를 들어올렸다. 기분이 매우 묘했다.

“이..이건 가슴에다 입는 거야”

“??”

그녀는 당연히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내손에 들려있는 브라자와 나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본다.

“뒤 돌아 서봐”

“응”

그냥 눈 딱 감고 직접 입혀주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입는 방법을 설명해줄 정도로 여자 속옷에 대해 아는 것도 없다. 아아. 곤란해라. 게다가 언제 다른 사람이 들어올지 몰랐기 때문에 초조하기 까지 했다. 그녀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뒤 돌아 섰다. 긴 머리가 그녀의 엉덩이 부근까지 내려와 있다.

“예리야. 저기.. 티셔츠좀 벗어볼래...”

조금 주저하며 말을 꺼냈다.
하지만 정작 예리는 아무 망설임 없이 티셔츠를 벗어버렸다. 긴 머리 사이로 그녀의 속살이 보인다. 자잘한 흉터들과 함께.
나는 조심스럽게 브라자를 그녀의 가슴부근까지 내렸다. 그리고는 가슴위에다 맞추었다. 브라자가 그녀의 가슴에 닿자 은근히 감촉이 전해져 왔다. 얼굴이 일순간 달아올랐다.
나는 정신을 딴 곳에 집중하려고 고개를 돌렸으나. 그만 거울에 비춘 그녀의 옆모습을 보고 말았다. 더 몽롱해지는 느낌. 나는 황급히 눈을 때버렸다.

아기다. 아기다. 그녀는 아기야.
바보 같은 자기암시를 걸며. 겨우겨우 후크를 채우는데 까지 성공했다. 마구 해쳐진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정돈 시킨 다음에 손을 때었다. 조금 헐거운 것 같기도 하였지만 얼추 맞는 것 같으니 상관없겠지.

그녀는 이 과정을 거울을 통해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내시선이 언뜻 거울에 비친 그녀의 눈과 마주쳤다.

그러자 그녀가 황급히 고개를 숙여 버렸다.
너무나 의외의 반응 이었다.
나는 한동안 할 말을 잃어 버렸다.
.
.
.
이외이긴 하지만 깊게 생각할일 까진 아니잖아?

“예리야. 빨리 티셔츠 입어”

“응”

내말에 예리는 들고 있던 티셔츠를 입었다. 티셔츠가 스르르 떨어져 내리며 그녀의 속살을 감추어 주었다.
이제는 팬티를 입혀야 했으나. 이것도 입혀주다가는 미쳐버릴 것 같았기에 입는 법을 가르쳐 주기로 했다. 팬티 입는 법이야. 어려울 것도 없으니까.

“예리야 이건 바지 아래에다 입는 건데. 이쪽이 앞이고.. 어쩌구 저쩌구”

나는 팬티를 손에 들고는 주절주절 설명을 늘어놓았다.
여자팬티를 들고는 여자화장실에서 주절주절 거리는 모습만 보면 완전 변태 그 자체였다. 설명을 마친 후 그녀의 손에 팬티를 쥐어주고는 도망치듯이 화장실을 나와 버렸다.

“헉..헉...죽겠네”

벽 쪽에 붙어있는 조그만 창문을 열고 차디찬 겨울의 바람을 맞았다. 그렇게 하니 달아오르는 열기가 어느 정도 누그려 졌다. 18살 건강한 여성의 알몸은. 아무리 상대를 아기같이 생각하려고 해도 참기 어려운 것이었다. 찬바람과 함께 조금 진정하고 있으려니까 그녀가 화장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속옷 입으니까 기분이 어때?”

“걷기 편해”

편한 거야 당연하지.

“그렇지?”

“응”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배우/주지훈] 시간 낭비 _ #015
12.03 00:21 l 워커홀릭
[김남준] 남친이 잠수 이별을 했다_단편
08.01 05:32 l 김민짱
[전정국] 형사로 나타난 그 녀석_단편 2
06.12 03:22 l 김민짱
[김석진] 전역한 오빠가 옥탑방으로 돌아왔다_단편 4
05.28 00:53 l 김민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一3
01.14 01:10 l 도비
[김선호] 13살이면 뭐 괜찮지 않나? 001
01.09 16:25 l 콩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2
12.29 20:5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九1
12.16 22:46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八2
12.10 22:3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七2
12.05 01:4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六4
11.25 01:33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五2
11.07 12:07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四
11.04 14:5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三
11.03 00:2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二
11.01 11:0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一
10.31 11:18 l 도비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24
10.16 16:52 l 유쏘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73
08.01 06:37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22
07.30 03:38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18
07.26 01:57 l 콩딱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20
07.20 16:03 l 이바라기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192
05.20 13:38 l 이바라기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8
04.30 18:59 l 콩딱
/
11.04 17:54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1.04 17:53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13
03.21 03:16 l 꽁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
03.10 05:15 l 콩딱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