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애 |
대학교를 처음 입학해서 엄청 떨리고 설레는 마음이었다. 입학식이 끝나고 뒷풀이를 하러가는데, 어떤 여자애가 나한테 다가와서 전화 잠시만 빌려달라고 말했다. 나는 흔쾌히 같은 과니까, 친하지도 않았지만 빌려주었다. 나에게서 핸드폰을 건네받고는 나와 좀 멀리떨어진 곳에서 전화를 했다. 전화하는 그 애의 표정은 약간 심각해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음 보는 내가 무슨일 있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그 애를 보냈다. 그래도 아까 핸드폰 빌려 준 것을 계기로 조금이라도 가까워 지고 싶어서 뒷풀이 때 그 애에게 어떻게 처음에 말을 걸까 하고 생각했다. '나 아까 핸드폰 빌려준 앤데, 우리 친하게 지내자' , '아까 무슨 전화였어?' 이렇게 나름 고민을 했었는데, 그 애는 뒷풀이 때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 하고, 첫 개강날 이었다. 전공 수업 때, 그 때 오랜만에 그 애를 보았다. 그 커다란 강의실에 그 애와 나. 이렇게 둘이 있는 것 처럼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자꾸 시선이 그 애에게로 가서, 그 애도 내가 자신을 보는 것이 눈치 챘는지 나에게 먼저 입모양으로 '안녕'이라고 인사를 해주었다. 나는 그저 좋아서 웃으며 '안녕'이라고 했다. 그 뒤로 몇번 마주칠 때면 간단한 인사 정도만 했지 그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그 애는 그 뒤로 엠티에도 오지 않았고 동기들과의 술자리는 커녕 여자애들끼리의 모임도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 애가 어디사는지를 아는 애들도 한명도 없었고 친한 애들이 없어서 단체 모임이 있을 때면 골치 아프기도 했다. 결국 학회장선배에게 그 애 이야기를 하면, 그 애가 선배에게 '단체모임 참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라고 먼저 말했다고 했고 선배도 그 애만의 특별한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굳이 캐묻지 않았다고 했다.
금,토 엠티를 갔다와서 일요일까지 푹 쉬고 드디어 학교를 가는 월요일이 되었다. 3일 동안 그 애를 못봐서 너무 보고싶었다. 아침 일찍 샤워를 하고 좋은 향기가 나게 향수도 뿌리고 옷도 신경써서 입고는 학교로 갔다. 마침, 사물함에서 책을 꺼내는 그 애가 보였다.
"안녕!"
"어,세훈아 안녕"
인사를 하고 책을 꺼내고 바로 지나치는 그 애와 대화란 걸 하고 싶어서 그냥 무작정 말을 뱉았다.
"너 다음 수업 뭐야?"
"너랑 같은 수업이잖아."
"아..."
바보 같았다. 그 애는 그렇게 강의실로 떠났다. 이러면 안되지만 수업이 다 마치고 나서 그 애를 몰래.... 따라 가보았다. 사실 이럴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강의시간이 아니면 도저히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그 애에 대해서 아는게 하나도 없었다. 개강하고 몇 달이 지났지만 그 애의 번호를 아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물론 나도 그 중 한명이지만. 죄의식을 갖고 있었지만 그래도 여기서 그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벌써 어딘가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그 애가 도착한 곳은 학교와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병원이었다. 병원에 병문안을 온 것 같았다. 가족?친구?친척? 누구에게 병문안을 온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애가 병실에 들어간 뒤로 오랜 시간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들어간 병실에는 '김종인' 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그 병실 근처 휴게실에서 몇시간을 핸드폰 게임을 하다가 그 애와 '김종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나왔다. 그 애는 김종인한테 꼭 안겨있었다.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김종인은 그 애에게 이마에 가벼운 키스를 하고 문이 닫힐 때 까지 손을 흔들었다. 문이 닫히고 김종인은 한 동안 엘리베이터를 떠나지 못했다. 아마도 김종인은 그 애의 남자친구가 맞았다.
그 애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과 모임을 빠지고 병원으로 가는 듯 했다. 내가 쓸데 없이 참견해서는 안되는게 당연하지만 그래도...뭔가 찝찝한 기분에 내 통화목록을 뒤졌다. 몇 달 전의 통화 목록을 찾느라 고생을 했다. 그 번호를 터치하고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울리는 순간 '내가 무슨 짓을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전화를 받기 전에 끊으려고 했지만 그럴 새도 없이 바로 전화를 받아버려서 김종인의 목소리를 듣고야 말았다.
'여보세요?'
바로 전화기의 배터리를 빼버렸다.
오늘도 병원에 온 00이를 엘리베이터 앞 까지 바래다 주고 00이를 보려면 또 내일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쉽게 발이 떨어 지질 않았다. 병원에 있은지도 벌써 반년이 되었는데 매일 병원에 오는 00이에게 미안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은게 사실 이었다. 병실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휴게실에 못 보던 사람이 있었다. 내 또래 정도 되어보이는 젊은 남자였다. 병원에 있은지가 너무 오래되서 왠만한 환자들이나 그 환자들의 보호자들은 낯이 익기 마련인데 그 남자는 아니였다. 몇일 전 옆 병실에 새로운 환자가 들어왔는데 그 환자의 친구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 남자는 옆 병실의 보호자가 아닌 것 같았다. 그 남자는 항상 휴게실에 있었고 어떤 병실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휴게실에서 핸드폰만 만지고 가끔 병실쪽을 훑어보는게 다였다. 수상한 느낌이 들었다.
00이를 바래다 주러 엘리베이터 앞에 섰을 때 난 그 남자를 대충 짐작 할 수 있었다. 그 남자는 00이를 보느라 내가 자신을 쳐다보는지 모르는것 같았다. 내 품에 쏙 안겨 있는 00이를 보는 그 남자의 눈빛은 약간 두려워지기까지 했다. 입학식때 핸드폰 배터리가 나가서 핸드폰을 빌려줬다고 착한 친구라고 나에게 말 해줬던 그 애 같았다. 00이를 보내고 난 그 남자가 있는 휴게실로 들어갔다.
"저기요"
휴게실에서 미친 듯이 쿠키런을 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날 불렀다. 좀비쿠키여서 게임이 길어지니까 그냥 게임을 끄고 돌아보았더니 김종인이 있었다. 난 굉장히 당황했다. 김종인의 눈은 '다 알고있어'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김종인의 뒤를 따라갔다. 그 애가 항상 들리던 김종인의 병실로.
"나는 김종인이에요."
"아,저는 오세훈.."
"00이 친구 맞죠? 핸드폰 빌려 주신 분."
"네..."
"그럼 그 전화도 세훈씨가 했겠네요?"
"아...그건 죄송해요.."
막상 김종인의 앞에 서니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애의 남자친구와 그 애를 좋아하는 나. 비교 될 수 없었다.
"00이 많이 좋아해요?"
"..."
"나는 00이 많이 좋아해요.00이도 그럴거고."
"..네..."
김종인은 나보다 2살이 더 많았고 반년 전에 사고를 당했는데 많이 안좋아서 아직도 퇴원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그 애는 그런 김종인이 걱정되서 매일매일 병원에 온다고 했다. 사실 김종인이 그 애에 대해서 별로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얼마나 그 애를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둘 사이엔 분명 둘만의 무언가가 있었다. 나같은 낯선 사람이 절대로 어떻게 하지 못할.
병원을 나와서 버스를 탔다. 집까지 가는 길이 유난히 멀게 느껴졌다. 집에 들어와 티비를 켜고 개그프로그램을 봤지만 도저히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티비를 끄고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빨리 가슴이 아려오는 이 느낌을 잊고 싶어서 이불로 온 몸을 꽁꽁 싸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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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