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이랑 같이 들어주세여!
| 세상이 무너지는 끝에서 |
뜨거운 햇빛을 맞으며 입을 달싹여 갈증을 잠재우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단련된 뻐근한 다리가 매일 있는 훈련때마다 반복되기에 익숙해졌다. 이렇게 매번 경험하고, 자주 볼수록 더 쉬워지고, 면역력이 생기는 건줄 알았다 하지만 눈앞에서 보는 동료의 죽음은 아무리 봐도 면역력 따위는 생기지 않는것 같다. 오늘따라 신체적로도 심리적으로도 많이 힘든것같다. 뒤를 돌아본 엘런의 눈에 비친 더 힘들어 보이고 무거워 보이는 조사병단 동료들의 발걸음이 얼마나 오늘이 더욱 힘들고 고단했는지 알려주는 것 같았다. 오늘따라 기행종도 더욱 많이 보이고 햇빛도 올해들어 가장 뜨겁게 내리쪼았다. 거인화를 하고 난 뒤 처럼 몸이 내것이 아닌것 처럼 제대로 가누기조차 힘들었다. 온몸에서 흐르는 땀과 잔뜩 뒤엎어 쓴 모래바람이 엉켜붙어 찝찝하고 목이 컬컬했다. 벽 밖으로 나갈때 '조사병단'의 일원으로써 당당하고 힘차던, 자랑스럽게 힘찬 발걸음을 옮기던 나는 어디로 갔는지 점점 느려지는 발걸음에 동료들에게서 뒤처지기 시작했다. 힘겹게 들어올린 눈에 보이는 저 멀리 있는 동료들. 점점 작아지는 동료들의 뒷모습에 뛰어가려 다리를 움직였지만 땅 속에 다리를 쳐박아 넣은듯 움직이지 않는 내 다리가, 나의 정신력이 한심스러워졌다. 거인을 구축하겠다며 의지를 내보이고, 조사병단의 일원이라고 자랑스럽고 떳떳하게 내보일 자격이 나는 진정 있는것일까. 자신의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어찌 거인을 구축겠다 할 수 있을까. 타고난 운동실력과 노력으로 도움을 주는 미카사, 뛰어난 두뇌로 위급할 때 마다 생각치 못한 작전으로 모두를 구하고, 배로 노력하며 성장한 아르민. 나는, 나는 그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강인한 정신력을 가지고 이것이 있으면 그 무엇이든 가능하다, 세상의 모든 거인들을 구축하겠다, 하지만, 정말, 나는, 강인한 정신력이 있을까.
어쩌면, 몇년간 사실을 외면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게, 조사병단이 될만큼 뛰어난 운동실력을 가지지도 않고, 좋은 두뇌도 없고, 내게 큰 강점이라 장점이라고 믿어왔던 정신력 또한 내게 없다는것을. 오늘, 위기에 처한 나를 구해주느라 동료가 죽어나갔다. 내가 무엇이라고, 그들에게 도움받을 가치가 있을까. 그저 거인화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목숨까지 저버리며 나를 보호해줄수 있는것일까.
그 전에는 그들과 함께 거인을 구축하리, 좋은 동료가 되어 그들과 함께 인류의 반격에 도움이 되고자 했지만
지금은 그저 그들에게 짐이 된것만 같은 기분이다. 어쩌면, 사실일지도.
엘런은 손잡이를 잡아 힘겹게 숙소의 문을 열었다. 엘런의 손길이 닿은 문고리는 피에 젖어 나무 틈 사이로 짙게 스며들어갔다. 모두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건지, 복도에는 아무도 있지 않았다.
"하긴...모두들...힘들겠지."
문에 기대던 손마저 죽은것 처럼 툭 떨어졌다. 지금은 얼른 방으로 올라가 쉬고싶다. 오늘은 다른날 보다 조금, 조금 고단한것 같아. 엘런은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다리를 들어올려 계단을 올라갔다. 힘든 발걸음으로 계단을 오르고, 드디어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복도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온몸에 흐르던 땀들이 찬 밤바람에 마르며 몸이 추워졌지만, 부르르 떨며 떨어지지 않은게 다행일 정도로 겨우 자켓을 잡는 손이 옷을 입는것은 무리라는것을 보여주었다.
"엘런."
갑작스레 잡혀 당겨진 손목에 순간 중심을 잡지 못하고 후들거리는 다리에 넘어지지 않으려 비틀거렸다. 순간적으로 어깨를 잡아줘 일으켜 세우는 손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아..."
"엘런?"
"...리바..이..병장님."
"..." 리바이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엘런의 눈을 바라보았다. 막 씻고 의자에 편히 기대 휴식을 취하려던 참에, 미카사가 달려와 아직까지 엘런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말에 나가 찾아보려던 참이였다. 이층 복도로 내려가자 축 처져 방으로 향하는 엘런을 보자마자 화가 솟구쳤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와 몸, 위태롭게 걸어가는 모습이 얼마나 그간 제대로 훈련하지 않았는지 머릿속에 그려졌다. 엘런을 보자마자 대열에서 떨어져 개인행동을 한것이냐, 자신의 몸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해 내가 직접 나서야 하는것이냐 잔뜩 타박하려했다. 손목이 잡혀 중심까지 못잡고 비틀거리며 넘어지려는 엘런의 어깨를 잡았을 때 까지도 그랬다. 허나, 그 공허한, 항상 생기있던 초록 눈빛이 탁해져 나와 마주칠때 세상이 무너지는것만 같았다. 아, 그에게서 튀어나온 작은 탄식이 그의 모든 감정들이 뭉쳐 내뱉어진듯 힘 없이 흩날리는 모래바람처럼 공중으로 흩어졌다. '리바이 병장님!' '병장님!' 매일 볼때마다 그의 생기넘치던 목소리로 나의 이름을 부르는것이 아닌, 작고 힘없는 탁해진 목소리로 귀에 불리는 나의 이름을 부르는 엘런이 위태로워보였다. 곧, 사라질것만 같았다.
"..."
"...감기, 걸린다."
리바이는 엘런의 손에 들린 자켓을 뺏어 엘런의 어깨에 걸쳐두었다. 지금은, 타박보다는 이쪽이 더 나의 연인에게 더 어울리겠지. 무뚝뚝한 말투지만 다정한 리바이의 행동에 엘런은 멍해졌다. 분명 타박받을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다정하게 자신의 어깨에 자켓을 걸쳐주는 리바이의 행동에 엘런은 당황스러웠다. 하아, 리바이는 아직도 힘이 없는 엘런의 손을 잡아 끌었다.
"병장님...?"
"잔소리 말고 따라오기나 해."
거의 엘런을 끌고 도착한곳은 리바이의 방이였다. 리바이는 영문도 모른채 끌려온 엘런을 자신의 쇼파에 앉혔다. 아직까지도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안된 엘런은 리바이의 방과 리바이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자신을 앉혀두고 내려다 보는 리바이 병장님과의 시선이 맞아 떨어졌다. 조금씩 정신이 들고 자신의 손을 잡은 병장님의 손이 보였다. 막 도착해 방금 씻었을텐데, 피와 땀, 모래가 진득히 엉킨 내 손을 잡아 병장님의 손이 더러워졌다. 더러운거 제일 싫어하시는데...
"병장님, 손이... 더러워져서...죄송합니다."
"..."
"저때문에 방이 더러워져서..."
"하아..."
"..."
제몸 제대로 가누지 못해 대열에서 낙오되고, 거기다 병장님의 손과 방이 저때문에 더러워 졌으니 잔뜩 욕먹는것에 대해 엘런은 두려움에 떨었다. 하지만 리바이는 몸을 숙여 엘런의 코에 자신의 코를 맞대였다. 엘런은 바로 눈앞에 보이는 리바이의 얼굴에 당황하여 눈만 굴렸다.
"엘런."
"..."
"애송이."
"..."
"너가, 청소 다 해라."
"...네."
"그전에, 얼른 힘이나 내라 엘런."
"..."
내일은 꼭 너가 평소처럼 부르던 내 이름, 듣고싶다. 엘런. 리바이는 소매를 걷어 엘런의 얼굴에 묻은 땀을 쓸어내렸다. 엘런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다정한 눈빛으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리바이를 바라보았다. 남들은 모두 차갑고 날카롭다고 말하는, 나에게만은 다정한, 이 사람이 나의 연인이다. 엘런은 그간의 걱정과 고통을 잊고 살짝 웃었다. 그런 자신의 웃음에 안심한듯 머리를 헝크려 주는 리바이를 바라보았다. 엘런은 눈을 감고 리바이의 양 볼을 잡고 살짝 입술을 가져다댔다. 리바이와 눈을 마주한 엘런은 다시금 웃어주며 리바이의 뒷목을 감싸안고 입을 맞추었다.
이렇게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아직 살아있다. 동료들의 죽음을 대신해서라도 더욱, 그들의 희생이 헛되이지 않게 할것이다. 나에게는 돌아갈 곳이 있다. 엘런은 리바이에게서 입술을 살짝 떼고 리바이의 눈을 마주했다. 저는 아직, 당신의 품이, 돌아가야 할 곳이 있죠? 그쵸, "리바이 병장님." |
ㅎ....네이버 블로그에서 쓰고 복사하면 엔터가 너무 작아져서 다시 ㄱ치고 하는거 너무 힘들어요ㅛ....
사실 이거 제목도 딱히 없어서 그냥 우울한 엘런이라고 썰제목으로 그대로 나뒀는데 여따 올리려면 바꿔야할것 같아서...ㅋㅋㅋㅋㅋㅋㅋㅋ
키스신한번 쓰기 겁나 어려워여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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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희귀하다는 모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