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 http://instiz.net/writing/8216
River flows in you _ 이루마
그날 밤은 서늘했다. 고통스러운 햇빛과 함께 태양이 가고, 은은한 달빛이 아름다운 밤이었다. 하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맺히는 땀방울 덕분에 온갖 투정과 함께 샤워를 수십 번은 해야 비로소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침대에 털썩 누워버린 나는 이미 꺼진 형광등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길고 쭉 째진 모양이 꼭 우지호를 닮았다. 문득 떠오른 '우지호'라는 단어에 오늘 낮의 일이 나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내가 도대체 왜 그 녀석을 부른 것일까, 뭐 때문에? 다시 생각해봐도 아무런 까닭 없는 행동이었다. 우지호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건 아니다. 그냥 곁에 두고 싶었다. 녀석의 길고 예쁜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두툼한 밑입술을 오물조물 움직여가며 말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내가 대답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환하게 웃으며 찌는 듯 한 더위마저 잊어버리게 하는 녀석이 좋았다. 두근거리고 설레었다. 그렇다면 나는 녀석을 좋아하는 것인가? 아니 잠깐, 그럼 내가 호모라는 말이잖아. 갑작스럽게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리하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방안 창문을 열고 창틀에 팔을 기대었다. 달빛이 나를 비추고 서늘하지만 습윤한 밤공기가 나의 두 뺨을 스쳐지나갔다. 그 날 밤의 날은 유난히도 밝았다.
일상은 늘 반복되었다. 다만 바뀐 것이 있다면 방과 후를 어떻게 보내는 가였다. 그 날 이후 우지호와 나는 당연하다는 듯 빈 교실에 남아있었고 아무런 대화 없이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방긋방긋 웃는 우지호를 쳐다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너무 빨라 오히려 겁이 날 지경이었다. 차라리 그 녀석과 함께 있는 시간이 계속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다. 그리고 그 바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커져 날 지배하는 듯 했다.
"지훈아, 나 오늘은 너랑 같이 못 있을 것 같아."
"…왜."
무뚝뚝한 말투로 대답하긴 했지만 내심 불안해졌다. 갑자기 싫어진 건가? 살짝 녀석의 시선을 피했다가 다시 슬쩍 바라보니 우지호는 머리를 긁적이며 배시시 웃고 있었다. 남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는데 누구는 실실 웃고나 있다니. 녀석이 얄미워진 나는 아무런 상관없다는 표정을 하고 우지호를 등진 채 하굣길에 올랐다.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지만 곱게 무시하고는 집으로 향했다. 평소보다 이른, 몇 주 만에 제 시간에 가보는 하굣길이었다. 그런데도 유난히 오늘따라 발걸음이 무거운 이유는 무엇일까, 우지호를 만난 다음부터 복잡한 생각이 많아졌다. 단순함, 표지훈을 잃어버린 것 같다.
나의 생활 패턴은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종례를 마치는 종이 울리면 약속한 것처럼 빠져나가는 아이들의 틈에 끼어있는 우지호를 보면서도 잡지 못하는 게 내심 야속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며칠을 혼자 있었다. 학교생활 중에서도 녀석과는 조금의 대화조차 나누지 않았다. 마치 없는 사람처럼 대하였다. 나와 마주치면 손을 든 채 안녕하고 반갑게 외치던 우지호도 반응 없는 날 보고 시무룩해져서 고개를 떨어뜨리고는 제 갈 길을 갔다. 녀석의 음악을 알지 못했던 그 때처럼 우리의 사이는 멀어져만 갔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불안했다. 다시 녀석과 눈을 맞추고 웃을 수 있을까? 방과 후 그 텅 빈 공간에서 느꼈던 설렘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또 스멀스멀 올라오는 지난날의 고민이 다시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워버린다. 우지호, 넌 도대체 뭐기에 날 이리도 괴롭히는 걸까.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 교실 문을 거칠게 닫고 걸어 잠근 후 교문을 나서는 내 모습이 오늘따라 한심하게 느껴진다. 기분이 퍽 나빠졌다. 이래서 복잡한 건 싫어. 터벅터벅, 뒤창이 다 닳아버린 헌 운동화가 쓸리는 느낌이 유난히 신경 쓰인다. 주머니에 꽂아 넣은 양 손에는 온갖 불만이 모두 담겨있었다. 그 때였다, 그 불만이 펑 하고 폭발해버린 것이.
"…우지호."
그리고 그 옆 여자. 아담한 키에 서글서글한 눈웃음까지 지닌 여자였다. 평범한 사내라면 그 귀여운 여자에게 눈길이 가겠지만 나에게 그 여자는 눈에 거슬리는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서로 마주보며 실실대고 있는 우지호가 짜증이 났다. 왠지 모르겠지만 우지호와 가까워진 이후 녀석이 다른 사람과 붙어있는 것이 보기 싫었다. 나만, 오직 나만 보고 알고 나에게만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런데 지금 이건 뭐지? 나의 생각을 산산조각 내버리는 장면이 내 눈앞에 있는 것이 아닌가. 성큼성큼 그 녀석에게로 다가갔다. 느리던 걸음이 빨라져 이내 나는 걷는 것이 아닌 뛰고 있었다. 여름의 땀 냄새를 지독히도 혐오하던 내가, 우지호 하나 때문에 땀을 뻘뻘 흘리며 뛰고 있었다. 점점 가까워진다. 생글생글 웃고 있는 우지호와 여자. 우지호, 여자, 우지호, 여자, 우지호, 우지호. 여자라는 단어의 빈자리가 우지호로 채워질 때 즈음 나의 손은 우지호의 어깨에 닿았다. 자신의 어깨를 건드리는 손길에 고개를 돌린 녀석은 바로 뒤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나를 보고 순식간에 당황하는 표정으로 변해버렸다. 귀엽다, 귀여워서 미쳐버릴 노릇이었다.
"지훈아."
"선배, 누구예요?"
"… 아, 같은 반 친구."
여자를 보며 다시 싱긋 웃고 나를 친구라 소개하는 우지호.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물론 우지호가 아닌 나와 우지호의 관계를 나타내는 친구라는 단어가 숨이 넘어갈 듯 한 나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지훈아, 부르지 왜 이렇게 뛰어왔어 힘들지 않아?"
"하아……."
"아, 이름이 지훈 선배예요?"
"어, 표지훈."
"우지ㅎ…"
"제 이름은 민아예요, 방민아!"
그래서 어쩌라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단다. 내 말을 끊어버린 여자, 아니 방민아인지 방아깨비인지의 말은 상큼하게 씹어버리고 내 두 눈은 우지호를 향했다. 여전히 걱정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우지호가 나의 눈동자에 가득 담겼다. 얼마 만에 두 눈을 맞추고 서 있는 걸까. 스멀스멀 올라가는 입 꼬리를 애써 부여잡고 차분한 목소리로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우지호."
"어, 왜?"
"…사귀냐?"
"아니, 그런 건―"
"지훈 선배, 저희 되게 잘 어울리지 않아요?"
눈꼬리를 곱게 접으며 우지호 옆에 찰싹 달라붙어 팔짱까지 끼는 여자. 어쨌든 꼴 보기 싫은 모습에 눈살이 확 찌푸려졌다. 바보 같은 우지호는 저걸 또 좋다고 헤헤거리며 웃고 있다. 짜증난다, 확 다 뒤집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금이라도 부정하면 조금의 불쾌함은 사라질 텐데 아직까지도 둘이서 팔짱끼고 실실대는 것을 보면 진짜인가보다. 화가 난다, 아니 미칠 것 같다. 그 이상의 말은 정상적으로 하지 못할 것 같다. 녀석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고 싶은데 눈동자가 덜덜 떨려서 뚜렷하게 보이지가 않는다. 빌어먹게도 여자와 팔짱낀 체 행복하게 웃고 있는 우지호는 잘 보여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정말로 눈물이 날 것 같다.
"어디가세요, 지훈 선배?"
"…….우지호."
"아, 응?"
"…….잘 어울리네. "
뛰었다. 그냥 이유 없이 뛰고 싶었다. 뛸 때마다 약간은 찝찝한 여름바람이 나를 감쌌다. 평소에는 답답할 때 뛰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아 참 좋아했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꽉 막힌 가슴에 물이 차올라 넘쳐버릴 것 같다. 우지호, 우지호, 우지호. 모든 것은 우지호 때문이다. 내가 단순함을 잃어버린 것도 표지훈같이 않은 표지훈이 되어버린 것도, 그리고 지금 가슴이 시릴 듯이 아픈 것도.
'우지호가 나에게 무엇이기에 ―? '
멈칫, 순간적으로 달리던 두 발이 멈추고 아픈 가슴도 멈추었다. 예전에도 한 번 생각해본 듯 한 익숙한 질문, 그 때는 일개 호기심이겠지 하며 스윽 지나갔지만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나만의 우지호여야만 하고 항상 보고 싶고 곁에 두고 싶고 녀석의 모든 점 하나 하나가 다 좋아보였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우지호를 통해서 느껴졌고 우지호와 함께 있으면 지루함과 따분함 따위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오히려 즐겁다고 느낄 정도였으니. 그러니까 뭐라 딱 한마디로는 표현할 수 없지만 그 녀석과 있으면 가슴이 설레었다. 마치 어렸을 때 불렀던 동요처럼 나마저 녀석의 순수함에 동요되는 느낌이었다. 우지호는,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그렇게 한참을 걷고 또 걸었던가,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평소에 버스를 통해 통학하던 나인 터라 버스정류장을 쌩 지나쳐 와서 그런지 온 몸은 땀투성이였다. 자연스레 찌푸려지는 눈살과 함께 재빨리 갈아입을 옷을 챙겨 욕실로 향했다. 이 찝찝한 땀이 물에 흘러나가 몸도 개운해지고 땀같은 고민들도 함께 머릿속에서 빠져나가길 내심 바랬다. 왜냐하면 지금은 머리가 너무 아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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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늦게 왔져 ㅠㅠㅠ 대신에 시험공부도 열심히 해서 나름 좋은 결과를 얻은 것같아 내심 후련하네요~ ㅎㅎ 근데 제 글은 여전히 똥글이군요 글잡에는 금손분들이 많은데 제가 나댔어요... 흐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죄송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전내용 생각이 잘 안나시겟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진짜 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맞다 그리고 저 민아양 진짜진짜 완젼 좋아하거든여 여덕이에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좋아해요 좋아한다구요 흡 서글서글한 눈웃음에 귀여운 여성하니까 민아양이 생각나서 출연시켰어요 잘한ㄳ같....죠? ㅎㅎㅎㅎ
이상올린이었습니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흐규흐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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