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결혼했나요?
7
백현은 오래간만의 휴일에 침대에 폭 파묻혀 뒹굴 거렸다. 며칠 사이에 꽤나 많은 일이 있었다. 박찬열과 우결을 찍고, 그 소식을 들은 어머니가 박찬열의 사인을 받아오라며 백현을 카카오톡으로 닦달하는 탓에 백현은 창피함을 무릅쓰고 사인을 받았다. 백현은 아직도 촬영장 뒤에서 사인을 해 주며 자신을 비웃던 찬열의 얼굴이 기억나 버려서 창피함에 어찌 할 줄을 몰랐다. 백현은 책상 앞에 노트북과 함께 가지런히 놓여있는 사인을 노려보았다. 확 찢어버리고 싶다. 하지만 이 종이를 찢었을 경우 어머니가 백현에게 할 행동을 생각하니 백현은 종이를 건드리지도 못했다. 내일 두 번째 촬영을 하고 드디어 다음 주 토요일이면 우결이 공중파를 타게 된다. 백현은 왠지 모를 두근거림을 느꼈다. 하지만 아직도 네티즌들의 반응은 암담했다. 공중파에서 동성 결혼을 소재로 다룬 예능이 나온다는 소식에 기독교 단체들과 기타 단체들은 방송국 앞에서 시위를 하기도 했고, 항간에서는 백현과 찬열의 연예계 진입로를 막자는 소리도 나돌고 있었다. 백현은 기지개를 한번 켜고 굴러다니던 스마트폰으로 경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네 번 정도 간 후 핸드폰에서 경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랜만에 듣는 친구의 목소리는 여전히…….
- 왜 전화했어?
“넌 친구가 오랜만에 전화하니까 하는 말이 왜 전화했어냐.”
- 나 지금 바빠. 끊어.
“왜 바쁜데.”
- 그냥 바빠.
“헐. 연예인보다 바빠? 너 대체 뭐 하고 다니는데?”
- 끊는다?
“……도경수, 애인 생겼지!”
- ……시끄러.
매정하다. 얼굴은 귀엽게 생겼으면서 답지않게 쿨하고 멋진 남자인 척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경수는 오늘도 바쁘고 차가운 도시의 남자 컨셉을 잡은 듯 했다. 그것보다 진짜 애인이 생겼나보다. 백현은 한숨을 한번 쉬고 전화번호부를 몇 번 뒤적거렸다. 내 인맥이 이렇게 없었던가. 분명 저장되어있는 번호는 많은데도 연락하는 사람은 몇 명 없다. 전화번호부에 저장되어있는 목록을 몇 번 뒤지다가, 한 이름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오 세 훈.
저장 한 기억은 없었다. 아무래도 세훈이 자기 멋대로 백현의 핸드폰에 저장한 것이 틀림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백현은 스케줄이 없는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심심했고 적당한 스트레스 해소 상대가 필요했다. 백현은 세훈의 장난스런 미소를 떠올리며 세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발랄한 느낌의 팝 송이 흘러나온다. 백현은 세훈의 컬러링을 콧노래로 따라 불렀다. 컬러링이 끊긴지도 모르고 허밍을 하던 백현의 귀에 세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제대로 불러봐요.
“……언제 받으셨어요?”
- 저 받으라고 전화하셔놓고 지금 언제 받았냐고 물어보시는 거에요?
“……아니에요.”
- 왜 전화했어요?
“아 그게, 그러니까, 저기…….”
- 백현씨 심심하구나. 놀아드릴까요?
“안 바쁘세요?”
수화기 반대편에서는 세훈이 쿡쿡거리며 웃음을 참는 목소리가 들렸다. 세훈은 잠시 침묵해있다가 다시금 백현을 향해 말했다.
- 연예인이 안 바쁜데 설마 제가 바쁠까요. 어디서 만날래요?
“음, 저는 아무데나 좋은데…….”
- 백현씨 집 앞으로 제가 차 끌고 갈게요. 기다려요.
“세훈씨 차도 있어요?”
- 네.
백현은 경수와 나눴던 통화와는 사뭇 다른 세훈과의 통화에 꽤나 기분이 좋아졌다. 세훈은 짖궂은 면이 있기는 하지만 백현의 기준에서는 좋은 사람이었다. 백현은 사람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누어 구분했는데, 준면과 세훈은 좋은 사람이었고,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자신에게 커다란 모욕감을 주었던 한 음악방송 스태프는 나쁜 사람이었다. 그리고 찬열은…….
애매하다. 박찬열은 나쁜 사람인지 좋은 사람인지 모르겠다.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백현은 찬열을 생각하니 갑자기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일단 세훈을 만나는게 먼저다. 백현은 서랍에 넣어 둔 자물쇠의 열쇠를 만지작거렸다.
*
백현의 집 앞에는 반짝거리는 은색 외제차가 주차되어있었다. 누가 봐도 산지 얼마 되지 않은 고급 승용차였다. 백현은 입을 쩍 벌리고 이 차를 사려면 내가 대체 얼마를 벌어야 하는 걸까 고민하다가, 진하게 썬팅 된 창문이 내려가며 보인 세훈의 모습에 기절하듯 놀랐다.
“백현씨 안녕.”
사실은 세훈씨 엄청나게 부잣집 아들이라거나. 고작 예능의 막내 작가가 감당 할 수 있는 차의 종류가 아니었다. 백현은 조수석의 문을 열고 세훈의 옆에 앉았다. 자동차의 시동을 거는 세훈의 모습이 평소 장난스러웠던 세훈과는 사뭇 달라보였다. 역시 돈이 있으면 사람이 달라 보인다더니. 오세훈이라는 사람이 새롭게 보였다.
“차 되게 좋네요. 세훈씨, 사실은 재벌 2세라던가 뭐 그런 거 에요?”
“네.”
“네?”
“농담이에요. 아버지 차인데, 잠깐 빌려 타는 거 에요.”
그럼 갈까요? 오늘 저녁까지 놀아요. 데이트 코스 제대로 생각 해 뒀으니까. 세훈은 콧노래를 부르며 차를 움직였다. 우연인지, 아니면 백현을 놀리기라도 하는건지 세훈이 콧노래로 부르던 곡은 백현이 불렀던 세훈의 컬러링이었다. 세훈은 능숙한 솜씨로 운전을 하며 라디오를 틀었다. 라디오에서는 조금 철 지난 유행곡이 나오고 있었다. 우리 지금 바람났어. 백현은 전혀 찔릴 일이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 한 구석이 콕콕 아려왔다. 찬열을 의식이라도 하는 걸까. 그저 비즈니스적인 관계일 뿐이잖아. 우리는.
“우리 지금 바람피는거에요?”
“네?”
“나는 아니지만, 백현씨는 남편이 있잖아요. 이건 외도죠.”
으으. 안 그래도 방금 그 생각 했거든요. 그리고 우린 그냥 친구 사이구요. 친구끼리 놀러 가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백현은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지만 그냥 삼켜버리고 어색한 웃음만 내비쳤다. 세훈은 백현의 어색한 웃음이 재밌다는 듯 해맑게 웃었고, 다시금 운전에 집중했다. 백현은 운전 중에는 의외로 과묵한 세훈을 보며 의외라고 생각했다. 이내 조금 심심해진 백현은 조수석의 이곳 저곳을 뒤지다가 이윽고 끝이 조금 닳은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세훈은 백현이 이 사진을 발견 한 것을 모르는 눈치였다. 낡은 사진 속에는 아무리 봐도 어렸을 적의 세훈과, ……찬열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다. 두 사람, 친구 였던건가? 둘 다 천진난만한 어린아이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예쁜 사진이다. 사진이라는 것은 인물과 풍경, 분위기가 잘 어우려져야 비로소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느껴지게 되는데, 세훈과 찬열의 사진 속에서는 그런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백현은 세훈의 어깨를 톡톡 치고 물었다.
“이 사진, 고등학교 때에요?”
세훈은 운전을 하다 말고 잠깐 멈칫 하더니, 핸들을 돌려서 길 가장자리에 살짝 주차를 했다. 갑작스러운 세훈의 정차에 깜짝 놀란 백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세훈에게 고갯짓을 했다. 왜 멈추는 거지.
“그, 그 사진, 어디 있었어요?”
“네?”
“사진이요.”
“여기 들어있었는데.”
“……그랬구나.”
“잃어버렸던 거에요?”
“네. 한참 찾았던 사진인데. 다행이다.”
“찬열씨랑 친구에요?”
“네. 오래된 친구에요. 근데 찬열이랑 찍은 사진은 이것밖에 없어요.”
사진 찍는 거, 싫어하니까. 세훈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백현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관여해서는 안 되는 무언가가, 자신이 들어갈 수 없는 무언가가 세훈과 찬열 사이에 존재하고 있었다.
*
“영화, 재미있었죠?”
“엄청요. 진짜 보고 싶었던 영화거든요.”
세훈은 다 먹고 남은 콜라와 팝콘의 잔해를 대충 쓰레기통에 쑤셔 넣었다. 백현은 세훈에게 신나게 방금 전 보았던 액션 영화에 나오던 얘기를 조잘거리고 있었다. 역시 밝은 사람이다. 세훈은 자기도 모르게 백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저녁 사줄까요?”
“영화도 세훈씨가 사 주셨는데……. 밥은 제가 살게요.”
“아. 그럼 기꺼이.”
“……이럴 땐 한번 거절하는 거 아닌가?”
“저는 거절이라는 게 없는 사람이거든요.”
스테이크 사 주세요. 백현은 밥을 사주겠다고 한 자신의 입을 원망했다. 돈도 별로 없는데. 저 소속사랑 8:2로 나눈단 말이에요. 라고 장난스럽게 백현이 꾸짖자, 세훈은 8:2정도면 많은데요? 하면서 맞받아쳤다. 서로 투닥 거리며 패밀리 레스토랑을 향해 가고 있던 세훈과 백현은 누가 봐도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 세훈은 백현을 패밀리 레스토랑 입구 쪽으로 잡아끌었다. 그때였을까. 백현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싫다고 했잖아. 지현아.”
“오빠 미쳤어?”
“어. 나 미쳤어.”
아. 망했다. 세훈은 짧게 중얼거렸다. 백현은 잠시 눈을 비벼대었다. 아무리 봐도 레스토랑 옆에서 여자와 함께 있는 선글라스 낀 남자는, 찬열이었다. 선글라스로 가리고 모자를 써도 본래 사람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가 있듯, 찬열에게서도 그런 분위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백현은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결국 봐 버렸네요.”
세훈은 백현의 어깨를 잡고 백현이 고개를 돌릴 수 있게끔 유도했다. 백현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세훈을 향해 물었다. ……여자친구죠? 세훈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백현은 농락이라도 당한 기분이 들었다. 여자친구도 있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프로그램에 출연한거지? 아니, 어떻게 결혼 버라이어티같은 프로그램을 나올 생각을 했을까.
어쩔 수 없이.
소속사에서 시켜서?
끔찍하다. 갑자기 자신의 처지가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느껴졌다. 백현은 고개를 푹 숙였다. 고개를 푹 숙이고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돌아가려는데, 누군가 백현의 어깨를 툭 쳤다. 백현은 살짝 뒤를 돌아보다가, 자신의 어깨를 친 인물에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냈다.
“힉.”
“야. 잠깐만.”
“……?”
“뭐야. 박찬열?”
“오세훈, 넌 꺼져.”
세훈은 언짢은 듯 찬열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니가 뭔데 오라 가라야.
세훈의 말을 들은 찬열은 세훈을 거칠게 밀어내고 백현의 손목을 잡았다.
“얘 밥셔틀.”
“어?”
“변백현 밥은 내가 사 준다고.”
| 주저리 |
안녕하세여 청아에요 우결 7편이 왔슴니당 꺄아
마...망해써...이번편
이번 편은 세백인줄 아셨다구요?
.....저도여
근데 이 픽 갈수록 태산이다 급...급전개 같애 언제 사이좋아지지 언제 끝ㅇ내지 만난지 2주쯤 된게 참트루인가여? 금사빠 돋네....망글 돋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찬!백 이라는 점 ㅜㅜㅜㅜ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세후니 는 세 후니는.... 피노키오같은 녀석....
사실 백현이랑 세후니가 본 영화는 연가시임 연가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재밌던데요?! 맞다 경수는 경수는 우리는 모르는 모종의 애인과 싸워서 빡친 상태입니다....그래요 네.....ㅎ하지만 사이드 스토리따우ㅢ 준멘 분량 사망했어..... 맞다 오세훈 뒤집어씌우기 쩔어;; 오세훈 무슨 역할인지 궁금하시죠? 비밀이에요 아...안물어봤다구요? 죄송해요
다음화는 드디어 신혼집에 갑니다. 행복해라 이 바보들아.....☆★
대충짜인스토리를 말하자면 신혼집가기->신혼여행♡->놀이공원데이트->남편촬영장에가서내조하기->커플링->상견례..
언제 써 망했따
| 암호닉 ♡ | 쏘울님 링세님 머랭님 찬사님 리카님 하이온님 이티님 쪽님 백구님 잉여님 러쉬님(빵야빵야♥약속은,....흡....) 가젤님 체리님!!!!!!!!11 쇼디님 샤프님 행여님 마늘님 다감님 퍼플님 달달한유수인님 은방울님 됴으디님 날좀보소님 갤투님 킹킹킹구님 자까님짱님 오징경님 널좋아해도경수!(여...연기력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급이시네요 순간 아닌줄 알았자나여) 디니님 시계님 도경수흰자님 물꼬기님 ♡ 청아 사라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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