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면 너는 너무 많은 것들이 너무 자주 변한다는 생각과 또 어떤 것들은
생이 끝날 때까지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절망이라는 벼랑에 서서 무구하고 잔인한 바다를 내려다보았을지도 몰라.
그러나 단 하나 버릴 수 없는 것이 있어.
조금만 더 걸어보자고 조금만 더 움직여보자고 스스로를 부추기며 한숨 같은 심호흡을 몇 번이나 반복했을 거야.
어쩌면 너는 너무 오랫동안 사랑을 기다려왔다고 중얼거리는 밤을 수없이 보냈을 테지.
가까이 끌어다 곁에 두고 싶은 사람도 있었을 거야.
하지만 꽃이 피고 또 지는 것처럼 바람이 불어오고 또 불어 가는 것처럼 네 속에서
고개를 내밀었다가 스르르 시들어가는 그 감정을 미쳐 사랑이라 부를 수는 없었겠지.
어쩌면 너는 성급하고 체할 것 같은 복잡한 관계로부터 달아나
홀로 겨울의 심장에 이르는 것도 썩 나쁘진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응시할수록 점점 희미해지는 사랑을 향해 나쁜 말을 퍼부으면서 말이야.
하지만 그건 사랑이 그만큼 너에게 무겁기 때문이지.
너가 하필이면 그런 사랑을 원하기 때문이지,
그러니 어쩌면 너는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남몰래 사랑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걸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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