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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나가고 따사로운 봄이 되었는데, 오늘 날씨는 따사롭기보단 햇살이 쨍쨍한 여름 날 같았다.
슬리퍼를 가지고 오겠다는 박찬열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 녀석은 언제 오는 건지 금방 오겠다고 한게 족히 30분은 넘은거 같다.
동네가 작아 자기 집까지 다녀 오는데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진 않을 것 같은데 왜 도통 안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더운 햇볕 탓에 인상을 잔뜩 구긴 박찬열이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가만히 앉아 있으라는 엄포 아닌 엄포에
여기로 오고 있는 것은 맞나, 혹여나 슬리퍼를 가지고 이곳에 와야한다는걸 까먹기라도 한 것인가.
확인을 하려 박찬열을 찾아 나서볼까 생각은 해 보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혹여나 내가 없는 사이 박찬열이 돌아 오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고 펼쳐졌던 두 다리를 다시 곱게 접는다.
"언제 오는거야... 아니, 그러게 슬리퍼 안 갖다 줘도 된다니깐...."
뚫어져라 박찬열이 밟고 간 길바닥을 바라보며 박찬열을 기다리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감감무소식인 체념하고 하던 마을 구경이나 다시 하러 일어났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저 멀리서 쭈쭈바를 입에 물고 한 손에는 슬리퍼 한 켤레를 들고 오는 박찬열이 보였다.
![[EXO/오세훈박찬열] 눈이 될까 두려워 영원한 봄이 되어 주었다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22613/99602dd258989a87a330b17b94461be8.png)
"....? 어, 아직도 있었냐. 너무 늦어서 집에 간 줄 알았더니."
"가만히 있으라고 있는 인상 한껏 찌푸리면서 가만히 있으라던 사람이 누군데.."
"가만히 있으라고 진짜 가만히 있냐. 바보도 아니고... "
"...이왕이면 말을 잘 듣는다고 말 해주면 어디가 덧나냐..."
"됐고, 여기 쓰래빠. 우리 집에 갔더니 쓰래빠 남은게 없다고 해서 저기 감나무집도 다녀오고 순돌이네도 들렀다 오느라 좀 늦었다."
"..암튼, 땡큐. 여기도 쭈쭈바 파는구나?"
"나중에 사먹던지.. 근데 너 동네 구경 하러 나온거냐?"
"응, 마을 구경 좀 하게. 작아서 시간도 얼마 안 걸릴꺼 같아서 산책도 할 겸."
"아아 ~ 마침 나도 온몸이 뻐근한 관계로 산책이나 할 참이였는데, 같이 하면 되겠네."
같이 산책이나 하자며 먼저 성큼성큼 앞으로 나가더니 왜 빨리 안오냐며 날 재촉한다.
키도 크고 다리도 길쭉길쭉한 놈이 내가 한발짝 걸을 때 자기는 두발짝 걸으면서 왜 빨리 안오냐고 내 팔을 잡아 끈다.
"거참, 저어~기 서울애들은 다 너처럼 천천히 걷냐? 빨리 걸어야지 해 지기 전에 집에 들어가서 밥 먹지."
"너가 비정상적으로 큰거라고는 생각한 적이 없나보구나? 나도 빠른걸음으로 걷고 있는 거니까 뭐라고 하지 말지? "
이 마을의 자랑이라는 100년 된 참나무를 지나치고, 수없이 길게 뻗어져 있는 참외밭을 건너고, 순돌이네 사과나무들도 스쳐 지나가다 보니,
걷는 내내 티격 태격 처음 만난 것은 맞는지 금새 친해져 버린 박찬열과 나는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정자에 앉아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마을이 생각보다 넓네. 근데 공기가 좋긴 진짜 좋다."
"서울보다 공기는 낫지. 우리엄마가 그러는데 거긴 너무 공기가 안좋아서 못산다는데, 거긴 정말 공기가 뿌옇고 막 그러냐?"
"계속 살아오다 보니까 공기가 뿌연거는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못 살 정도는 아니거든?"
"그야 내 알바는 아니고."
아까부터 다 먹은 쭈쭈바 껍질을 입에 계속 물고 있더니 이제 버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라도 한건지 벌떡 일어서더니 옆에 있던 풀숲에 휙하니 던져 버린다.
그러고는 갑자기 저 먼 곳을 바라보더니 양 손을 하늘 위로 높이 올리더니 누군가에게 인사라도 하듯이 양 팔을 휘저어 댄다.
갑자기 왜 저러나 그에 나도 궁금증이 생겨 엉덩이를 탁탁 털고 일어나 박찬열이 인사를 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러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흰색 반팔티에 검은색 츄리닝을 입고 자전거를 신나게 타면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사람은 오세훈이였다.
오세훈은 날 알아보기라도 한 것인지 내게 손을 흔들길래 나도 따라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몇초 후 자전거는 박찬열과 내 앞에 섰고, 자전거 주인 오세훈은 자전거에서 내려 내게 다가와 반갑다며 웃음을 짓는다.
착해보이는 오세훈과 틱틱거리는 박찬열의 조합이 친구라기엔 맞지 않아 보였지만 정작 둘이 함께 있으니 알게 모르게 분위기가 닮아 있었다.
"어디 갔다 이제 오냐."
어디 갔다 오냐는 박찬열의 물음에 오세훈은 자신의 두 손가락 끝을 맞대어 동그라미를 만들어 전후로 엇갈리게 움직인 다음, 손바닥이 아래로 향하게 반쯤 구부린 오른손을 가슴 앞에서 약간 내리다가 멈춘다.
박찬열은 오세훈이 무얼 뜻하고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맛있는건 많이 사왔냐며 묻는다.
"둘이 수화로 대화하는거야?"
"당연하지, 그럼 너랑 오세훈처럼 서로의 손바닥에다가 글자를 적을까. 사내새끼끼리 무슨."
"그럼 너도 수화를 아는거네?"
"어."
![[EXO/오세훈박찬열] 눈이 될까 두려워 영원한 봄이 되어 주었다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22613/54c22dc4423a46798b95e861aa5058d4.png)
오세훈은 내가 혹여나 못 알아들어 소외감을 느낄까 걱정이라도 된 것인지 내 어깨를 두어번 두드려 내 시선과 제 시선을 맞춘 뒤 허공에다가 '시 장' 이라고 적는다.
그러고는 자전거에 가까이 가 비닐 봉투를 들고오더니 나에게 머리끈 세트를 건네준다.
"머리끈? 이거 나 주는거야?"
내 물음에 설명하기가 좀 길었던 건지 박찬열에게 이것 저것 수화를 해 보이더니 나에게 얼른 말해주라며 박찬열 등을 떠민다.
"...아 진짜... 조금 있으면 여름 되니까 땀냄새 난다고 머리 묶고 다니랜다. 머리 산발하고 다니지말고."
틱틱대며 말을 하자 오세훈은 그렇게 말하는게 아니라며 박찬열의 정강이를 냅다 걷어 차버린다.
박찬열은 제가 말하고도 웃겼던 건지 자신의 정강이를 문지르며 알았어 알았어를 연신 외쳐대더니 내 앞으로 기어오다싶이 다가와 말을 한다.
"후...여름이라고 너 더울까봐 사왔댄다. 동네 구경 이만 하면 됐으니깐 이제 집에 가자....내 정강이..."
궁시렁 궁시렁 대면서 오세훈을 한 껏 째려보더니 나보고 집에 가잰다.
그러고는 앞 질러 먼저 걸어가더니 오세훈과 나보고 빨리오라며 느려 터졌다는 둥 혼자 투덜 거리며 내 집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런 박찬열을 보면서 오세훈과 나는 웃음이 터졌고, 그런 우리를 보며 박찬열은 대체 왜 웃냐며 내 정강이 걷어차여서 쌤통인 것이냐며 혼자 투덜거린다.
오세훈은 자전거를 바로 세우고 자전거 위에 올라타더니 나보고 뒤에 타라며 손짓을 한다.
"내가 타면 자전거 안 나갈 수도 있을텐데...괜찮겠어?"
내 몸무게가 좀 많이 나간다며 걱정을 해주자 자신은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더니 얼른 타라며 자전거 뒷쪽을 제 손으로 친다.
내가 고맙다며 자전거 뒷쪽에 앉자 내 손을 가져가더니 자기 허리에 두르고는 페달을 밟기 시작한다.
한번, 두번, 세번. 페달을 밟으면 밟을 수록 속도는 더해져 우리는 금세 박찬열을 따라잡았고,
박찬열은 자신의 옆을 지나가는 우리 둘을 보며 배신자라는 둥 어떻게 자기만 버리고 가 버릴 수 있는거냐며 우리 쪽으로 연신 손가락질을 해댔다.
그에 우리는 여유로이 손을 흔들어 주며 점점 더 세게 페달을 밟았고,
우리의 양볼에 스쳐지나가는 바람들 덕에 오세훈의 넓은 등에 잠자코 내 얼굴을 파묻고 있었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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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하. 드디어 세번째 편이 완료되었습니다! 암호닉 받구있습니다. (하트)
댓글 달아주시는 몇 안되지만 제 사랑 독자님들 항상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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